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40화 (140/244)

# 140

49) 평양, 황제 사냥 - 2

무릎을 꿇은 샐러맨더의 몸이 팽창했다. 그리고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작은 몸뚱이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마그마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쉬이이이!

성우는 그 열기에 못 이겨 뒤로 밀려나는 척을 했다.

액체처럼 흐르던 마그마는 이내 찰흙반죽처럼 어떤 형태를 만들어갔는데, 그건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 필드 보스 몬스터 ‘샐러맨더(眞)’가 출현했습니다.

30미터짜리 마그마 도마뱀이 머리를 세웠다.

“그으으! 어디 이 몸도······ 그깟 주먹질로 쓰러뜨릴 수 있겠나?”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샐러맨더가 ‘본 모습’을 드러냈다. 흔히 말하는 ‘페이지 2’가 시작된 것이었다. 놈은 본 실력을 드러내려는지 한층 기고만장해졌다.

하지만 성우는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무지막지한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 뼈야.”

“······뭐?”

성우가 원하던 건 인간 모습의 뼈가 아니었다. 바로 저 괴물 같은 몸뚱이 안에 들어 있는 거대한 뼈였다.

“잘했어. 진작 그랬어야지.”

“그르르······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것 같은데 이게 내 진짜 모습이다. 인간의 몸뚱이로 검은 휘두를 때와 다르단 말이다.”

놈이 입을 벌릴 때마다 마그마가 뚝뚝 떨어졌다. 놈은 씩씩거리더니 성우를 향해 턱을 쩍 벌렸다. 목구멍에서부터 불덩이가 끓어오르는 게 보였다.

브레스였다.

푸화아아!

성우는 옆으로 몸을 던져 불기둥을 피했다. 동시에 품속에서 부채를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비형랑의 부채

- 등급 : 신화

- 분류 : 완드

- 효과 : 마법 면역력 상승(+15%), 죽은 이의 영혼(귀신)을 부릴 수 있습니다. (최대 10개) 사용자의 ‘죽음 속성 친화력’에 따라 귀신의 성능이 달라 집니다.

- 설명 : ‘귀신을 부리는 자’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드디어 새로 얻은 아이템을 실험해볼 때가 왔다. 성우는 가지고 있는 ‘영혼’ 중 일부를 ‘귀신’으로 소환했다.

우우우우-

이내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흐릿한 형체가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귀신’을 부릴 수 있습니다. (죽음 속성 친화력이 최고 수준입니다.)

* ‘물리 공격’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모든 등급’의 무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 공격 대상에게 ‘혼란’ 저주를 부여합니다.

* 일정 등급 이하의 대상에게 ‘빙의’할 수 있습니다.

언데드의 경우 샐러맨더 근처로 접근할 수 없었다. 강력한 열기에 녹아내릴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혼 상태의 존재라면 달랐다. 놈이 아무리 화염을 흩뿌린다고 해도, 형태가 없기에 아무런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성우는 여기에 더불어 ‘스펙터’ 두 마리까지 소환했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 팀플레이로 인하여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시너지 목록]

6) 실체가 없는 존재(3단계)

- 구분 : 속성 시너지

- 조건 : ‘영혼 형태’ 12마리 이상

- 효과 : 이동속도 상승(+30%),

역시나, 스펙터 2마리가 추가되면서 딱 3단계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어서 성우는 뼈 무기 제조를 이용해 만든 장창과 둔기를 사방에 흩뿌렸다. 그러자 귀신들은 염동력을 이용하여 뼈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일부는 ‘투사의 족쇄’로 묶여 있던 아이템에 관심을 가졌다. 5분이 지나면서 봉인이 풀린 상태였다. 그중에는 샐러맨더가 사용하던 마그마 대검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레바테인(비활성화)

- 등급 : 전설

- 분류 : 대검

- 효과 : 근력 수치 상승(+5), 화염 면역력 상승(十10%), 화염 데미지 상승(+10%),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면 ‘화염 파도’를 일으킨다. (재사용 대기 : 1분)

- 설명 : 아직 완전히 불타오르지 않았다.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뼈 말고도 쓸모 있는 게 있었네.”

불의 속성을 가진 무기이기에 샐러맨더에게는 큰 효과가 없을 테지만, 적어도 물리 데미지를 입힐 수는 있을 것이었다.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뭘 하든 소용없을 거다. 전부······ 불에 녹아 버릴 테니까!”

샐러맨더가 콧방귀를 내뿜더니 꼬리를 휘둘렀다. 그것만으로도 돌풍이 일어나며 주변의 잔해를 스티로폼처럼 날려버렸다.

쿠구구구구!

목표는 허공에 떠 있던 귀신 무리, 하지만 그 두꺼운 꼬리는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꼬리가 스쳐 지나간 뒤에도 귀신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떠 있었다. 기껏해야 귀신들이 들어 올린 뼈 무기를 으스러 뜨리는 게 전부였다.

“······뭐, 뭐?”

이번에는 귀신들이 움직였다. 녀석들은 마치 벌떼처럼 샐러맨더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염동력으로 들어 올린 무기를 휘둘렀다.

퍽! 퍽! 푹! 퍽!

샐러맨더의 등과 꼬리 위로 뼈로 만든 장창에 내리꽂혔다. 머리 위로 둔기가 낙하했다. 그리 강력한 데미지가 아닐지라도 성가시지 않을 수 없었다.

“크아아아!”

놈은 괴성을 지르며 허공에 브레스를 뿜어 댔지만, 역시나 무의미했다.

귀신들은 샐러맨더의 머리 위에서 맴돌며 빈틈을 찾아냈다. 그리고 차곡차곡 창을 박아 넣었다.

푹! 푹!

“으으! 이 벌레 같은 것들,”

샐러맨더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몸을 뒤틀어 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내 정답을 찾아냈다.

“그래, 결국 네놈을 죽이면 전부 끝이다!”

놈의 시선이 성우에게 향했다.

“마냥 멍청하지만은 않군?”

놈은 귀신 무리를 무시하고 성우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성우는 뒤로 물러나며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난사했다.

퉁! 퉁! 퉁! 퉁! 퉁!

“장난질은 끝이다!”

하지만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놈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하는 것이었다. 놈이 몸을 뒤틀며 성우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쾅! 쿠구구구!

“큭!“

정면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콘크리트 파편이 산탄총처럼 날아들었다. 성우는 파편에 맞아 나동그라졌다. 샐러맨더는 그런 성우를 놓치지 않고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쩌어一

그리고 입을 끝까지 벌렸다. 놈의 목구멍에서 불덩이가 터져 나왔다.

피할 수 없었다.

그걸 느낀 샐러맨더는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들끓고 있던 모든 힘을 끌어 모아 단숨에 토해냈다.

푸화와아아아-

브레스가 성우를 집어삼켰다. 지금까지 불을 뒤집어쓴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것들과 격이 다른 열기였다.

근처에 있던 철골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졌으며 콘크리트 파편이 치즈처럼 녹아내렸다. 회색 연기가 치솟으며 마치 연무처럼 일대를 자욱하게 만들었다.

화아아아아—

화염이 닿는 곳, 모든 물체가 형태를 상실했다. 하나의 생명체를 재로 만들기에는 이미 충분한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샐러맨더는 멈추지 않았다. 몸속 깊은 곳에 저장되 있던 모든 화염을 끌어냈다. 일전에 선포 한 대로 한 줌 잿더미로 만들어 침소에 깔아버릴 생각이었다.

‘끝이다. 놈은 죽었다.’

하지만 그때, 샐러맨더가 내뿜고 있는 화염이 네 갈래로 갈라졌다. 샐러맨더는 눈을 의심했다.

‘······뭐?’

줄기의 끄트머리,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무언가 화염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다.

이상함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붉은 화염을 뚫고, 푸른 화염이 목전까지 치고 올라왔다.

네크로맨서였다. 그는 조금의 그을림도 없이 멀쩡한 상태로 브레스를 그대로 받아내며 샐러맨더의 입 앞, 화염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그대로 입 벌리고 있어.”

그리고 거대한 흑색 낫을 휘둘렀다. 그곳에 맺혀 있던 검은 구체들이 쏘아졌다. 하나도 빠짐없이 샐러맨더의 입안, 목구멍 끝으로 흘러 들어갔다.

구-구-구-구-구-궁-

샐러맨더의 몸 안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커! 컥! 커어어어어!”

그건 평범한 폭발이 아니 었다. 악령 폭격, 일대의 모든 걸 엄청난 압력으로 짓누르는 기술이었다.

성우는 추가 공격 없이 그림리퍼를 거둬들였다.

“브레스 몇 번 피하니까 그게 뜨거울 줄 알았나 보지?”

놈은 배를 뒤집어 까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비명을 지를 수조차 없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걸 남이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

놈의 몸뚱이가 믹서기 통이 된 것처럼, 뱃속에 들어있는 모든 내용물이 완전히 갈려버렸다.

“꺼, 꺼······.“

곧 눈이 뒤집혔다.

- 필드 보스 몬스터 ‘샐러맨더(眞)’을 사냥하여 28,000,00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성우의 완벽한 승리였다.

‘운이 좋게 다 먹혔군.’

그러나 오로지 무력으로만 1대1 승부를 펼쳤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었다. 기만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간 덕분에 쉽게 끝낸 것이었다.

- ‘정령 포식자’ 칭호를 획득했습니 다.

* 화염 면역력 상승 (+20%)

* 정령 지배력 상승 (+20%)

* 체력 수치 상승 (+2)

- ‘황제 시해자’ 칭호를 획득했습니 다.

* 모든 능력 치 상승 (+3)

* 보스 몬스터에 대한 데미지 상승 (+ 10%)

또 한 번의 싸움이 끝났다. 그리고 이 싸움은 한국 서버 전체를 공포를 떨게한 메인스트림의 종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했다.

- 현 시간부로 메인스트림 ‘CHAPTER 4-1 : 멸망한 세계의 범람’이 종료되었습니다.

* 추후 다음 업데이트 공지가 있을 예정입니다.

말 그대로 네크로맨서, 단 한 사람이 메인스트림을 결말지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자 나머지 잔당들은 싸울 의지를 잃었다.

언데드 군단을 돌파하여 샐러맨더를 구출하려고 하던 놈들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를 언데드 군단이 집요하게 쫓아가 학살을 벌였다.

다만, 뒤처리해야 할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경꾼을 찾아.”

성우는 소수의 플레이어가 근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당장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붙잡아서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 사이에 성우는 샐러맨더의 사체를 살펴봤다. 정령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죽음과 동시에 온몸이 기화되어 사라지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뼈는 그대로 남았다.

‘뭔가 더 있다.’

그런데 사체 사이에서 동그란 물체가 하나 굴러떨어졌다. 성우는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불의 정령석(상급)

- 등급 : 전설

- 분류 :제작 재료

- 설명 : 강력한 불의 기운이 농축된 마법의 돌이다.

“불의 정기보다 좋은 것 같군.”

평택에서 불의 거인을 잡고 비슷한 아이템을 얻은 적이 있었다. 현재 리피팅 크로스보우에 적용되어 ‘발화’ 기능이 추가된 상태였다.

그때였다.

구구구구구-

“······진동?”

별안간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동을 일으킬만한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구구구구구-

성우는 문득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콘크리트 잔해들이 부르르 떨리며 이리저리 굴러떨어졌다. 진동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성우가 느끼기에 이 패턴, 어딘가 익숙했다.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아주 천천히 올라오는 무언가······.

쩌저저저저一

산처럼 쌓인 잔해의 한 가운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아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었다.

‘······싱크홀?’

그리고 그 구멍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그것들은 넓게 퍼지며 거대한 장막을 형성했다. 이 역시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설마······.“

이내 장막 안에서 거대한 눈알이 튀어나왔다.

“······월드 이터!”

대전에서 한 번 목격한 적 있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또 한 번 등장한 것이었다.

꾹— 꾹—

- ‘외부 차원의 존재’의 위압감에 짓눌립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60%)

놈의 동공이 성우를 향해 움직였다.

- ‘알수 없는 존재’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전에는 성우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성우의 목숨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를 던지고 사라졌었다.

설마, 오늘이 바로 그날인 걸까?

성우는 전투를 대비했지만 그게 소용이 있을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

당장 60%의 능력치를 잃은 건 물론이거니와, 이전에 유 박사를 핏덩이로 만들어버리던 걸 생각하면······ 도저히 상대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성우의 눈앞에 경악할만한 메시지가 잔뜩 튀어 올랐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마굴의 문’이 열립니다.

“대체 무슨······.“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인가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자, 그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십여 개의 보라색 포탈······ 십여 개의 ‘마굴의 문’이 성우를 둘러싼 채 열리고 있었다.

후우우우우-

그것들이 바람을 빨아들이며 부풀어가는 터에 방향이 불규칙한 돌풍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단 한 개만 열려도 일대를 초토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에 열린다고?’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싸워서 이길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꾹— 꾹—

그런데 놈도 그걸 눈치챈 것일까?

- ‘알수 없는 권능’으로 해당 지역이 폐쇄됩니다. (평양직할시)

퇴로가 차단당했다. 도망갈 길이 막혔다.

‘도대체 어떻게 마음대로 지역을 폐쇄할수 있지?’

결국, 어떻게든 싸워야만 했다. 성우는 패잔병을 추격 중이던 언데드 군단을 불러들였다.

꾹— 꾹— 꾹—

왠지 모르게 놈이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굴의 문은 점점 더 크게 팽창했다. 성우의 경험상, 곧 수백 마리의 마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었다.

구구구구구—

포탈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강렬한 힘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카악! 카악! 카악!

엄청난 수의 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놈들은 공중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처박힌 뒤, 곧장 몸을 일으키며 그리고 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벌써!”

아직 언데드 군단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성우는 뼈 방패와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 올렸다.

아무리 성우라고 할지라도, 홀로 수 십 마리의 마물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면······.

그때였다.

쿠— 우— 웅—

녹색과 갈색이 뒤섞인 거대한 무언가가 성우의 바로 앞, 달려들던 마물 떼거리 위에 내리꽂혔다. 처음에는 빌딩이 무너진 줄만 알았다.

크에一크에에에一

그 육중한 물체에 깔린 마물이 신음을 흘렸다. 그 물체는 다시 천천히 상승했는데, 머리 위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마치 거대한 공룡의 발처럼 느껴졌다.

자세히 살피니 그건 식물의 줄기와 뿌리였다. 정확히는 뿌리 다발이었다. 온갖 두꺼운 뿌리들이 마구잡이로 뒤엉켜 거대한 촉수 같은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콰드드드-

이내 사방에서 뿌리들이 치솟았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건물 창문에서, 모든 곳에서 뚫고 올라왔다. 그리고 서로 뒤엉키며 육중한 둔기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땅속에 엄청나게 거대한 문어가 한 마리 존재하여, 긴 촉수를 땅 밖으로 내보내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좋아!”

어디선가 명량한 목소리가 울렸다.

“멋들어지는 건 자네 혼자 다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건 내 몫일세! 이 정도는 양보할 수 있지?”

거대한 청룡 도끼를 들고 백색의 두루마기를 걸친 흑발의 사내가 뿌리 다발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곰방대가 들려 있었다.

“내가 오늘 집주인 노릇 그리고 왕 노릇 좀 해보려고 하는데······.“

대산맥의 왕이었다. 그가 성우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라는 놈이 이웃으로 둘만 한 됨됨이가 되는지, 어디 한 번 지켜나 보게나.”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곰방대를 입에서 떼어 등 뒤로 내밀자, 뿌리 한 줄기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알아서 잘 먹고 잘 사게 좀 놔두면 좋겠는데······.“

왕은 양손으로 청룡 도끼를 휘어잡았다.

“······정녕 그렇게 안 하겠다면, 뭐, 어쩌겠나?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다음 순간, 왕은 도약과 동시에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의 몸과 도끼가 포물선을 그리며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목표물은 거대한 눈알, 월드 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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