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37화 (137/244)

# 137

48) 파주, 죽음의 군단 - 1

한편, 한국 서버의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새로운 메인스트림 반응하여 여러 가지 움직임을 보였다.

- [LIVE] 안 기자의 ‘챕터 4-1 프리뷰’ 휴전선 현장 생중계 (시청 중 : 34,551명)

“······보, 보이십니까? 저곳이 북한 서버입니다.”

안 기자의 방송에 많은 시청자가 몰렸다. 그는 매번 한국 서버의 이슈를 따라 다니며 중요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언제부터인가 한국 서버의 메인 방송국으로써의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이제 밑에 딸린 직원만 11명인, 일종의 언론사가 되었다.

“저희 ‘안 기자 종말 뉴스’ 팀이 그 누구보다 먼저 취재를 위해서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비록 부산에서 벌어진 ‘한일전’은 취재하지 못했지만, 이번 메인스트림이 터짐과 동시에 파주의 휴전선 근처로 급히 이동하여 드론 카메라를 날린 것 이었다.

위이잉一

무려 4대의 드론 카메라가 한국 서버를 빠져나가 북한 서버의 경계로 접어 들었다.

방송 화면은 각 카메라의 시점으로 시시각각 전환되었다. ‘멀티 컨트롤러’라는 고급 아이템 덕분에 다수의 카메라를 동시에 송출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어?”

그때, 카메라에 무언가 잡혔다. 안 기자가 즉시 내레이션을 넣었다.

“아! 저건 좀비입니다! 더 가까이 간 2번 카메라로 넘겨보겠습니다!”

안 기자가 손짓하자 직원 한 명이 컨트롤러를 조작했다. 그러자 방송 화면에 더욱 구체적인 장면이 송출되었다.

DMZ를 넘어, 북한 서버의 영토에 접어들자 상당수의 좀비가 군집해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 맙소사······.“

황량한 산등성이를 따라서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조, 좀비가 엄청 많습니다! 수천 마리의 좀비가 남쪽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아마도 곧 남하할 기세입니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모여 있었음에도 상당한 위압감이 전해졌다.

“저게 바로 그 북한 서버에서 넘어오는 재앙의 첫 번째 물꼬일까요?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안 기자의 드론들은 통제가 닿는 한, 가장 먼 거리까지 날아갔다.

“어! 저, 저건?”

그 이후에 펼쳐진 장면 역시 충격적이었다. 수백 마리의 트롤 부대가 무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 비쳤는데, 그 뒤로 오크와 고블린이 떼거리로 모여 있었다.

이 장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세 종족이 연합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서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치지지지一

이내 화면에 노이즈가 일어났다. 통제 범위의 한계 지점에 도달한 것이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면은 고작 여기까지입니다만, 분명 거대한 전쟁이 몰아칠 것 같은, 그런 끔찍한 전조가 느껴집니다.

저 멀리, 북한 땅 곳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밥 짓는 연기 같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대군이 남하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강철 방패’님이 후원을 보내주셨습니다. (1000골드)

안 기자는 누구보다 앞서나가는 카메라 오퍼레이터로서, 이제 후원 기능까지 열린 상태였다.

“후원 감사합니다! 한국 서버가 망하더라도, 망하는 그 날까지, 지옥 속에서 모든 장면을 담겠습니다!”

이로써 북한 서버에서 내려오는 죽음의 실체가, 아주 일부분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굉장했다.

* * *

파주의 생존자 연합인 ‘한마음회’는 이번 메인스트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리상 북한 서버를 마주 보고 있는 만큼, 머리 바로 위에서 재앙이 닥쳐올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파주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7개의 그룹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상회의였다.

“이게 다 네크로맨서, 그놈 때문 아닙니까? 왜 조용히 지내는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한단 말이오?”

“맞습니다. 당장 커뮤니티에 규탄 성명 냅시다. 언제까지 조용히 있을 겁니까?”

“옳소! 조용히 살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그들은 지금까지 전면에 나선 적이 없었지만, 나름 적지 않은 세력을 일군 상태였는데, 5개의 그룹에 종 3천여명의 생존자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애초에 네크로맨서가 활개 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텐데!”

“쯧쯧! 그 인간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지······”

그들은 이번 메인퀘스트가 네크로맨서 때문에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판단하고 세계수 진영에게 책임을 묻기로 합의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한마음회뿐만이 아니었다.

[1,015] 네크로맨서는 책임지고 나무 베어라

- 작성 : 데이브 최 | 조회 : 51,453

네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이번 일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서버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인 학살이 벌어질 텐데 책임질 수 있냐?

네크로맨서는 고집부리지 말고 메인스트림 조건대로 그딴 나무 하나 빨리 베고 이 사태를 종결지어라. 빠른 시일 내에 나무를 베는 방송을 켤 것을 권고한다.

[댓글 : 13]

— 존버남02 : ㅇㅈ합니다 ㅅㅂ싸울 거면 니들끼리만 싸워 우리는 조용히 살거라고 ㅅㅂ피해주지마 쫌ㅅㅂㅅㅂ

— 속초대장 : 지지합니다. 네크로맨서는 현명하게 결정해주세요. 이러다 전부 다 죽습니다.

— 혜요니 : 저도요ㅠㅠㅠ진짜 이번엔 나대지 말아주세요ㅠㅠ우리다죽어요ㅠㅠㅠㅠㅠ

— 황철갑 : 파국이다....애들.장난.아니다... 영웅이.된냥...깝쭉거리고.쏘다니면서...살고자하는...우리.같은.소시민.피해주지.마라.아직.살아.있는.민중의.엄중한.경고다.

— 김민철0456 : 와ㅋㅋㅋ 지금 여기 징징거리는 것들 몹 한 마리 잡아 본 적 없는 인간들이 분명하다 이게 플레이어 개인 탓이나?

└ HHH44 : 222이게 맞다. 시스템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건데;; 생각 좀 하고 댓글 쓰지;;

한국 서버 곳곳에서 네크로맨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간 한국 서버에 닥쳤던 수많은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지켜보던 이들이었지만, 막상 제 목에 칼이 들어오니 잠자코 있을 수 없던 것이다.

수원의 마을 사람들 역시 그러한 반응을 살피고 있었는데, 혜연은 모든 댓글을 확인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와,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이런 식이라니까요?”

혜연은 아버지 무연에게 달려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 사람들 말하는 거 봐요! 온 마을이 물난리가 나도 방구석에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던 것들이 막상 물 몇 방울 튈 것 같으면 난리지 난리야! 아오!“

하지만 악플을 읽은 무연은 딸의 분노에 공감해주기는커녕 무덤덤하기만 했다.

“혜연아,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지마.”

“아니 !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자기들이 네크로맨서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말을 하잖아요. 이러다가 막, 다른 사람들도 이 사람들 말에 동조하면 어떡해요!”

혜연이 방방 뛰었지만, 무연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성벽 설계도’를 손보고 있었다.

“얘야,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는거야. 똑똑하고 세상 돌아가는 거 볼줄 아는 사람들은 알아서 옳은 길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미꾸라지처럼 굴면······.“

“그런 사람들의 불만은 이 세계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라고 생각해라.”

“정말, 진짜 그럴까요?”

“두고 봐라.”

그리고 정말로, 무연의 말대로 그런 부정적인 의견은 잠깐 들끓었을 뿐, 결코 대세가 되지 않았다.

이미 한국 서버의 많은 이들이 네크로맨서를 지지하고 있을뿐더러, 의외로 각 지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거대 세력들이 네크로맨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와, 진짜로 사람들이 네크로맨서님을 지지하기 시작했어요!”

“거봐라.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가면 알아서 뒤따라 오는 법이야.”

첫 번째 참전 선언은 천안의 ‘헌터 컴퍼니’였다.

[1,024] 헌터 컴퍼니는 세계수 진영의 선택을 지지하며 항전에 동참합니다.

- 작성 : 백 사장 | 조회 : 111,463

일시적으로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한국 서버를 지키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한 ‘현장 직원’을 모집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쟁을 통한 전리품은 공평하게 분배될 예정입니다.)

[댓글 : 41]

헌터 컴퍼니의 사장인 준호는 보수 공사가 한창인 빌딩을 올려다보며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며칠 전, 일본 닌자들의 습격 당시, 극적인 순간에 나타난 네크로맨서가 남긴 흔적이었다.

“이 건물이, 우리 회사가, 그리고 우리 목숨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네크로맨서님 덕분이야.”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돌아서자 그뒤로 백여 명의 직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모두 하나 같이 전투를 준비 끝마친 상태였다.

준호는 그들을 쭉 둘러보며 외쳤다.

“우리는 그 은혜를 갚아야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네크로맨서님의 행보를 따라서! 북한 서버의 침략에 맞서 세계수를 지킨다!”

마치 장군의 연설 같았다. 그의 한 마디에 모든 직원이 목청껏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들은 다른 거대 세력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전국 각지에서 용병 생활을 하며 다져진 엘리트 요원들이었다.

“좋아······.“

준호는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용병 사업으로도 상당한 명성을 쌓았지만, 지금이야말로 무언가 엄청난 일을 시작한 기분이었다.

‘이렇게라도 네크로맨서님의 눈에 들 수 있다면······.‘

사실 그는 이미 네크로맨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있었다. 이번 출전 선언 역시 반쯤은 팬심이나 다름없었다.

“헌터 컴퍼니 전 직원은즉시 북쪽으로의 출장을 준비한다!”

“ 예!”

이어서 두 번째는 부산의 ‘화랑 길드’였다.

일본 서버의 침략으로 지대한 피해를 본 화랑 길드였지만, 이번 메인스트림에서 나 몰라라 발 뺄 생각은 없었다.

그들 역시 네크로맨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세계수 진영은 한일전이 벌어지기 전부터 일본의 침략을 경고해줬었죠.”

“우리가 그 경고를 무시하고 미련하게 대응했는데······.‘

화랑 길드의 수뇌부는 비상대책회의에서 메인스트림 참전 문제를 논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달려와서 우리를 구해주셨으니 이건, 반드시 갚아야 하는 은혜입니다.”

“맞습니다. 진영을 넘어서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네크로맨서가, 세계수 진영이 했던 것처럼요.”

“저도 찬성합니다. 이 일은 한국 서버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물며 화랑 길드는 한국 서버의 중심 세력 중 하나로, 앞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한일전 중 전사한 선대 마스터, 장현민의 의지이기도 했다.

“마스터께서 살아계셨다면, 분명 파병을 주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뜻을 따라, 병력의 절반을 나누어 파견합시다. 적어도 600명은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헬리콥터로 선발대를 먼저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지하며 헌터 컴퍼니의 참전 선언에 동참했다.

[1,044] 우리 ’화랑 길드’는 세계수 진영과 함께 싸울 예정입니다.

- 작성 : 화랑 보도국 I 조회 : 145,551

한일전의 피해를 복구해나가고 있기에 많은 병력을 차출할 수 없지만,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500명의 병력을 파견합니다. 우리 화랑 길드는 책임감을 가지고 싸울 것입니다.

[댓글 : 24]

마지막은 의정부였다. 한때 네크로맨서와 정면충돌한 전력이 있으며 그로 인해 와해된 ‘재건 동맹’ 소속이었던 플레이어들이 , 이번에는 네크로맨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1,047] 의정부 비대위, 이번 전쟁 동참 선언입니다.

- 작성 : 의정부 비대위원장 I 조회 : 40,003

비록 한때 네크로맨서 에게 반하여 싸웠지만, 이제는 그때의 죄악을 씻어내고 새롭게 나아갈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사건이 이번 메인스트림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 11]

일찌감치 세계수 진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지만, 성우에게 거절당한 뒤, 광복 길드의 감독을 받으며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는데, 뒤늦게라도 네크로맨서의 뒤에 줄을 선것이었다.

이렇듯 천사, 악마 할 것 없이 네크로맨서와 인연이 있는 이들이 총력전 참여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또한, 아직 공식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광복 길드 역시 네크로맨서와 함께 싸울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왕의 산채에 남아서 다른 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던 한호와 지수는, 커뮤니티를 통하여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 이러면 사실상 한국 서버 대통합인데요? 얘들 말고도 작은 그룹들도 무슨 유행처럼 동참 선언을 하네요? 긍정적인 물타기 인정합니다.”

한호의 말처럼 한국 서버의 수많은 세력이 참전 선언을 하며 네크로맨서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면 군벌 몬스터 이벤트 때보다 많은 병력이 모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게요? 드디어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리는 건가? 이러니까 징징거리던 애들도 벌써 다 어디로 사라졌네?”

굵직굵직한 참전 선언이 이어지자, 순간 치솟았던 비난은 냄비 식듯 사라졌다. 그리고 다 함께 힘을 합쳐 한국 서버를 지켜내자는 여론이 중심을 이루기 시작했다.

정작, 생존 문제를 운운하며 네크로맨서를 비난하던 이들 중에서는, 직접 나서서 힘을 보태겠다는 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만······.

이런 작은 헤프닝에 상관없이, 한국 서버에 전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 * *

한편 성우는 그런 기조와 별개로, 일찌감치 북한 서버의 몬스터 세력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20명의 죽음의 사제들은 제단이 있는 방 밖, 복도로 쫓겨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방 안에서는 성우와 리치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제사장님? 저,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방에서 어떤 대화가 이루어지는 알 도리가 없었기에 죽음의 사제들은 답답하기만 했다.

“운이 좋으면······ 아마도 저 남자의 아래에서 일하게 되겠지.”

“흑! 저, 저 남자가 대체 누구입니까? 정체가 뭐길래 죽음의 선지자께서 저리도 비참하게······.”

으르르······.

그때, 그의 머리맡에서 살벌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좀비 개들이었다. 죽음의 사제들은 그것들과 뒤엉킨 채, 복도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제사장님? 얘, 얘들 안 물지 않습니까?”

“얘들은······ 먹어.”

“······딸꾹!”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죽음의 사제들에게 죽음의 공포가 다가와 있었다.

한편, 제단 안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리치는 작은 의자에 앉은 채 허리를 세우고 양손을 무릎 위에 얹어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완벽한 정자세로 굳어 있었다만······.

딱! 딱! 따닥!

턱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입 다물어.”

“······.”

성우의 말에 고요가 찾아왔다. 그는 리치의 앞에 앉아 있었는데, 한 손에 흑색 낫을 쥔 채 리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뒤, 좌우로 민석과 오른이가 서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푸르르一

거대한 괴물 말에 올라탄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대검을 꼬나쥐고 있었다. 그리고 왼손에 들려 있는 잘린 머리가 눈알을 굴려대며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으니······ 제아무리 리치라도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때, 성우가 입을 열었다.

“이름.”

리치, 빅터는 그 질문이 차라리 반가웠다.

“보, 본인은, 아니! 저는 리치 빅터라고합니다!”

“넌 뭘 할 줄 알지?”

“최대 2천 마리의 하급 좀비를 다룰 수 있습니다! 다만, 20명의 죽음의 사제를 키우면 명당 50마리를 추가로 운 용할 수 있습니다!”

빅터는 마치 면접이라도 보듯, 자신에 대해서 어필했다. 하지만 성우의 표정은 냉랭하기만 했다.

빅터의 텅 빈 안와 속 안광이 불안하게 떨리며 성우와 민석을 번갈아 보았다.

그때, 성우의 왼쪽에 서 있던 민석이 입을 열었다.

“······음, 이성을 가진 몬스터라니? 후환을 생각해서 죽이는 게 좋지 않겠 습니까? 제가 바로 목을 치죠. 그럼 자격 증명이 완성될 수도 있습니다.”

“아! 저, 저기······.“

빅터가 무어라고 항변하려고 했지만, 성우가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너희, 왕의 칭호를 받은 몬스터들 위에 누가 있지?”

“아, 그게······ 딱! 왕들은 한 단계 위 등급인 황제를 모시고 있습니다.”

“황제라고?”

“왕의 칭호를 얻은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입니다. 딱! 하나의 서버 안에서 최고 등급의 몬스터라고 보셔도무방합니다!”

보스 몬스터는 오랫동안 방치될수록 성장하게 되는데, 레이드 보스, 군벌, 왕 순이었다. 그런데 그 위가 바로 ‘황제’인 모양이었다.

“너도 그놈을 섬기고 있지?”

“그, 그렇습니다.”

빅터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나를 따르겠다고?

“물론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바로 죽음을 섬기는 게 제 일입니다!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그 의지가 진실이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성우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같은 유형(언데드)의 몬스터 ‘리치(빅터)’를 권속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 ‘독립된 의지’가 있는 존재이기에 당신의 영향권 밖에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 대상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할 것입니다.

이런 메시지가 동반된다면 더 의심할 것도 없었다.

‘비록 되살아날 수 없는 하급 좀비지만, 수천 마리를 다룰 수 있다면 엄청난 전력상승이다.’

성우는 고민할 것도 없이, 즉시 빅터를 권속으로 삼았다. 그러자 녀석의 눈빛이 한층 짙어지며 또렷해졌다.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안도하고 있는것이었다.

“딱딱!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녀석이 벌떡 일어나며 허리를 굽혔다. 성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제 쓸모를 발휘해봐.”

새로운 무기를 테스트할 시간이었다.

* * *

파주 문산읍, 그곳에는 ‘한마음회’의 전진 기지가 있었다. 북쪽에서 내려올 재앙을 대비하여 마련한 요새였는데, 3명의 ‘아키텍트’를 동원하여 쌓아 올린 오각형의 건축물이었다.

그곳이 지금, 공격받고 있었다.

“북쪽 펜스가 무너졌다! 병력 충원 바란다!”

놀, 오크, 고블린이 뒤섞인 몬스터 군단이 요새의 북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DMZ를 넘어서 들이닥친 것이었다.

“젠장, 좀비 떼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왜 저 새끼들이 더 일찍 온 거지?”

“지원군이 올 거다! 조금만 버티자! 여기가 밀리면 피해를 장담 못 해!”

한마음회는 파주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들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생활 기반, 모든 것들을 잃게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도 했다.

“1시간 내로 광복 길드와 헌터 컴퍼니가 도착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 참전 선언을 한 거대 세력들이 함께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단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 대장님!”

“무슨 일이냐?”

“북쪽에서 좀비 떼가, 수, 수천 마리의 좀비 떼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

가장 먼저 내려오리라고 예측했던 좀비 떼, 그것들이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필 지금! 이러면······.“

당장은 몬스터 군단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여기에 수천의 좀비 떼가 얹힌다면······.

“······모, 못 버틴다.”

요새는 쓰나미에 휩쓸리는 작은 둑처럼, 힘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었다.

한편, 안 기자는 요새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이 모든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 저, 저건! 좀비 떼가 몰려옵니다! 시커멓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안 기자 역시 예측 밖의 상황 앞에 당황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못 막습니다! 이건 못 막습니다! 그야말로 전멸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원 오고 계시는 분들이 이 방송을 보고 계신다면, 부디 조금만 더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요새가 곧 무너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예측 밖의 상황이 한 번 더 벌어졌다.

“······어라?”

몬스터 군단의 후방으로 다가온 좀비 떼가······ 오히려 몬스터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게 또 무슨······.“

몬스터 군단 역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듯,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나갔다. 뒤늦게 저항을 시작했지만, 이미 목전까지 들어온 좀비 떼는 쉽게 막아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둑이 터진 것처럼, 몬스터 군단 안으로 좀비 떼가 파고 들어갔다. 군단은 균형을 잃고 붕괴하기 시작했다.

안 기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조, 좀비가 몬스터들을 공격······ 설 마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수 없었다만,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

어디선가 네크로맨서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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