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46) 수원, 신화 퀘스트 - 3
용인족(龍人族)이라니? 생각보다 엄청난 게 등장했다.
‘말 그대로 용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이라는 소리다.’
웨어 울프, 웨어 베어 등 수인들이 모태가 되는 짐승의 외형과 육체적인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면, 용인족은 드래곤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다른 것도 아닌 드래곤 말이다.
‘와이번만 하더라도 한국 서버의 지배자였다. 그런데 드래곤이라니······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은 존재잖아.’
하지만 드래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할 정도였다. 흔히 말하는 최종 보스급, 판타지 내의 드래곤의 위상은 그 정도였다.
성우는 민석이 들고 다니는 ‘주인 잃은 검’의 자격 증명시간을 확인했다.
- 자격 증명까지 남은 시간 : 1,001일
이제 위 시간만 지나면 ‘정체불명의 알’이 부화하게 된다. 무려 5,000일에서 시작했으니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시간을 단축한 것이었다.
’이 속도라면 곧 부화한다.’
최근에 상대한 보스 몬스터를 기준으로 볼 때, 2마리 정도만 더 잡으면 남은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급할 것 없다.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완성될 거다.”
오히려 성급하게 큰 떡을 물려고 하다 보면 모든 걸 잃게 될 수도 있었다.
성우는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나가기 로 했다.
* * *
삐이이!
그날 밤, 그리핀의 울음소리와 함께 강화도의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네크로맨서님! 오랜만이에요!”
혜연과 그리핀 돌풍이가 내려앉았다. 그녀는 하늘에서부터 세계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와! 나, 나무가 엄청 크네요!”
이어서 3대의 헬리콥터 간이 이착륙장으로 날아왔다. 256명의 강화도 플레이어 중 일부가 먼저 도착한 것이었다.
그들의 도착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우와! 어서 와요!”
“모두 환영합니다! 드디어 만나네요.“
양측은 거리낌 없이 어우러져 인사를 나누었다. 오래전부터 함께할 거라는 걸 예상하였는데, 오늘이 바로 그 첫번째 날인 것이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물론입니다!”
이어서 경수가 나서 강화도 플레이어들에게 숙소 안내를 시작했다.
“자자, 다들 일단 짐부터 푸시죠! 저쪽에 보이는 건물이 여러분의 숙소입니다. 아주 넓고 깔끔하게 정리해뒀으니 마음대로 사용하시다가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강화도 플레이어들의 숙소는 미술관 앞, 상가 여러 채를 개조하여 만들어둔 상태였다.
그들은 가족 단위로 흩어져 원하는 방을 하나씩 골랐다. 인원수에 따라 일정한 면적을 정해놓았기에 모두에게 공평한 숙소가 제공되 었다.
“우와! 방마다 침대가 있네? 식기류랑 수건도 다 비치되어 있다.”
“옥상에는 바비큐 그릴도 있어.”
이렇듯,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게 절로 느껴지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배터리 아이템이 다 연결되어 있고 진짜 신경 써 준게 느껴진다.”
“그러게? 인력도 없어서 바쁘다고 하더니 이렇게까지······.”
짐을 푼 뒤에서는 시설 곳곳을 돌아 다니며 지리를 익히고 마을의 플레이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 한호 씨?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우리 마을 멋지죠?”
“최곱니다!”
“이제 진짜 우리 모두의 마을이죠.”
한호는 강화도의 플레이어들과 몇 차례 안면이 있었기에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최강 도적 형!”
그때, 누군가 한호를 불렀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가 한호에게 달려왔다. 녀석은 혜연의 친척 동생인 영인이었다.
“응? 어 너구나!”
“네! 저 이제 6레벨이 됐어요!”
녀석은 레벨부터 자랑했다. 아직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초등학생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꾸준하게 성장해나가는 중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야! 친구 중에서는 네가 제일 높겠다?”
“네! 제가 1등이에요! 형은 랭킹 20위까지 오르셨더라고요? 진짜 멋져요!“
이번 한일전 때 상위 랭커 몇 명이 전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새삼 한호의 랭킹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응? 그런 것도 봤어? 으하하!”
“저도 언젠가 형처럼 랭킹에 오를 거예요. 꼭!”
“이대로만 가면 무조건 가능이지!”
이렇듯, 두 그룹은 이질감 없이 섞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하하 호호 마음 편히 즐길 수는 없는 상황이 었다.
오후 10시가 되었을 무렵, 경수의 목소리가 광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늘이 처음 만난 날이니 작게나마 파티라도 열고 싶지만, 내일 새벽부터 많은 인원이 수송 작전에 힘 써주셔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길 바랍니다.”
내일, 대마도의 전리품 수송을 위해서 40여 명이 부산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며 대전 진화 학회 본진 작업 현장으로도 50명이 파견될 예정이었다.
이들에게는 아직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세계수 진영’을 노리는 월드 퀘스트는 여전히 유효했기에 언제 다시, 누군가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이 었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잡시다.”
“그래요. 미래를 위해서 체력을 아껴야죠.”
이들이 모인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함께 대비하는 것이었다.
* * *
성우는 진화 학회 포로 문제에 대하여 광복 길드에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광복 길드에서 답변이 왔다.
한호가 그 내용을 읽어주었다.
“어, 음······ 그러니까 북한산에 광산 지형이 나타났다고 하네요? 여기서 다양한 광석 아이템이 발굴되는데, 규모가 상당해서 포로를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네요.”
“괜찮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논의 중이라서 다음에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합니다. 영등포에서 탈출할 때는 이 사람들이랑 싸우게 될 줄 알았는데,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행히도 다수의 포로를 처리할 방법이 있었다. 팔달산에 약초 아이템이 자라는 것처럼, 어느 지역에는 특별한 아이템을 채집·채굴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 포로를 투입한다면 감시하고 통제하는 동시에 노동력까지 활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일거양득인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경제력이 중요해지겠어.’
각 서버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개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자본을 보유한 거대 세력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개인의 힘만 믿고 안일하게 있다가는 순식간에 따라 잡힐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성우가 가장 강한 시기인 바로 지금부터 흔히 말하는 ‘스노우 볼링’을 굴려 나가야만 했다.
잠시 후, 다수의 헬리콥터가 도착했다.
“대전에서 물자가 들어옵니다! 운반 준비해주세요!”
진화 학회 본진에 있던 수송기까지 동원하여 상당량의 물자가 한 번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에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지게차들이 임시 이착륙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무 상자로 포장된 전리품을 창고로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중전기 중짜 200개들이 상자, 총 3개입니다.”
“오케이 1번 창고로 이동!”
미리 마련된 창고에 엄청난 양의 아이템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충전기나 무전기와 같이 완성품 형태의 기타 아이템은 물론이거니와 온갖 재료 아이템들이 10개의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운반 행렬은 항구의 물류 창고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건 뭐야? 뭔데 이렇게 포장이 복잡하게 되어 있어?”
“조심하세요! 그거 심연의 호흡입니다!”
“뭐! 와, 씨! 큰일 날 뻔했네!”
온갖 실험이 자행되던 연구소를 털어온 만큼 취급에 주의가 필요한 물건도 다수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장 절대로 못 뜯게 해!”
“포장 뜯지 말랍니 다! 내용물 확인하지 마세요! 어? 거기! 포장 뜯지 말라고요!”
경수와 총무부 직원들은 그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상황을 통제했다.
“지금 창고가 꽉 차서 임시로 보관할 만한 장소를 물색 중이니까 창고 앞에 잘 쌓을 수 있게 통제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경수의 말에 총무부 직원들은 무전기를 주고받으며 전달 사항을 전파했다.
“자, 지금부터 들어오는 물건 10번 창고 앞에 임시로 쌓을 겁니다! 통제 따라주세요!”
“어디요? 7번?”
“아뇨! 10번으로!”
이처럼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만, 생활·제조 분야의 플레이어들은 그 작업 현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야, 방금 그거 봤어? 오우거 두개골 같은데? 이마에 낙인 표시가 있는 걸 보이니까 오우거 메이지다.”
“어디? 오! 대박이다. 저번에 만들었던 그 뼈 투구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고! 이번에는 제대로 인첸트 해서 마법 데미지 증폭 효과도 박아보고! 크, 기대된다.”
두 대장장이는 물밀 듯 밀려오는 재료를 살피며 수다를 떨어댔다. 그들은 대장장이 일에 상당히 몰입해 있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이번에 세계수가 ‘성숙 1단계’로 성장하면 축복 버프가 향상되었다.
- 일대에 ‘신목의 풍요(2단계)’가 부여됩니다.
* 아이템 제작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60%)
* 아이템 제작 시 추가 옵션이 부여될 확률이 상승합니다. (+20%)
* 아이템 제작 비용이 감소합니다. (+30%)
* 근처에서 희귀한 재료가 발견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10%)
이에 따라 제작 욕구가 한창 끓어오르는 중이었다. 손만 댔다 하면 제작 성공에 그럴듯한 옵션이 부여되었으니 일하는 맛이 쏠쏠했다.
“총각들!”
그때, 두 대장장이 사이로 한호의 어머니, 미희가 불쑥 들어왔다.
“남은 뼈 있으면 다 쓸어가지 말고 우리한테도 좀 넘겨. 맛있는 사골 끓여 줄게.”
그녀는 조리장으로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여 구성원들의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버프 효과까지 챙겨주고 있었다.
“······에, 에이, 조리장님! 오우거 사골이라뇨! 저는 그거 못 먹겠어요. 솔직히 너무 끔찍합니다.”
“왜? 나는 감칠맛 있던데? 근력 수치 버프도 있어서 망치질에 힘도 나고? 네가 아직 먹을 줄 모르네.”
“그, 그래? 그럼 너 내 것까지 두 그릇 먹어.”
몬스터 식재료는 아직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응? 이놈이 반찬 투정을 해? 아주 배불렀어? 어젯밤에 너희가 먹은 건 레드 오크 머리 고기 국밥이었어. 그땐 밥까지 말아서 아주 잘 먹더니만?”
“······뭐, 뭐라고요?”
“그, 그건 저도 좀······ 욱!”
한편, 강화도 플레이어들 역시 각자의 분야로 흩어져 새로운 일을 배워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남다른 능력을 지닌 이들도 속속히 등장하여 마을의 급격한 발전에 일조했다. 대표적으로 강화도 그룹의 리더인 무연이 있었다.
“네크로맨서님, 제 직업이 마을의 요새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직업이죠?”
“하이 아키텍트 (high-architect)입니다. 건축 분야의 4성 직업입니다.”
아키텍트(architect)란 쉽게 말해 건축가였다. 그런데 앞에 접두사로 붙은 ’하이 (high)’가 중요했다. 같은 분야일지라도 등급이 높으면 보다 강력한 스킬을 얻게 된다.
4성짜리 건축 분야 직업이라면, 분명 마을의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었다.
“음, 요새 같은 걸 지을 수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거의 사용 못 했습니다. 상당한 골드가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서요.”
무연이 그렇게 말하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마을에 온 이후 어젯밤에 잠깐 설계해본 겁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성우는 그 종이를 받아들었다.
- ‘설계도(성벽 초안)’에 접촉하셨습니다.
그러자 예언석에 접촉한 것처럼, 눈 앞에 영상 같은 게 떠올랐다.
- ‘성벽 초안’의 조감도를 열람합니다.
세계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원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드높은 성벽이 세계수와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설명대로 조감도였다. 설계도의 건축물이 완성될 경우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는 거였다.
다만, 이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성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B등급 성벽(상세정보)]
- 높이 : 15m
- 너비 : 3m
- 재질 : 일반 암석, 마법 광물 등
- 효과 : 마법 보호막(5,000), 사수 계열 공격력 상승(+10%)
- 비용 : 3m2 당 30,000골드 (재료비 제외)
단순히 시각적으로 비교할 때, 근처에 있는 수원 화성의 성벽보다 훨씬 높고 견고해 보였으며 실전에서의 기능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곳곳에 ‘마법 포탑’까지 존재 했다.
[B등급 마법 포탑(상세정보)]
- 높이 : 17m
- 너비 : 4m
- 재질 : 마나 스톤, 마법 광석, 파이어 코어 등
- 효과 : 마법 보호막(6,000), 마법사 계열 공격력 상승(20%), 자체 공격 능력(4연발 화염 포탑)
- 비용 : 1채 당 250,000골드
성우가 그 근처로 다가가니 사용 장면이 저절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성벽 근처로 20마리의 오크 무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탑에 달린 포구가 기울어지며 놈들의 머리맡을 노렸다.
구-웅!
폭음과 함께 4발의 화염 구체를 토해냈다. 그것들은 오크 무리의 중심에 내리꽂혔다.
퍼-엉-
끝이었다. 묵직한 폭발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팽창하여 주변을 뒤덮었다. 20마리의 오크는 단숨에 통구이가 되어버렸다. 놈들이 밟고 있던 아스팔트 바닥이 끓어오르며 열기를 내뿜었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면 대박이다.’
심지어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꽤 강력한 화염과 빙결 마법을 쏠 수 있는 장치로 보였다.
마을은 오랫동안 수성전에 대비해왔지만, 결계를 성벽 삼아 건물 사이를 틀어막는 정도에 그쳤었다. 건축 능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물보다 튼튼한 걸 넘어, 온갖 버프가 담긴 성벽을 쌓아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최고입니다.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진행하죠.”
“그게, 공사 재료는 어느 정도 확보된 것 같은데 예상 비용이 1억 5천 골드입니다. 수작업으로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자동 건축 명령을 이용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필요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충분합니다.
현재 성우가 보유하고 있는 것만 599,884,855골드였다. 수도권 쟁탈전 당시 ‘베팅’으로 엄청난 금액을 쓸어 담았으며 그 이후에도 연달아 전투에서 승리하여 적지 않은 골드를 벌었다.
하물며 ‘맹세의 금고’에 보관된 금액마저도 1억 골드가 넘었다. 여기에 전리품이 도착한다면 세계수 진영의 자산이 얼마가 될지 당장은 계산할 수 없었다만, 1억 5천 골드 정도야 쉽게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럼 조금 더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만약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이 더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추가 해주세요. 아, 그런데 이 문제는 저 말고 경수 씨와 상의하시는 게 더 편할 겁니다.”
“그렇게 하죠.”
마을 내정에 관해서는 성우보다 경수가 밝았다. 믿을만한 사람이 여럿 있으니 성우는 최종 승인만 내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온종일 마을을 정비해나가고 있을 때, 예정에 없던 헬리콥터 한 대가 마을 상공에 나타났다.
두두두두!
“응? 지금 시간에 들어올 물자가 있던가?”
“아닌데요? 2시간 이후에나 도착할 텐데?”
“······그럼 저 헬리콥터는 뭐야?”
의문의 헬리콥터는 간이 이착륙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린 건, 지수였다.
“성우씨!”
그녀는 착륙과 동시에 성우를 찾았다. 진화 학회 본진을 지키고 있어야 할 그녀가 이곳에 나타났다면, 분명 위급한 일이었다.
“지수씨, 무슨일이라도?”
성우는 지수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리고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대산맥의 왕이 성우를 씨를 찾아요!“
“······예?”
황당한 소리였다.
대산맥의 왕, 태백산맥을 지배하는 몬스터의 왕이자 투쟁 길드를 몰아낼 정도로 강력한 세력의 군주였다. 또한, 지수에게 각성 퀘스트를 준 장본이기도 했다.
그런 존재가 성우를 찾는다고? 그럴 이유가 있던가? 성우와는 접점이 없는 존재였다.
“저와 연락할 방법이 있었는데, 방금 연락이 왔어요. 성우 씨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급한 일이라고 하는데······.“
“급한 일이 뭐죠? 지수 씨도 뭔가 아니까 이렇게 날아온 것 같은데.”
지수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 씨, 예전에 봤던 예언석 기억나세요? 군인들한테 얻었던 첫 번째 예언석이요.”
첫 번째 예언석이라면 일명 ‘시즌2 지옥의 도래’를 예고했던 내용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성우의 각성 기회를 준 물건이기도 했다.
“알죠. 새해 첫날에 리치가 탄생해서 한반도를 언데드 군단으로 뒤덮는 그런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미 제가 먼저 리치가 돼서 그 사건을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 그게 이미 일어났어요.”
“······예?”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어떤 히든 요소로 먼저 발생한 것 같은데, 그게······.“
그녀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북한 서버에서 일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모양이에요.”
“북한 서버에 리치가 나타났다는 말인가요?”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그런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만, 네크로맨서가 필요한 이유는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