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29화 (129/244)

# 129

45) 대전, 진화 학회의 본진 - 3

푸쉬이―

가장 안쪽 벽면, 6개의 배기구에서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엔진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듯, 가스 분출 주기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천장과 벽면에 달린 기계들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우우우우―

이 공동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계였다.

유 박사의 몸이 케이블에 이끌리며 점점 치솟았다. 이내 가장 높은 곳, 천장에 이르렀다.

위이잉―

천장에서 사각형의 캡슐이 튀어나왔다. 유 박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캡슐 주변으로 백색의 문양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우는 그게 뭔지 대번에 알아봤다.

‘신성 마법이다.’

문양의 숫자가 무려 22개였다. 자신을 직접 공격할 수 없게 신성 마법이 걸린 장치 안으로 몸을 숨긴 것이었다.

텅!

또한, 성우와 민석이 걸어 들어온, 복도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저절로 닫혔다. 그리고 그곳에조차 신성 마법이 덕지덕지 발렸다.

“이제 나갈 수 없다.”

머리 위에서 유 박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벽에 달린 스피커가 그의 목소리를 공동 전체로 흩뿌려댔다.

“네크로맨서, 너에게 언데드가 있다면 나에게는 인형이 있다. 자, 어디 한번 병정놀이를 해보자.”

인형, 그건 크레인에 매달린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말인 듯했다.

멀쩡한 사람들을 죽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걸어놓고 그걸 인형이라고 부르다니······ 확실히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명에 어울리는 짓거리였다.

그때, 마치 인형 취급받는 플레이어들이 호소하듯, 성우의 눈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전용 퀘스트]

- 제목 : 안식을 위하여

- 유형 : 구출

- 목표 : 죽지 못하는 자들에게 죽음으로 제공하라

- 보상 : 전용 스킬

당신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악인의 마수에 빠져, 죽지도 못한 채, 영원한 고통을 받는 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비록 절규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모든 걸 느끼고 있다.

죽음은 누구의 권리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비극의 유일한 탈출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그들에게 탈출구를, 안식처를 선물할 수 있다.

* 모든 ‘죽지 못하는 자’에게 안식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총 240명)

*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죽했으면 이런 퀘스트가 나올까 싶었다. 그 사이에도 유 박사는 상반신밖에 없는 플레이어들을 줄에 매단 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위잉―철컥―위이이이―

12개의 크레인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각기 다른 위치를 선정했다.

전방에는 창과 방패를 쥔 전사들이, 중단에는 활과 석궁을 든 사수들이, 후방에는 프리스트나 마법사들이 위치한 것이었다.

그 광경이 기괴할 따름이지 일반적인 전투 대형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망할, 진짜 못 봐주겠군요. 저것들이 한 번에 마법을 쓰면 확실히 치명적일 겁니다. 특히 후방, 프리스트들의 수준이 높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아저씨도 조심하세요.”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죽음’과 상극의 속성을 지닌 ‘신성 마법’을 연달아 맞는 건 경계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크레인에 매달린 게 총 240명이다.’

성우가 지금까지 상대해본 플레이어 부대를 생각해본다면 사실 240명쯤이야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건 일반적인 240명이 아니다.’

유 박사가 다루는 ‘인형’들은 뭔가 달랐다. 놈 역시 이 자리를 최후의 전투라고 여기고 있는 만큼, 아마 모든 재원을 동원했을 것이었다.

‘중단에 있는 사수 중에서 은색 화살촉을 가진 놈들이 다수 보인다.’

이미 몇 번 경험해본바, 그건 언데드를 재생 불가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무기였다.

물론 제작이 상당히 어려운 만큼, 모든 병력이 그걸로 무장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만,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인 건 분명했다.

“저격을, 특히 은색 화살을 조심하세요.”

“아, 뭔지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물며 단 한 명의 의지를 통해서 움직이는 군대는 그 무엇보다 효율적이었다.

감정이 없기에 사사로이 지체될 일 없이, 마치 프로그램처럼 움직일 수 있다. 그건 그 누구보다 성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도 준비하죠.”

성우 역시 총력전을 준비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그림자 군단’이 일어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성우의 등 뒤에서 검은 연기가 터져 나오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 속에서 죽지 않은 군단이 걸어 나와, 성우의 등 뒤에 늘어섰다. 하물며 이제는 그 군단을 2배로 불릴 수 있었다.

츠츠츠츠츠―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사정없이 꿈틀거리더니, 몸을 일으키며 실체화되었다. 그것들이 언데드 사이의 빈틈을 채워나가자 비로소 네크로맨서의 총력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지.”

성우는 이어서, 얼마 전에 새로 얻은 스킬을 준비했다.

[스킬 정보]

- 이름 : 죽음의 마법사 임명

- 등급 : 기초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50

스켈레톤을 일으킬 때 ‘마법적 재능’을 부여하여 ‘스켈레톤 메이지’로 만듭니다. (최대 5마리)

스켈레톤 메이지는 다수의 공격 마법 및 저주 계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스킬 등급 향상 시 더욱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게 됩니다.

* 스켈레톤 메이지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죽음의 사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스켈레톤 메이지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리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던 ‘마법사 계열’의 권속을 보충해줄 스킬이었다. 이걸 토대로 성우의 전술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이었다.

성우는 곧장 ‘웨어 울프 스켈레톤’ 한 마리에게 해당 스킬을 사용했다.

- ‘죽음의 마법사’를 임명합니다.

* 대상의 지능이 미약하여 ‘기초 등급’의 스킬이 부여됩니다. (등급 향상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녀석의 손아귀에서 녹색 빛이 감돌았다. 한순간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시스템 메시지 중에서 다소 거슬리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지능? 등급 향상이 희박하다고?’

스켈레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그 수준이 미약한 건 쉽게 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마법은 특히나 수준에 따른 화력 차이가 크다. 지능이 마법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면······.’

성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옆에 서 있던 민석을 ‘죽음의 마법사’로 임명해보았다.

- ‘죽음의 마법사’를 임명합니다.

* 대상의 지능이 뛰어나 ‘전문 등급’의 스킬이 부여됩니다. (등급 향상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역시나 훨씬 높은 등급의 스킬이 부여됐다.

“응? 갑자기······ 마법 스킬이 여러 개가 생겼습니다?”

민석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엄연히 기사 계열의 직업군이었는데, 난데없이 몇 개의 마법을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기존 직업 카드(데스나이트)와 연계되어 새로운 스킬이 부여됩니다.

[스킬 정보]

- 이름 : 흑마검(黑魔劍)

- 등급 : 전문

- 분류 : 패시브

- 소모 : 없음

무기에 마나를 주입하여 ‘강화’합니다. (+110%) 또한 피격된 적에게 ‘혼란’ 저주를 부여합니다. 스킬 등급이 향상될 때마다 ‘강화 효과’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기사 직업군에 마법사 직업군이 더해지면서 ‘마검사’ 같은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오, 방금도 괜찮은 게 또 하나 생겼습니다!”

“마법은 처음 써보시겠지만, 잘 익혀서 활용해주세요.”

민석은 방패와 대검을 들어 올리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알겠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공부 좀 했습니다.”

그렇게 전투 준비가 끝났다.

성우와 민석은 무기를 고쳐 쥐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유 박사 역시 캡슐 안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하지만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회전(會戰) 같았다. 거대한 전장에서 마주 본 채, 전열을 정비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가 절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의 틈이라도 내주는 순간, 상대에게 리듬이 넘어가는 순간, 단숨에 패배할 수도 있다.

후우우우―

고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선가 스며들어온 바람 한 점이 공동 안을 떠돌았다. 바람은 스케렐톤의 뼈 사이를 오가며 을씨년스러운 울음소리를 자아냈다.

“······우리가 먼저 칠까요?”

“음, 잠시······.”

그런데, 첫 번째 물꼬는 예상 밖에서 터졌다.

쩌―엉!

성우의 등 뒤, 신성 마법으로 봉인된 출입구에서 굉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뭐야?”

유 박사 역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 듯했다.

쩌―엉! 쩌―엉!

무언가 철문을 강타하고 있었다. 작지 않은 충격에 문 주변 벽이 흔들렸다. 신성 마법으로 봉인되지 않았더라면 진작 뚫렸을 것이었다.

쾅!

이내 문이 뜯겨 나갔다. 그리고 복도의 LED 불빛을 뒤로하고, 그림자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아, 지수 씨.”

그건 지수였다. 그녀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더니 성우를 향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이면 뭐라도 보내서 연락 좀 해주시지······.”

“아, 문을 잠겨서 못 들어오실 줄 알았습니다.”

성우는 접근할 수 없는 ‘신성 마법’이 발려 있었지만, 듀라한을 가둔 사슬처럼 강력한 수준은 아니었는지, 지수가 무력으로 뚫어내 버린 것이었다.

물론 유 박사에게는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만,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래······ 괜찮은 육체가 하나 더 들어왔군? 너는 인형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세워주마.”

그 말을 끝으로 놈이 먼저 움직였다. 중단의 크레인, 사수 인형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쉬쉬쉬―쉭!

“공격!”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성우는 뼈 방패를 들어 올리며 군단은 전진시켰다. 수백 마리의 병력이 성우를 지나쳐 앞으로 밀고 나갔다.

“지수 씨, 몇 명이 은색 화살을 쏩니다! 그걸 신경 써주세요!”

은색 화살을 무효화시킬 방법은 사실상 단 하나, 지수가 알아보고 쳐내는 것뿐이었다.

“예의주시할게요!”

덜그럭! 덜그럭!

트롤 스켈레톤을 중심으로 한 거구들이 맹렬하게 돌격했다. 최대한 사정거리를 좁힌 뒤, 새총을 당기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묵직한 탄환들이 날아들었지만, 뒷줄에 있던 프리스트들이 합장하자 모든 크레인에 보호막이 덧씌워졌다.

궁! 궁! 구―궁!

새총 탄환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젠장! 역시 프리스트들이 문제입니다!”

민석이 화살을 쳐내며 새로 배운 마법을 사용했다. 그의 방패에서 흑색 화살이 발사되어 프리스트들을 향해 날아갔다. 적중과 동시에 강력한 저주를 부여하는 공격 마법이었다.

“제발 한 번만 맞아라!”

하지만 중간도 가지 못하고 허공에서 막히고 말았다.

“젠장!”

민석의 푸념대로 후방에 있는 50명의 프리스트가 너무나 막강했다.

평균 레벨도 높았으며, 그룹별로 나뉘어 차례로 방어 마법을 전개하는 터에 도저히 틈이 나지 않았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성우 씨! 2시 방향이요!”

2시 방향, 마법사로 이루어진 크레인이 빠르게 이동하며 전방으로 튀어나왔다. 마법사들의 머리 위에서 ‘모래시계’ 표시가 떠올라 있었다. 무려 20명이 힘을 합쳐 대규모 공격 마법을 준비 중인 것이었다.

그 주변에 전사로 이루어진 크레인이 2대나 배치되어 ‘본 와이번’의 접근을 차단했다.

결국, 마법이 완성되었다.

“피해요!”

콰과과과과!

엄청난 크기의 불기둥이 내리꽂히며 지상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수십 마리의 언데드가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인 마법사 크레인은, 다시금 후방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마치 팔이 십여 개 달린 거대한 불상을 상대하는 것만 같았다.

‘이 상태로는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크레인이 상당히 높은 곳에 떠 있는 탓에 지상의 병력이 활약하지 못하고 있었다.

꺼―윽! 꺼―윽!

구울과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이 외벽을 타고 크레인을 향해 기어올랐지만, 화염 마법이 한 번 작렬할 때마다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도저히 크레인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하물며 본 와이번 무리 역시 사수들의 집중 사격 때문에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종종 몇 마리가 어떻게든 깊숙이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크레인에 덮어 쓰인 보호막을 뜯어내는 사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허망하게 추락하고 말았다.

수없이 다시 살아날 수 있지만, 역시나 똑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될 뿐이었다.

‘조금 더 단단한 게 필요하다.’

성우는 ‘뼈 이무기’를 움직였다.

구구구구!

본 와이번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편이었으니, 몸을 일으켜서 크레인을 덮친다면, 뼈 이무기의 몸이 박살 나기 전에 방어막을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뼈 이무기가 크레인을 덮칠 때, 녀석의 몸을 계단 삼아서 지상 병력을 올려보낸다.’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방어막이 꺼지는 순간, 크레인에 언데드 몇 마리만 올라탈 수 있다면 크레인 한 대를 통째로 박살 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11시 방향이요!”

지수가 소리쳤다. 이번에는 또 다른 마법사 크레인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대규모 빙결 마법, 목표는 뼈 이무기였다. 녀석의 머리를 향해 눈보라가 몰아쳤다.

쩌저저저저―

뼈 이무기가 통째로 얼어붙으며 멈춰 섰다. 뒤이어 전격 마법이 연달아 날아들었고, 방어 능력을 상실한 뼈 이무기는 산산이 조각났다. 그 파편이 언데드 군단 위로 쏟아지며 2차 피해가 이어졌다.

‘놈이 나보다 한 수 앞서고 있다.’

유 박사가 천장에서 내려다보며 모든 걸 간파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콰과과과과!

다시 한번 대규모 화염 마법이 작렬했다. 활동 가능한 절반 이상의 언데드가 짓이겨졌다.

“놈들의 화력이 너무 셉니다! 다가갈 수가 없어요!”

화력, 방어력 할 것 없이 너무나 치밀했다. 이대로라면 신나게 두들겨 맞다가 1시간이 지나고 말 것이었다.

유 박사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전사들이 매달려 있는 크레인을 지상으로 내렸다.

위이이이이―

그러자 상반신밖에 없는 전사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창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크레인이 움직이며 마치 콤바인처럼, 언데드 군단을 볏단 넘기듯 휩쓸고 지나갔다.

“젠장, 저것들은 마나도 안 떨어지나? 계속 대치하다가 마나 떨어지면 그 틈을 노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민석이 일리 있는 작전을 제시했지만, 지수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불가능해요! 호스를 통해 물약을 공급하고 있어요!”

플레이어들의 뇌와 척추에는 온갖 전선을 달려 있었는데, 그중에서는 고무 재질의 관이 하나 있었다. 마나가 부족할 때마다 마나 물약이 강제 투여되는 구조였다.

놈들의 마나 물약이 떨어지기 전에 성우의 스킬 지속 시간이 끝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아, 은색 화살!”

지수가 은색 화살을 포착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쳐내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쩌저저저―

작은 크기의 촉이었음에도, 본 와이번의 머리통을 반으로 쪼개어버렸다. 녀석의 몸은 그대로 산산 조각나며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유 박사는 그런 식으로 은색 화살을 낭비하지 않고, 결정적인 틈을 노리며 한 마리씩 갉아먹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성우의 전력이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면 공격으로는 안 된다. 생각해보자.’

성우는 멀찍이 물러서서 전장을 훑어보았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는 건 승산이 없었다.

‘이 모든 장치를 움직이는 핵심이 있다.’

구조상, 유 박사의 의지에 따라 저 수많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전기 자극’을 전달하여 움직임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는 건, 둘 사이를 연결해줄 어떤 연결 장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저 단단한 신성 마법에 둘러싸인 유 박사가 뇌라면 이 괴상한 기계 장치 전반을 움직이는 엔진, 심장이 있다.’

주변을 살피던 성우의 눈에 가장 안쪽 벽이 들어왔다. 그곳에는 배기구 같은 게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벽 너머에 엔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엔진을 끌 수 있다면?’

모든 기계 장치가 멈출 것이었다.

성우는 그곳으로 스펙터를 보냈다. 녀석들은 벽을 통과하여 들어가, 벽 너머의 시야를 성우에게 전해주었다.

‘역시나 엔진 룸이다.’

독립된 6개의 방에서 6개의 기계 장치가 돌아가고 있었다. 크레인과 플레이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원이 분명했다.

‘이걸 어떻게 부수지?’

공동과 엔진 룸 사이의 벽은 너무나 두꺼웠다. 악령 폭격을 날리더라도 파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엔진 룸 안에는 불빛이 하나도 없기에 이동할만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있긴 했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6개의 배기구였다.

‘저기로는 절대 못 들어 간다.’

하지만 너무나 작은 좁은 탓에 성인 남성은 절대로 통과할 수 없었다. 애초에 무언가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작은 아이라면 모를까······.”

성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뜩 옆을 내려다보았다.

딱딱―

성우의 권속은 대부분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아주 작디작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아? 널 남겨두길 잘했다.”

딱딱?

언데드 군단의 왕고가 활약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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