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21화 (121/244)

# 121

43) 부산 대첩 - 1

공식 채널을 통해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전쟁 무비’에서 ‘슬래셔(slasher) 무비’로의 장르 전환을 목격했다.

조금씩 축소되는 제한된 장소와 절대 죽지 않는 괴물들, 그리고 자비란 없는 악마 같은 존재까지······.

“으아아아!”

“사, 살려줘! 컥!”

희생자들이 비명까지 더해지며 섬뜩한 풍경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일본군에게는 더는 전략이랄게 없었다. 모든 게 무너진 가운데 할 수 있는 건, 전면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하는 게 전부였다.

- 60초 후 전투 구역이 축소됩니다. (-500m²)

남은 장면은 그저, 점점 좁아지는 붉은 돔 안을 울리는 뼈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침략자들이 후회하며 죽어가는 과정뿐이었다.

그리고 패잔병들이 도륙되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림리퍼 소환’과 ‘아누비스의 권능’이 끝나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북쪽 방면, 모두 추격해서 사살했습니다.”

“서쪽도 클리어입니다.”

전 세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땅을 밟은 2천 명가량의 선봉대가 전멸했다. 그것도 불과 4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사실상 단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말이다.

······그러나 단 한 명, 일본군의 지휘관인 검성, 오카타 아키라만은 분명히 달랐다.

‘괴물이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놈은 ‘악령 폭격’을 맞고도 멀쩡히 살아남았다. 그것부터 정상 범주를 벗어났건만, 지금은 끝없이 몰려드는 언데드에 맞서, 남은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챙! 챙! 콰―직!

방금도 수십 발의 화살을 쳐내며 도약해, 트롤 스켈레톤의 허벅지를 밟고 갈비뼈를 움켜쥔 뒤, 수직으로 튀어 오르며 단숨에 경추를 절단하더니, 뒤이어 달려드는 구울 두 마리의 머리를 공중에서 도려냈다.

그게 단 몇 초 만에 일어난 장면이었다. 그리고 몇십 분째 반복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 그림리퍼 유지시간 (00:14:29)

- 아누비스 유지시간 (00:14:30)

‘아무래도 마무리하지 못하겠군.’

성우는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수많은 언데드를 쏟아부었지만, 놈은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어내고 거리를 벌려 도망쳤다.

성우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오히려 저런 괴물 같은 실력자에게 접근했다가는 어느 틈에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지수를 봐왔기에 알 수 있었다. 칼과 감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들은 기묘한 한 방을 품고 있었다.

‘역시 위험하다.’

성우는 결국, 각성과 신격의 유지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아누비스 상태를 해제한 뒤 언데드 병력을 물렸고, 그렇게 한동안 지루한 대치만이 이어졌다.

“선배, 저놈 놔둬도 되는 거예요? 약간 지친 것 같은데 빨리 끝내는 게······.”

“어차피 우리가 이겼으니까 괜찮아.”

일본군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멸했다. 승리는 이미 한국 서버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 한국 서버 ‘전면전’ 승리!

- 한국 서버에 ‘승리 버프’가 부여됩니다!

* 1시간 동안 방어력 상승 (+30%)

그렇게 전면전은 마무리되었다.

-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자유 전투’가 시작됩니다.

“적들이 전멸했으니까 끝난 거겠죠?”

“그렇겠지? 후······.”

한국 서버 측, 화랑 길드의 생존자들은 안도했다. 모든 걸 포기한 시점에 예상하지 못한 지원군이 도착하여 그들의 목숨을 구해낸 것이다.

“더 싸울 사람이라고는 저기 저 미친 칼잡이 한 놈 빼고는 없으니, 우리가 이긴 셈이지······.”

“정말 다행이다. 네크로맨서가 올 줄은······ 와도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진짜,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우리도 세계수 진영으로 붙어야 할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니에요! 모두 방송 좀 보세요!”

공식 채널의 방송용 드론은 여전히 부산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건, 아직 이벤트가 끝날 시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 방송 화면에는 부산 앞바다가 비치고 있었다.

“저, 저건······.”

정확히는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수십 척의 배였다.

“배가 대체 몇 척이야!”

“전부 일본 배야?”

일본의 후속 병력이 해상을 통하여 도착한 것이다. 해안 포대가 무력화되었으니 그들이 한국 땅을 밟는 걸 막을 방법은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성우에게 모였다. 이번에도 역시 모든 게 그에게 달렸다.

하지만 성우마저도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아누비스 상태를 사용할 수 있는 건 고작 14분······ 더 싸우는 건 무리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1시간 안에 적들을 굴복시켰었다. 하지만 대규모 병력이 연달아 들이닥치니 성우의 엔진에도 무리가 왔다.

‘제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압도적인 열세다.’

성우가 데려온 세계수 진영의 병력은 딱 30명이었으며 화랑 길드의 전투 가능 병력을 포함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태로 여기서 더 버티다가는 14분이 지나고 ‘각성’과 ‘신격’이 종료된 이후, 탈출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러면 부산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남은 시간은 자유 전투 1시간뿐이었다. 그 이후에는 분명, 1대1 대결이든 뭐든, 일본 측에서 ‘전투 모드’를 선택하여 발목을 붙잡을 것이었다.

“······저, 네크로맨서님?”

화랑 길드의 간부들이 성우를 찾아왔다.

“현재 한국 서버 측 대표는 네크로맨서님이십니다. 저희도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뭐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들은 결의에 차 있었지만, 성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외였다.

“부산을 버려야 될 것 같습니다. 북쪽으로 후퇴할 준비를 하고 퇴로를 안내해주세요.”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네? 후퇴라고요?”

“맞습니다. 서둘러주세요.”

화랑 길드의 생존자는 1천 명이 넘었지만, 대부분 심연의 호흡을 들이마신 상태이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물며 성우가 전멸시킨 일본군 선봉대가 2천 명이 넘었다. 그렇다면 후속 병력, 본대의 규모는 적어도 그의 배는 될 거라는 소리였다.

‘지원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근방에는 성우의 세력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서 시간을 벌고 24시간 이후에 다시 한 방 먹으면 될 거다.’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후퇴 준비를 서둘렀다. 공성 병기를 정리하여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숨길 수 없는 불안한 기류가 한국 서버 측에 감돌았다.

“어서 움직여! 놈들이 이미 우리 땅에 상륙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데리고 가야 할지가······.”

그때였다.

“네크로맨서님! 남쪽 하늘에서 뭔가 날아옵니다!”

성우는 경계병의 목소리를 따라 남쪽을 바라보았다.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에 무언가 잔뜩 걸려 있었다.

“저건······.”

그건 연이었다. 수백 개의 대형 연이 바닷바람을 탄 채,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연의 아래에는 닌자들이 타고 있었다.

“공습이다!”

“북쪽에서 수, 수인들의 움직임까지 포착됐습니다!”

잊고 있던 ‘진화 학회’의 병력까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교적 소수이지만 ‘심연의 호흡’을 살포하여 길목을 막아버릴 수도 있었다.

“선배 어쩌죠?”

“후퇴는 어렵겠어.”

“그, 그렇죠?”

“······.”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 새삼 완전한 난관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굴의 문을 열어?’

놈들의 본대로 접근하여 ‘마굴의 문’을 연다면, 이쪽은 신경 쓸 틈도 없이 마굴과 치고받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인 동시에 공멸의 수였다. 성우와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부상자가 다수 존재하는 화랑 길드의 생존자들은 전멸할 것이었다.

“일단 다시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일단 어떻게든 버텨봐야 했다.

***

대학 건물의 옥상에서 화살과 마법이 연이어 쏘아졌다. 어느새 어두침침해진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고 형형색색의 마법이 작렬하며, 캠퍼스를 음침한 색으로 물들였다.

펑! 펑! 쿵!

일본의 닌자 부대는 캠퍼스 근처에 착륙하여 지상을 통해 접근 중이었다. 놈들은 폭약통이 달린 화살을 쏘고 심지어 폭탄을 매단 비둘기를 날리며, 자신들이 접근할 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다섯 명이 온다!”

난간을 넘어 닌자 5명이 급습했다. 놈들의 접근을 허용했다가는 한 부대 이상의 사수들이 휩쓸려버릴 정도였다.

“어딜!”

하지만 녹색 안광을 품고 있는 해골 기사, 민석이 세계수 진영 사수들의 등을 지키고 있었다.

“못 넘어간다!”

그는 옥상의 우레탄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달려가 선두의 닌자를 방패로 들이받았다.

엄청난 탄성으로 쏘아졌기에 제아무리 닌자라고 해도 피해낼 재간이 없었다. 놈의 트럭이 치인 것처럼, 난간 밖으로 튕겨 나갔다.

촤악!

그와 동시에 대검을 휘둘러 두 번째 닌자의 가슴팍을 베었다.

뒤쫓아오던 닌자들이 좌우로 퍼지며 민석을 무시하고 지나쳐가려고 했지만······.

촤르르!

검은 사슬이 촉수처럼 뻗어 나가 놈들의 팔다리에 엉켰다. 그리고 민석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채, 낚싯줄에 걸린 붕어처럼 끌려와 비참하게 죽었다.

“절대로, 절대로 못 넘어간다!”

데스나이트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등 뒤의 누군가를 지키며 살아온 그였다. 절대로 자신의 어깨를 넘어, 등 뒤로 빠져나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더 올라온다!”

그 목소리를 들은 민석이 검은 사슬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꼬마야!”

딱딱―

어디선가 오른이가 나타났다. 민석은 오른이의 몸을 사슬을 휘감은 뒤, 오른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마치 줄에 묶여 있던 팽이가 튕겨 나가듯, 오른이의 몸이 닌자 무리를 향해 쏘아졌다.

붕―부―웅! 촤아아―아!

그 상태로 3명의 닌자를 베고 지나갔다.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회전이 멈추는 순간, 칼을 내던져, 다른 플레이어의 등을 노리던 닌자를 맞추기까지 했다.

“컥!”

녀석의 손에는 어느새 ‘핸드 캐논’이 들려 있었다. 녀석은 바닥에 착지하며 공중으로 치솟은 2명의 닌자를 겨누었다.

콰―앙!

산탄이 뿜어지며 닌자 2명이 허망하게 떨어졌다.

“꼬마야 잘했어!”

민석과 오른이에 더불어 6개의 단검을 내던지는 한호까지 더해지니, 닌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버티고 있었지만, 다른 쪽 상황은 좋지 않았다.

“1시 방향, 갈색 건물의 수비 병력이 전멸한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 닌자들이 넘어옵니다!”

“우리 건물 1층도 뚫린 것 같습니다!”

성우는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여 ‘각성’과 ‘신격’을 아끼고 있었기 때문에, 화랑 길드 측까지 방어해줄 여유가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이대로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심지어 아직 일본군의 본대와 맞닥뜨리지도 않은 상태였다. 바로 그때를 위해서 스킬을 아끼고 있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었다.

“놈들의 본대가 나타났습니다!”

“미친······.”

그리고 마침내, 전방으로 보이는 대로 위, 엄청난 수의 대군이 군집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숫자가 조금 전에 전멸시켰던 선봉대와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다수의 공성 병기가 눈에 띄기도 했다.

그걸 지켜보는 수비대의 얼굴 위에 절망이 드리웠다.

“젠장, 그만큼 죽였는데 저만큼이 더 오다니······.”

“망할 놈들!”

본대가 도착하자 건물 아래로 보이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내 닌자들의 공세가 더욱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놈들이 몰려온다!”

“이번엔 훨씬 많다! 쏴!”

최종 공세를 위한 초석을 다지려는 것이었다.

펑― 펑― 펑―

그때, 작은 철통 여러 개가 옥상에 떨어지더니 데굴데굴 구르며 하얀 연기를 뿜어댔다.

푸쉬이이―

“여, 연막탄?”

“연막이다! 모두 조심해!”

그리고 그 하얀 연기 속에서 검은 그림자 수십 개가 사납게 일렁거렸다. 놈들이 연막탄으로 시야를 차단한 뒤, 대거 달려든 것이었다.

“제, 젠장 이러면······.”

민석의 당황 섞인 목소리를 내리 뭉개며, 사방에서 무법적인 발소리가 몰려들었다.

“······악!”

“으악!”

연기 속에서 비명이 연달아 울렸다.

“안 돼!”

결국, 사수와 마법사들을 지켜내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함락당했음을 뜻했다.

“제, 젠장! 다 덤벼! 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 나한테 덤비라고!”

한호가 분개하여 소리쳤다. 그는 여섯 개의 팔을 쫙 뻗은 채, 안개 속 모든 곳을 겨누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딨어! 나와라!”

당장이라도 사방에서 칼이 날아들어 그의 목덜미를 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퍽―

한호의 발아래 무언가 떨어졌다.

“······어라?”

그건 잘려나간 팔이었다. 검은 위장복과 검지에 걸려 있는 표창, 그렇다는 건 아군의 시체가 아니었다.

툭―

이내 발 뒤에도 무언가 떨어졌다. 역시나 검은 복장의 시체였다. 무슨 일인지 닌자들의 토막 난 몸뚱이가 주변에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누가······.”

화아아!

다음 순간, 푸른색 불꽃이 담긴 강력한 돌풍이 한바탕 불었다. 공기 중의 피 냄새가 한층 더 진해질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 옥상을 한바탕 뒤엎고 지나갔다. 한호는 4개의 팔로 머리를 보호하며 자세를 낮췄다.

“으으으!”

그 돌풍이 연막을 한껏 밀어내버리자, 옥상의 잔혹한 실체가 대번에 드러났다.

“누, 누님?”

“지수 씨?”

지수가 난간을 밟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옥상의 난간과 가장자리에는 닌자들의 시체가 젖은 빨래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루세이더 팀! 전투 준비!”

캠퍼스의 운동장에는 어느새,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80여 명의 기사단이 운집해 있었다. 정훈과 민흠, 크루세이더 팀이었다.

분명 그 어떤 헬리콥터 소리도 듣지 못했건만, 그들은 귀신처럼 그 자리에 나타났다.

“우리의 땅을 지켜라!”

“지켜라!”

정훈이 외침과 동시에 황금색 깃발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쩌―엉!

금색 파동이 퍼져나가며 크루세이더 대원들의 몸에 보호막에 덧씌워졌다.

- 해당 지역에 ‘성전의 권역’이 선포됩니다. (2시간 지속)

* 모든 아군이 자동 치유 효과를 얻습니다. (초당 2%)

* ‘크루세이더’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7)

“돌격!”

“쓸어버려!”

크루세이더 팀이 맹렬하게 돌진하며 지상을 점거한 닌자 부대를 단숨에 밀어 내버렸다. 닌자들이 온갖 공격을 퍼부었지만, 두꺼운 금빛 방어막을 뚫어낼 수 없었다.

“지수 씨, 어떻게 된 거죠?”

성우가 물었다.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어요. 그리고 성우 씨가 부산 전투에 참여했다는 걸 알게 됐죠. 이번에도 대산맥의 왕에게 부탁해서, 공간 이동석이란 걸 받았어요.”

공간 이동석, 그 말 그대로 장거리 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이템이었다.

성우와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 역시 헌터 컴퍼니가 구해다 준 ‘공간 이동석’을 활용하여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그럼, 지수 씨가 크루세이더 팀까지 데려온 겁니까?”

“네. 지원이 필요해 보여서요.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이들 중에서는, 저 사람들이 가장 강하잖아요?”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필요하던 차였다.

- ‘자유 전투’가 종료됩니다!

아슬아슬한 지원군의 도착과 함께 자유 전투가 종료되었다.

- 세 번째 ‘전투 종목’을 선택해주세요!

* ‘공격 측-일본 서버’가 선택합니다.

1) 전면전

2) 점령전

3) 결투

* 선택까지 남은 시간 (00:04:59)

그리고 전선이 교착된 가운데, 일본 측의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

“······또 시끄러워지겠군.”

공식 채널의 드론 카메라가 다시금 아키라에게 향했다. 성우의 ‘전면전’ 선택으로 무려 한 시간 동안의 지옥을 겪은 뒤인지라, 그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전의 여유는 사라지고 분노가 대신하고 있는 게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가 카메라를 노려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번에야말로 도망갈 수 없다. 널 짓이겨주마! 나와라! 네크로맨서!”

- 일본 서버가 ‘3번(결투)’ 종목을 선택했습니다!

* 양측 대표는 1명의 ‘대전사’를 세워야 합니다.

* 불응 시 해당 서버에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승리 시 해당 서버에 ‘버프’가 부여됩니다.

아키라는 결투 선택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대전사로 올려버렸다.

[결투]

- 일본 서버 대전사 : 야마토의 도

- 한국 서버 대전사 : (미정)

“화랑 길드 마스터를 죽였던 그 게임이군요?”

지수가 물었다.

“맞아요.”

“이거, 제가 해도 될까요?”

그녀는 선뜻 대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분명 성우보다는 지수가 어울리는 무대였다. 아니, 어쩌면 그녀밖에 나설 수 없는 무대나 다름 없었다.

“······괜찮겠어요?”

성우는 검성의 실력을 본 뒤이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수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게 좀 제 스타일이라서요. 아, 그리고 이거요.”

그녀는 너스레를 떨더니 성우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검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그리고 성우가 그걸 받아드는 순간, 눈앞에 두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그림자 왕의 계승자 : 유품 수집 (4/4)

- 히든 퀘스트 <그림자 왕의 계승자>의 ‘수집’을 완수하셨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림자 왕의 왕관)

마침내 4개의 유품을 모두 모든 것이었다.

“성우 씨에게 어울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이건 진짜 큰 선물이네요. 고마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면갑을 올려 썼다. 그리고 등 뒤의 칼을 끌어내렸다.

“이제 저를 대전사로 올려주세요.”

- 대전사 선정까지 남은 시간 (00:02:58)

새로운 아이템과 퀘스트 메시지를 확인할 틈이 없었다. 성우는 그녀를 대전사로 기재했다.

[결투]

- 일본 서버 대전사 : 야마토의 도

- 한국 서버 대전사 : kor-339

* 양측 ‘대전사’는 10분 뒤까지 ‘지정장소(지도 표시)’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 결투가 시작되면 다른 전투는 금지됩니다. (위반 시 ‘자동 사망 판정’됩니다.)

두 대전사의 거리가 멀지 않기에 단 10분의 준비 시간이 제시되었다.

***

부산 도심의 4차선 도로 한복판, 등 뒤로 대군이 도열한 가운데 일본 측 대전사, 검성 오카타 아키라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넌, 뭐야?”

그의 앞으로 붉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얼굴에는 기괴한 모양의 마스크를 쓴 채, 오른손에 한 자루의 칼을 쥐고 있었다.

“진짜 성가시게······ 후, 나는 다시 말하지만 조무래기 말고 네크로맨서를 원한다. 혹시 네크로맨서가 직접 나설 자신이 없는 건가? 그래서 대신 죽을 년을 보낸 건가?”

한국 서버 측 대전사, 지수가 칼을 뽑아 칼집을 옆으로 내던졌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아키라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니, 너는 네크로맨서가 나올 필요도 없이, 딱 내 선에서 정리가 될 것 같아서.”

“······뭐?”

아키라의 눈에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는 황당하다는 드 코웃음을 쳤다. 이에 지수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너는 내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안 보이나 봐?”

“······.”

둘 사이의 거리가 단 10걸음으로 좁혀지자 아키라의 표정에서 비웃음이 사라졌다. 그의 왼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

5걸음으로 좁혀지자 아키라는 숨을 멈췄다. 호흡을 아끼고 중요한 순간에 발산할 태세를 갖춘 것이었다.

“나는 네가 보여.”

2걸음으로 좁혀지자 아키라의 엄지가 저도 모르게 칼을 슬쩍 들어 올렸다.

“설마 너는 아직도 안 보여?”

1걸음으로 좁혀지자 아키라는 왼발을 뒤로 슬며시 뺐다. 당장이라도 발도할 준비였다.

단 한 뼘 거리, 지수의 눈꼬리가 기울어졌다. 입이 가려진 가운데, 그녀의 눈웃음이 아키라의 턱밑에서 성가시게 아른거렸다.

“겁먹지 마. 금방 끝날 거야.”

“······.”

- 대결이 시작됩니다! (10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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