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20화 (120/244)

# 120

42) 한일전, 부산 방어전 - 3

[공식 채널 : LIVE] 한국 서버 대 일본 서버 ‘월드’ 생중계 (14,115,135 시청 중)

일명 ‘월드’에서 무려 1천 4백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3의 서버에서 지켜보기에, 난데없이 벌어진 한일전은 그저 ‘이벤트’로 주어진 오락에 불과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재밌는 구경거리인 셈이었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 게임 앞에서 농담 섞인 채팅을 마구잡이로 올려댔으며 심지어 어느 쪽이 이길지 내기를 걸기까지 했다.

그걸 의식한 걸까? 시스템은 시청자들에게 미니 게임 하나를 열어주었다.

[승리 예측]

1) 공격 측(일본 서버)

2) 방어 측(한국 서버)

베팅은 아니었다. 정답을 맞힌 플레이어 중에서 추첨을 통하여 특별 상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했다.

[승리 예측]

1) 공격 측(일본 서버) : 65.8%

2) 방어 측(한국 서버) : 34.2%

당연히 일본이 압도적인 득표를 받았다. 세계인의 인식 속에서 일본은 언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였다. 한국과 단순하게 비교했을 때, 일본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건 당연했다.

하물며 일본발 서브 컬쳐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다.

닌자, 사무라이, 쇼군 등 일본의 전통문화 요소는 재패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홍보되어, 서양인들에게는 비현실적인 로망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이 실제로 활약하고 있으니, 흔히 말하는 오타쿠들이 환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1대1 대결에 환상 속에만 존재하던 사무라이의 모습을 실제로 선보인 ‘야마토의 도’ 아키라의 활약 앞에, 세계인은 경도되고 말았다.

[실시가 채팅]

─ J.J.P (USA-1) : 오 신이시여! 내가 지금 뭘 본 건지 설명해줄 사람? 사무라이의 진짜 위상을 목격하다니! 고마워 JPN 플레이어들!

─ 7ate9 (USA-2) : 그래 전부 썰어버리라고! 알고 있었어. 너희 민족 주특기였잖아?

─ amigo41 (BRA) : 무도의 나라는 다르다. 언젠가 우리와 만나서 겨루게 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고 느낀다. 대단한 인간들.

─ Te creo (CUB) : 대단하다.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 きんほし(JPN) : WWWW 예상 가능한 범위입니다.

─ DaveHHH (NZL) : 응원한다. 계속 보여줘!

이렇듯, 일본 서버의 압도적인 활약을 응원하는 채팅이 주를 이루었으며 한국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그 채팅 러시의 틈바구니에서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십 발의 폭발 화살에 의해, 성문을 돌파한 일본 돌격대가 휩쓸려 나가고 건물 위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는 순간, 그리고 kor-157이라는 문제의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세상의 인식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

전쟁을 작정하고 몰려온 만큼, 일본 서버의 준비는 남달랐다.

‘확실히 얕볼 수준이 아니다. 큰 전쟁은 없었다고 하지만 꾸준히 몬스터를 사냥해온 게 분명해.’

준수한 아이템으로 무장하였으며 적절한 파티 조합을 통하여 효율적인 시너지를 부여 받는 방법도 익히고 있었다. 절대 약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나를 노리고 온 만큼, 공부 좀 한 게 느껴지는군.’

놈들은 kor-157, 네크로맨서와 싸울 요량으로 한국 서버에 발을 디뎠다. 그렇기에 네크로맨서가 사용하는 전술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방비해둔 상태였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맹독 구름’이 형성됩니다.

가령, 대만 전투 당시에 다수의 병력을 무력화시켰던 ‘맹독 구름’이 하늘에 피어나자, 높은 건물에 올라가 있던 관측병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천 경보!”

“우천 경보!”

“지금 당장 모두 우비를 사용해라! 놈의 머리 위에 생기는 먹구름은 맹독이 담긴 비를 뿌릴 수도 있다!”

경고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모든 일본 플레이어들이 두꺼운 비닐 후드를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완벽한 차단은 아니지만, 최대한의 방비임은 틀림없었다.

“시체가 발생하면 바로 치워! 폭발한다!”

또한, 시체 폭발을 의식하여 시체가 발생하면 과감하게 먼 거리로 집어 던져버리기까지 했다.

“하늘을 경계해!”

“공중 대응!”

네크로맨서의 주력인 ‘공중 우세’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 체계까지 연습해둔 상태였다.

“본 와이번이 내려오는 즉시 보호막을 전개하고 빙결 마법을 양쪽 날개에 집중한다!”

단지 날개의 움직임을 막는 것만으로도 본 와이번의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방향과 균형을 통제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전술 연구를 거듭한 게 보일 정도였다.

“뭉쳐라! 하나로 뭉쳐서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2차선 도로의 오르막을 따라서 단단하게 뭉쳐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는 것······ 생각해보면 그건 상식을 뒤엎는 전술이었다.

“혹시나 큰 충격이 있더라도 절대로 흩어지지 말아라!”

지금까지 네크로맨서에게 당해온 상대들을 볼 때, 과도하게 뭉쳐 있다가 한 번에 휩쓸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욱 빽빽한 대형을 들고 나왔다. 어깨를 맞대고 단단히 버티고 서서, 보호막과 마법을 통하여 광역 공격이 들어오는 걸 원천 차단해버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성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약간 성가시게 됐을 뿐이었다.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지만, 몇 분의 시간을 더 끌 수 있을 뿐이다.’

제아무리 완벽한 방비를 갖춘 정예부대라고 할지라도 ‘리치’와 ‘아누비스’가 유지되는 1시간 동안은 네크로맨서의 시간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거대한 크기의 스켈레톤이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간다면, 제아무리 단단한 탱커라도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다.

텅! 텅!

트롤 스켈레톤이 뼈로 만들어진 둔기를 휘둘렀다. 그걸 연달아 받아낸 이는 흔들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컥!”

결국, 틈이 벌어진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희생자가 발생한다.

“시, 시체를 뒤로 끌어내! 어서!”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되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공식 속에서 두 진영 간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빠르게 격차가 벌어져간다.

“빈틈을 메워!”

1시간이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는 이들은 1시간 동안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차선책으로 네크로맨서를 암살하기 위한 방법을 들고나온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1시간의 지옥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옆을 조심해!”

하물며 네크로맨서의 공격은 하늘과 정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뭔가 벼, 벽을 기어온다!”

“저 끔찍한 것들은 뭐야!”

일본군은 현재 양쪽에 건물을 낀 채, 2차선의 오르막길을 올라오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구울’과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 같이 3차원 이동에 최적화된 언데드에게는 최고의 무대였다.

“떨어뜨려!”

“조심해, 끌려간······ 아아아!”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구―궁! 구구구구!

땅을 긁는 굉음이 마치 지진처럼, 일본군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오른쪽 건물 너머에서 들려왔다.

“서, 설마?”

“······이거 그거다! 이, 이무기!”

일찌감치 정보를 공유했던 만큼,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강력한 진동만으로도 올 것이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여기는 건물이 많아서 움직일 수 없을 텐데?”

“그래, 놈의 판단 실수다!”

몸길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뼈 이무기, 그런 초대형 괴물이 도심지에서 활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구구구구!

“나왔다!”

“피해!”

하지만 그 괴물은 기어코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 골목에서 거대한 대가리가 튀어나오더니, 대열의 허리를 끊고 건너편 골목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마치 지하철이 터널에서 달려 나와 건너편 터널로 들어가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와 무게감이 느껴졌다.

“지나갈 때까지 놔둬! 어차피 몸을 틀지도 못한다!”

뼈 이무기는 그 긴 몸뚱이를 휘저어 숲을 밀어버릴 만큼 막대한 괴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5~6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리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혹여나 정면으로 온다면, 그땐 대규모 빙결 마법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 괴물의 공략 방법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궁―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뼈 이무기는 계속 지나가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따라 이어지던 일본 진영의 한가운데를 막아버린 채, 그대로 멈춰 버리는 게 아닌가?

“······멈췄다?”

“뭐야? 죽은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모든 건 성우가 통제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애초에 뼈 이무기를 보낸 이유는 단단하게 형성된 일본군의 행렬을 두 갈래로 나뉘어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성우의 의도에 따라서 일본 부대는 뼈 이무기를 기준으로 위로 절반, 아래로 절반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일본군에게는 그걸 눈치채고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말이다.

“머리 위를 조심해!”

“공중 경보!”

본 와이번들이 일제히 날아들며, 갈라진 두 곳 중, 전방 부분을 향해 거대한 돌덩이를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방어막!”

쩍! 퍽! 퍽!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그 정도 돌덩이 세례 정도야 ‘대규모 방어막’을 전개하여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본래 의도가 아니었다.

‘골렘 제조’

본 와이번이 집어 던진 돌덩이가 아스팔트 도로를 으스러뜨렸고 그 결과, 그 아래 감춰져 있던 토사가 유출되었다. 바로 그때, 성우는 <골렘 제조(숙련)> 스킬을 사용했다.

- 골렘(머드)를 소환합니다.

- 골렘(머드)를 소환합니다.

질퍽질퍽한 진흙 생명체 2마리가 일본군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려 10m, 그 무게는 수 톤에 이를 육중한 괴물이었다.

“골렘이다!”

절퍽― 절퍽―

골렘은 상대하기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칼이나 창이 찐득찐득한 진흙 몸뚱이에 피해를 줄 수 있을 리 없었으며 무려 80%의 마법 데미지를 상쇄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그 거구들이 일본군 틈에서 활개를 친다면, 분명 가공할만한 피해를 줄 것이었다.

“······뭐, 뭐 하는 거지?”

그런데, 그것들은 일본군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다.

절퍽― 절퍽―

그것들은 그저 내리막길을 내려가, 일본의 허리를 갈라놓고 있는 ‘뼈 이무기’에게 들러붙었다.

제 팔과 다리 등, 몸뚱이를 뼈 사이에 욱여넣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 저게 대체 뭐하는······.”

네크로맨서의 언데드가 벌이는 연속된 기행, 그건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불길함으로 다가왔다.

쏴아아―

그사이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보랏빛의 먹구름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양의 비를 거칠게 퍼부었다.

“······어!”

그리고 발아래에서 흐르는 독물이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한다는 걸, 하나둘 눈치채기 시작했다.

“비, 빗물이 쌓입니다!”

“독물이 바닥에 고인다! 발을 조심해!”

고개를 숙이니, 어느새 독물이 시냇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쏴아아―아!

부산의 경사로는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물은 아스팔트를 따라서 저지대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그 경사로의 한 가운데를 뼈 이무기와 머드 골렘이 마치 둑처럼 막아버린 상황이었다.

더불어서 정비되지 않은 하수도 시설은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기에 도로에 차오르는 빗물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결국, 끝도 없이 쏟아지는 빗물이 일본군의 발아래에서 서서히 차올랐다.

“으아아! 바, 발이 아파!”

“독물이 스며든다! 해, 해독제를······.”

일본군들이 독에 중독되며 고통을 호소했다. 두꺼운 비닐 우비를 통하여 독을 빗겨내고 있었지만,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건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선두가 고립됐다! 이걸 뚫는다! 모두 폭발 마법을 준비해!”

“······어? 안 돼! 벽을 조심해!

후방에서 뼈 이무기와 머드 골렘의 몸뚱이를 뚫어내려고 했지만, 벽에 매달려 있던 구울과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에 의해서 견제당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수가 더해질 예정이었다.

“지금입니다. 골목을 막아버리세요.”

성우는 무전기 아이템으로 누군가에게 말했다. 그러자 후방에 빠져 있던 본 와이번 몇 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6명의 마법사 플레이어가 타 있었다.

“얼려버려!”

“아이스 월!”

그들은 빙결 계열 마법사들이었다. 본 와이번이 저공비행을 하는 순간, 마법을 사용하여 2차선 도로의 가장자리, 골목의 입구를 얼려버렸다.

쩌저저―

빗물이 새어나갈 틈을 완전히 봉쇄해버린 것이다.

경사가 가파른 계곡에 물이 불어나는 속도를 본 적 있는가? 그건, 언제나 예상 범위를 넘어서 모든 걸 휩쓸고, 집어삼키고, 붕괴시켜버린다.

콰과과―과!

강력한 독을 머금은 빗물이 내리막을 따라서 내리치며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발목 높이 이상으로 치솟자, 전방에 고립된 모든 일본군이 삽시간에 독에 중독되었다.

“으어어······ 히, 힘이······.”

“캐스팅이 자꾸 실패해······.”

중독 증상이 있는 이상 맨정신으로 싸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전처럼, 단단하게 뭉쳐서 대응하는 전략 역시 완전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우어어!

좀비 떼가 튀어나왔다.

“으아아!”

“뭐, 뭐야! 젠장!”

25마리의 좀비가 물속에서 튀어나와 마치 물귀신처럼 일본군의 다리와 팔을 잡고, 물속으로 잡아끌었다.

서서히 차오르는 독물 위에서 난투가 벌어지며 적지 않은 숫자의 일본군에 독극물을 코로 마시고 말았다.

“커, 컥!”

“허어······.”

공성 병기들이 설치된 옥상,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예로부터 침략자한테는 한반도 물맛은 한 번 보고 가게 해주는 거지.”

그리고 그 신호가 내려졌다. 성우의 목소리였다.

“지금입니다. 쏘세요.”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알겠습니다. 지금이야! 뇌신의 철퇴로 둑을 무너뜨려!”

쩌―엉!

장전된 채 겨누어져 있던 뇌신의 철퇴가 푸른 섬광을 내뿜었다.

그 거대한 마법 탄환은 내리막길을 막고 있던 둑, 이무기의 허리와 머드 골렘에 명중, 그 모든 걸 날려버리고 성난 물길의 고삐를 놓았다.

콰과과―과!

엄청난 굉음이 내리막을 휩쓸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그 작전을 눈치챈 다수의 일본군이 골목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전방에 고립되 있던 일본군은 그 물길에 그대로 끌려 내려가며 역동적인 최후를 맞았다.

“시원하게 내려가는군!”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 자유 전투 중단!

2시간가량의 ‘자유 전투’ 시간이 종료되고 마침내 종목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 두 번째 ‘전투 종목’을 선택해주세요!

* ‘방어 측-한국 서버’가 선택합니다.

1) 전면전

2) 점령전

3) 결투

* 선택까지 남은 시간 (00:04:59)

이제는 한국 서버에서 선택할 순서였다.

- 방어 측(한국 서버)의 ‘대표’가 인계되었습니다.

* 새로운 대표 : kor-157

그리고 기존 대표였던 화랑 길드 쪽에서 성우에게 ‘대표’ 권한을 넘겼다. 당연한 처사였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의 전투를 지속할 능력이 없으니 말이다.

이에 검성, 아키라가 다시금 등장했다.

“어이! 네크로맨서!”

전장을 울리는 고함에 공식 채널의 드론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아무리 봐도 그쪽 도발이 극의 흥미에 조미료를 더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요청에 응해서 온 것이라고 믿겠다. 그러하니 내 요청에 응해서······.”

그가 한 자루의 칼을 뽑아 들었다.

“대결이다! 대결을 선택해라!”

그는 다음 종목으로 ‘대결’을 선택하여 자신과 1대1로 붙기를 종용했다.

“그리고 세계에 증명하라! 네 실력을 증명하라! 그리고 네 진실을 증명하라!”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본 와이번 알파메일’이 다가온 것이다. 성우는 그렇게 아키라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대결?”

“그렇다.”

성우는 검지를 뻗어 한 가지 항목을 선택했다.

- 한국 서버가 ‘1번(전면전)’ 종목을 선택했습니다!

* 1분 후 전투 구역이 ‘제한’됩니다!

* 10분마다 전투 구역이 ‘축소’됩니다!

* 전면전은 60분 후 종료됩니다.

성우는 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메시지에 아키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뭐? 젠장! 네크로맨서! 당장 내려와서 증명하라! 설마 두려운 게냐?”

아키라가 악을 써댔지만, 성우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내가 증명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야.”

그가 쥐고 있는 흑색 낫에 검은 일렁임이 드리웠다. 그건 ‘악령 폭격’이었다.

“······함부로 이 땅에 들어왔다가는, 아무도 살아나서 나갈 수 없다는 것.”

성우는 그렇게 말한 뒤, 아키라의 머리를 향해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검은 영혼들이 직선으로 쏘아져 나가, 그의 몸뚱이를 뒤덮었다.

구―구―구―구―궁―

영혼이 팽창하며 검을 일렁거림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걸 짓눌러 무너뜨렸다. 그렇게, 아키라의 모습이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성우의 모습만이 남았다.

“자, 하던 거로 계속해보자고.”

- 전투 구역이 설정됩니다. (총 3,000m²)

이내 두 진영의 머리 위에 붉은색의 돔이 씌워졌다.

빠져나갈 수 없는 경기장이 마련된 것이다.

- 10분 후 전투 구역이 축소됩니다. (-500m²)

그리고 조금 더 끈적해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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