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42) 한일전, 부산 방어전 - 2
[공식 채널 : LIVE] 한국 서버 대 일본 서버 ‘월드’ 생중계 (13,335,134 시청 중)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산의 ‘화랑 길드’는 심연의 호흡에 의한 테러에 이어서 야마토 길드의 대규모 습격에 당하여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당장은 남은 플레이어들을 추스르며 버티는 것만도 버거운 상황이었지만,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한 명의 ‘대전사’를 선정해야만 했다.
- ‘결투’ 대전사 선택까지 10분 남았습니다.
* 불응 시 해당 서버에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결투]
- 일본 서버 대전사 : 야마토의 도
- 한국 서버 대전사 : 장현민
* 양측 ‘대전사’는 1시간 뒤까지 ‘지정 장소(벡스코)’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 결투가 시작되면 다른 전투는 금지됩니다. (위반 시 ‘자동 사망 판정’됩니다.)
“······어라? 장현민? 선배 이 사람 화랑 길드 마스터 아니에요?”
방송을 지켜보던 한호의 말처럼, 장현민, 화랑 길드의 마스터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 서버 랭킹 9위의 상위 랭커였다. 한때는 ‘레이드 보스 몬스터 처리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하며, 화랑 길드를 한반도 남부의 최강 세력으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었다.
“진짜로 이겨서 버틸 생각으로 나섰군.”
성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화랑 길드는 현재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상태였다. 퇴로까지 차단된 가운데, 적에게 버프가 돌아가게 된다면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반드시 이길 생각으로, 가장 레벨이 높은 마스터 본인이 출전한 것처럼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를 사지로 내몰지 못할 만큼 미련한 리더이거나······.
1시간 뒤, 두 사내는 결투 장소로 지정된 벡스코 앞에서 마주했다.
절그럭― 절그럭―
현민은 짙은 녹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팔라딘’이었다. 그의 호위 병력 역시 완전 무장 상태를 선보이며 한국의 ‘화랑 길드’ 만만하지 않은 세력이라는 걸 단편적으로나마 선보였다.
공식 채널의 채팅창 역시 한국 서버의 ‘TOP 10’ 중 한 명이 나섰다는 소식에 한층 더 뜨거워진 반응이었다.
“······음.”
그런데 그가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벡스코 광장에 미리 와 있던 아키라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는 벤치 위에 가부좌를 튼 채, 턱을 괴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현민이 대검을 끌어내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가 테러한 화랑 길드의 마스터 장현민이다.”
이에 아키라는 억지로 하품을 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건 굉장히 노골적인 무시였다.
“응? 한국 서버 조무래기 번호1 나오셨는가?”
“······뭐?”
현민의 뻣뻣한 표정에 아키라는 재밌다는 듯 비웃음을 날렸다.
“뭐, 다 죽어가는 너희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 직접 나선 점은 높이 사서······ 그래,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마.”
아키라는 그렇게 말하며 기지개를 켜더니 벤치에 기대어 놓은 4개의 칼 중에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 맞다. 근데 그게 내가 제일 못 지키는 약속이라서 장담은 못 해. 내가 바깥부터 써는 걸 좋아하거든.”
아키라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대결이 시작됩니다! (10초 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1대1 대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현민은 팔라딘 특유의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발아래에 온갖 마법진이 겹쳐지며 언뜻 봐도 막대한 효과가 중첩되기 시작했다.
“······다 끝났나?”
아키라가 빈정댔지만 현민은 한 층 더 침착해졌다.
“아직 안 끝났지. 네 목이 떨어져야 끝나는 거야.”
“그런 대사, 좀 구식이야.”
4성의 팔라딘이라는 직업은 단단한 방어력과 준수한 공격력을 보유했기에, 1대1 대결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현민은 이 순간, 질 생각은 접어두고 나왔다.
“죽어라!”
둘이 충돌했다.
쩡! 쩌―엉!
그러나 이 굉음은 길지 않았다.
한국 서버 랭킹 8위, 현민은, 검성이라고 불리는 아키라와 단 4합을 맞선 뒤, 5번째 휘두름에 왼쪽 손목을 잃었다.
현민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으며 재빠르게 대검을 찔러넣었지만, 아키라는 사각으로 돌아나가며 그의 갑옷 사이, 작은 틈으로 옆구리와 무릎을 연달아 베었다.
매우 깊었다. 하지만 팔라딘의 방어력과 정신력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어차피 몇 번의 공격을 당하더라도 단 한 번의 공격에 성공한다면······.
퍼―석!
그 순간, 오른쪽 발목이, 갑옷째로 절단됐다.
“······헉!”
방어력을 무시하는 스킬이라도 있는 걸까? 온갖 마법으로 치장된 팔라딘의 육체가, 마치 볏단처럼 잘려나가는 모습이 기이하기에 짝이 없었다.
현민은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이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그리고 완전히 전복되기 전에, 아키라의 칼날이 거꾸로 솟구치며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촤―악!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짧을 시간이었다.
다만, 화랑 길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응? 왜 벌써 목을 내준 거야? 난 아직이라고······.”
승리했음에도 아키라의 얼굴 위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 일본 서버 ‘야마토의 도’ 승리!
- 일본 서버에 ‘승리 버프’가 부여됩니다!
* 2시간 동안 공격력 상승 (+30%)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일본 무사의 강인함에 환호했지만, 한국 서버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한국 서버 남부의 최강자, 랭킹 8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기에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아키라는 하늘에 뜬 채 이 장면을 찍고 있는 드론 카메라, 공식 채널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깨 위에 칼을 얹었다.
“어이, kor-157, 보고 있다면 똑똑히 들어라. 너희 민족의 베를 갈라가며 기다리고 있겠다.”
-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자유 전투’가 시작됩니다.
“······뭐, 뭐야 이건? 선배, 이거 실화죠? 방금 벌어진 일이죠?”
“······.”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기이할 정도로 극에 달한 칼잡이가 무엇인지 새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충격적인 대결이 끝난 직후, 성우는 두 통의 연락을 받았다. 첫 번째 정훈에게서 온 것이었다.
정훈 역시 이번 이벤트를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부산 지역이 뚫린 후를 대비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리고 성우 역시 그 작전에 동참하길 바라는 듯했다.
“선배, 뭐라고 답할까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부산으로 갈 계획이라고 전해줘. 혹시 우리 계획에 동참할 생각 있으면 연락달라고 하고.”
나머지 하나는 헌터 컴퍼니의 백 사장에게서였다. 심지어 그는 수원 마을로 직접 찾아왔다.
“후, 네크로맨서님······ 맡기신 의뢰 완수했습니다.”
부산행 티켓이 도착했다.
***
이번 한일전 퀘스트는 화랑 길드나 세계수 진영뿐만 아니라, 한국 서버 전역에 비상사태를 내렸다. 일본 서버에게 패배할 경우, 그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지질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가 말해주길, 결코 완만한 끝맺음이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훈도 잠자코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동맹군 간부들을 소집하여 총동원 명령을 내렸다.
“······외국 서버가 우리 서버 안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건 무조건 경계해야 합니다. 당장 병력 소집하고 동맹군 총동원해서 대응할 수 있게 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유사시, 부산으로 갈 준비까지 해야 할 겁니다. 화랑 길드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면, 그들과 함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로의 리더 이강윤도 그중 하나였다.
“어? 지금 화랑 길드와 손을 잡는다는 말입니까? 그쪽 동네는 싹 다 뿔 달린 놈들일 텐데? 너무 민족주의로 보면 안 되는 문제 같습니다만?”
지금 당하고 있는 부산의 화랑 길드는 악마 진영으로서, 엄밀히 따지면 적대 세력이었다. 그들이 당하는 건 천사 진영에게는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쩌면 그리 이기적인 건 아니었다.
정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같은 민족이기에 함께하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한국 서버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아······.”
분명 월드 퀘스트가 발행된 이후, 시스템은 한국 서버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 서버의 보존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한국 서버를 지키기 위해서라······ 알겠습니다.”
정훈은 부관, 민흠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 투항한 의정부의 악마 진영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이번 전투에 동참한다면, 억류 기간을 면제해주고 마땅한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한국 서버를 지키기 위해서, 한국 서버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플레이어를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비상 병력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훈은 회의를 끝마친 뒤, 여전히 한 가지 생각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대체 시스템은 왜 한국 서버를 전 세계의 사냥감으로 몰아가는 거지? 단지, 3번째 진영이 나왔다는 것 때문에?’
원인은 알 수 없었으나 정훈이 느끼기에 천사, 악마, 세계수, 무소속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진영을 넘어선 플레이어 통합······ 불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훈의 목표는 처음부터 그것이었다.
편을 갈라서 싸우는 게 아니라, 강력한 하나의 집단을 구축하여 이 미스터리한 현상에 저항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도······.’
천사의 석상이 문제였다.
- 진영 퀘스트(특수)가 하달되었습니다.
[진영 퀘스트(특수)]
- 제목 : 혼란 속에서 영광을 취하라
- 유형 : 암살
- 목표 : kor-157을 암살하라
- 보상 : 계급 점수
한일전(韓日戰)이 벌어지며 한국 서버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혼란은 썩은 것을 과감하게 도려낼 기회이기도 하다. 명령을 받들어 칼을 뽑아라.
* 불이행 시 ‘계급 점수’가 삭감됩니다. (누적 시 다양한 진영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 이딴······.”
정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영등포역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천사의 석상을 노려보았다.
4개의 날개를 가진, 다른 천사의 석상보다 한 단계의 위의 석상이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높은 등급의 진영 퀘스트가 부여되는 듯했는데, 이런 순간에도 끝내 kor-157, 성우에 대한 집착을 져버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훈이 추구하는 목적에는 그 어떤 도움조차 되지 않는 중이었다.
“그때 성우 씨의 말이 어쩌면······.”
성우가 느낌 때문이라며, 첫 번째 천사의 석상을 부수던 날 이렇게 말했었다.
‘······정훈 씨, 우리가 천사나 악마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놀아난 끝의 엔딩은 어떤 모습일까요?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부터 절대 종족이라는 이름이 족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화랑 길드의 최후의 보루는 부산 시내의 한 대학교 캠퍼스 안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캠퍼스와 다르게 ‘마법 금속’으로 만들어진 철문과 철조망으로 도배된 곳이었는데, 화랑 길드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임시 피난소로 조성해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농성을 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만······.
쩡! 쩡! 쩡!
엄청난 굉음이 캠퍼스를 연신 울리고 있었다. 마법 금속으로 이루어져,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는 정문을, 침략자들이 거칠게 뜯어내는 소리였다.
“더는 무리입니다! 놈들이 사방을 포위한 채 조여오고 있습니다!”
대학 본부에 마련된 사령부에 비보가 전해졌다.
이미 너무나 큰 피해를 본 탓에 오래 버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구성원 절반에 ‘심연의 호흡’을 들이마시고 제구실을 다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마스터만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뚫어볼 텐데······.”
하물며 화랑 길드의 대들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길드 마스터가 잔혹하게 패한 뒤에는 얼마 남지 않은 사기조차 완전히 꺾여버린 상태였다.
그들은 한동안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남겨진 이들에게는 영웅도 희망도 없었다.
그때, 간부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
“어떻게든 조금만 더 버티면 다음 ‘종목 선택’ 시간이 다가올 겁니다. 이제 우리 차례이니, 그때 ‘결투’를 고르고 남은 시간에 어떻게든 피난을 가봅시다.”
한일전 규칙의 틈을 활용하여 퇴로를 뚫어내자는 것이었다. ‘결투’가 벌어지는 동안은 다른 전투는 금지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 시간 안에 탈출할 수 있을까요? 너무 짧을 텐데······.”
“현재로서는 이게 유일한 방법이지 않겠습니까?”
이들은 결국, 자살에 가까운 탈출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크, 큰일 났습니다!”
“또 무슨 일인가?”
그 계획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면 다음 ‘종목 선택’까지 어떻게든 버텨야만 했다.
“정문 방어막이 뚫립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마저 어려운 실정이었다.
쩌―엉!
정문이 뚫리고 만 것이었다. 거대한 금속 파편이 캠퍼스 안으로 튕겨 들어오며 담벼락을 허물고 어느 주차장에 처박혔다.
“저, 적들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옵니다!”
막을 수 없었다. 중무장한 수백 명의 돌격 부대가 물소 떼처럼 치고 들어오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수비대는 한순간에 괴멸당하고 말았다.
“이, 이젠 끝이야.”
“하, 그러게요. 끝났군요. 우린 할 만큼 했어요.”
창문 너머에서 물밀 듯 다가오는 죽음과 패배를 멍하니 바라보며, 화랑 길드는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다른 걸 다 떠나서 쪽 팔리네······.”
그들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사뭇 상황과 맞지 않는 한탄이었다. 죽음이 목전에 드리운 순간, 무서운 것도 아니라 쪽 팔린다니?
“뭐가요?”
그의 표정에는 응어리진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일본 새끼들한테 좆도 아무것도 못 해보고 털리는 걸······ 전 세계가 다 본 거 아니야?”
“그렇죠.”
“심지어 마스터까지 그렇게 됐으니······ 외국 놈들은 신나서 구경하겠지 와! 닌자! 와! 사무라이! 시발!”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일본, 한일전에서 진다는 게 퍽 억울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천만 명이 시청 중인 ‘공식 채널’에서는 닌자나 사무라이 등 ‘재패니즈 판타지’에 심취한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한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약한 걸 어떡해요.”
그게 정답이었으니 말이다.
“더러운 새끼들! 우리 할아버지도 일제 치하에 돌아가셨는데, 나도 일제 침략으로 죽을 줄이야······ 어디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안 떨어지······.”
콰과과과과―
그 순간, 정말로 벼락이 떨어졌다.
훤히 개폐된 정문의 오르막길, 수백 명의 일본 돌격대 위로, 수십 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마법적인 힘으로 쏘아진 쇠 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으으으······.”
“제, 젠장! 뭐야!”
돌격대는 난데없는 화력에 당황했지만, 단단하게 무장한 덕에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만, 행군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세를 낮춘 채 주변을 경계했다.
“함정인가?”
“방패를 들어라! 고작 화살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퍼―버―버―버―벙!
수십 발의 화살이 마치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하며 돌격대를 집어삼켰다. 방패나 갑옷에 박힌 채, 혹은 발아래에서 터졌기에 훨씬 큰 피해를 줬다.
“아아아!”
“사, 살려줘! 으아!”
의기양양하게 진입하던 일본 군대의 돌격이 단숨에 꺾이는 순간이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우, 우리가 한 거 아니지?”
화랑 길드도 모르고 있던 반격이었다. 그들은 이미 단념을 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서 화살이 날아온 진원지를 찾기 시작했고 이내, 한 대학 건물의 옥상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저건······.”
그건 분명, 신기전(新起田)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쌍의 거대한 날개가 하늘 가득 펼쳐지며, 뼈로 만들어진 괴물이 긴 목을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전장에 피어난 한 마리의 괴수······ 그리고 그것의 등 뒤에서 검은 연기가 터져 나오며, 이내, 수십 마리의 본 와이번이 쏟아져나와, 하늘을 향해 부채꼴로 흩어지자······ 단 몇 초 만에 태양이 사라졌다.
전 세계의 시선이 그 장면에 닿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잠깐의 고요가 찾아왔다.
“와, 왔다.”
“······그 사람이다.”
하물며 신기전이 끝이 아니었다. 그 좌우로 2개의 ‘뇌신의 철퇴’와 5개의 ‘발리스타’가 도열했다.
본 와이번 무리의 날개가 지상을 그림자를 채우고, 그것들의 등 뒤에서 고정 포탑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전체, 사격 준비!”
그리고 어느새, 언제 어디에서 온 건지 모르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옥상 곳곳에서 등장하여 일본 진영을 향해 연노를 겨누기 시작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하여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3)
모든 것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태양을 집어삼킨 옥상 거대한 괴수, 본 와이번 알파메일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암녹색 로브를 입고, 거대한 낫을 든, 검은 늑대 형상, 한국 서버에게는 익숙하지만, 전 세계에는 낯설고 기괴한 풍경이었다.
다음 순간, 공식 채널의 채팅창에서 한동안 조용히 있던 한국 플레이어들이 채팅이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 서버의 본대가 도착했다고······.
침략자들은 끝장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