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41) 한국 서버로 노리는 외세 - 1
“팔 여섯 개 달린 트롤 놈······ 취향 한 번 독특하네요? 골방에 이런 걸 숨기고 있었어?”
보스 몬스터를 잡은 뒤, 숨겨진 공간에서 보물창고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대강당 정도의 크기였는데, 다양한 아이템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커다란 크기의 화차(火車)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신기전(화차)
- 등급 : 전설
- 분류 : 병기
- 효과 : 마나를 주입할 시, 40개의 발사체를 동시에 발사하며 타격 지점에서 폭발을 일으킨다. (5분당 1회)
* 숙련도에 따라 ‘필요 마나’가 달라집니다.
“신기전이라······.”
물론 역사 속의 신기전이 그대로 재현된 건 아니었다. 목재보다 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디자인도 어딘가 세련됐다. 그리고 마법적인 힘이 담겨 있을 것이었다.
“전쟁을 앞두고 괜찮은 게 들어왔네요.”
현재 세계수 진영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성 병기는 진화 학회로부터 노획한 ‘뇌신의 철퇴’ 2대와 직접 제작한 ‘발리스타’ 1대였다.
공성 병기의 강력함이야 이미 수차례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지만, 압도적인 파괴력과 큰 부피만큼이나 제작이 쉽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와, 한 번에 40발이라? 거기에 폭발까지? 선배 이거 진짜 대박인데요?”
그런데 훨씬 효과적인 공성 병기 한 대가 절로 굴러들어왔다. 대규모 전장에서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상당히 무거워서 운반하는데 어렵겠어요.”
인호가 슬쩍 밀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바퀴가 달려있긴 하지만 좁은 토굴의 오르막길을 끌고 올라가는 건, 근력 수치가 높다고 해도 꽤 힘 좀 써야 할듯싶었다.
더군다나 이걸 마을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것도 일이었다. 본 와이번을 이용하여 공중으로 수송하는 게 제일 간편하겠지만, 떨어지지 않게 잘 고정하는 것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할 문제였다.
성우는 다른 방법이 떠올랐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있죠.”
- ‘세계수 진영의 금고’가 활성화됩니다.
대만 전투 이후에 받았던 ‘진영 스킬’이었다.
[아공간 금고(세계수 진영)]
* 사용 권한 등록자 : 4명
- 1개당 소모 골드 : 100,000골드
- 보관 중인 아이템 : 0개
쉽게 말해 ‘인벤토리’였다. 모든 아이템을, 부피 상관없이 다른 차원의 공간에 보관했다가 꺼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 ‘신기전(화차)’ 아이템을 보관하시겠습니까?
* 기본 비용 (100,000골드) + 대형 추가 비용 (50,000골드) = 150,000골드가 부가됩니다.
“보관.”
성우의 한 마디에 눈앞에 있던 거대한 물건이 스르륵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오?”
“와, 대박인데? 아니 생각해보니까 이왕 게임처럼 만들 거면 개인당 인벤토리 하나씩 주면 얼마나 좋아?”
“자, 이제 다른 아이템도 살펴봅시다.”
트롤의 금고는 안쪽에는 온갖 아이템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모든 아이템을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응? 뭐지 이건? 트롤 마법사가 쓰던 지팡이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한호가 엄청나게 긴 나무 막대를 발견했다. 옆에 있던 인호가 그걸 유심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솟대 같은데요?”
“솟대요? 그게 뭔데요?”
“막, 그 장승 옆에 세워두는 거 있잖아요. 장대 끝에 새 같은 거 달려있고 그런 거요.”
[아이템 정보]
- 이름 : 행운의 솟대
- 등급 : 영웅
- 분류 : 토템
- 효과 : 솟대가 설치된 인근 지역(5km)의 모든 생산력과 생산 기술이 향상합니다. (+10%) 또한, 모든 성공 확률이 증가합니다. (+10%)
“워, 공돌이들 신나겠네.”
그렇지 않아도 날로 성장 중인 생활·제작 분야 플레이어들에게 추가 버프로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듯했다.
이어서 다른 것들을 확인해본 결과 ‘희귀’ 등급의 아이템이 다수 나오면서 플레이어들의 장비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온갖 재료 아이템이나 기타 아이템 등, 흔히 말하는 ‘잡템’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지금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다시 보면 건질만 한 게 꽤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일단 복귀하죠.”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던전의 아이템을 싹싹 긁어서 마을로 복귀했다.
꽤 고된 일정이었지만, 대폭 증가한 레벨과 골드에 더불어 수많은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었다.
***
‘행운의 솟대’는 세계수가 서 있는 광장 입구에 세워졌다. 땅에 꼿꼿이 세우자 그 효과가 발휘되었다.
- 일대에 ‘행운의 솟대’ 효과가 부여됩니다.
* 모든 생산력과 생산 기술이 향상합니다. (+10%)
* 모든 성공 확률이 증가합니다. (+10%)
이뿐만 아니라, 세계수에 의해서 부여받은 버프까지 함께 적용되는 중이었다.
- 일대에 ‘신목의 풍요’가 부여됩니다.
* 아이템 제작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50%)
* 아이템 제작 시 추가 옵션이 부여될 확률이 상승합니다. (+10%)
* 아이템 제작 비용이 감소합니다. (+10%)
그 결과 생활·제작 분야의 플레이어들은 작업 능률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이야, 이제 아주 손만 가져다 대도 가죽이 술술 벗겨지네? 무슨 지퍼 여는 것 같아.”
무두장이들은 이제는 손목이 아프다는 투덜거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쉽게 가죽을 벗길 수 있었으며, 대장장이들의 망치질도 전보다 훨씬 견고해졌다.
“대충 아무거나 집어넣고 물만 끓여도 버프가 붙는다니까? 나도 신기할 지경이야.”
조리사들 역시 음식의 맛과 별개로, 버프 효과를 훨씬 더 쉽고 강력하게 부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솟대의 버프는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정해진 구역의 자연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솟대를 설치한 이후로 팔달산에 피어나는 약초의 양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물약 제조실 쪽이 더 바빠지겠네요. 그쪽 인력도 별로 없을 텐데.”
팔달산에서 자라는 약초는, 물약과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쏠쏠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량으로 들어온 ‘트롤의 피’와 배합하면 상위 등급의 체력 회복 물약을 제조할 수 있었다.
한편, 근처 상가 한 곳을 개조하여 ‘격납고’로 만들었다. 그곳에 바리스타와 신기전 등 대형 병기들을 보관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경수는 수성전이 발생할 때, 신기전과 바리스타를 어디에 배치할지까지 고려하여 동선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진행했다.
“앞으로 공성 병기 수도 늘어갈 테니 궁수 직업군 중에서 대형 장비의 관리와 운용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볼 예정입니다.”
이런 내정은 경수가 도맡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와 함께 행정 업무를 보는 플레이어가 3명 생겼다.
이들은 따로 사무실을 두고 ‘총무부’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었으며 ‘맹세의 금고’로 들어오는 골드 운용과 인력 관리를 도맡고 있었다.
“좋습니다. 앞으로 12시간 동안 휴식하고 그다음 난이도의 대규모 던전 공략을 시작하죠. 고생한 플레이어들에게 휴식에 좋은 음식을 배식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휴식 시간 동안 ‘감시반’을 풀로 돌리겠습니다. 경계가 약해지는 시점이니까요.”
현재 간이 창설된 ‘감시반’은 정호의 새로운 스킬인 ‘허공의 눈’을 이용하여 결계 주변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마치 CCTV처럼, 결계 어디든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정호를 포함하여 총 4명으로 각기 다른 방향을 꼼꼼하게 살피는 중이었다.
그런데 세계수 진영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동안, 그 모든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타깃 확인.”
성우와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이 던전을 오고 가고 아이템을 운반하는 과정을 아주 은밀하게 따라붙었던 하나의 발걸음이 결계 밖에서 멈춰 섰다.
“놈이 확실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나무, 어딘가 강력한 힘을 뿜는 나무가 눈에 띈다.”
세계수가 보이는 어느 옥상, 그림자 속에서 검은 복면 하나가 번져 나왔다.
“······그리고 현재, 놈들은 휴식에 들어간 걸 보인다.”
그는 건너편 건물로 단숨에 점프하더니, 이내 다른 그림자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갔다.
텅 빈 공간에서 아주 작은 음성만이 바람 소리처럼 웅얼거렸다.
“······결계 밖으로 나오는 타이밍을 노려서 놈들을 척살하면 될 듯하다. 나올 때까지 계속 감시하겠다.”
***
12시간의 휴식 신간이 지난 뒤, 다시 지옥의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이번 대규모 던전은 ‘A대학교 캠퍼스’에 있습니다. 광신도 등이 등장하는데, 보스 몬스터는 타락한 정령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 마법이나 저주 공격을 방어하는 연습이 가능하겠군요.”
“그럼 지금 선발대 보내겠습니다.”
세계수 진영은 던전 공략에 앞서 선발대를 출발시키기로 했다. 선발대는 한호와 인호 그리고 2조 소속 25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되었다.
“비록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인근이라고는 하지만, 결계 밖으로 나가는 일이니 신중히 처리해야만 합니다.”
“넵!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 일어나면 제가 바로 기도할 테니까.”
한호가 너스레를 떨자 경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도요?”
“그런 게 있어요. 으흐흐!”
“아, 아무튼 출발합시다.”
선발대는 먼저 출발하여 던전 입구 주변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감시 초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던전 공략 중에 혹시나 기습을 당하게 된다면 무방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니, 미연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준비된 트럭으로 자재를 싣고 이동할 예정입니다. 초소 설치 작업은 4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하고요.”
선발대는 미리 뚫어 놓은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기로 했다. 헬리콥터나 본 와이번을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이 역시도 다른 이동 경로를 미리 확보해두는 차원이었다. 하나의 길만 있는 건 위험하니 말이다.
“자, 다시 출발합시다!”
***
“······놈들이 출발한다. 도로로 이동한다. 경로로 볼 때 동쪽이다. 3조, 목표 확인하라.”
검은 옷의 복면들은 세계수 진영의 결계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나올지 모르니 미리 모든 곳에서 감시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내 트럭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서 뭉치기 시작했다. 사방에 넓게 퍼져 있다가 하나의 선으로, 이내 하나의 점으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스스스!
그들은 그림자처럼 기다리다가 바람처럼 움직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도로를 주파하는 트럭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정지.”
그리고 트럭의 속도가 느려지자, 그들의 발걸음도 멈춰 섰다.
“대기.”
그들은 정해진 포지션에 따라 다양한 위치로 이동하여 매복했다. 그런데, 맨 후열의 복면이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응?”
“왜 그래?”
“······방금 뭔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어?”
“인기척?”
그 말에 동료 역시 손목 아래에 감춰진 ‘쿠나이 수리검’을 약지로 짚었다. 같은 닌자로서 동료의 직감은 신뢰할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난 모르겠는데? 확실해? 날짐승이 있을 수도 있어.”
“······아닌가? 날짐승은 아니었어.”
날짐승의 움직임과 인기척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훑었다.
“이봐, ‘하야부사(鶽)’가 있잖아. 그 친구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항상 우리를 보고 있어.”
“알지.”
“그 친구가 말이 없다면 쥐 한 마리 없는 거야. 그리고 우리를 미행할 자가 누가 있다고?”
“······하긴, 그건 그렇지.”
이들은 프로답게 아무런 흔적과 인기척을 남기지 않고 이동할 줄 알았다.
짐승보다 더 짐승처럼, 오로지 사냥감의 목덜미를 긋는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것도 오직, 죽어가는 사냥감의 꺼져가는 눈 속에만 모습을 비춘다.
‘내가 너무 긴장했나? 흔적이 없는 우리를 누군가 미행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의 불안은 점점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봐, 하야부사 쪽, 연락되나?”
닌자들의 리더, 두령이 다가와 물었다.
“······예? 연락이라뇨?”
“2분 전부터 응답이 없다.”
“그럴 리가······.”
하야부사는 송골매라는 뜻처럼 닌자들의 감시 위성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걸 보고 모든 걸 경고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부재라고?
하지만 이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얼마든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었고 계획이 틀어지는 것 역시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침착하게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게 프로였다.
“꼬리 둘, F포인트로 이동해서 하야부사 위치 확인하고 보고하라. 혹시 문제가 있더라도 절대 교전 금지다.”
‘꼬리’라는 콜사인에 속한 두 명의 복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너편 건물로 사라졌다.
“작전 강행합니까?”
“물론이다. 놈들의 선발대를 죽이고 잠복하다가 네크로맨서의 목덜미를 긋는다. 잘난 놈이라도 한 방이면 된다. 딱 한 방만이면······.”
첫 번째 목표물, 세계수 진영의 선발대는 어느새 한 대학교의 캠퍼스 부근에 멈춰 섰다. 나름대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 어떤 잘난 놈도 한 방이었죠.”
[시너지 목록]
1) 닌자 작전(1단계)
- 구분 : 직업 시너지
- 조건 : 닌자 직업 10명 이상
- 효과 : 모든 방어력과 모든 저항력이 0이 되는 대신, 목표물의 모든 방어력과 모든 저항력을 무효화시킨다. 또한, ‘첫 번째 공격’의 데미지가 대폭 상승한다. (+500%)
닌자는 그야말로 단 한 방에 승부를 가리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단 한 방을 위해서 최고의 노력을 쏟는다.
일본 서버, 특히 규슈 지역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많았다. ‘야마토 길드’는 처음에는 그저 그런 세력을 가진 그룹이었다.
하지만 검성 오카타 아키라를 필두로 한 닌자 부대가 압도적인 강자들을 허무한 죽음으로 끌어내린 뒤부터 달라졌다.
아무런 방해물 없이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의 위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은 땅에서 실패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무대는 바다 건너, 월드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서버에서까지 연장되고 있었다.
“시작한다.”
두령의 한 마디에 닌자들은 칼등에 손을 얹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스스스―
총 27명, 사냥감의 위치는 이미 속속히 파악되어 있었다. 그들의 작은 움직임에 따라서 닌자들의 이동 경로도 조금씩 수정되고 있었다.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모난 곳 없는 발걸음으로 자연스럽고 은밀하게 접근했다.
스스스―
거리가 최소한으로 좁혀지고 호흡과 박자가 임계점으로 도달하는 순간, 그들의 오른손은 한 마리 나비처럼 칼등 위에 얹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산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활강하는 한 마리의 매처럼, 허공에서 발톱을 쩍 벌렸다.
스르릉―
단 몇 초면 모든 게 끝난다.
촤악!
마침내 피가 터져 올랐다.
“······어?”
철퍽―
그런데 첫 번째 피는 사냥감의 것이 아니었다. 선두의 상체가 콘크리트 바닥 위에 떨어졌다. 나머지 반쪽, 하체는 저 멀리 나뭇가지에 걸렸다.
‘······어떻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닌자들은 멈칫했다. 하지만 두령은 판단했다.
‘하지만 이대로 후퇴할 순 없다. 돌파다.’
만약 들켰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한 수 접는다면 다음 수는 기대할 수 없다. 닌자의 작전은 적이 모를 때 유효해지는 법이었다.
휙!
두령이 새소리와 같은 휘파람을 불었다. 닌자들의 움직임이 직각으로 급히 꺾였다. 이어지는 두령의 손짓과 동시에 11명의 닌자가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들은 일제히 발검하며 엄청난 속도로 쇄도했다.
정면 돌파였다.
“어? 어어?”
“스, 습격······.”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그제야 암살자의 출현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수룩한 보병부대가 기마대의 돌격에 휩쓸리듯, 단숨에 끝날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과감한 돌진으로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정체불명의 습격자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어?’
그런데 그때, 두령은 소름 끼치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건 두 음절로 죽음이었다.
두령은 목표물은 잊고 본능적으로 몸을 내던졌다.
쩌―엉!
공기가 터지는 굉음이 그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큭!”
그는 콘크리트 바닥 위를 사정없이 구른 뒤,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 표창을 쥐고 자세를 낮췄다. 식은땀이 콧잔등에서 떨어졌다.
쩍―쩌―저적!
굉음이 스쳐 지나간 곳에서 뒤늦게 파열음이 들려왔다.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가로등이 찢어지며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컥!”
“커허······.”
그 사이에 있던 부하 셋의 몸뚱이가 허물어져 내렸다.
“미친!”
나머지 7명은 본능적으로 피한 듯했지만, 두령은 더는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모든 계획이 차곡차곡 막혀버렸다. 다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란 말인가? 알 수 없었다.
저벅―
골목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다분히 의도적인 발소리였다. 숨길 수 있음에도 구태여 숨기지 않는 여유······.
마침내 그 귀신 같은 칼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한국 서버의 정보를 통해서 본 적 있었다.
빨간색 트레이닝복, 흐드러진 긴 머리, 도깨비 이빨 형상의 ‘귀면갑(鬼面甲)’을 쓴 여자······ 무표정한 눈은 살의보다는 어떤 교만이 어려있었다.
그녀는 등 뒤, 두 개의 칼 중 하나를 뽑아 든 채 천천히 걸어 나와 닌자들의 앞에 섰다. 오른쪽 어깨 위에는 정체불명의 파란색 불꽃이 떠다니며 비현실적인 위협감을 자아냈다.
“······지수 누님?”
한호가 그녀를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