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13화 (113/244)

# 113

40) 세계수의 진영 – 2

한호는 이번 월드 퀘스트가 퍽 억울했다.

“······근데 선배,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번 퀘스트는 너무한 거 아니에요?”

“왜?”

“한국 서버도 모자라서 월드를 적으로 만들다니? 이 정도면 시스템도 우리한테 악심 있는 것 같은데요?”

성우는 주머니 속 이무기의 비늘을 만지작거렸다.

- ON AIR (!)

세계의 이목이 한 곳에 쏠렸기 때문일까? 성우를 지켜보는 정체불명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섣불리 쳐들어오지 못할 거야.”

“왜요?”

kor-157에 대한 현상금이 월드 단위로 격상된 적은 있어도 전 서버에 같은 퀘스트가 내려진 건 처음이었다.

즉,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 뒤, 가장 큰 이벤트가 발동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서버의 사정을 모르는 외국의 플레이어들은 ‘세계수 진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시스템 메시지로만 우리의 존재를 접한 외국 서버 플레이어들은 우리를 말도 안 되는 초대형 세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야. 적어도 잠깐은······.”

무려 절대 종족과 맞서고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절대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아하? 그럼 좀 쫄리긴 하겠어요?”

“그래. 그 오해가 놈들을 주저하게 만들겠지. 그러니까 그 안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해. 어쩌면······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으니까.”

“······세, 세계대전이라니? 그 정도예요?”

섣불리 쳐들어오진 못한다. 하지만 이내 성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테고 결국 언젠가, 적지 않은 이들이 모험을 감행하여 한국 서버로 쳐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오해한 만큼 더욱 크게 준비하고 연합 형태로 우르르 몰려올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대규모 원정을 올 거다.’

세계대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건 과장이 아니었다.

“근데 우리 서버 커뮤니티 보면 의외로······ 시비 거는 놈들이 없는데요? 옛날에는 막 개나 소나 난리였잖아요? 다 어디 갔지?”

“눈치 보고 있겠지.”

반면 지금, 한국 서버 내에서는 네크로맨서를 타도하는 움직임은 이상하리만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눈치요? 아? 몇 번 두들겨 패는 거 보여주니까 조용해진 건가? 하긴······.”

이미 네크로맨서와 대거리한 결과를 여러 차례 목격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깨달았을 것이다. 네크로맨서를 적대시해서 얻는 것보다 완만한 관계를 유지해서 보존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는 걸 말이다.

특히나 성우가 직접 없애버린 전력이 있는 ‘악마 진영’ 소속의 집단들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였다.

- [LIVE] 악마 진영 소속 ‘화랑 길드’ 월드 퀘스트에 관한 공식 입장 발표 (19,555명 시청 중)

“······우리 ‘화랑 길드’를 필두로 한 부산의 악마 진영은 극단적인 대립 구도를 지양합니다. 선택 가능한 범주 내에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교류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

나름 한반도 남부에서 최고 수준의 세력을 자랑하는 ‘화랑 길드’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나섰다.

커뮤니티 내에서 네크로맨서의 차기 상대로 언급되며, 대결 양상이 만들어지는 걸 의식한 모양이었다.

다른 세력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694] 청주의 무소속 그룹이 세계수 진영 지지합니다.

- 작성 : 청주 간판 │ 조회 : 21,456

[697] 춘천 188명 그룹, 세계수 진영 가입 희망합니다.

- 작성 : LEE상태 │ 조회 : 19,541

[702] 악마 진영이지만 네크로맨서 응원합니다.

- 작성 : 파주의 딸 │ 조회 : 11,986

아직 절대 진영에 귀속되지 않은 세력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어딘가에 속한 이들까지 ‘세계수 진영’을 지지하고 가입을 희망하는 등, 지난 며칠간 한국 서버 내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715] 님들 지금 이 상황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음?

- 작성 : 김치 장인 │ 조회 : 41,443

월드 퀘스트 말인데 동학농민운동 때 농민군 못 막으니까 외세 끌어들인 거랑 똑같은 상황 아님?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좀 괘씸하네? 외국 서버 새끼들이 우리 땅 들어와서 네크로맨서 잡겠다고 지랄할 걸 생각하니까 뭔가 배알 꼬이고 빡치는 거 나만 그럼?

[댓글 : 44]

─ 김민철0456 : 정상입니다. 나도 천사 진영이지만 다른 서버 놈들이 들어와서 난리 치는 꼴 못 볼 것 같음

─ 고형우 : 2222 외세 들어온다면 저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불러만 주세요.

─ 백경 : 이번 퀘스트는 보는 순간 망므이 네크로맨서 쪽으로 저절로 기울더라고요. 응원합니다.

─ 이SH : ㅋㅋㅋ나라가 망해도 국뽕은 남는다?

└ 1야스오 : 영등포 근처에 국밥집 열어야겠노;;

└ 목포 남자 : 국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아님? 외국 군대에 네크로맨서가 지면 그다음은 어쩔 건데ㅋㅋㅋ 걔들이 그냥 떠날까? ㄴㄴ님들 바로 노예임

└ 광광이 : 국뽕? 생각 없는 새끼들;; 중국 해적단 같은 놈들이 존나 몰려와도 네크로맨서 타도할 거냐? 악마 천사 할 거 없이 힘 합쳐서 막아야지;;

이처럼 무력은 물론이거니와 여론마저도 세계수 진영이 한국 서버의 대표 격에 올라섰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

그 시각 일본 서버의 대마도 인근 해상, 대형 ‘벌크선(Bulk Carrial)’ 한 대가 연안에서 유량 중이었다.

두두두두!

이내 한국 서버의 바다로부터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오더니, 벌크선 선원의 신호에 따라 화물칸의 빈자리에 착륙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남자는 포마드 머리의 남자였다. 그는 기다리고 있던 하얀 정장의 남자와 악수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아라하타 상”

“유 박사님, 어서 오시죠. 실제로 뵙는 건 처음입니다.”

둘은 분명 다른 국적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시스템은 그런 장벽을 허물고 자연스러운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했다.

“어른께서 직접 바다까지 직접 나오신 겁니까?”

유 박사의 물음에 아라하타는 고개를 저었다.

“유 박사님, ‘구미초(助長)’께서는 이런 오지까지 직접 움직이시지 않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렇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구미초를 대신하여 제가 만나 뵙게 될 분이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이번 자리를 마련하신 건 길드의 비수들을 교육하시는 오카타 아키라 ‘혼부쵸(本部長)’님입니다.”

아라하타는 그렇게 말하며 선내로 들어가는 격실 문을 열었다. 선실이 이어지는 좁은 복도에는 험상궂은 조직원들이 늘어서 있었다.

불편한 손님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의도된 연출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유 박사는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아, 들어본 적 있습니다. ‘검성(劍星)’이시군요.”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리시죠.”

그들은 복도를 지나 선장실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다다미가 깔린 접객실로 개조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널찍한 걸 보니 벽을 터서 몇 개의 방을 합친 것 같았다.

상석에서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일어섰다.

칼의 정점에 선 남자 ‘검성(劍星)’

- 예리한 감각이 당신의 정체를 꿰뚫어 봅니다.

* 프로필 정보가 일부 노출됩니다.

* 당신의 움직임이 읽히고 있습니다.

그의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게 맹금의 눈에 가까웠다. 그의 눈은 빠르고 움직이며 유 박사의 손과 목, 그리고 눈을 차례대로 훑었다.

그런 뒤에야 입이 움직였다.

“유 박사님, 이곳까지 직접 와주시다니 이렇게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검성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리고 그 칼자루 뒤에 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 말에 아키라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일본 서버에서 우스갯소리로 이 몸을 부르는 별명까지 알고 계시다니? 유 박사님의 정보력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둘은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내 정말 중요한 비즈니스인 것처럼 형식에 따른 상차림이 차려졌다. 거기에 형식을 더한 대화가 몇 차례 오간 뒤에야 밀회의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유 박사님과 진화 학회가 요청하셨던 타깃이 바로 어제, 월드 퀘스트에서 지목된 그 작자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네크로맨서입니다.”

아키라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꽤 긴 고민에 잠겼다.

“······.”

그의 눈은 유 박사의 등 뒤, 벽에 걸린 우키요에 양식의 그림에 머물렀다.

‘세계수 진영의 kor-157, 본토에서는 벌써 토벌을 준비하겠다고 난리인 놈이 아니던가? 그런 대어를 한국 서버의 정보원을 통해서 제보받고 먼저 처리한다면······ 분명 엄청난 성과다. 새우로 도미를 낚았군.’

그는 한참 뒤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오래 고민해봤습니다. 구미초께서 제게 결정을 맡기셨으니······ 제가 가장 아끼는 별동대를 파견하겠습니다. 유 박사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선심 쓴다는 듯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한 차례 한국 서버의 용병들에게 의뢰를 맡겼는데 무참하게 실패했습니다. 타깃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아키라의 눈이 반쯤 감기며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유 박사, 우리를 용병 취급해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명예와 의리를 위해서 칼을 드는 협객이기에 푼돈 받고 움직이는 잡부와는 기술이 다릅니다.”

“······물론입니다. 야마토 길드의 칼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만, 분명 까다로운 상대일 겁니다.”

그러자 아키라는 다소 언짢은 기색을 대놓고 내비쳤다.

“······걱정은 접어두시죠. 우리는 강한 상대를 쉽게 죽이기 위해서 훈련받았습니다. 그게 바로 닌자입니다.”

“닌자라, 잘 알죠.”

“일본 서버 내에서도 그런 닌자 직업의 플레이어 15명을 모아서 시너지를 만드는 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감히 강조해봅니다.”

오로지 닌자만이 모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시너지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한국 서버의 네크로맨서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될 예정이었다.

“······.”

“자, 그럼, 배를 돌리려고 하는데······.”

아키라의 말에 유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즈니스는 이걸로 끝이었다.

“만나 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유 박사가 돌아서는 순간, 아키라가 다시금 운을 뗐다.

“아, 유 박사님, 물건을 먼저 받은 뒤에 칼을 뽑으라는 혼부쵸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오늘 안에 보내드리죠.”

대화를 끝마친 유 박사는 선실을 나와, 헬기에 올라탔다. 그 옆에는 젊은 여자가 헤드셋을 내밀었다. 유 박사는 헤드셋을 쓰고 이륙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우우웅―

“박사님, 대체 혼부쵸? 그 사람이 누굽니까?”

헬기에 타고 있던 요원들은 도청 장치를 통해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유 박사를 구출하기 위함이었다.

“······규슈를 장악한 야마토 길드의 마스터인데, 22레벨이 되도록 각성도 못 한 노인네야. 각성에 필요한 아이템을 긁어모으는 중이지. 마침 우리한테 한 개가 있어서 거래가 성사됐어.”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한국 방향 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닌자들이 네크로맨서를······.”

“어차피 시간만 끌어줘도 돼. 야마토 길드가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계획만 완수된다면······.”

“······네크로맨서도 끝이군요.”

“그래.”

한국 서버의 모두가 네크로맨서를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강함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한 방을 준비 중이었다.

***

멸망한 세계에서, 시스템의 룰로 벌어지는 세계대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 전쟁을 벌이기에 우리는······.”

“너무 적죠.”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소수정예를 추구해왔다. 불필요한 부양 인구에 의한 리스크를 줄이고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건 분명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는 너무 다행히도 죽은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는 장담 못 할 테니까요.”

하지만 전쟁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성우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전장이 다층화된다면 마을의 플레이어들 역시 전투에 휘말리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희생자가 발생할 텐데, 그게 문제였다. 마을의 인구는 고작 226명에 불과하기에 소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받아들여서 규모를 늘리는 건 부담이 큽니다. 속이 시커먼 것들을 골라내기도 힘들 것 같고요.”

경수의 말에 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한 기반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두 분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성우가 생각하기에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규모를 늘리는 작업은 그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튼튼한 기반이 형성된다면, 뒤늦게 합류한 플레이어들 역시 더욱 빠른 성장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럼 수성전 위주로 고민을 해보죠. 일단 제 언데드가 앞에서 막아주는 역할은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개전 이후, 적어도 1시간 동안은 탱킹이 부족할 걱정은 없었다. ‘사자의 권역’ 덕분에, 대형 언데드들이 무한정 부활하여 전선의 최전방을 든든하게 메꾸어 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항상 원거리 공격이 부족하긴 했죠.”

특히나, 언데드 자체가 의식이 없다 보니,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마법사’ 종류의 권속을 운용하는 게 상당히 까다로웠다.

물론 ‘코볼트 마법사’처럼 기본적인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그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광범위한 마법과 상태 이상을 부여하는 고급 마법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마을 사람 중에서는 궁수 비중이 높은데 궁수 부대부터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인호의 의견이었다. 이에 성우는 북한산 전투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풀어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쓸모 있는 건, 재건 동맹의 주력이었던 ‘스콜 부대’가 사용했던 ‘연노’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최고급 연노

- 등급 : 희귀

- 분류 : 쇠뇌

- 효과 : 반자동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탄착 후 8발을 연달아 발사할 수 있다.

“오, 이거 물건인데? 확실히 일반 화살이나 석궁보다 화력이 좋긴 하겠어요. 단발 데미지는 약하더라도 비처럼 쏟아지는 게 대규모 전투에서는 더 효과적이겠죠.”

“이거 근데 우리 공돌이들한테 보여주는 건 어때요? 쇠파이프를 가져다줘도 청룡 언월도를 만들어내거든요.”

공돌이는 제조 분야 플레이어의 별명이었다. 그들은 ‘신목의 풍요’ 버프를 받은 이후, 스킬 등급이 일취월장하여 질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잠시 후, 두 명의 대장장이가 연노 아이템을 살피더니 저들끼리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거 얼마 전에 얻은 정령의 돌 붙이는 건 어때? 추가 효과 붙으면 재미 좀 볼 것 같은데?”

“아니야, 어차피 빠른 연사에 특화된 무기니까 그걸 극대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드워프 박스를 붙여보자. 재고도 많으니까.”

“그게 좋겠다.”

그러더니 작업대에 ‘최고급 연노’ 한 자루를 올리고 이리저리 개조하기 시작하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아이템을 탄생시켰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최고급 연노(대용량 탄창)

- 등급 : 희귀

- 분류 : 쇠뇌

- 효과 : 반자동 장치가 부착되어 있으며 대용량 탄창이 추가되었다. 탄착 후 28발을 연달아 발사할 수 있다.

한 번의 탄착으로 발사할 수 있는 화살이 8발에서 28발로 대폭 증가했다. 장전 시간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분당 연사 속도가 확연하게 증가할 것이었다.

“그런데 이거 하나 개조하는데 9만 골드가 들어갑니다. 지금 보유 중인 25개를 모두 개조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장장이는 뿌듯하긴 하지만, 어딘가 걱정이 어린 표정이었다. 9만 골드는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성우의 단 한 마디만으로 미소를 띨 수 있었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지원해드리죠.”

말 그대로 걱정이 사그라졌다.

“그거, 공돌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군요.”

돈이야 차고 넘쳤다. 성우만 하더라고 한 번의 베팅으로 3억 골드나 따내었을뿐더러, 세계수 길드의 모든 이들도 각기 다른 금액을 베팅하여 큰 이득을 취한 상태였다.

아마도 세계수 진영이 한국 서버 전체에서 가장 자본이 튼튼한 그룹일 것이었다.

성우는 이 막대한 자본과 버프로 일당백의 엘리트 그룹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네크로맨서 한 명이 수백, 수천 명의 상대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혼자서 단 10명만 감당할 수 있다면, 단연 압도적인 전력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템만 좋다고 해서 강해지는 건 아닙니다.”

“역시 사냥을 해야겠죠?”

아이템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었지만,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효율을 내기 마련이었다.

현재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평균 이상의 레벨과 전투 능력을 보유 중이긴 했다. 하지만 성우가 꿈꾸는 10명을 감당할 수 있는 1인 수준은 아니었다.

“경수 씨, 근처에 던전 목록을 정리해서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이어서 인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필드는 항시 정리해서 깨끗하지만, 신규 던전은 아주 차고 넘칩니다. 입맛대로 골라갈 수 있을 겁니다.”

“전부 대규모 던전인가요?”

“맞습니다. 이번 챕터가 시작되면서 수원 시내에 4개 정도 생겼거든요. 가끔 드나들긴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공략을 시도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대규모 던전은 일반 던전과 다른 규모 진영의 대립 구도 때문에 이번 챕터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였다.

“좋습니다. 인호 씨, 던전 공략을 진행할 조를 나누어주세요. 저와 함께 던전 공략을 들어갈 겁니다.”

인호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성우 씨가 직접 지도해주시는 건가요?”

“지도라? 함께 들어가긴 할 겁니다. 다만, 감당할 수 있길 바라죠.”

목표는 ‘십인지적’의 군대, 네크로맨서와 함께하는 지옥의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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