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40) 세계수의 진영 – 1
네크로맨서는 악마 진영의 본거지, 의정부시 경기북부청사에 무혈 입성했다.
악마 진영 측 방송에서 언급된 것처럼, 의장을 비롯한 재건 동맹의 간부들은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북한산 전투에서 완패하면서 세력을 유지할 힘이 더는 없다는 걸 깨닫고 재빠르게 내뺀 것이다.
쿵―
성우의 본 와이번이 ‘경기평화광장’이라는 이름의 청사 광장의 가장자리에 내려앉자, 양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방송에 등장했던 남자였다.
“환영합니다. 어서 오시죠.”
그는 네크로맨서를 실제로 마주하자 긴장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네크로맨서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몰살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저는 의정부 지역의 피난처를 운영했던 이민철이라고 합니다. 저, 저희가 재건 동맹이 북부에서 내려온 이후, 본의 아니게 지배받고 있던 점, 그래서 반강제적으로 계획에 동참했던 점, 부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은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자, 민철은 재건 동맹과의 관계에 선부터 긋고 시작했다. 원치 않은 복속이었다는 걸 주장하여 책임을 피해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민철이 뭐라고 하든, 성우는 조금도 관심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광장 가운데에 놓여 있는 ‘악마의 석상’에 향해 있었다.
그건, 네크로맨서에게 바쳐지는 제물이었다.
‘이걸로 3번째, 마지막이다.’
성우는 민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광장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네크로맨서다······.”
“지, 진짜로 우리를 죽일까?”
악마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석상과 거리를 둔 채, 좌우로 넓게 서 있었다. 그들은 마치 전쟁에서 패한 국가의 국민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승리국의 지도자나 다름없는 성우는 그들이 보는 지켜보는 가운데, 악마 진영의 중요한 상징물인 ‘악마의 석상’ 앞에 섰다.
뿔이 달린 검은 석상이었다. 피막의 날개가 반쯤 펴진 채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생겼군.’
오른손은 긴 창을 역수로 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성우를 내리찍을 것처럼 역동적이었다.
왼손에는 불이 든 잔을 들었는데, 반쯤 기울어진 채, 내용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에 따라 발아래에서 짙은 불길이 피어오르는 모습까지 표현되어 있었다.
‘천사는 검과 왕관을 들고 있었지? 무슨 의미일까?’
이 역시 각 진영이 추구하는 바가 함축된 듯했다.
“뭐가 됐든, 그게 이루어질 일은 없을 거다.”
성우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았다.
“······.”
악마 진영의 플레이어들이 경계 어린 눈으로 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 두려움에 의한 경계심이겠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이 상황, 성우를 유인하여 저격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었다. 특히나 이런 개방된 장소일 경우 더더욱 위험했다.
하물며 지수가 없는 상태이기에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성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비를 마련했다.
우우우―
광장에 내려앉기 한참 전부터 ‘스펙터’를 띄워 일대를 샅샅이 감시하는 중이었다. 두 마리의 유령이 청사 주변을 떠돌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옥상에 곳곳에 좀비 괴조를 배치한 건 물론이거니와 본 와이번으로 그림자를 형성하여 유사시, 그림자 이동을 통하여 탈출할 준비까지 끝마쳤다.
‘좋아, 이상 없다.’
성우는 모든 걸 점검한 뒤, 오른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그곳에서 흑색의 ‘그림리퍼’가 피어났다.
쩌―억!
악마의 석상이 대각선으로 갈라지더니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 악마 진영이 당신에 대한 현상금을 상승 조정합니다.
* 악마 진영 현상금 : 50,000,000골드
“아, 레, 레벨이······.”
“나도 떨어졌어.”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석상을 지키지 못했기에 강렬한 페널티가 부여됐을 것이었다. 섣부른 선택이 불러온 응당한 손해였다.
하지만 성우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 제3의 선택 : 절대 종족의 석상 파괴 (3/3)
- 히든 퀘스트 <제3의 선택>을 성공적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제3의 진영 창설 기회)
마침내 진영 창설에 대한 ‘히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진영 퀘스트]
- 제목 : 위대한 순간, 창설(創設)
- 유형 : 결정
- 목표 : 진영의 ‘본거지’ 선택
- 보상 : 초기 운영 자금(30,000,000골드)
당신은 새로운 진영의 시조(始祖)가 되기 위한 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 진영을 창설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창설의 첫 번째 과제는 ‘본거지’를 지정하는 일이다. 진영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안전하고 훌륭한 지역을 선정하여 백년대계의 기틀을 닦아야 할 것이다.
* 72시간 이내에 본거지를 지정해야 합니다.
* 한 번 지정된 본거지는 임의로 수정할 수 없습니다.
진영 창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 주어졌다. 그건 진영의 기반이 될 장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건 이미 정했지.’
고민할 것도 없이, 세계수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편, 무너진 석상 사이에서 검은빛을 발하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악마의 뿔 조각
- 등급 : 전설
- 분류 : 소비 아이템
- 효과 : 사용 시 일정 범위 내의 ‘악마 석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 (1회) * 천사 진영, 제3 진영은 사용할 수 없다.
- 설명 : 석상이 파괴될 경우 최후의 비상 탈출 용도로 사용됩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천사의 날개’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사용 제한 목록에 ‘제3 진영’도 포함되었다는 것이었다.
성우는 대만의 해적단을 공격했을 때, 천사의 날개 조각을 사용하여 기습했었다.
당시에는 진영에 속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제한이 없다는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지만, 이제부터는 정식 진영으로 판정되는 모양이었다.
성우가 돌아서자 민철이 다가왔다.
“저, 네크로맨서님······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민철은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더니 광장 주변에 나와 있는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저희는 악마의 석상을 내놓으면서 큰 페널티를 받았습니다. 레벨 다운이라는 막대한 저주를 받고 악마 진영에서도 내쫓겨진 상태입니다.”
그다음 이어질 말은 안 들어도 뻔했다.
“그, 그래서 혹시, 제3 진영에서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원치 않게 악마 진영에 복속되는 바람에 이렇게······.”
후우우― 쿵!
그때, 성우의 등 뒤에 ‘본 와이번 알파메일’이 내려앉았다. 민철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리고······.”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본 와이번에 올라탔다.
“우리는 가입을 강요하지도 않고 쉽게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당신들의 가치를 증명하세요.”
가치 증명이라니? 민철은 눈앞에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는 수의 플레이어를 대표하여 이 자리에 나와 있기에 가치를 증명할 방법을 알아내야만 했다.
“저, 가치 증명이란 걸,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제가 직접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게 만드세요.”
민철은 입을 쩍 벌렸다. 네크로맨서가 직접 와서 도움을 요청하게 만들라고?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성우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고 단숨에 날아올랐다. 이제 수원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민철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네크로맨서가 사라지는 방향을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
성우와 한호는 수원에 도착한 직후, 곧장 진영 창설을 진행하지 않았다.
경험상,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퀘스트를 완료한 이후에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닥쳐오곤 했다. 일전에 세계수를 심었을 때도 그랬다. 와이번 무리가 통째로 몰려올 거라는 걸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렇기에 경계 상태를 한 차례 점검하고 마을 주민들에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말 그대로 전투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한편, 한호에게는 커뮤니티를 예의주시하라고 시켰다. 적대 세력의 혹시 모를 움직임이 커뮤니티 상에 노출될 수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행방불명된 지수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참이고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던 한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수 누님이 쓴 댓글 같은 건 없어요. 진짜 무슨 일 생긴 건가? 아 씨, 그래도 지수 누님인데 괜찮겠죠?”
“괜찮을 거야.”
성우가 지금까지 봐온 지수는, 그리고 달라져 가는 지수는 결코 쉽게 꺾일 사람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감각을 얻은 이후로는 남다른 통찰력까지 쌓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정훈이 그녀의 흔적을 쫓아주기로 했으니 조만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때, 인호가 찾아왔다.
“성우 씨, 일대에 경계 병력 추가 배치했습니다. 누구든 결계 근처에 접근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뇌신의 철퇴’도 예열해둔 상태라 거슬리는 게 나타나면 즉시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민 전체가 무장하고 대기 중입니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광장에는 거대한 나무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 세계수(성장 2단계)가 성장 중입니다. (83%)
그 크기가 어느새 약 24미터 정도, 약 8층 높이까지 자라난 상태였다. 이제는 인근 지역에서 쉽게 눈에 띌 정도였다.
그럴 것이, 크기가 나무치고는 비현실적으로 큰 건 물론이거니와 뿌리에서부터 빛줄기가 뻗어 올라가며 풍성한 가지까지 빛무리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저게, 밤이 되면 따로 전등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 강한 빛은 아닌데, 세상이 멸망한 통에 주변에 아무런 빛도 없다 보니 독보적으로 느껴집니다. 24시간 내내 누가 봐도 성스러운 느낌을 자애 내고 있으니······.”
인호는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이제 숨길 수 없겠군요.”
“그렇죠. 숨기기에는 너무 랜드마크 수준인걸요.”
수원에서 세계수라는 존재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테러 킴이 습격해왔을 때, 방송에 노출되긴 했으나 그 당시에는 아직 크기가 작은 편이었기에 ‘세계수’의 존재를 눈치챈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숨길 수 없다면 이용할 때가 온 거다.’
지금까지는 어린 세계수를 보존하기 위해서 철저한 비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수를 지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자체적인 결계인 ‘신목의 그늘’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오히려 강조하는 거다.’
- 해당 장소를 제3 진영의 본거지로 지정하시겠습니까? (Y/N)
성우는 Y를 선택했다.
- 진영 이름을 입력하세요.
* 주의! 30일간 변경할 수 없습니다.
* 주의! 변경을 위해서는 막대한 골드가 필요합니다.
이름을 정하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성우는 그런 머리 아픈 고민을 구태여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커뮤니티 닉네임도 변경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나 개인의 닉네임이 아닌, 조직의 이름은 집단의 성격과 가치관을 반영해야 하기에 굉장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
성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혹시나 발음이 꼬일까, 또박또박 발음했다.
“······세계수.”
악마와 천사, 간단하지만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다.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격을 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옆에 나란히 설 때, 쉽게 꿀리지 않을만한 ‘키워드’가 뭐가 있을까?
현재 성우에게는 ‘네크로맨서’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지만, 네크로맨서는 개인의 이름으로 남기는 게 더 효용 가치가 있을 것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이름이 분산된다면 중요한 순간에 언급될 때, 그 위력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선택한 게 바로 ‘세계수’라는 초월적인 존재의 이름이었다.
- <세계수> 진영 맞습니까? (Y/N)
“확인.”
- 축하합니다! 새로운 진영이 창설되었습니다.
* 정규 진영으로 편성되어 ‘진영 퀘스트’
* ‘진영 등급’에 따라 새로운 기능이 오픈됩니다.
- 진영 퀘스트 <위대한 순간, 창설(創設)>을 성공적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초기 운영 자금)
- 진영의 시조(始祖) 칭호가 부여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3)
- 정규 구성원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 ‘진영 구성원’ 메뉴를 확인하세요.
-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세계수(신단수)’가 진영의 상징물이 됩니다.
‘상징물이라? 석상과 같은 역할인가?’
[월드 메시지]
- 축하합니다! 한국 서버에서 최초의 플레이어 주도 진영인 <세계수>가 탄생했습니다.
진영이 창설되었다는 안내 메시지는 결계 내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었다.
“우와!”
“드디어 우리도 정규 진영이다!”
처음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나온 터에 긴장감이 만연했지만, 이내 별다른 문제 없이 진영이 창설되자 축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악마? 천사?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여기저기 근본 없이 퍼져 있는 것들이잖아? 더군다나 진영의 주인은 정체를 알 수도 없는 놈들이고?”
“개판이지!”
그간 천사와 악마 두 진영이 양립하며 커뮤니티를 달구면서, 마을의 주민들은 알게 모르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네크로맨서가 두 진영을 모두 제치고 한국 서버 최고의 발돋움하였으며 그 결과로 ‘정규 진영’을 창설하는 장면을 목격하였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진짜로 다시 살만한 세상이 올지도 몰라.”
“꿈만 같지만, 불가능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네크로맨서라면······.”
“맞아. 진짜로 가능할 거야.”
그러나 모든 게 좋게 풀리는 건 아니었다.
[천사 진영 긴급 퀘스트(월드)]
- 제목 : 불온한 씨앗 정화 작업
- 목표 : ‘세계수 진영’을 붕괴시키고 수장 ‘kor-157’을 척살하라
- 대상 : 제한 없음(목표 완수 후 ‘천사의 석상’ 접촉)
- 보상 : 1억 5천만 골드, 서버 최고 직위 부여
[악마 진영 긴급 퀘스트(월드)]
- 제목 : 기생충 알 밟아 터트리기
- 목표 : ‘세계수 진영’ 플레이어의 시체를 ‘악마의 석상’에 공양하라
- 대상 : 제한 없음(목표 완수 후 ‘악마의 석상’ 접촉)
- 보상 : 1명당 100만 골드, 가장 큰 공을 쌓은 플레이어에게 ‘서버 최고 직위’ 부여
‘거금을 투자했군.’
두 절대 종족은 다른 서버에서는 별다른 방해 없이 승승장구하며 둘만의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유독 ‘한국 서버’에서만 제3 진영이 탄생한 것도 모자라, 두 절대 종족을 찍어 누르고 최고의 진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건 그들에게 큰 위기감을 작용할 수밖에 없을 테고, 이런 과격한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어지는 메시지는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월드 퀘스트]
- 이름 : 큰 세상의 미움을 받는 자
- 유형 : 사냥 혹은 보호
- 목표 : ‘세계수 진영’ 플레이어 사냥 혹은 보호
- 보상 : 상황에 따라 차등 지급
1) 사냥 시 : 세계수 진영 플레이어 1명당 5백만 골드, 진영의 시조 ‘kor-157’ 살해 시 5억 골드(+a)
2) 보호 시 : (책정되지 않음)
‘세계수 진영’의 시조인 ‘kor-157’은 월드 전체에서 손꼽는 문제의 플레이어로, 두 절대 종족의 분노를 사는 행동을 일삼았다. 그리고 두 절대 종족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기로 결단했다.
이 이벤트는 단일 서버가 아닌, 월드 전체에서 진행된다. 당신 역시 선택해야 한다. 절대 종족의 명령에 따를지, 아니면 그들에게 항거하여 새로운 태동에 함께할지······.
* 본 퀘스트는 진행 상황에 따라 내용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천사와 악마, 두 진영의 격한 반응에 따라 새로운 퀘스트를 부여했다.
그런데 문제의 장소, 한국 서버 자체를 ‘퀘스트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끔찍한 결과를 토해내 버린 것이다.
“미친! 선배? 이, 이거 좀 오버 아닙니까? 아니 무슨 한 명 당 얼마? 미친 새끼들!”
“······.”
월드,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떠오른 경악할만한 메시지에 마을의 축제 분위기는 단숨에 누그러졌다. 그리고 단 몇 초 만에 초상집이 되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내가 보고 있는 거 진짜야?”
성우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 이 정도라면 해외 서버에서 원정을 오게 만들기에 충분한 동기부여였다.
‘솔직히, 근처 서버의 큰 세력으로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기회다.’
반면 지금 막 창설된 ‘세계수 진영’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뭐? 우리를 사냥해?”
“지랄, 헛소리하고 있네?”
“나는 왠지, 경험치랑 골드 굴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인정한다. 뒷산에서 약초 좀 더 캐서 물약 창고 좀 가득 채워놔야겠는데?”
이들은 겁을 먹거나 기가 죽지 않았다. 마을의 플레이어들, 아니,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그동안 어디서 꿇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이제는 다가오는 위기에 굽히지 않고 오히려 그 위기를 통째로 잡아먹겠다고 호승심을 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자세가 바로······.
성우가 원하던 가치 증명이었다.
“한호야, 그리고 경수 씨, 인호 씨.”
“네?”
“네.”
“여기 있습니다.”
성우의 부름에 경수와 인호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싸울 준비를 해야겠네요. 그리고 이번엔······ 좀 더 크게요.”
짐짓 비장하게 말했지만 세 사람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죠.”
“저야 뭐, 언제든지 선배 뒤에서 묵묵히 조연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죠! 크, 이 희생정신이란!”
이들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좋습니다. 준비하죠.”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이무기의 비늘’을 꺼냈다.
- ON AIR (!)
‘나한테서 눈을 못 떼는군······.’
이무기가 말한 ‘창조주’ 그놈들이 누구이며 목적이 무엇이든,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즐겁게 해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