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11화 (111/244)

# 111

39) 의정부, 악마 정벌 – 4

모든 카메라가 향한 곳, 그 자리에 네크로맨서가 서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나무가 무력하게 꺾여 있었고 땅이 통째로 뒤집혔으며 선혈이 낭자했다.

이처럼 거친 싸움의 흔적을 역력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검은 늑대 형상의 네크로맨서는 고고하게 서 있었다.

그게 바로 그가 승자라는 증거였다.

“······내가 말했지. 너랑 똑같이 말한 사람이 있다고 말이야. 이제 네가 두 번째야.”

네크로맨서는 권속을 쓰지 않고 도전자를 꺾어버렸다. 그의 발아래 패배자가 쓰러져 있었다.

“커, 커허······ 컥!”

붉은 피부의 거한, 투쟁 길드의 우두머리인 범열이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피를 토해댔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 대체 왜? 어째서 내가 이, 이렇게······ 레벨 차이가 나더라도 능력치에서는······.”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에 성우가 입을 열었다.

“히든 퀘스트로 추가 능력치를 많이 받았나 봐?”

“······.”

범열은 반문하지 못한 채 성우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범열의 레벨은 18, 랭킹 10위로, 22레벨의 성우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옥 같은 태백산맥에서 살아남으며 온갖 히든 퀘스트를 공략한 끝에 적지 않은 보너스 능력치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탑5의 랭커들과 필적할 거라는 게 범열의 생각이었다.

‘비록 조금 미치지 못할지라도 신선의 삼을 먹고 산의 정기를 받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몸이 망가지는 걸 감내하면서까지 집어삼킨 ‘신선의 삼’이었다. 엄청난 능력 상승을 얻었다.

그렇기에 분명, 이겨낼 수 있었다.

“······왜 너만 특별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 태백산맥의 전사라고 했나? 굉장히 자폐적인 자기 애착에 빠져 있군.”

네크로맨서의 비난은 범열을 좌절하게 했다. 그래, 흔히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정신이 몽롱해진 그는 현실을 부정하며, 마지막 힘을 짜내어 도끼를 집어 들었다.

“아니라고!”

그리고 네크로맨서의 목덜미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촤―악!

하지만, 이번에도 네크로맨서가 더 빨랐다. 목덜미를 내준 건 범열이었다.

- ‘특별한 힘을 얻은 상태’의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14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 일격은, 이 싸움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텅― 텅―

사방에서 둔탁한 소음과 함께, 악마 진영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항복 선언이었다.

한계까지 밀려버린 전황에 더불어 우두머리의 발악까지 손쉽게 막히자 전의를 잃어버리는 건 당연했다.

“우리가 졌습니다. 부디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범열 다음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플레이어, 의진이 다가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성우는 그를 무시하고 바닥의 아이템부터 확인했다.

진한 기운이 느껴지는 구슬처럼 보였는데, 그 질감은 찰흙 반죽에 가까웠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태백산맥의 내단

- 등급 : 전설

- 분류 : 소비

- 효과 : ‘산의 정기’를 받아들여 엄청난 능력치 상승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과 정령에 대한 ‘친화력·지배력’이 대폭 상승하며 때에 따라 ‘산신의 힘(신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주의!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80 이상의 ‘체력 수치’ 필요합니다. (권장 수치 : 100)

* 주의! 다른 ‘신격’을 보유하고 있으면 서로 상충하여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설명 : 자격이 없는 이가 ‘신선의 삼’을 억지로 섭취하여 오히려 힘을 빨아 먹힌 뒤 형성된 ‘내단’으로, 오만한 이의 능력치를 흡수하여 한층 더 진해진 상태입니다.

이 아이템은 무려 ‘신격’을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범열을 상대할 때, ‘신격 충돌’ 메시지가 없었던 걸 보면, 놈은 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저, 저기······.”

성우는 옆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의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성우의 시선이 닿자 감전이라도 된 듯 화들짝 놀랐다.

“어디로 간 거지?”

“예? 무엇을······.”

“여자,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었던 여자 말이야.”

성우는 지수의 행방을 물었다. 의진이 어떤 종이로 지수를 빨아들이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배낭을 내려놓더니 무언가를 서둘러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의진이 떨리는 손으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돌돌 말린 종이였다. 성우는 조심스레 받아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신령의 진경산수화

- 등급 : 전설

- 분류 : 소비

- 효과 : ‘지정된 대상’을 그림 속 위치로 순간 이동시킵니다. (재사용 대기 : 96시간)

“그림 속 위치, 여기가 어딘데?”

“태, 태백산맥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입니다.”

“태백산맥? 그럼 안전한가?”

안전을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수가 떨어진 곳이 어딘지를 알아야 했다.

의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안전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지? 태백산맥은 너희가 전부 청소했다고 하지 않았나?”

투쟁 길드가 악마 진영에 가담할 때 방송으로 말하길, 자신들은 지옥 같은 산맥에서 다수의 몬스터와 전쟁을 벌였고 끝내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그게 사실······ 일부는 맞지만, 거,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어서 의진이 설명하길, 태백산맥에 탄생한 몬스터 무리를 끝내 토벌하지 못했다고 이실직고했다.

“······저희는 어떻게든 퇴치하려고 노력했지만, 산이 워낙 깊은 탓에 몬스터들은 날로 강해졌고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놈들은 서로 세력 다툼까지 벌이더니 결국, 한 마리가 산맥을 통일하고······.”

의진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산맥의 왕이라는 존재가 탄생했습니다.”

대산맥의 왕이라?

“그게 뭔데?”

의진의 얼굴이 한층 더 새파랗게 질렸다. 대산맥의 왕이 무서운 것인지, 아니면 그런 곳으로 지수를 보냈으니 후환이 두려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만, 그는 떨리는 입술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 저희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퀘스트 메시지만 봤고······ 그저, 그놈 밑에 있는 부하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걸 결정했을 뿐입니다.”

“그게 망해가는 악마 진영에 붙은 이유군?”

“예, 맞습니다. 그놈들은 갈수록 강해져서 산맥 밖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히든 퀘스트의 연계가 탄생시킨 차원이 다른 괴물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분명, ‘투쟁 길드’ 정도의 집단이라면 한국 서버 내에서도 손꼽을만한 무력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몬스터가 두려워서 다른 곳으로, 그것도 무려 네크로맨서와 맞서려고 나온 거라면······ ‘대산맥의 왕’은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라는 의미였다.

‘귀찮게 됐어. 성장하는 몬스터라면 오래 둬서 좋을 건 없다.’

‘군벌 몬스터’의 잔재가 태백산맥으로 숨어들어 가면서 ‘히든 퀘스트’가 발생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히든 퀘스트’는 변수를 만든다.

하물며 의진의 말처럼, 히든 퀘스트가 거듭되며 ‘연계’된다면 현재 밸런스에 맞지 않는 괴물이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투쟁 길드 놈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히든 퀘스트를 계속 건드리면서 일을 키워버린 거군.’

성우는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범열을 스켈레톤으로 일으켰지만 ‘기억 파편’이 뜨지 않았다. 아무래도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 전투가 끝난 전장으로 다른 세력이 등장했다.

두두두두!

헬리콥터가 4대가 작은 봉우리를 넘어오더니 숲속 곳곳에 병력을 낙하시켰다. 더 볼 것 없이 천사 진영의 크루세이더 팀이었다.

이내, 숲속에서 정훈과 민흠을 비롯한 크루세이더 팀이 걸어 나왔다.

“정훈 씨? 여긴 무슨 일로?”

정훈의 표정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던전 공략도 무력하게 실패했으며 그 이후에 벌어진 일도 충격적이었으니 말이다.

“역시 이미 정리되었군요? 사실, 저희도 근처에서 악마 진영과 전투를 벌여서, 놈들 본대를 추가 타격할 생각으로 왔는데, 이미······.”

정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 근처에 악마 진영의 후속 병력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아마, 퀘스트가 끝난 이후에 우리 양쪽을 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악마 진영은 북한산 인근에 후속 병력을 배치하여 퀘스트가 종료된 이후의 전투를 대비했다. 나름 플랜B로써, 다른 진영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었지만······.

“물론, 저희가 먼저 알아채고 대응했습니다.”

광복 길드의 정보 부대인 ‘광역감시팀’의 감시망에 포착되고 말았다. 꽤 오래전부터 첩보 작전을 진행해온 만큼, 다른 진영에 비해 한 발자국 앞서 나가는 정보 수집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크루세이더 팀이 역으로 기습을 한 것이었다. 그게, 네크로맨서와 전투 당시에 악마 진영의 지원군이 오지 못했던 이유였다.

“대부분이 화염 계열 마법사와 정령술사로 이루어진 화력 부대였는데, 유사시에 특정 지역을 통째로 날려버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크루세이더 팀이 포위하고 압박하니 아무것도 못 하고 항복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본의 아니게······.”

정훈은 말을 줄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이 강제로 제거된 상태였고 플레이어의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았지만,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놈들을 살려주는 꼴이 됐네요.”

본의 아니게 네크로맨서를 도와준 게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한 악마 진영의 후속 병력을 구해준 꼴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분명 일리 있는 말이었다.

아마, 후속 병력이 제시간에 도착했더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살릴 수 없을 겁니다.”

“네?”

성우의 말에 정훈 되물었다. 다른 놈들이라니?

“제안 하나 드립니다. 제가 수도권 북부의 성가신 놈들을 처리해드리죠. 광복 길드는 힘들이시지 않고 수도권을 차지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정훈은 순간 멈칫했다. 그가 아는 네크로맨서라면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의정부의 재건 동맹 말씀이시군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저희에게도 바라는 바가 있겠군요?”

“큰 건 아닙니다. 광역감시팀을 통해서 태백산맥에 대한 정보를 구해주시죠. 특히 설악산 지역이요. 지수 씨가 마법으로 인해 그 지역에 떨어진 모양인데, 커뮤니티를 통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한호가 커뮤니티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지수에게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안 좋은 일이 생길 걸 수도 있었다.

성우의 말을 들은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문제라면······ 응해야죠.”

둘은 분명 경쟁 관계였지만, 억지로 험악한 관계를 유도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건 정훈이 일전에 생각했던 ‘우호적인 외교’의 일환이었다.

“감사합니다. 작은 정보라도 숨기시지 않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성우가 정보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후, 정훈은 집단 전투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도적 등, 암살자 직업군의 플레이어를 대거 첩보원으로 양성하고 있었다.

그 결과 ‘탐색’과 ‘잠입’에 특화된 시너지 공식을 알아내며 정보전 능력을 날로 향상해가는 중이었다.

광역감시팀이라면 분명, 그 누구보다 실종된 지수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손을 맞잡았다.

한편, 안 기자를 비롯한 카메라 오퍼레이터들은 이 모든 상황을 생중계하는 중이었다.

“······보이십니까? 언제나 그렇듯, 네크로맨서는 승리하지만, 항상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이, 이무기가 거대한 이무기가 네크로맨서의 권속이 되어 나타날 거라고 그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그때,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13)

- ‘히든 퀘스트’ <10만 명을 동원하라!>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전용 스킬)

* 추가 기능이 오픈됩니다. (시청자 후원 기능)

안 기자는 11만 명의 시청자를 동원하여 몇 시간째 연속 방송 중이었기에 다량의 경험치를 얻는 중이었다.

시청자 후원 기능이라니? 대박이었다. 그는 그 메시지를 힐끔 보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중계를 이어나갔다.

“비록 네크로맨서의 인터뷰를 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보시는 것처럼, 천사 진영과 어떤 대화를 진행 중인걸 보건데······ 응?”

안 기자는 등 뒤를 가리키며 돌아서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목격했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어어······.”

네크로맨서가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게 지금······.”

안 기자는 화들짝 놀라며 허둥지둥거렸다. 아무리 프로인 그라도, 눈앞에서 극악무도한 전투를 선보인 당사자가 가까워지는 건, 좀처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네크로맨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마디만 해도 되겠습니까?”

“······아, 아, 아! 무, 물론입니다! 두 마디! 세 마디! 다 가능합니다. 마음껏 하시죠!”

네크로맨서의 단독 인터뷰라니? 그것도 이런 중요한 순간에? 한국 서버 최고의 방송국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통째로 떨어졌다.

네크로맨서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안에 의정부, 악마 진영의 본거지를 박살 낼 겁니다. 그들이 저를 먼저 공격했고 자비를 베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 지역을 통째로 날리기 전에 경고합니다.”

그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내 딱딱한 음성을 이어나갔다.

“······언데드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을 구분할 뿐입니다. 죽기 싫은 자들은 미리 도망가세요. 그리고 가족들을 대피시키세요. 내 유일한 자비는 이겁니다. 내일 아침······ 그곳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곧장 돌아섰다. 안 기자는 추가 질문을 할 기회를 놓친 채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다급한 어조를 자아냈다.

“의정부의 플레이어 여러분! 이 방송을 보셨다면 어, 어서 도망가세요······. 아이들과 노인들이라도 다른 곳으로 보내세요! 저, 안 기자가 북한산 전투 현장에서 네크로맨서의 중대한 메시지를 전해드립니다!”

그는 카메라로 다가가더니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부디 맞서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전파를 탄 뒤, 정확히 23분이 지난 시점에서 의정부 측에서 방송을 켰다.

네크로맨서가 무차별 학살을 경고한 다음이기에, 그들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 것인지, 서버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패색이 짙었다.

“나, 나오고 있는 거야? 아······.”

그는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준비된 대본을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조건 항복합니다. 이영환을 비롯한 재건 동맹의 간부들은 이미 1시간 전에 겁먹고 이곳을 떠났음을 알려드립니다.”

방송 화면에는 비닐이 뒤집어 쓰인 석상이 하나 잡혔다. 그 물건은 다섯 명의 장정에 의해 트럭 위에 실려지고 있었다.

“······남겨진 저희는 네크로맨서에게 적의가 없으며, 악마의 석상을 밖으로 꺼내 놓고 모든 무장을 해제한 채 네크로맨서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무조건 항복선언이었다.

마침내 3번째 석상이 성우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3 진영의 창설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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