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37) 북한산, 이무기 굴 – 3
제3 진영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다른 진영들은 공략 방법을 찾지도 못한 채 헤매고 있건만, 네크로맨서는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악마 진영의 선봉장, 범열은 눈앞의 메시지를 보며 이를 갈았다.
“네크로맨서······.”
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특별한 아이템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놈과 같은 전장에 있지 않으면 쓸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내내 시위를 당겨보기는커녕, 놈의 꽁무니만 쫓다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그들은 알 도리가 없었다.
약 20분 전······.
공략의 단초를 제공한 건 지수였다.
그녀는 성우에게 받은 아이템 ‘귀면갑(鬼面甲)’을 착용했다. 도깨비의 이가 드러난 하관 마스크를 쓰자, 그녀의 무신경한 눈매만이 드러나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그녀는 눈을 감고 확장된 감각을 익혀나갔다.
- 민첩성 수치에 비례하여 ‘도(刀)’의 데미지가 상승합니다. (+44%)
- ‘귀신의 감각’을 통하여 주변의 인기척을 더욱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여, 일대의 모든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그녀였다.
거기에 귀면갑에 의한 버프 효과를 부여받자,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샅샅이 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들려요.”
“네?”
“부딪치는 소리가, 열쇠에요. 나무 위, 털이 달린 거대한 짐승······ 그것 중 한 마리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요.”
이 정도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일행은 지수의 감각을 믿었고 그녀가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공략 방법을 고심했다.
“선배, 그런데 저놈들을 어떻게 끌어내리죠? 우리 머리 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긴 한데 내려오진 않는데요?”
놈들 역시 성우 일행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만, 상대의 수준을 감지하는 건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올 뿐이었다.
“우리가 올라가야 되나요?”
그렇다고 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갈 수는 없었다. 성우가 부리는 언데드 중에서는 ‘구울’이나 ‘좀비 괴조’ 정도가 저 높이의 적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놈들을 끌어내릴 수 없었다.
‘가막 잔나비’ 역시 대형 몬스터이며, 십여 마리가 떼로 몰려다니는 중이었다. 섣불리 올려보냈다가는 오히려 끌려가서 힘도 못 쓰고 소멸할 것이었다.
“내려오게 만들어야지.”
“어떻게요?”
“놈들은 나무 꼭대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나 본데, 그 생각을 바꿔주면 돼.”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요?”
성우는 대답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맹독 구름’이 생성됩니다.
하지만 마나가 빠져나갔을 뿐, 아무런 효과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럴 것이, 거대한 나무가 서로 뒤엉킨 채 빛 한 줌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지붕을 형성한 상태였으니 빗방울이 스며들어올 수 없었다.
“선배? 방금 뭐······ 하긴 한 거예요?”
하지만 성우는 기다렸다.
툭― 툭―
빽빽한 숲속에 서 있으면 빗방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빗방울이 수많은 나뭇잎에 걸리고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무 꼭대기의 상황은 어떨까?
정답은, 충분히 젖을 수 있었다.
끄에! 끄에!
역시나, 조금의 시간이 지나니 역겨운 괴성들이 들려왔다. 나무 꼭대기 근처에 있던 가막 잔나비들이 조금씩 스며들어온 맹독의 맛을 본 것이다.
“어, 내, 내려온다!”
끅! 끄에! 끄에!
놈들은 당황이 어린 괴성을 지르며 조금 더 낮은 위치로 피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꺼―윽!
미리 소환해둔 구울들을 움직였다.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가장 가까이에 있던 가막 잔나비를 덮친 것이다.
쿵―
그리고 한 대 뒤엉키며 바닥에 처박혔다. 가막 잔나비가 훨씬 크고 힘도 셌지만, 구울 3마리가 동시에 덤벼드니 나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둑!
하지만 3미터의 덩치를 끌고 나무를 타는 놈들인 만큼, 그 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양팔에 들러 붙든 구울 두 마리를 손쉽게 내치더니, 몸통을 붙잡고 있던 구울의 머리통을 통째로 뽑아내 버리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구울 만으로는 놈을 묶어둘 수 없는 듯했다. 그리고 성우는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뒀다.
어둠 속에서 녹색 안광이 떠올랐다.
촤르르!
그리고 검은 사슬 두 줄기가 뻗어 나오며 가막 잔나비의 목덜미와 오른쪽 어깨에 휘감겼다.
데스나이트였다. 그가 ‘심연의 사슬’스킬을 사용하여 잔나비를 포박해버렸다.
크아아!
놈이 몸에 힘을 주자 민석이 두어 걸음 끌려갔지만, 이내 사슬을 손목에 걸며 역으로 잡아끌기 시작했다. 구울 따위의 악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큭!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촤악!
다음 순간, 지수가 놈의 앞에 나타나는 동시에, 목덜미를 긋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도망갈 수 없는 놈을 향해, 성우가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 올렸다.
퉁! 퉁! 퉁! 퉁! 퉁!
놈의 몸 곳곳에 강력한 데미지가 들어가는 동시에 발화까지 발생했고 결국 풀썩 고꾸라지고 말았다.
- ‘가막 잔나비’를 사냥하여 135,440골드를 얻었습니다.
“후, 드디어 한 놈······.”
크아! 크아아―아!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숲이 떠나갈 듯한 고함이 연이어 들려왔다.
제 동족의 죽음을 목격한 다른 개체들이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해대기 시작한 것이다. 영장류인 만큼, 동족애가 진한 모양이었다.
우! 우! 우우! 우우!
“윽, 시끄러워······.”
놈들은 흥분하여 나무 이곳저곳을 오고 가며 날뛰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내려오지는 못했다.
“아직 내려올 마음이 없나 본데요?”
“한 대 더 맞으면 마음이 생길 거야. 모두, 숨을 크게 들이쉬어.”
“네? 숨이요?”
그 순간, 나무 사이에서 무언가 날아들었다. 그건 ‘좀비 괴조’였다. 녀석들은 구울과 가막 잔나비의 시체를 움켜쥐더니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곳은 십여 마리의 가막 잔나비들이 매달려 있는 높이, 대여섯 그루 나무 사이의 허공이었다. 놈들은 자신의 눈높이로 날아드는 동족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놈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폭발.”
펑! 펑! 퍼―엉!
시체가 터지며 화염이 일었다. 물론 그 정도 폭발로는 놈들을 떨어뜨릴 수 없었다. 성우의 의도는 그다음이었다.
푸우우―
한 단계 강화된 ‘시체 폭발’ 스킬의 추가 효과로 ‘심연의 호흡’이 방사된 것이다.
오리지널 심연의 호흡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신체 기능에 혼란을 줄 수 있었다.
크에! 크에에!
심연의 호흡을 들이마신 놈들은 기겁하며 연기 밖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마리는 균형을 잃고 나무 아래로 굴러떨어지기까지 했다.
켁!
그 순간, 주변에 숨어 있던 언데드들이 달려들었다. 즉, 놈들은 네크로맨서 팀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 ‘가막 잔나비’를 사냥하여 17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당신의 권속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성우는 그렇게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을 토대로 높은 나무 위에 있는 놈들까지 끄집어내 사냥하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열쇠’를 가진 놈을 잡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만이 가능한, 전천후 공략 방법이었다.
“후, 드디어 찾았네요.”
- ‘제3 진영(임시)’ 측이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그러자 놈의 목덜미에 달려 있던 청동 열쇠가 녹색 빛을 발했다. 그리고 저절로 떠오르더니 어디론가 날아가는 게 아닌가?
“다음 지역으로 안내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제3 진영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
한편, 던전 입구 근처에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남아서 대기 중이었다.
대부분은 각 진영의 관계자들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입구를 지키는 중이었다.
그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시종일관 떠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여러분, 지금 이곳은 조용하지만, 저 검은 숲 안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네? 아, 별다른 상황이 없음에도 저희가 계속 방송을 켜고 있는 이유는 혹시 모를 상황을 빠르게 전달해드리기 위함입니다. 계속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기자’를 비롯하여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인 카메라 오퍼레이터들이었다.
모든 진영이 상대에게 정보가 누출될 걸 우려하여 공략 과정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기에, 그들은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 입장 후 30분이 지난 가운데, 아직 모든 진영이 1막을 진행 중입니다. 네, 별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 천사 진영(전국) : 제1장 공략 중
- 제3 진영(임시) : 제1장 공략 중
- 악마 진영(전국) : 제1장 공략 중
그리고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각 진영의 입구 위에 쓰여 있는 ‘현황 메시지’뿐이었다.
하지만 공략이란 게 그리 쉽게 진행될 리 없으니 지루한 장면이 계속되었다. 결국, 시청자들도 하나둘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저거! 기자님! 저것 좀 보세요!”
조수의 외침과 동시에 카메라가 돌아갔다.
- 제3 진영(임시) : 제2장 입장 중
지루한 맥락 속에서, 격렬한 변화 한 줄이 생겼다.
“아! 지, 지금 방금! 제3 진영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2장 입장 중이라는 메시지 보이십니까? 신변의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파악됐던 네, 네크로맨서가!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고 다급한 어조로 새로운 이슈를 전해나갔다.
“그는 멀쩡합니다! 그는 여전히 우리가 알던 네크로맨서입니다!”
[실시간 채팅]
─ KWW : 아; 안 돼; 제발;
─ 28살진형쓰 : 제발요 10만 골드 걸었다고요 네크로맨서님 제발요 한 번만 봐주세요
─ 김잼민 : ㅁㅊ네크로맨서좀죽었으면좋겠다 지가 몬데 맨날 깽판치고 진짜 잘난척 왜함?
─ 야스오1 : ㅅㅂ악마 진영 뭐함? 머릿수만 존나 많은 거였음? 태백산맥 불굴의 전사 ㅇㅈㄹ 감자쟁이 새끼들 고작 3명한테 발리냐ㅉㅉ
─ 고블린헌터123 :ㅋㅋㅋㅋㅋ역배 대박 갓크로맨서는 언제나 옳다고!
─ 진혁2234 : ㅋㅋㅋㅋ아무한테도 안 걸길 잘했다 도박충들 한강 정모 해야겠네 구경 꿀잼
─ 윤 아저씨 : 솔직히 예상했던 결과 아닌가요? 다들 잠깐 뭔가에 눈이 멀었던 거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세요. 네크로맨서는 당신들 망상 속에서나 약해졌던 겁니다.
한국 서버 도박꾼들의 재산이 네크로맨서의 주머니를 향해 굴러 들어가는 중이었다.
***
성우 일행은 열쇠의 인도를 따라 두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두꺼운 넝쿨이 커튼처럼 드리워서 뚫고 갈 수 없는 길이었는데, 열쇠가 닿자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우우우―
그리고 그 안에 푸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일행은 넝쿨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
“오, 여긴 밝은데요?”
그곳은 여전히 하늘이 막인 숲 안이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을 필요가 없었다. 곳곳에서 밝은 빛을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끼?”
민석이 발을 들어 올리며 무언가를 내려다보았다. 녹색의 이끼가 파란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끼가 자체발광을 하고 있군요.”
그의 말처럼, 숲 곳곳에 들러붙어 있는 이끼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제2장 : ‘맹독 면역력’을 확보하라
* 다음 장은 ‘독 안개’로 뒤덮인 지역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맹독 거대 말벌’을 100마리 사냥하여 ‘맹독 면역 버프’를 확보한 뒤 다음 장으로 이동하세요.
위잉―
그때, 머리맡으로 날갯짓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거의 팔뚝만 한 말벌 한 마리가 나무 사이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 꼬리에 달린 침이 말뚝처럼 보일 정도였다.
“헐, 무슨 드론인 줄 알았네.”
“너무 크니까 비현실적이군요.”
한호와 민석이 감상을 표하는 사이에 지수는 다른 걸 찾아냈다. 그녀는 칼을 들어 올려 어딘가를 가리켰다.
“엄청 시끄러운 곳이 있어요.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곳, 벌집이에요.”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다가가니 거대한 나무의 꼭대기 무렵, 두꺼운 가지에 무언가 매달려 있었다. 마치 나무 위에 얹힌 오두막 같은 모습이었는데······.
“벌집이네요.”
그건 무려 벌집이었다. 너비가 족히 5미터는 될 법한 크기의 벌집 주변에, 맹독 거대 말벌 수십 마리가 들러붙어 있었다.
위이이―잉
그리고 그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마치 빌딩 근처를 비행하는 헬리콥터 같은 모습이었다.
“저걸 건드리는 건······ 미친 짓 아니에요?”
한호는 저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어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성우라면, 분명 저걸 통째로 박살 내버릴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평범한 말벌집도 아닌, 저런 끔찍한 걸 건드리게 된다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선배? 제발······.”
성우는 직업 특성상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2장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다음 장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수와 한호를 위해서라도 제2장의 미션을 완수해야만 했다.
‘그런데 따로 떨어져 있는 개체를 한 마리씩 잡아서 100마리를 채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비효율적이다.’
성우는 앞으로 한 걸음 나가며 입을 열었다.
“모두 물러서 있어요.”
성우는 한호의 예측대로, 저 거대한 말집을 통째로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불태워버리면 그만이다.’
성우는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 올렸다. 발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기에, 말벌집을 통째로 산화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텅! 텅!
하지만 화살은 말벌집 근처에 닿지도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보호막이 덧씌워져 있는 모양이었는데, 손쉬운 공략을 원천 차단해 놓은 듯했다.
“그렇다면······.”
잠시 후,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 12마리가 나무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그리고 녀석들의 등 뒤에는 뼈로 만들어진 도끼와 갈퀴가 매어져 있었다. 선두의 5마리가 말벌집이 달린 가지 근처에 도달한 직후 도끼를 뽑아 들었다.
퍽! 퍽! 퍽!
그리고 가지를 사정없이 내리찍기 시작했다. 웬만한 소나무의 줄기보다 두꺼웠기에 쉽게 잘라낼 수 없었지만, 괴력을 가진 괴물들이 휘두른다면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위잉! 위이잉!
하지만 위협을 감지한 말벌들이 순식간에 날아오르더니 스켈레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말뚝 같은 침이 두 배 가까이 솟아올라,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
텅! 텅!
침이 스켈레톤의 몸뚱이에 부딪치며 육중한 타격음이 울렸다.
퍽! 퍽!
하지만 스켈레톤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도끼질을 계속했다. 생각해보면, 독침이 뼈에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텅! 텅! 텅!
물론 그 말뚝 갖은 벌침으로 내리찍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었지만, 독이 통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물리 공격에 지나지 않았다.
‘떨어뜨려.’
그리고 성우는 말벌들의 견제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붕!
도끼질하는 스켈레톤 뒤에 서 있던 녀석들이 뼈로 만든 갈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긴 사정거리와 넓은 타격 범위를 활용하여 말벌의 날개를 찢기 시작했다.
위―우우―
그렇게 비행 능력을 상실한 놈들은 허무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었고, 지상에서 대기 중이던 언데드에 의하여 제거되었다.
- ‘맹독 거대 말벌’을 사냥하여 2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을 사냥하여 2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 사냥 (4/100)
그리고 다음 순간, 두꺼운 가지에 균열이 번져나가더니······.
쩌적―쩌저저저―
단숨에 꺾어지며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말벌집이 통째로 추락했다.
퍼―억―
그 거대한 물체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수박 깨지듯 으스러졌고, 성우는 그곳을 향해 곧장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당겼다.
퉁! 퉁! 퉁! 퉁! 퉁!
이제 보호막은 없었다. 강력한 화살 세례가 말벌집을 뒤흔들었다. 한 방, 한 방 마다 으스러지고, 뭉개지고, 무너져내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살이 명중한 곳에서 불꽃이 일더니 이내 거대한 화염으로 합쳐졌다.
화르르―
- ‘맹독 거대 말벌 유충’을 사냥하여 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 유충’을 사냥하여 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을 사냥하여 2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집’을 파괴하여 2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맹독 거대 말벌 사냥 (34/100)
말벌의 세계가 통째로 산화하고 있었다.
“······와우, 이러면 100마리 정도야 금방 잡겠는데요?”
나무뿌리 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한호가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데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100마리 이상을 잡을 거야.”
“네? 굳이 왜요?”
“잘 생각해봐.”
“······아, 또 뭔데요.”
100마리만 잡고 빠르게 넘어가면 그만이거늘, 굳이 더 잡을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
“드, 드디어!”
“잡았다! 열쇠를 얻었다!”
천사 진영과 악마 진영은 거의 동시에 제1장을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네크로맨서보다 빠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다.
“저쪽이다! 제2장의 문을 찾았다!”
“모두 이쪽으로 이동!”
그리고 제2장으로 가는 입구는 천사 진영보다 악마 진영이 더 빨리 찾아냈다.
열쇠를 가진 가막 잔나비를 찾기 위해서 전 병력을 넓게 퍼뜨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큰 희생을 치렀지만, 이들은 그걸 당연한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 빛이 보인다.”
“모두 저 안으로 들어가!”
푸른 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장소를 마주하게 되었다.
“벌을 잡으라고?”
“원숭이 다음엔 말벌이야?”
“그래도 숨겨진 걸 찾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네.”
악마 진영은 이번에도 넓게 흩어져서 사냥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목표물이 100마리라면, 분명 지천으로 널렸을 것이었으며, 제1장처럼 단 1마리를 찾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2조! 살아 있는 말벌을 찾았나?”
“없습니다!”
“3조는?”
“여기도 없습니다!”
성과 없는 보고가 이어졌고 범열은 신경질을 내며 나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쾅!
“젠장, 도대체 벌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아무리 숲을 뒤져도 살아 있는 말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1장이 잡기 힘든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잡을 게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설마 저거······ 말벌집이야?”
숲 곳곳에서 불에 타 숯덩이가 된, 거대한 크기의 말벌집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네크로맨서가?”
“그 개자식이 진짜······.”
앞서나가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남들보다 빠르게 가면 된다. 하지만 더욱 확실한 방법은······.
따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