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04화 (104/244)

# 104

37) 북한산, 이무기 굴 - 2

한 때 하늘의 지배자라고 불리었던 존재, 하지만 이제 네크로맨서의 권속 중 하나일 뿐인 ‘본 와이번 알파메일’이 북한산 입구에 내려앉았다.

광풍이 일며 주변에 서 있던 이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내 거대한 날개 뒤에서 암녹색 로브를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네크로맨서다.”

“뭐야? 멀쩡해 보이는데?”

“이러면 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네크로맨서 팀은 언제나 그렇듯 단 3명뿐이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다른 진영과 대비되는 규모였지만, 이 자리의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기에는 충분했다.

저벅― 저벅―

네크로맨서 팀이 웅성거리는 군중을 향해 다가왔다. 천사 진영과 악마 진영 사이에 제3 진영의 출입구가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어, 어, 저기 잠깐만요!”

안 기자가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심지어 악마 진영 측 플레이어와 인터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거늘, 아무 말 없이 그를 내쳐버리고 뛰어온 것이었다.

“······네, 네크로맨서님! 인터뷰 좀 응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논란이 있었음에도 그 누구보다 주목받을만한 인물이었다.

“저기? 네크로맨서님! 자, 잠시만······.”

하지만 네크로맨서는 아무 말도 없이 안 기자를 스쳐 지나가 버렸다.

“······나 참, 자기가 뭐 슈퍼스타라도 되는지 아나? 이런 세상에도 언론은 무서운 법이다.”

그 모습에 안 기자는 기분이 퍽 상했는지 이를 갈아댔다. 그러면서도 그의 카메라는 네크로맨서의 꽁무니를 쫓았다.

네크로맨서는 천사 진영 측에서 영등포 검사, 정훈과 마주 섰다.

“오랜만입니다.”

“······결국, 이렇게 적으로 마주하게 됐네요.”

정훈은 성우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했다. 커뮤니티에 퍼졌던 소문대로, 네크로맨서가 참여하지 못했더라면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서로를 공격할 일은 없을 겁니다.”

진심이었다. 정훈과는 꽤 오랫동안 뜻을 함께해온 동맹이었다. 비록 진영이 갈라섰다고 하지만, 성우는 정훈과 크루세이더 팀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죽여야 한다면 반드시 죽인다.’

그럴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랐다.

한편 둘이 마주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악마 진영은 언짢을 수밖에 없었다.

“······둘이서 뭔 얘기를 하는 거야? 그런데 어르신, 네크로맨서가 당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강원도에서 온 투쟁 길드의 리더, 범열이 물었다. 그러자 그 옆, 원목 의자에 앉아 있던 이영환이 깍지를 낀 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지. 작전을 벌였군. 간사한 놈이야. 이런 상황에서 돈을 생각하다니······.”

영환은 네크로맨서가 베팅 수익을 위해서 흔히 말하는 ‘작전’을 펼쳤다는 걸 알아봤다.

“그렇다면 그 무기를 꺼내시지요? 그렇다면 제가 던전 안에서 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겠습니다.”

범열은 곰 같은 덩치만큼이나 강단 있는 남자였다. 그 말에 영환이 고갯짓하자, 뒤에 서 있던 비서가 검은색 하드 케이스를 하나 꺼내왔다.

“단 4발뿐이야. 확실하게 해야 해.”

케이스 안에는 은색 화살 4개가 들어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신성한 피의 화살

- 등급 : 불명

- 분류 : 플레이어 제조 아이템

- 효과 : 강력한 신성력이 농축되어 있다. 언데드 계열에게 추가 데미지를 준다. (+2,000%), 적중 시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정화’ 효과를 부여한다.

- 설명 : 우리가 연구와 개량 끝에 만든 무기입니다. 프리스트 10명을 산채로 끓여서 만든 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네크로맨서의 심장에 명중시킨다면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겁니다. (제작자 기술)

범열이 그 아이템을 받아 들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시죠. 제 부하 중에 양궁을 배우던 녀석이 한 명 있는데, 한 번 겨눈 사냥감은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태백산맥에서 트롤을 사냥하던 녀석입니다.”

“4발이 있지만, 첫발부터 확실한 순간을 노려야 해. 한방이 빗나가는 순간······ 놈도 이 무기의 위력을 알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아무렴요. 그런데 이런 무기는 대체 어디에서 구하신 겁니까? 딱 네크로맨서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가 아닙니까?”

영환은 무표정한 얼굴 네크로맨서를 노려보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그런 게 있어.”

“하하하! 역시 비밀이 많으시군요. 지켜드려야지요.”

악마 진영은 이 전투에 모든 걸 걸었다. 그렇다는 건, 이 싸움에서 경쟁자들의 목숨을 끊어버릴 생각으로 나섰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번에도 3명이 오다니? 배짱 하나는 확실한 놈들이군요.”

“네크로맨서를 한 명으로 보면 안 돼. 그리고 저기 저 칼잡이 계집 말이야.”

“곱상하게 생겼군요.”

네크로맨서의 뒤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두 자루의 칼을 둘러맨 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여자가 랭킹 5위야. 그건 네크로맨서 아래에서 콩고물만 받아먹고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대만에서 마물 몇 마리가 수십 명의 탱커를 학살당할 때, 저 여자는 그것들을 혼자 잡아냈어.”

“아, 그거야 저도 봤지요.”

그녀는 ‘kor-339’라는 닉네임을 가진 랭킹 5위의 플레이어였다.

“저 여자가 변수가 될지도 몰라.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치워버려.”

“제 부하들은 오래 즐기고 싶어 할 텐데······ 어르신의 덕담이니 새겨듣겠습니다.”

어느새 던전 입장 시작 10분 전, 3곳의 입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제3 진영(임시)의 입구가 표시됩니다.

세 진영은 각기 다른 입구로 들어가게 될 예정이었다. 가장 좌측의 천사는 청색, 가운데의 제3 진영은 녹색, 이어서 우측의 악마는 적색이었다.

쩌저저―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 사이가 벌어지며 길이 열렸다.

그 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으며 안개가 넘실거리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천사 진영 집합! 전체 던전 진입 대기한다! 크루세이더 팀이 선두로 진입한다!”

공략대의 숫자가 500여 명에 이르는 천사 진영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악마 진영 측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산의 전사들 모여라!”

“우리의 전장인 산맥이다! 북한산쯤이야 태백산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쪽은 한술 더 떠서 700명이 넘어 보였는데, 투쟁 길드의 전사들이 앞장설 예정이었다.

반면 네크로맨서의 제3 진영 쪽은 한산하기만 했다.

“우리는 완전히 열리면 가죠.”

“네.”

“아 씨, 화장실 갔다 와야 하나? 괜히 긴장되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또 한 번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아무리 네크로맨서라지만, 진영 간의 전투에서 3명은 너무한 거 아니야?”

“저게 진영이 맞긴 맞아? 저 정도면 한 개 파티에 불과하잖아.”

“슬슬 오만한 것 같기도 하고······.”

커뮤니티에서 일어났던 논란 때문일까? 네크로맨서에 대한 재검증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우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과소평가 당할수록 좋은 순간이었다.

- 승자 예측(베팅)이 종료됩니다.

직전까지 베팅이 진행 중이었으니 말이다.

[수도권 쟁탈전(2) - 승자 예측(베팅)]

1) 천사 진영 : 170,001,600 골드 (41.6%)

2) 악마 진영 : 163,300,400 골드 (39.9%)

3) 제3 진영 : 95,355,000 골드 (18.4%)

= 총액 : 408,657,000 골드

= 상금 : 4,086,570 골드

* 베팅 시 ‘베팅 증표’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 승리한 진영은 ‘전체 배팅 금액’ 중 1%를 상금으로 얻습니다.

* 승자 예측 적중 시 배당률에 따른 배당금이 지급됩니다. (승리 진영 상금 1% 제외)

최종적으로 제3 진영에 대한 베팅 비율이 18.4%까지 상승했다.

네크로맨서가 북한산에 멀쩡하게 등장하면서, 그 장면을 지켜본 이들이 베팅을 결정했기도 했지만······.

“크! 승리할 경우 수익이 몇 배야 대체! 이게 도박의 맛일까요? 감춰져 있던 아빠의 화투 DNA가 막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순간, 성우 일행을 비롯한 제3 진영의 지지자들이 기습 투자를 강행한 게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 베팅 현황]

- 승자 예측 : 제3 진영

- 베팅 금액 : 70,000,000 골드 (73.4%)

- 배당 예정 금액 : 296,954,695

* 상금 1%를 제외한 총액(404,570,430)에서 당신의 베팅 비율(73.4%)만큼 배당 금액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사실, 성우가 무려 7천만 골드를 투자하여 제3 진영에 대한 전체 베팅 금액 중에서 73.4%를 차지해버렸다.

이로써, 제3 진영이 승리할 경우 상금에 더불어 무려 3억 골드가 넘는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 한 번으로 두 진영의 머릿수를 상회하는 운영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조직이 굴러가는 데 필요한 건 결국 돈이며 조직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마저 돈이다.

성우의 제3 진영은 남부럽지 않은 소수정예지만, 골드를 각출할 수 있는 대상이 적은 만큼 운영 자금을 끌어모음에 있어서 불리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그 돈을 어디에서 충당할 수 있을까?

쉽게 생각하면, 다른 진영의 주머니에서 빼내오면 된다. 성우는 그 방법을 선택했다.

- 수도권 쟁탈전(2) ‘이무기 굴’ 던전으로 입장하십시오. (30초 남음)

제3 진영이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질 좋은 거름이 되어줄 게임이 시작되었다.

***

- 대규모 던전 ‘이무기 굴’에 입장하셨습니다.

* 공략 전까지 퇴장할 수 없습니다.

쩌적― 쩌적―

성우 일행이 녹색의 입구로 들어가 나무 사이를 통과하자, 벌어졌던 나무들이 다시금 조여지며 입구를 빽빽하게 메워버렸다.

그러자 한 줌이 빛도 없이,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였고 일행은 미리 준비해온 랜턴을 켰다.

“······갇혔네요?”

“던전이잖아.”

웬만한 던전은 쉽게 나갈 수 없다. 끝까지 가야지만 출구가 나오는 법이었다.

“······와우, 나무가 왜 이렇게 커?”

랜턴의 빛은 강렬했지만, 거대한 나무줄기에 가로막혀 거리 멀리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본디 그 자리에서 자생하던 식물들은 거대한 나무의 뿌리에 깔리거나 뿌리째 밀려나 버린 상태였다.

- 제1장 : 다음 장의 ‘열쇠’를 찾아라

* 열쇠를 가진 ‘가막 잔나비’를 잡고 다음 장으로 이동하십시오.

“······가막 잔나비?”

“나비? 나비가 몬스터인건가?”

한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이에 지수가 정정하고 나섰다.

“잔나비는 아마 원숭이를 말하는 걸 거예요.”

“앵? 그래요? 어느 나라 말인데요?”

“순우리말로 알고 있어요.”

“아, 그럼 그 앞에 ‘가막’은요?”

“그건 잘······.”

어쨌든, 지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원숭이와 비슷한 몬스터가 나올 듯했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겠군요.”

성우가 랜턴을 들어 올렸다. 거대한 나무는 까마득한 높이까지 뻗어 올라갔다. 그리고 두꺼운 가지를 사방으로 에두르고 있었기에 나무를 잘 타는 놈들에게는 최고의 환경인 셈이었다.

“머리 위를 잘 살핍시다.”

아악! 아아아아―

그때쯤, 숲속 저 멀리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명이 아니었다. 연달아,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십 명이 살육당하고 있었다.

“······다른 진영이겠죠?”

세 개의 진영은 각기 다른 입구로 들어와 숲 곳곳으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은 숲속의 무언가와 마주친 듯했다.

***

‘가막 잔나비’ 그 미지의 생명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건 악마 진영 쪽이었다. 그들은 제1장을 탐색 미션으로 생각하고 741명의 병력을 넓게 분산시켰다.

“저거다!”

“찾았다!”

그렇기에 그 다른 진영보다 일찍 ‘가막 잔나비’라는 존재를 확인했다.

“원숭이! 원숭이다!”

그건 거대한 크기의 원숭이였다. 검은 털로 뒤덮인 긴 팔의 짐승이 나무에 매달린 채, 붉은 눈동자를 끔뻑이고 있었다.

그르르······

“일단 쏴!”

핑! 핑!

하지만 놈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그것들은 엄청난 속도로 나무를 오고 갔는데, 나무가 너무 높은 건 물론이거니와 너무 어두운 탓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거대한 나무를 벨 수도, 불로 태울 수도 없었다. 나무는 어떤 주술의 힘으로 보호받는 듯했다.

“젠장! 저걸 대체 어떻게 잡아?”

악마 진영은 닭 쫓던 개처럼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이건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었다.

우둑!

“으아아아!”

그들이 가막 잔나비를 열심히 쫓던 도중, 후방에서부터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뭐야? 뒤에 무슨 일이야!”

그 순간, 나무 위에서 긴 팔이 내려오더니 궁수 한 명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공중으로 끌려 올라갔다. 엄청난 속도였기에 미처 대응할 틈이 없었다.

우둑! 우둑!

그리고 살벌한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산산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가막 잔나비 4마리가 궁수의 사지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젠장! 엄청 빠르다! 모두 머리 위를 조심해!”

“놈들이 위를 노린다!”

3미터 크기의 원숭이, 가막 잔나비는 엄연한 포식자였다. 그들은 이 숲에 들어온 멋 모르는 플레이어들을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었다.

상황은 천사 진영 측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퉁! 퉁! 퉁!

쇠뇌를 쏘아댔지만 가막 잔나비를 떨어뜨릴 수 없었다. 그나마 대열을 잘 유지한 덕에, 나무 위로 끌려 올라가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저놈들, 우리의 주변을 맴돌면서 흩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의 틈이 벌어진다면 곧장 끌고 올라갈 겁니다.”

민흠은 놈들의 움직임을 보고는 냉철하게 분석해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정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놈들을 끌어내리려면 따로 떨어져서 유인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공략해야만 했다. 이건 경쟁이었으니 말이다.

“위험하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유인해서 대체 저걸······ 어떻게 떨어뜨릴까요?”

“······.”

위험을 감수하고 놈들을 비교적 낮은 곳까지 기어 내려오게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저 괴물 같은 놈들을 떨어뜨리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놈들은 엄청나게 빠르고 말도 안 되게 탄력적이었다. 그리고 나무는 높고 가지는 수도 없이 많았다. 놈들은 위협을 느끼는 순간,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올라가 버릴 것이었다.

“그리고 분명 모든 놈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렇게 한 두 마리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닐 텐데, 놈들도 눈치채고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놈들에게 그 정도 지능을 있을 것이었다. 유인 작전은 장기적인 방법이 될 수 없었다.

“하아······.”

고민하던 민흠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자신이 빨리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앞서나갈 것이라는 조급함이 들었다.

“······젠장, 성우 씨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그건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그는 과연 어떤 방법을 시도할 것인가?

그리고 몇 분 뒤 떠오른 메시지는 이들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 ‘제3 진영(임시)’ 측이 열쇠를 획득했습니다.

“······어?”

“어떻게?”

두 사람은 동시에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잠깐이나마 언더독 취급을 받던 네크로맨서가, 당연하다는 듯 앞서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으니 말이다.

“이대로면······.”

제3 진영이 3억 골드라는 거금과 전설 아이템 5개를 향해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저 멀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산속,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메케한 연기가 풍겨왔다. 네크로맨서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덜그럭! 덜그럭!

머리 위로 무언가, 다수의 존재가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나무에서 나무로, 나무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크루세이더 팀이 불빛을 비추었다.

불빛에 반사된 건, 하얀색의 무언가였다.

“저건······.”

그건 ‘가막 잔나비 스켈레톤’이었다.

“······아.”

네크로맨서만이 가능한 공략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까다로운 환경을 이겨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었으며······.

네크로맨서는 그 환경에 서식하는 존재를 권속으로 만들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전천후(全天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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