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36) 수원, 제3 진영의 서막 - 3
비밀 상점에서 제시되는 아이템 중, 가장 비싼 건 역시 다섯 번째 아이템이었다.
즉 엄청난 물건이 나온다는 건 분명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대박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대박이군’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천근궁(千斤弓)
- 등급 : 신화
- 분류 : 활
- 효과 :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당길 수 없다. (사용 조건 : 근력 수치 100 이상)
시위를 당길 때 자동으로 화살이 생성되며 타격 지점에 ‘해의 추락’ 스킬이 발동된다.
+ 해의 추락 : 타격 지점 근방에 광범위한 폭발·화염 마법을 일으킨다. 일대를 초토화할 수 있기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재사용 대기 : 10일)
+ 미확인 세트 효과 : 천근살(千斤虄) 보유 시 발동
* 가격 : 15,000,000골드
“······신화 등급이라니?”
모든 걸 다 떠나서 무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지금까지 신화 등급은 ‘세계수의 씨앗’ 말고는 본 적이 없지 않았던가?
세계수의 씨앗이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을 볼 때, 신화 등급이 의미하는 바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사용 조건마저 까다롭다.’
- 8초 남았습니다.
단 한 발을 당기는 데 필요한 근력 수치가 무려 100이었다. 성우가 리치와 아누비스 등, 모든 버프를 두른 채, 근력 수치를 최대로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57이 한계였다.
즉 이걸 당기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인고의 노력이 필요할 게 뻔했다.
‘물론 당장 쓸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사둬야 한다.’
- 3초 남았습니다.
“구매.”
이건 결코 충동 구매가 아니었다. 이런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 아이템 공개가 종료됩니다.
- 10초 뒤 자동 퇴장됩니다.
이로써 쇼핑은 끝났다.
총 4천 5백만 골드를 사용했다. 엄청난 골드를 사용해서 양질의 아이템을 얻었지만, 여전히 1억 골드가 남은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이 정도 아이템을 2번이나 더 뽑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비밀 상점 쿠폰을 구하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역시 그림자 왕의 아이템을 기대한 건 무리였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자 왕의 유산’과 관련된 세트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랜덤으로 선정되는 것이니 딱 그게 나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래도 단 1개 남았으니 얻을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림자 왕의 유산이 완성된다면 분명 엄청난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
“······어? 지, 진짜 주는 거예요?”
얼마 전에 얻은 두 개의 단검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한호는 성우가 내민 선물에 감사보다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
“또 줬다 뺏는 거 아니죠? 옛날에 그 일본도처럼?”
“일본도?”
성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호가 도끼 눈을 떴다.
“학교에서 저한테 줬다가 뺏어갔잖아요. 팔 자르면 준다고 막 끔찍한 협박까지 하고?”
“······아니, 너는 그런 걸 기억하고 있어?”
“저 기억력 좋거든요? 선배가 지금까지 저한테 행했던 모든 악행 다 일기에 쓰고 있어요. 헬기로 저 던졌던 거 기억하시죠? 부디 잊지 마세요. 잊으시면 나중에 복수할 때 설명해야 하잖아요.”
“야 던진 게 아니라 헬기를 선물해준 거라니까? 그럼 그냥 놔둬. 민석 아저씨나 줘야겠다.”
성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한호가 반색하며 달려들었다. 전설 등급 선물을 마다할 만큼 자존심이 강하지는 않았다.
“······에이! 아, 아 알았어요! 농담이었죠!”
한호는 첫 번째 레벨 업 때 얻었던 ‘도적 후드’를 마침내 벗어 던지고 새로운 아이템을 착용했다. 그리고 굳이 두 자루의 단검까지 꺼내 들며 뿌듯함을 온몸으로 내비쳤다.
“으흐흐······. 등 뒤에 팔이 4개! 이게 간지지! 크으!”
성우는 지수에게도 선물을 건넸다. 전설 등급 아이템 ‘귀면갑(鬼面甲)’이었다. 그녀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네? 저도 주시는 거예요?”
“딱 지수 씨한테 필요한 아이템일 겁니다.”
“······아?”
지수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더니 슬며시 웃었다. 분명 쉽게 구할 수 없을 만한 엄청난 옵션의 아이템이었다.
“고마워요. 인기척 감지라? 앞으로 센서 역할 더 잘할 수 있겠네요.”
“기대할게요.”
농담이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초월적인 감각을 지닌 그녀였기에, 귀면갑을 착용할 경우 정말로 감시 센서 수준이 될 수도 있었다.
“아 맞다!”
그때, 한호가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제가 광복 길드 방송을 계속 보고 있었거든요?”
“왜? 뭔 일 생겼어?”
지수가 현실의 센서라면 한호는 가상 공간의 센서로서 언제나 새로운 정보를 물어오고 있었다.
“서울 북쪽 여기저기에서 피 터지게 싸우더니만, 이제야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발생한 ‘수도권 쟁탈전(1)’ 이벤트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수차례 전투가 벌어졌으며 수백 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슬슬 천사 진영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가는 중이었다.
“몇 시간 전에 부관님이 잠깐 방송했었거든요. 금방 종료했는데, 종지부를 찍는다고 말할 걸 볼 때 음, 아무래도 지금쯤 마지막 거점인 북한산으로 진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총 3곳의 거점을 점령할 경우 엄청난 버프가 주어질 예정이었는데, 무려 7일간, 공격력과 방어력이 30% 상향되는 것이었다.
개인으로 봤을 땐 큰 영향이 없을지라도, 대규모 전투에서는 압도적인 격차를 벌릴 수 있을 정도였다.
즉, 이번 쟁탈전에서 승리할 경우 상대 진영을 완전히 뿌리 뽑을만한 기회가 생기는 셈이었다.
‘그러니까 두 진영 모두 총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다. 처음에는 재건 동맹이 앞선다고 들었는데······.’
‘재건 동맹’의 전력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22대의 연노(連弩)를 보유한 일명 ‘스콜 부대’를 주축으로, 천사 진영의 선발대를 전멸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군.’
한호의 설명에 따르면, 그 직후 크루세이더 팀이 등장하며 전세가 역전되어 버렸다.
“······진짜, 크루세이더 팀 방어력 하나는 최고더라고요? 풀 플레이트 아머가 75명이었나? 방어막이랑 온갖 버프 두르고 그냥 막 밀고 들어가는데,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데도 끄떡없더라고요.”
그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한호의 감상처럼, 제아무리 압도적인 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단단한 갑옷과 방어막을 두른 크루세이더 팀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영등포 검사가 바닥에 깃발 꽂아서 광역 버프 걸고, 프리스트들이 후방에서 크루세이더 대원 1대1 마크하면서 힐 계속 주고······ 진짜 걔들은 뭔가 기계처럼 딱딱 잡혀 있는 느낌이 있어요.”
크루세이더 팀은 엄청난 화력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광운대역 철로를 달려나갔다. 그리고 재건 동맹의 자랑인 스콜 부대를 단숨에 짓밟아버렸다. 그 장면이 11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솔직히 좀 멋있더라고요?”
다른 장면에서는 시큰둥하던 시청자들도 그 장면 앞에서는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크루세이더 팀이야 언제나 강했지.”
성우는 그들을 고평가했다. 하필이면 자신, 네크로맨서와 같은 전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빛 바랐던 것이지, 총원 75명에 이르는 크루세이더 팀은 엄청난 전력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 서버 전체에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 성우는 다른 걸 느꼈다.
‘역시 두 진영 모두 큰 적수가 아니다.’
한국 서버의 천사 진영과 악마 진영, 양측 모두 성우에게 큰 위협이 될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내가 앞서갈 수 있다. 이대로 세계수를 키워가며 한국 서버를 장악하는 거다.’
어느새 성우의 새로운 목표가 자리 잡는 중이었다. 그건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명하고도 굵직한 목표였다.
‘그렇게 가다 보면 이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가까워지겠지.’
언제나 그렇듯,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법이었다.
***
14시간 뒤, 커뮤니티에 광복 길드의 공식 성명이 올라왔다.
[544] 수도권 쟁탈전 관련 광복 길드 공식 성명
- 작성 : 영등포 검사 │ 조회 : 45,542
진영에 속해 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시스템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셨겠지만, 저희 <광복 길드>가 주축으로 있는 천사 진영이 ‘수도권 쟁탈전(1)’에서 승리했음을 전해드립니다.
하지만 저희는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며 무력을 통한 정복을 원하지 않습니다.
악마 진영에게 알립니다. 무의미한 싸움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면 공식 발표를 통해 항복 선언을 하고 광복 길드의 후속 조치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현 시간부터 24시간의 유예기간을 드리겠습니다.
[댓글 : 101]
“와, 진짜로 하루 만에 끝났네요. 이 기세를 몰아서 연합 창설하는 거 아니에요?”
끝내 정훈의 천사 진영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네크로맨서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며, 그 결과 수도권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연합 창설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간 셈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변수를 즐기는 법이었다.
“글쎄, 수도권 쟁탈전은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은데?”
“네? 왜요?”
“퀘스트 뒤에 번호가 붙어 있었잖아.”
성우의 말처럼 ‘수도권 쟁탈전(1)’ 그게 해당 퀘스트의 이름이었다. 그렇다는 건 후속 퀘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로 변수가 일어났다.
“어, 이게 뭐야? 와 선배 혹시 무당이에요?”
눈앞에 퀘스트가 나타난 것이다.
“근데······ 이러면 설마 우리도?”
[전쟁 퀘스트]
- 제목 : 수도권 쟁탈전(2)
- 주축 : 천사 진영(한국 서버), 악마 진영(한국 서버), 제3 진영(임시)
- 보상 : 전설 등급 아이템 상자 5개
- 조건 : 북한산에 생성된 대규모 던전 ‘이무기 굴’을 다른 진영보다 먼저 공략하시오.
* 일정 시간 이후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35:59:59)
* 진영별로 각기 다른 출입구가 제공됩니다.
- 창설 준비 중인 제3 진영에게도 참가 기회가 부여됩니다. ‘경쟁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Y/N)
그리고 이번에는 성우의 제3 진영 역시 그 변수 안에 포함이 되었다.
“······경쟁전이라?”
“이제 우리도 끼는 거예요?”
마침내 3파전이 막을 올렸다.
***
치직―치지지!
노이즈가 일던 화면에 대자연이 펼쳐졌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기 북한산에 조금 충격적인 인 일이 있어서 이렇게 생방송을 켰습니다.”
‘안 기자’라는 닉네임의 플레이어가 개인 방송을 켰다. 그는 ‘수도권 쟁탈전(1)’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생중계해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특히 광운대역 전투 당시, 무려 8만 명이 시청하며 꽤 짭짤한 경험치를 얻은 뒤, 천사 진영 측의 종군 기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이었다.
“······저거 보, 보이십니까?”
그의 카메라는 지금, 동이 트고 있는 북한산 자락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산은 어딘가······ 굉장히 이상하게 달라져 있었다.
“저, 저게 바로 수도권 쟁탈전의 두 번째 장소인 것 같은데······.”
우우우―
산 중심부에 검은색 나무들이 솟아올랐다.
“······어, 엄청 큽니다!”
그것들은 마치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북한산 전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는데, 한반도에 자생하는 나무들을 뿌리째 밀어내며 엄청난 군세를 이루었다.
하물며 검은 가지가 촉수처럼 뻗어 올라가다가 서로 뒤엉키며, 산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지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쩌저저―쩌저―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꿈틀거리는 게, 마치 산 전체가 살아 있는 것 같은 그로테스크함을 자아냈다.
“북한산 전체가 마치······ 거대한 돔에 뒤덮인 것 같습니다. 저 정도면 대낮에도 빛 한줄기 못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악마의 숲입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구구구―
“어, 어어! 갑자기 지, 지진이······.”
땅이 진동하고 새들이 날아오르더니 검은 숲 중심에서 모래 먼지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돌산이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구궁―
진동이 멈춘 뒤, 그 주변으로 회색 안개가 피어올랐다.
“······아! 이, 이무기의 굴! 저게 바로 보스가 있는 굴인 모양입니다!”
그 설명대로, 표면 곳곳에 거대한 굴이 보였다. 돌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분명했다.
“자, 지금부터 34시간 이후에 3개 진영이 참전하여 경쟁하게 될 텐데요! 이번에는 과연 어느 쪽이 승리를 거머쥘까요?”
그는 가장 유명한 카메라 오퍼레이터인 만큼, 기괴한 현상 앞에서도 능숙하게 진행했다.
“역시나 크루세이더 팀 중심의 가장 세력인 큰 천사 진영일까요? 아니면 언제나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네크로맨서의 제3 진영? 그것도 아니라면······.”
그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고배를 마신 악마 진영이 재기에 성공할까요? 저는 이곳, 북한산에서 계속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북한산 전체가 던전으로 변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3파전에 관한 관심은 더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에는 결과를 예측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더불어서 진영별로 참전을 호소하는 게시물까지 뒤섞이며 소란스럽고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한편, 광복 길드는 모든 동맹군을 끌어모아 전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정훈은 그걸로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거의 모든 자금을 긁어모아 아이템을 보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초조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젠장, 결국 성우 씨와 싸울 수밖에 없는 걸까요?”
“······어차피 언젠가는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네크로맨서와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말이다.
“대원들도 불안한 기색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훈을 비롯한 크루세이더 팀은 재건 동맹을 상대할 때오는 차원이 다른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쟁탈전의 참여 대상에 ‘제3 진영’이 들어갔으며, 그들이 아는 네크로맨서라면 참여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질 생각은 결단코 없습니다. 악마 진영은 사실상 힘을 잃었으니, 성우 씨, 네크로맨서에게 집중적으로 대응해봅시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언데드 군단에게 맞설 방안을 최대한 마련해보겠습니다.”
그들은 정말 최선의 대비를 했으며 겉으로 보기에도 그 기세가 느껴질 정도였다.
[601] 광복 길드 이번에 칼 갈고 나가는 거 같은데?
- 작성 : LKK │ 조회 : 15,562
나 영등포에 거주하는 플레이어거든? 광복 길드 출전하는 거 봤는데 레드 오크 전쟁 때 이상임;; 헬기 5대가 동시에 뜨더라ㄷㄷ
이번에는 진짜 네크로맨서 꺾는 거 아닐까? 최근에 광운대 전투에서 싸우는 거 보니까 크루세이더 팀도 진짜 장난 아니던데?
[댓글 : 13]
─ 고고혁 : 본인 방금 네크로맨서 두들겨 패는 상상함! 하지만 어림도 없지!
─ 야스오1 : ㅋㅋ응 안 돼~ 돌아가~
─ 2진용 : 솔직히 현실적으로 안 될 것 같은데?
─ 심신강력자 : 저는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광복 길드, 천사 진영 응원합니다.
─ 유성PC방 생존자 : 크루세이더 팀이랑 네크로맨서가 싸운 적 없어서 그렇지 막상 붙어보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름ㅋㅋ 크루세이더 팀 방어력이랑 돌파력은 네크로맨서 이상이니까
이렇듯, 커뮤니티의 여론 역시 천사 진영과 네크로맨서의 대결 구도를 중심적으로 조명하며, 악마 진영은 사실상 배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것이, 악마 진영은 한 차례 크게 패배하며 막대한 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갔다.
- [LIVE] 강원도 ‘투쟁 길드’ 악마 진영 참전 선언 (12,454명 시청 중)
악마 진영 측에 막강한 지원군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육질에 전투 도끼를 짊어진 중년 남자가 카메라 앞에 섰다.
“······우리 ‘투쟁 길드’의 마스터 범열 등 245인은 이번 쟁탈전에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강원도 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투쟁 길드’라는 조직이었다.
그들은 최근에 악마의 석상을 발굴하여 악마 진영에 속하게 되었고 ‘수도권 쟁탈전(2)’에 출사표를 던지며, 한국 서버의 전면에 나섰다.
“의정부의 재건 동맹과 협력하여 악마 진영의 승리를 이끌 것이다. 강원도의 플레이어들은 알겠지만, 우리는 태백산맥이라는 지옥에서 살아남은 전사들이다.”
그들의 자신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건 지역 퀘스트의 난이도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를 비롯한 태백산맥 일대는 지형이 험하기에 ‘챕터 2-1’ 당시 ‘군벌 몬스터’ 토벌이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암살자들이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기는 했다만, 주인 잃은 몬스터들이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해버린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단 하루의 쉼도 없이,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 결과, 태백산맥 지역만의 ‘히든 퀘스트’가 발동되어 몬스터들이 강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몬스터 무리는 마치 산적처럼, 플레이어 마을을 약탈한 뒤 산으로 도망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섣불리 토벌을 시도할 수 없었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가 전멸한 플레이어 그룹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끝내 승리했다.”
그 지옥의 연속에서 끝내 이겨낸 그룹이 바로 범열 ‘투쟁 길드’였다. 비록 상위 랭커는 없지만, 구성원 모두가 준수한 레벨과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전장으로 가서 다시 승리할 것이다.”
이처럼 가장 약세로 판단되었던 악마 진영까지 다시금 힘을 얻으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보다 격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름하여······.
[수도권 쟁탈전(2) - 승자 예측(베팅)]
1) 천사 진영 : 0/0 (총 금액/비율)
2) 악마 진영 : 0/0 (총 금액/비율)
3) 제3 진영 : 0/0 (총 금액/비율)
* 베팅 시 ‘베팅 증표’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 승리한 진영은 ‘전체 배팅 금액’ 중 1%를 상금으로 얻습니다.
* 승자 예측 적중 시 배당률에 따른 배당금이 지급됩니다. (승리 진영 상금 1% 제외)
3개의 진영 중 승리 팀을 예측하고 골드를 베팅할 수 있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쉽게 말해 도박판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일명 ‘던전 토토’로 불리기 시작하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저 구경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 기회가 아니던가?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던 무소속 플레이어들까지 간접적인 경쟁에 끌어들이기에는 아주, 아주 충분했다.
한편, 그 베팅 게임의 당사자 중에서도 솔깃한 이가 있었다.
“······베팅 금액의 1퍼센트를 준다고?””
전체 베팅 금액 중 1%를 떼어준다니? 성우의 눈에는 시스템이 돈 벌 기회를 준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그리고 돈을 벌 방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약한 척 좀 해야겠어.”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예측되는 팀에게 돈을 걸면, 적중 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제3 진영이 가장 적은 베팅을 받고 승리한다면, 제3 진영에 베팅한 사람은 대박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성우의 계획을 들은 한호는 의아함을 품었다.
“네?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가 진다고 생각할까요? 그러기에는 그간 너무 깽판 치고 다녔는데?”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네크로맨서의 활약을 모두 지켜봤다. 그렇기에 네크로맨서가 질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아무리 질 거라고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 정도였다.
“불안하게 만들어야지.”
하지만 돈이 걸린 이상 달라진다. 경마에서 제아무리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말이라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사람들은 베팅을 주저하게 된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그게 찌라시의 힘이었다.
“꾀병 좀 부려보자고.”
성우는 언더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