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35) 대만, 마굴의 문 – 3
- 이 지역은 ‘신목의 그늘’에 의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접근이 허용된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헌터 컴퍼니의 용병들은 사전에 들은 대로 정체불명의 결계를 마주했다. 그리고 진화 학회가 준 아이템을 설치 중이었다.
“팀장, 네크로맨서가 확실하게 24시간 동안 묶여 있는 걸까요? 이거 방송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네크로맨서의 방송을 모니터링 중이었는데, 갈수록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너무 일방적인데요?”
네크로맨서의 활약이 압도적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퀘스트가 빨리 끝난다고 한들, 놈이 무슨 수로 대만에서 여기까지 오겠어?”
“그런데 그럼, 무슨 수로 거기까지 간 걸까요?”
그건 알 수 없었다. 네크로맨서가 대만에 나타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젠장, 이럴 시간에 빨리 끝내고 가자고.”
팀장 역시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네크로맨서라면······ 또 한 번 예측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몇 시간 만에 바다를 건너오는 건 불가능하다. 당연하고말고.’
네크로맨서만 없다면, 마을 하나 따위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
웨이브 2단계는 훨씬 치열했다. 더 강한 종류의 마물이 개미굴의 개미 떼처럼 튀어나왔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포위망은 완벽했다.
- 마굴의 문 ‘웨이브 2단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20초 뒤에 다음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다만, 3마리가 포위망을 빠져나가며 후방의 대만 플레이어들이 곤욕을 치렀다. 곤욕이라고 표현하기도 뭣한 게, 말 그대로 학살을 겪었다.
다행히도 지수가 모두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녀마저도 깊은 상처를 몇 군데 입고 말았다.
“재정비! 회복 포션 공급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마법을 준비해!”
하지만 몬스터의 수준을 봤을 때, 이 정도 피해는 양호한 걸 넘어서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타이베이 시내에서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00:08:23)
- 웨어 울프 유지 시간(00:08:51)
‘8분 남았다.’
성우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8분이었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 ‘마굴의 수문장’이 등장할 차례이기도 했다. 즉, 8분 안에 그놈을 처리해야만 한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언데드 군단을 포탈 쪽으로 움직여 포위망을 좁혔다.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고 등장과 동시에 총공세를 퍼부을 생각이었다.
- 마굴의 문 ‘최종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마침내 최종 막이 올랐다.
‘······응?’
그런데 별안간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느껴졌다. 포탈 안쪽에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은 입자라고 해야 할까?
‘위험하다. 이건 죽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본능적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 순간, 포탈 안에서 붉은색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앙!
방금까지 성우가 서 있던 자리를 휩쓸며, 포위망 한쪽을 완전히 밀어내 버렸다.
온갖 방어력 버프로 도배가 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우의 언데드들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졌다.
“젠장.”
웨어 울프의 몸이었기 어떤 모호한 기류라도 감지할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느끼지 못하고 저 한 방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놈이 포탈 밖으로 모습 드러냈다.
- 보스 몬스터 ‘마굴의 문 수문장’이 등장했습니다.
약 10미터 정도의 키, 역시나 눈과 코는 없었으며 입은 흑요석을 달아 놓은 것처럼 야만적인 이빨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 뿔과 돌기가 자라났는데, 그것들이 마치 갑옷처럼 놈의 몸을 칭칭 휘감고 있었다.
가장 기괴한 건 오른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였다. 핏줄이 돋아난 긴 장대 끝에 여자의 상체가 장식처럼 박혀 있었다.
크르르······.
- ‘외부 차원에서 온 존재’의 위압감에 짓눌립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50%)
성우의 데미 갓 효과가 통하지 않을뿐더러, 일반 플레이어들은 무려 절반의 능력치가 제한되었다.
“으으!”
“커, 커허! 수, 숨을 제대로 쉴 수가······.”
능력치가 하락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는 증상까지 발생했다. 상대하는 걸 떠나서 아직 마주할 수조차 없는 레벨 차이였다.
‘위험하다.’
성우 역시 불안함을 느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계속해서 공격하다 보면 틈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숱한 보스 몬스터를 그렇게 잡아 오지 않았던가? 이놈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00:07:20)
- 웨어 울프 유지 시간(00:07:48)
놈이 여자의 상체가 달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붉은빛이 번쩍이며 엄청난 크기의 광선이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언데드 군단이 장난감 블록처럼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쿵! 쿵! 쿵!
성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무너지는 언데드 사이에서 오우거 스켈레톤이 땅을 박차고 나갔다. 동시에 오른팔을 뻗었다. 아껴두었던 전격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파지지지!
하지만 놈은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방어막을 형성했다. 전격 스킬이 방어막을 정통으로 강타했지만, 뒤로 한 걸음 밀리는 게 전부였다.
덜그럭! 덜그럭!
오우거 스켈레톤은 그대로 달려들며 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본래 속성이 투사인 만큼, 붙기만 한다면 유리한 싸움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물며 그 뒤로 본 드레이크까지 달려들었다. 힘으로 짓누르려는 것이었다.
쩌저저―
그런데 그 순간, 놈의 몸을 감싸고 있던 뿔과 돌기들이 스프링처럼 일어섰다. 그리고 마치 해파리의 촉수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주변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쩍! 쩍! 쩍! 쩌―저적!
그 범위 안에 있던 오우거 스켈레톤과 본 드레이크는 수십, 수백 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졌다. 믹서에 넣고 갈아버린 것과 같은 꼴이었다.
“방금 무,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
그 장면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어, 어어? 이런 적은 없었는데?”
카메라를 지키고 있던 한호는 저도 모르게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성우가 가진 최고의 전력인 두 대형 스켈레톤이 제대로 된 힘도 쓰지 못하고 박살 난 것이다.
물론 사자의 권역 효과로 되살아나겠지만, 한호 역시 리치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이대로면······.”
[실시간 채팅]
─ 4손 : ㄷㄷ방금 뭐임???
─ 김잭덕 : 네크로맨서 군단 순식간에 전멸이네;;
─ 인천 망고 : 설마 네크로맨서의 최후인가?
─ 야스오1 : ㅋㅋㅋㅋㅋ드디어 처맞겠네
─ 광명 불곰 : 저걸 어떻게 잡지 저건 진짜 불가능한 것 같은데?
─ 완도 청년 : 제발 도망가라 네크로맨서 죽는 건 보기 싫다 이 사람까지 죽으면 이 게임에는 희망이 없을 것 같다.
지켜보는 수많은 시청자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던 네크로맨서를, 손쉽게 밀어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벅― 저벅―
놈은 주변의 모든 언데드를 무력화시킨 뒤, 네크로맨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설마 그마저도 몸이 굳어버린 걸까? 그래서 도망가지 못하는 걸까?
“서, 선배? 대체 왜······.”
”왜 가만히 있는 거지?”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대로라면 네크로맨서가 갈가리 찢기는 장면이 생중계로 나갈 상황이었다.
“성우 씨?”
지수가 칼을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그림자 밟기를 통해서 놈의 앞으로 쇄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쉽게 시도할 수 없었다. 저 수많은 뿔과 돌기를 피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어? 뭐야?”
놈이 네크로맨서를 못 본 것처럼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가?
저벅― 저벅―
그걸 지켜보던 한호는 성우의 목덜미에서 낯선 물건을 발견했다.
“아, 설마 목걸이?”
그 정체불명의 아이템이 네크로맨서를 공격 대상에서 지워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놈이 스쳐 지나간 이후, 놈의 등 뒤에서, 네크로맨서가 거대한 낫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 당신의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MAX)
성우는 무려 50개의 영혼을 사용하여 대규모 악령 폭격을 준비했다. 단 한 발만으로도 트럭을 구겨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스킬이었다. 그게 50개라면?
‘긴 시간은 필요 없다. 이 한 방으로 끝낸다.’
그리고 자신을 스쳐 지나간 마굴의 문 수문장에게 고개를 돌리며, 왼손으로 천천히 목걸이를 빼내었다.
크르―
놈이 멈춰 섰다. 등 뒤에서 이질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성우가 그림리퍼를 휘둘러 악령 폭격을 쏘아 보냈다.
카아아!
놈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한 박자 늦었다. 검은 구체들이 놈의 몸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궁―구―구―구―구―구궁!
50개의 구체가 터지며 검은 일렁임이 번져나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에너지는 닿는 모든 것을 뭉그러뜨렸다. 엄청난 압력이 놈을 짓눌렀다. 순간, 공간이 휘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충격을 땅조차 버텨내지 못했다. 마치 운석이 내리꽂힌 것처럼 일대의 지반이 내려앉으며, 놈의 몸이 땅 아래로 꺼졌다.
큭, 크르르······.
놈은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빈사 상태인 건 확실했고 이건 마지막 기회였다. 성우는 곧장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 ‘황혼 습격’ 시작됩니다.
우우우!
성우의 몸이 20개의 영혼과 동화되었다. 그리고 놈에게 날아들었다. 검은 회오리가 놈을 내리찍고 짓이기며 엄청난 마법 데미지를 퍼부었다.
그리고 회오리가 가시는 순간, 바닥에서 ‘망령의 손’이 올라오며 놈의 몸을 단단히 구속했다.
“지금!”
성우의 외침과 동시에, 호러 무비의 한 장면처럼, 구덩이 안으로 수십 마리의 언데드들이 몸을 던졌다.
덜그럭! 덜그럭!
그리고 무방비 상태의 수문장에게 총공격을 시작했다. 내리찍고 물어뜯고 할 수 있는 모든 데미지를 쏟아부었다. 성우 역시 핸드 캐논을 쏘고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민석의 대검이 놈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푸욱!
- 보스 몬스터 ‘마굴의 문 수문장’을 사냥하여 7,8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22)
- 자격 증명까지 남은 시간 : 1,932일
- ‘마굴 사냥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 근력 수치 상승(+3)
* 민첩성 수치 상승(+3)
* 저주 면역력 상승(+10%)
“후우······.”
“정말 위험한 놈이었습니다.”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21레벨이 된 이후 단 한 번 전투를 치렀을 뿐인데 22레벨이 되어 버렸다.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스펙터 소환(확정)
‘스펙터 소환? 새로운 스킬이다.’
성우는 5번을 선택했다.
- <스펙터 소환(기초)>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정보]
- 이름 : 스펙터 소환
- 등급 : 기초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70
형체가 없는 유령 ‘스펙터’를 2마리 소환합니다. 스펙터의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물리 공격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2) 방해물을 뚫고 움직일 수 있으며 시야를 제공한다. (3) 레벨이 낮은 상대에게 ‘공포’와 ‘이동속도 감소’ 저주를 부여한다.
‘좋아. 전력이 늘었군.’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마굴에서 이쪽으로 나오는 웨이브, 일종의 침략을 막은 것뿐이었으며 그 기점이 바로 ‘수문장’이라는 존재였다. 수문장을 잡은 뒤에 이쪽에서 문 안으로 들어갈 순서였다.
‘하지만 지금 들어간다고 해서. 공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데미 갓 상태도 곧 풀린다.’
성우는 마음을 접고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혹시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그때, 예상하지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보유 중인 ‘마굴의 문’ 스크롤에 던전 공략 단계를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 주의! 세이브할 경우 보유 중인 마굴의 문을 사용할 때 던전 난이도가 한 단계 상승하게 됩니다.
‘······세이브?’
아무래도 이전에 컨테이너선에서 얻은 ‘마굴의 문’ 아이템과 상호작용하여 어떤 기능이 제공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난이도라면 더 좋은 보상이 있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오케이지.’
성우는 세이브를 선택했다.
- 아이템 정보(마굴의 문)가 변경되었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마굴의 문 2층
- 등급 : 특수
- 분류 : 마법 스크롤
- 효과 : 사용 시 36시간 동안 마굴의 문을 연다.
- 설명 : 마굴과 이어지는 통로를 만듭니다. 마굴 안을 탐험하면 매우 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섣불리 시도하지 않길 권유합니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누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권장 레벨 43)
“다음에는 꼭 들어가 봐야겠군.”
세이브가 끝나자 마굴의 문 포탈이 서서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건 문이 닫힘을, 퀘스트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상황종료였다.
“우와! 우와! 끝났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이겼어······.”
“네크로맨서 만세!”
“만세!”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대만의 플레이어들은 해적단으로부터 해방된 걸 물론이거니와, 마굴이라는 끔찍한 지옥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모든 건 한국 서버의 네크로맨서 덕분이라는 걸,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강력한 힘이 빠져나가면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10)
어느새 성우의 데미 갓 상태도 종료되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수문장을 잡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었다.
한편 가장 중요한 건 마굴의 문이 열리면서 부여된 ‘전용 퀘스트’였다.
- 전용 퀘스트 <수호자의 의무>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였습니다.
*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정규 신격(神格)
2) 직업 변경권
‘직업 변경권? 난 직업을 바꿀 필요가 없지. 한호라며 모를까.’
이거야 고민할 것도 없이 당연히 정규 신격이었다. 다른 직업으로 바꾼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을 일이었다. 성우는 1번을 선택했다.
- 정규 신격(神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아누비스(히든 조건 만족)
2) 타나토스(히든 조건 필요)
3) 염라 (히든 조건 필요)
죽음과 관련된 신격이 여러 개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재 성우가 사용할 수 있는 건 1번, 이집트의 죽음의 신인 아누비스뿐이었다.
다른 신격의 능력은 어떨지 궁금했지만, 방법을 알지도 못하는 조건을 찾아 나서는 건 무리였다.
성우는 1번을 선택했다.
- 정규 신격(神格)이 부여됩니다.
* 죽음의 신 : 아누비스
[스킬 정보]
- 이름 : 아누비스의 권능(1단계)
- 등급 : 데미 갓
- 분류 : 패시브 및 액티브
- 소모 : 0
하루에 단 1시간 동안 신격(神格)을 얻어 ‘아누비스’의 권능을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전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수인화 앰플’이 없어도 아누비스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유지 시간이 그대로 1시간인 건 아쉽지만, 스킬 이름 옆에 ‘1단계’라는 게 붙은 걸 보면 앞으로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만의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자력으로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첸으로 성우 일행이 지하 감옥에서 구출했던 사람이었다. 그 이후 지수와 함께 자신의 조직에 복귀해 게릴라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물론 첸의 말처럼, 성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끝내 해적단을 몰아붙였다고 하더라도, 천공장군은 최후의 수단으로 마굴의 문을 열었을 테니 말이다.
대만의 플레이어들은 성우 일행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말 은인이십니다. 만약, 저희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시면, 발 벗고 달려가겠습니다.”
“언젠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성우는 그런 부탁을 사양하지 않았다. 강화도의 플레이어들처럼, 지지자가 생기는 건 분명 쓸모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저, 혹시······.”
첸이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3 진영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들었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도 그곳에 가입해서 지지할 수 있을까요?”
절대 종족의 진영이 아니라 제3 진영을 선택하겠다는 건 절대로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강력한 기성세력을 두고 아직 기반도 제대로 닦이지 않은 조직을 선택하겠다는 건, 그만한 메리트가 있더라도 주저할 만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네크로맨서가 보여준 활약이 대단했고, 네크로맨서 자체가 믿을만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죄송하지만, 아직 진영 창설이 안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군요.”
“예, 무엇이든지 말씀하시죠.”
“진영을 선택하려는 이유가 뭐죠?”
“그건······.”
첸이 머뭇거렸다. 그러자 그 뒤에 서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안전이죠. 아무래도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우리는 이미 해적단에게 당해봤으니까요.”
첸이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어딘가에 의탁해 살아남고 싶은 거라면, 차라리 절대 종족 쪽을 선택하세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진 않을 겁니다.”
“······예? 그럼, 제3 진영의 목표는 뭐죠?”
성우는 그 물음 앞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라?’
사실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 제3의 선택을 하게 됐다. 하지만 성우가 과감하게 천사의 석상을 부순 건, 어떤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 종족에서 벗어나야지만 가능한 어떤 일이 있다는 걸······.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의 해결입니다.”
고민 끝의 대답이었다. 단순히 목숨을 유지하는 걸 떠나서 이 현상의 해결, 그게 바로 성우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저는 마구잡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이 게임의 끝을 볼 겁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럼 저희는 아직 불합격이겠군요.”
첸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 안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해적단에게 지배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옥 같은 상황을 해결하길 원한다면, 우선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세요. 이제······ 방송 끄죠.”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제3 진영의 활약과 목표가 한국 서버 전체로 전파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선택 앞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었다. 절대 종족 아래 들어가는 게 옳을까?
- 진영 퀘스트 <맞불 작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했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진영 스킬, 진영 아이템)
즉, 선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종료된 건 아니었다. 한호가 성우를 찾으며 급히 달려왔는데, 그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어떤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선배! 마을에서 긴급 연락이요!”
“뭔데?”
성우는 마을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길 때,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했었다. 귀환 스킬 덕분에 바로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누가 공격했나 봐요!”
“······뭐?”
성우는 서둘러 귀환 스킬을 준비했다. 마을이 공격당했다는 건 세계수가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한호가 손사래 쳤다.
“아니, 근데 그, 다 생포했다는데요?”
너무 걱정했던 걸까?
마을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