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96화 (96/244)

# 96

34) 열병식의 몰래 온 손님 – 3

극적인 순간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대만 땅에 중국-2서버의 원수인 네크로맨서가 나타났다. 그것도 네크로맨서를 죽이고, 한국 서버를 점령하겠다는 연설이 이어지던 순간에 당사자가 등장한 것이다.

“저, 저건 대체······.”

하물며 그가 끌고 온 병력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거대한 날개를 달고 있는 뼈로 만들어진 괴물들······.

그것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가 대만의 하늘을 가득 채웠다.

북쪽 하늘 어디를 보더라도 피막을 날개가 하늘을 감싸 쥐고 있었으며 그것들의 날갯짓이 돌풍이 되어 몰아쳤다.

후우우웅―

그렇기에 마치 태풍이 상륙하며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저게 그 네크로맨서라고?”

“······아, 악마다. 저건 악마야.”

붉은 혁명군 소속의 플레이어들은 그동안 한국 서버의 끈질긴 악연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왔다. 언젠간 반드시 처단해야만 하는 원수이자 중국 서버를 되찾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마주한 네크로맨서라는 존재는······ 정복의 대상이 결코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저, 전투 준비!”

“모두 공격에 대비해!”

한편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한국 서버, 대만 서버, 중국 서버, 세 지역의 방송국과 커뮤니티는 뜨겁게 들끓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성우는 ‘본 와이번 알파메일’의 등에 올라탄 채 일대를 내려다보았다.

정면의 광장에 수만 명의 플레이어가 운집해 있었다. 그리고 그 맨 끝자락, 붉은 단상에 주요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저놈이다.’

그 사이에서 붉은 옷을 입은 남자, 일명 ‘천공장군’이 눈에 들어왔다. 놈은 당황과 분노가 어린 표정으로 성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성우 씨, 건물 옥상에 저격수들이 잔뜩 있어요. 광장 주변에도 병력이 다수 움직이는 게 느껴져요.”

성우 등 뒤, 다른 와이번에 타고 있던 지수가 주변 상황을 브리핑했다. 그녀의 말처럼 행사의 경계는 삼엄한 편이었다.

비록 ‘천사의 날개 조각’을 이용하여 기습해올 줄은 몰랐겠지만, 중요한 행사인 만큼, 다양한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해 놓은 상태였다.

하물며 열병식을 위해서 거의 모든 병력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 숫자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결코 쉬운 싸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열병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적은 아닐 거다.’

이곳은 대만이었다. 해적단에게 정복되어 어쩔 수 없이 행사에 동원된 이들이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저할 수는 없지.’

하지만 그런 이들을 구분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그런 걸 신경 쓰게 되면 효율적인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없었다.

과감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

“일단 저격수부터 정리할 겁니다.”

주변 건물의 옥상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저격수들을 먼저 처리해야만 했다. 놈들이 활개를 치게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의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수 씨는 두 번째 작전을 진행해주세요.”

“그럴게요.”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성우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할 일이 있었다.

“쓸어버려.”

성우는 33마리의 ‘본 와이번’과 9마리의 ‘좀비 괴조’를 출전시켰다.

녀석들이 날개를 접더니 하강하기 시작했다. 총알 같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어울릴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어? 우리한테 온다!”

“젠장! 모두 피해!”

옥상의 저격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대공 사격을 대비하고 있던 게 아니라, 지상의 행사장 곳곳을 감시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콰가가가!

본 와이번이 발톱을 들어 올려 옥상을 통째로 갈아버렸다. 단 한 번 스치고 지나갔음에도 옥상이 긴 자상이 나며, 모든 저격수가 난간 밖으로 휩쓸려 나갈 정도였다.

좀비 괴조는 떼로 몰려다니며 부리와 발톱으로 머리와 얼굴, 목덜미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아악! 떼, 떼어줘!”

“컥! 커허······.”

마치 메뚜기 떼처럼,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너덜너덜해진 시체만 나동그라져 있었다.

[시너지 목록]

3) 공중 우세 (2단계)

- 구분 : 속성 시너지

- 조건 : 비행 생명체 40마리 이상

- 효과 : 비행 속도 상승(30%), 하강 가속도 상승(20%), 원거리 공격 회피 확률 증가(20%)

하물며 ‘공중 우세(2단계)’ 시너지 덕분에 맞추기조차 쉽지 않았다.

“너무 빨라서 제대로 맞출 수가 없어!”

어떻게든 맞춘다고 한들, 그런 한 방으로 파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설사 파괴하는 데 성공해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자의 권역 효과에 의해 살아날 테니 말이다.

“당장 옥상에서 내려가야 해!”

“빠져나가 어서!”

결국, 어떤 수를 쓰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으아아! 늦었어! 숙여!”

“아악!”

저격수들은 나름의 공격을 퍼부어대며 저항했지만, 결국 한 줌의 영혼이 되어 성우에게 흡수될 뿐이었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37개)

일찌감치 ‘수인화 앰플(웨어 울프)’을 사용하여 아누비스의 힘을 얻은 상태였다. 성우는 획득한 영혼을 소비하여 언데드 강화에 투자했다.

- 착취한 영혼으로 언데드를 강화합니다. (3스택)

1) 공격력 10% 상승

2) 방어력 10% 상승

3) 마법 면역력 10% 상승

전투가 계속될수록 성우의 권속들은 강해질 운명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뿐이었지만, 1시간 동안 죽지 않은 군단이 죽음을 몰아칠 것이었다.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옥상이 초토화되었다. 저격수 마무리되었다.

“자, 이제 중심부로 들어간다.”

성우는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광장에 운집해 있던 이들이 우왕좌왕하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해적단과 무관한 플레이어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 저절로 구분되는 중이었다.

즉, 폭격할 대상이 명확해졌다.

“이제 모든 걸 퍼부어버려.”

본 와이번들이 옥상의 파편들을 움켜쥐었다.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해적단의 시체까지 양발 가득 집어 들었다. 그리고 행사장을 향해 활강하며 놈들의 머리를 향해 쏟아부었다.

“으아아!”

“모두 숙여!”

광장은 넓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공간에서 이리저리 뒤엉키며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돌덩이를 피해내지 못했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11,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12,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콘크리트 조각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무기를 장비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악!”

“컥! 방패를 들어! 머, 머리를 보호해!”

하물며 그렇게 발생한 시체는 2차 피해의 시작이었다.

“폭발.”

경비병들이 달려와 방패를 들어 올렸다. 머리 위에서 흩날리는 콘크리트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발아래에 널브러진 동료의 시체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모두가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사이, 시체가 부풀어 올랐다.

펑! 퍼―엉! 펑!

폭발과 함께 해적단의 몸뚱이가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갔다. 밀집해 있는 상태이기에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

“젠장! 작전대로 준비해!”

“공중 대응!”

어느새 마법사들이 운집하며 대규모 방어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네크로맨서를 잡을 방법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만큼, 공중 병력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역시 방어막 생성이었다.

하지만 성우 역시 놈들이 대규모 방어막을 사용할 거란 걸 예상했고, 그에 대한 파훼법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스스스―

한자리에 모여서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의 등 뒤로 무언가 접근했다.

촤악!

그리고 순식간에 덮쳐, 그들의 숨통을 끊었다.

“······컥!”

“큭!”

딱딱―

그건 오른이와 구울 무리였다.

본 와이번이 집어 던진 건 콘크리트와 시체뿐만이 아니었다. 그사이에 작은 언데들이 뒤섞여 날아왔던 것이었다. 무한정 되살아나는 언데드만이 가능한 강하 방법이었다.

“마법사를 보호해!”

“보호막이 없으면 끝장이다!”

하지만 난리 통 속에서 구울들이 날뛰는 걸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마법이 완성되지 못했다.

이내 아무런 방해도 없이, 광장 위에 거대한 날개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건 가장 큰 크기의 괴물, 본 와이번 알파메일이었다.

그 뜻은 네크로맨서가 직접 내려왔다는 의미였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맹독 구름’이 형성됩니다.

네크로맨서는 이곳을 자신을 위한 전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했다.

푸쉬이―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며 모든 이들의 숨통을 조였다. 그리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 속에서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덜그럭! 덜그럭!

“어서 대응해!”

“일단 뒤로 빠져! 공간을 확보하란 말이야!”

“젠장,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갈 수가 없어!”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툭― 툭― 툭둑―

머리 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처음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 맹독에 중독됩니다.

“······어? 컥!”

“윽! 이, 이게 뭐야!”

하지만 이내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났다. 맹독이 담긴 빗방울에 노출되며 집단 중독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중독 증상까지 발생하자 놈들은 우후죽순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2)

하물며 ‘데미 갓’ 상태가 되며, 신격을 발휘하여 주변 플레이어들의 능력치를 하락시키기까지 했다.

쿵! 쿵! 쿵!

그렇게 약화된 인간 무리를 향해, 본 드레이크와 오우거 스켈레톤 같은 대형 언데드들이 마치 불도처럼 밀고 들어가 짓밟아 버렸다.

촤악!

성우 역시 그림리퍼를 휘두르고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난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단상의 계단 앞에 섰다.

“후우······.”

89개의 계단 위, 단상에는 천공장군이 서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성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양옆으로 친위대로 보이는 이들이 도열했다. 그리고 그 뒤, 마법사 2명이 형성한 작은 보호막 안에서 4개의 카메라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밀리는 상황 속에서 가만히 버티고 서 있는 걸 넘어서, 방송까지 켜고 있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아무래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다.

사실 그게 아니라면 더는 희망이랄게 없었다. 그들이 의도했던 모든 것들, 지금까지 쌓아온 군세나 긍정적으로 유도해 놓은 여론이나, 모든 게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카메라는 두 남자를 동시에 담았다.

천공장군은 눈을 부릅뜨더니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빛 한 줄기가 쏘아졌다.

쩌―엉!

그 빛줄기는 마치 폭죽처럼 터지며 실타래처럼 풀어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종착점은 해적단의 머리였다.

- 주의! 해당 지역에 ‘광신도의 폭주’가 시작됩니다.

그 메시지와 동시에 해적들이 무언가에 감전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아아! 이 한목숨 바치자!”

“장군님을 위하여!”

“모두 장군을 지켜라!”

놈들은 실성하듯 이상한 소리를 질러대더니,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뒤로 물러서며 안정적으로 싸우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플레이어 세뇌 기술의 일부이군.’

이미 알고 있듯, 천공장군은 저 레벨 플레이어를 세뇌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맹신의 군대를 형성해왔다. 해적단의 힘은 바로 그곳에서부터 나왔다.

“모두 목숨을 바쳐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하고 온몸에서 열기가 치솟는 게, 강력한 버프가 부여된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중독 상태였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가자!”

“돌격!”

수백 명의 해적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모든 스킬을 쏟아부어 대자, 성우의 언데드를 어느 정도 밀어내기 시작했다.

4대의 카메라가 그 장면을 분주하게 담았다. 약간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혀, 혁명군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네크로맨서를 몰아붙입니다! 어쩌면, 어쩌면······.”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해설처럼 그들은 어렴풋한 희망을 품었지만, 안타깝게도 성우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직도 어디가 잘못된 지 모르는군?”

그래 봤자 플레이어란 죽으면 멈추는 존재였다. 하물며 죽게 되면 성우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영혼과 시체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들의 목숨을 저렇게 함부로 소모한다니? 놈들은 그렇게 당했음에도, 여전히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줄 모르고 있었다.

- 착취한 영혼으로 언데드를 강화합니다. (12스택)

1) 공격력 30% 상승 (+3)

2) 방어력 30% 상승 (+3)

3) 마법 면역력 30% 상승 (+3)

4) 이동 속도 30% 상승 (+3)

“두 번이나 당하고도 모르면 죽어야지.”

성우는 축적된 영혼을 사용하여 언데드를 강화했다. 그러자 해적단의 공세가 한층 약해지고, 이내 언데드들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으아아!”

“멈추지 마라! 끝까지······ 커, 컥!”

그 모습을 바라보던 붉은 혁명군의 간부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이 잘못된 이상을 섬기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대체······ 무슨······.”

“장군, 이건 못 이깁니다.”

성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장군! 어서 명령을!”

“당장 후퇴해야 합니다!”

그들의 음성이 중국 3개의 서버와 대만 서버의 방송에 고스란히 전파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아누비스 형상의 네크로맨서를 화면에 담았다.

“······막아라. 저놈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라. 피해가 크더라도 이 자리에서 저놈을 죽이고 다시 시작한다. 죽이면 가능하다. 죽이기만 하면 인민들은 우리를 지지할 거다······.”

그의 말에 오른쪽에 서 있던 ‘웨어 호그’ 한 마리가 무쇠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성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기 시작했다.

후―웅!

놈이 성우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내리쳤다. 하지만 성우는 가볍게 피해낸 뒤, 왼손을 뻗어, 놈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우둑!

“끄, 끄어!”

엄청난 악력으로 그 두꺼운 팔목이 직각으로 꺾였다. 4단계로 진화한 웨어 불과 비슷한 괴력을 가지고 있는 성우였기에, 이 정도 수인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성우는 놈을 계단 아래로 내던져버렸다. 그리고 그림리퍼를 들어 올렸다.

- 당신의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놈이 스킬을 쓴다! 장군을 지켜!”

패배를 직감했음에도, 세뇌당한 간부들은 제 우두머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간부들이 천공장군을 둘러쌌다. 그 순간, 성우가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구―궁 구구구―궁!

검은 일렁임이 일대를 짓누르고 나자,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천공장군뿐이었다. 간부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변해 있었다.

놈의 팔찌가 발광하며 보호막을 형성했기에 홀로 살아남을 수 있던 걸로 보였다. 하지만 일회용 아이템인 건지, 끊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허허,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하지? 어떻게? 미천한 수준인 줄 알았는데······.”

놈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성우가 그 앞에 우뚝 섰다.

“왜 너희는, 당연히 너희가 당연히 더 강할 생각하지?”

“······뭐?”

“땅덩어리가 크면 모든 면에서 잘난 줄 아는 건가?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희는 단 한 순간도 나보다 강한 적이 없었어.”

애초에 해적단이 앞서고 있는 건 머릿수밖에 없었다. 세뇌라는 특성을 이용해 엄청난 수의 잡병들을 부리며, 미니 게임과 같은 극단적인 전략으로 승리를 취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 크게 패배하며, 네크로맨서에게는 단순한 물량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도 끝내 인정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너희가 지는 이유는 그 지독한 망상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네크로맨서가 그림리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한국, 중국, 대만, 3국의 서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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