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33) 수원의 세계수 – 3
와이번(Wyvern)은 레이드 보스 몬스터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존재다.
“왔다······.”
그것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와이번이 무서운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런 끔찍한 괴물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사냥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놈들의 사냥은 단순한 포식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집단의 절멸로 이어졌다.
“며, 몇 마리야?”
그건 공포를 넘어선 재앙이었다.
와이번 무리는 한국 서버의 지배자라고 불리었으며 그 칭호는 한국 서버가 열린 이래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단 한 번, 네크로맨서가 그 악명에 생채기를 내기는 했지만······ 그런 네크로맨서 조차도 와이번 무리의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크르르―
그런 괴물들이 수원 마을 상공에 등장했다.
“왜 머리 위에서 돌기만 하죠? 어지러워 죽겠네.”
한호의 말처럼 놈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피비린내와 살 냄새에 조바심이 났지만, 우두머리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감히 내려갈 수 없었다.
“······저 무지막지한 괴물들 위에 더 끔찍한 놈이 앉아 있으니까.”
와이번 알파메일(Wyvern alpha male)
한반도 최강의 몬스터 집단을 이끄는 보스 몬스터다.
일반적인 와이번 보다 2배나 크며, 와이번 사이에서도 ‘보스’라는 칭호를 달고 있지만, 놈이 직접 공격하는 경우가 포착된 경우가 없었다. 즉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다.
‘놈은 사냥이 시작되어도 내려오지 않는다.’
김포 공항 전투에서처럼, 놈은 사냥이 시작되더라도 언제나 가장 높은 곳에서 날고 있을 뿐이었다. 먹이는 다른 와이번이 알아서 바치니, 놈은 감시와 통제에 전념했다.
‘놈을 내려오게 만든 뒤,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김포 공항에서처럼, 놈은 무리가 위험해지면 직접 내려와 공격을 감행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면 무리를 물려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쫓아낼 생각도, 돌려보낼 생각도 없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잡아야 한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세계수를 위한 양분으로 삼아야 하니 말이다. 그를 위해서 성우는 총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경수가 다가와 보고했다. 이번에는 마을의 플레이어들까지 모두 동원되는 작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옥상이나 골목 혹은 나무 아래에 웅크리고 때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
이내 그림자가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놈들의 날개가 더 가까이 내려온 것이다. 또한, 우두머리의 사냥 명령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후우웅!
놈들의 날갯짓이 강풍으로 변하여 머리 위를 휩쓸었다. 공습이 시작되었다.
목표물은 광장에 자란 ‘세계수’다. 그리고 그 앞에 떡하니 서 있는 성우였다.
플레이어들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긴장에 절어 있었다.
“후······.”
“모두 침착해. 기다려야 해.”
와이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쪽은 아직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우는 세계수 아래에 선 채, 고개를 들고 있을 뿐, 꿈쩍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로 대여섯 마리의 와이번이 발톱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몇 초 뒤면 세계수가 뿌리째 뽑히고 성우가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었다.
그 순간, 성우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사인을 본 경수와 인호가 몸을 일으켰다.
“철퇴 발사!”
“장막을 걷어!”
준비된 작전에 따라 명령이 전달되었다.
쩌―엉! 쩌―엉!
다음 순간, 팔달산 어딘가에서 자글거리는 구체 두 발이 쏘아져 올랐다. 진화 학회로부터 노획한 ‘뇌신의 철퇴’였다. 팔달산 어딘가에 일찌감치 포대를 조성해둔 것이었다.
퍼―억! 치지지!
그 가공할 만한 탄환이 수직 하강을 하던 와이번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켁!
선두의 두 마리가 날갯짓을 멈추고, 일순간 튕겨 오르듯 거꾸로 상승했다. 이어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즉사입니다!”
와이번 2마리가 즉사했다. 실로 엄청난 데미지가 아닐 수 없었다. 레드 오크가 사용하던 발리스타 역시 치명적인 데미지를 가하긴 했지만 즉사시키지는 못했었다.
카아악!
하지만 단 두 마리가 죽었을 뿐이다. 후열의 3마리는 멈추지 않고 세계수를 향해 하강했다. 세계수가 방출하는 유혹이 그 정도로 강렬했다.
“지금이야!”
그 순간, 세계수 근처에 엎드려 있던 플레이어들이, 세계수 뒤편에 설치되어 있던 파란색 장막을 걷었다.
덜그럭!
그 안에는 ‘오우거 스켈레톤’과 ‘트롤 스켈레톤’ 4마리가 모여 있었다. 비닐 장막을 덮어 은폐해둔 것이었다.
오우거 스켈레톤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녀석은 오른팔을 뻗으며 팔찌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했다.
파지지지!
시퍼런 전류가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와이번 3마리가 그 전류에 휩쓸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뒤에 서 있던 트롤 스켈레톤들이 거대한 새총을 당겼다.
투―웅! 투―웅!
이어서 세계수 주변에서 플레이어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미리 주차해둔 버스 안이나 흙더미 아래에 바짝 엎드린 채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이었다.
“마법을 퍼부어!”
“눈과 머리를 노려라!”
그리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와이번을 향해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냉각 스킬이 놈들의 날개에 적중하여 비행을 방해했고 화염이 치솟으며 각막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비교적 얇은 뱃가죽에 화살이 처박혔다.
퉁! 퉁! 퉁! 퉁!
성우 역시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난사했다.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온갖 마법 세례에 와이번들은 다시 날아오르지 못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694,031골드를 얻었습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665,444골드를 얻었습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614,511골드를 얻었습니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누적 : 38개)
“잡았다!”
“뒤에 더 몰려 온다! 모두 몸을 숨겨!”
플레이어들이 정비하는 사이, 성우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그림리퍼를 집어 들며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걷어냈다. 그러자 검은 늑대의 얼굴이 드러났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48:44)
- 웨어 울프 유지 시간 (00:49:02)
아누비스 상태가 해제되면 누적된 영혼이 사라지기에, 일찌감치 ‘데미 갓’의 힘을 얻어서 주변의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렇게 ‘영혼’을 착취하는 작업을 해둔 것이다.
“자, 이제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냐?”
성우는 고개를 들어 올려, 태양 빛 속에 숨은 거대한 그림자를 포착했다.
와이번 알파메일, 놈의 고도가 종전보다 낮아진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날고 있던 와이번들이 좌우로 넓게 물러섰다.
역시나 놈이 직접 내려온다.
“그래 와라.”
한편 가지고 있는 영혼의 숫자를 계산했다. 현재까지 38개, 아직 여유가 있었다.
카악! 카악! 카악!
처음에 내려온 5마리가 선발대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알파메일이 하강하자 그 뒤로 스무 마리가 넘는 와이번들이 뒤따랐다. 마치 까마귀 떼처럼, 지상의 먹잇감을 향해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하물며 팔달산 속에 감추어진 뇌신의 철퇴 포대를 찾아내었는지, 몇 마리가 그곳을 노리기 시작했다.
쩌―엉!
하지만 재차 장전된 뇌신의 철퇴가 다시 한번 탄환을 쏘아 올렸다. 와이번 두 마리가 맥없이 떨어졌다.
우득! 우드―득!
그러나 놈들 역시 결코 밀리지 않았다. 거대한 다리로 나무를 통째로 꺾어대며 숲을 헤집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 뇌신의 철퇴 포대가 위치했다.
“젠장, 들켰다!”
와이번 한 마리가 뇌신의 철퇴를 으스러뜨리려는 찰나, 나무 사이에서 긴 팔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와이번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꺼으!
구울 킹이었다. 성우가 포대를 방어할 방법을 마련해 놓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구울 킹은 양손으로 와이번의 다리를 붙들고 바닥에 메다꽂았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꺼―윽! 꺼―윽!
이어서 구울들이 달려들어 와이번의 등에 올라탔다. 하물며 나무 사이에서 거대한 돌멩이들이 쏘아져 올랐다. 트롤 스켈레톤들이 곳곳에 매복하고 있던 것이다.
“모두 나무 사이로 이동해! 나무 사이에 있으면 바로 공격받진 않는다!”
이처럼 포대를 습격한 와이번들은, 나무 뒤에 숨어서 움직이는 언데드들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팔달산을 민둥산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원활한 공격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곳이 아니었다. 놈들이 공격이 집중된 곳은 단연 세계수 근처였다.
조금의 틈이라도 내주는 순간, 놈들이 세계수를 뿌리째 뽑아낼지도 몰랐다.
카악! 카악!
세계수 근처를 지키는 플레이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연질색했다.
“······너무 많은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돼. 네크로맨서가 물러서지 않으면 방법이 있는 거니까.”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성우는 모든 권속을 총동원하여 세계수 근처를 가득 채웠다. 트롤 스켈레톤들이 뼈 방패를 들고 세계수를 철통 방어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 역시 그 아래 숨어서 마법과 화살을 준비했다.
플레이어들 때문에 ‘맹독 구름’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세계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에 사용을 자제할 생각이었다.
“모든 마법 준비해!”
“화살 장전!”
그리고 놈들이 접근하는 순간, 성우 역시 가장 강력한 스킬을 준비했다.
- 당신의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성우는 4개의 영혼을 사용하여 악령 폭격을 날렸다. 검은 구체가 상승하여 와이번 무리의 머리맡에서 폭발했다.
구구구―궁―
검은 일렁거림이 놈들의 머리통을 짓눌렀다. 와이번 3 마리가 비틀거리자, 놈들을 향해 온갖 마법들이 집중되었다.
지금부터 펼쳐질 방어 전략은 간단했다. 집중 공격으로 한 마리씩, 확실하게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566,454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와이번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방법이었다. 와이번이 강한 이유는 내구력보다 비행 몬스터라는 점, 그리고 무리 지어 다닌다는 점에 있었다.
“좋아 먹힌다!”
“왼쪽 놈이 비틀거린다! 공격 집중!”
그렇기에 오우거나 드레이크 같은 대형 몬스터에 비하면 방어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순식간에 3마리가 땅에 처박혔다.
그러나 성우는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느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와이번 알파메일’이었다. 저 놈은 달라도 무언가 다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예의주시한 결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수 있었다.
‘무언가를 쏜다.’
놈이 날개를 뒤로 뻗더니 목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는 순간, 주변에 있던 와이번들이 멀찍이 물러서는 게 아닌가?
무언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놈들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조심하세요!”
성우는 그렇게 소리치며 뼈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놈이 무언가를 뿜어냈다.
푸아아아!
녹색 액체였다. 그 물질이 트롤 스켈레톤 무리 위로 쏟아졌다. 그러자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오르며 뼈 방패가 버터 녹듯이 흘러내렸다.
“사, 산성 공격이다!”
“모두 피격된 스켈레톤에서 벗어나!”
산성 공격이 껄끄러운 이유는 중화시키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용액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치이이이!
뭉개진 파편이 재조립되더라도 산성 물질이 남아 있는 한 계속해서 녹아내렸다.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성우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어차피 교체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가 그림리퍼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산성을 뒤집어쓴 트롤 스켈레톤들이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다른 존재가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스스스―
추락한 채 죽음을 맞이했던 와이번들, 그것들이 몸을 일으켰다. 온몸의 비늘과 살점이 날아가고 묵직한 뼈대가 드러났다.
“저, 저거 우리 편 맞지?”
“미친······.”
순식간에 본 와이번이 12마리가 된 것이다. 하물며 그 뒤로 괴조 9마리가 나탔다.
성우가 하늘을 향해 그림리퍼를 뻗었다. 그 순간, 본 와이번들이 일제히 날갯짓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광풍이 몰아치며 지상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이제 공중전이다.”
와이번 무리와 성우의 본 와이번들이 격돌했다. 그리고 불과 수십 미터 상공에서 이리저리 뒤엉킨 채, 도그파이트(Dogfight)를 벌이기 시작했다.
쿵! 쿠구구―
그 거대한 괴물들의 사투는 일대를 초토화하기에 충분했다. 상대를 지상으로 내리꽂고, 역으로 튕겨 나가 건물에 처박혔다. 그러다가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했다.
한편, 좀비 괴조는 거대한 와이번 사이를 빠른 속도로 오고 가다가, 머리에 들러붙어 눈을 쪼아댔다.
“이건 인간이 낄 싸움이 아니잖아?”
“······새우 등 터지겠다.”
플레이어들인 혀를 내둘렀지만, 인간 비슷한 게 본 와이번의 등에 타고 있었다. 민석과 오른이었다. 그들은 사실상 곡예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사냥에 일조했다.
쩌―엉!
하물며 팔달산에서 날아오는 뇌신의 철퇴는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쏘아댔는데, 본 와이번은 어차피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750,004골드를 얻었습니다.
- 와이번을 사냥하여 744,454골드를 얻었습니다.
서서히 승기가 넘어오기 시작했다.
카아아!
그러자 위기를 느낀 와이번 알파메일이 다시 날아오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김포국제공항에서도 그러했듯,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과감하게 등 돌려 날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놈을 따라가!”
성우는 본 와이번의 등에 올라타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놈에게 바짝 따라붙었다. 놈은 마침내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였으며, 그 모습을 본 와이번들 역시 도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황혼 습격”
- ‘황혼 습격’이 시작됩니다.
바로 이걸, 이 한 방을 위해서 영혼을 미리 모아두었다. 이내 성우의 몸에서 20개의 영혼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성우의 몸 주변을 물감처럼 물들이며 번져나갔다.
“큭!”
성우는 한 마리의 검은 망령이 되었다. 그리고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지며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역설적인 강력함이 섞여 있었다. 무엇이든지 짓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놈을 추락시킬 수 있다.’
성우는 그대로 와이번 알파메일을 향해 날아갔다.
구우우우!
검은 토네이도가 놈의 등을 덮쳤다.
카아아!
놈이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마법적인 힘이 놈의 몸뚱이를 내리찍었다. 제아무리 날개를 퍼덕인다고 해도 지상을 향해 가라앉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카악! 카악!
놈은 검은 토네이도에 삼켜졌다. 그리고 날개를 V자로 꺾은 채, 수백 미터 아래, 지상을 향해 직선으로 낙하했다.
순식간이었다.
쿠―웅! 쿠구구―
놈의 육중한 몸뚱이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놈은 엄연히 보스 몬스터였기에 평범한 와이번과 달랐다. 낙상만으로 치명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카아아!
하지만 ‘황혼 습격’ 역시 단순히 바닥에 내리찍는 스킬이 아니었다.
20개의 ‘망자의 손’이 바닥에서 솟아 나와 와이번 알파메일의 몸을 옭아맸다. 날개를 붙잡고 턱과 목덜미, 다리를 강력하게 움켜쥐었다.
카악! 카악!
이로써 놈은 10초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그 앞으로 거대한 낫을 든 성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 지수와 민석, 이어서 오른이까지 등장했다.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건 처음이지?”
성우가 망자의 손에 구속된 채 바닥에 짓눌린, 놈의 머리통을 향해 그림리퍼를 내리찍었다.
10초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한국 서버, 하늘의 지배자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 세계수(성장 1단계)가 성장 중입니다.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