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88화 (88/244)

# 88

31) 평택 초토화 – 3

지수가 천천히 칼을 거두었다.

“하아······.”

그녀의 발아래 한 무리의 수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 복도를 따라서 수인들의 시체가 줄지어 이어졌다.

복도의 끝자락, 한 교실에서 감시팀 요원들이 슬며시 나왔다.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끄, 끝난 건가요?”

“말도 안 돼. 혼자서 그것도 몇 분 만에······.”

그들 역시 광복 길드의 엘리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대응하기는커녕, 살아남아 빠져나가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크로맨서 파티의 힘은 상상초월이었다.

“실내는 다 정리된 것 같네요. 한 마리만 빼고요.”

“한 마리? 어디요?”

콰직!

그 순간, 한 교실의 문이 부서지며 한 마리의 헝겊 괴물과 한호가 뒤엉킨 채 튀어나왔다. 헝겊 괴물의 흉악한 손톱이 한호의 목덜미로 날아들었다.

쩡!

하지만 보호막에 막히고 말았다.

“으아아! 그게 끝이냐? 응? 끝이냐고!”

푹! 푹! 푹!

한호는 헝겊 괴물의 다리에 매달린 채 질질 끌려 다니면서도 기어코 몸 곳곳에 칼을 쑤셔 넣었다.

헝겊 괴물은 치명적인 공격을 가진 대신에 방어력이 약한 편이었기에, 한호의 단순한 단검 공격으로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었다.

“으아아! 그래 나다! 최강 도적! 더 없냐! 더 나와! 더······ 없어요?”

한호가 숨을 고르며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가 학교를 둘러싼 저격수들을 처리한 덕분에, 학교 안에 침투한 병력들을 비교적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아오, 이거 방어막 계속 유지시키는 것도 꽤나 빡세네.”

그들은 바닥을 가득 매운 시체를 넘어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기고······ 있는 건가?”

건물 밖에서는 여전히 언데드와 진화 학회 간의 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언데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성우가 놈들의 전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상태였으며, 줄어드는 놈들의 병력과 달리 언데드는 계속해서 살아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의 ‘은 화살’도 무한정 쓸 수 있던 건 아닌 건지, 발사 되는 장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쿵! 쿠―궁!

다만, 저 멀리 대로 너머의 상가 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예측할 수 없었다.

쿠구구구―

5층짜리 건물이 하나 더 무너져 내렸다.

“얼마 안 남았을 텐데······.”

두 수인의 싸움이 도심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

웨어 불이 몸을 웅크렸다가, 바닥을 박차며 튕겨져 나왔다. 거대한 럭비공이 날아드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성우는 옆으로 슬며시 물러서며 그 돌진을 피해냈다.

콰과광!

놈의 몸뚱이가 트럭을 들이 받아, 그대로 날려버렸다.

툭― 투둑―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지? 방금 전까지 힘자랑 하지 않았던가?”

놈은 어느새 기고만장해졌다. 방금 전에 정체불명의 약물을 주사한 이후, 이전보다 두 배 이상의 근력 상승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로써 더 이상 성우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게 되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4단계다. 너희로 치면 각성에 도달한 것과 비슷할까?”

놈은 주먹을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수인에게는 레벨이 없는 대신 ‘등급’이 존재했다. 성우는 사냥해본 최고 등급의 수인은 ‘2단계’였다.

그런데 놈은 방금 전 주사를 통해서 일시적인 등급 상승을 얻어 4단계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2단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괴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쏴아아―

빗줄기가 거세졌다. 놈이 다시 한 번 몸을 웅크렸다. 성우는 그 타이밍에 악령 폭격을 준비했다.

- 사용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성우의 오른 손에 검은 일렁거림이 어렸다. 놈이 바닥을 박차는 순간, 성우가 오른 손을 뻗었다. 검은 연혼들이 쏘아져나갔다.

“어디서!”

하지만 놈은 엄청난 탄력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다. 악령 폭격은 놈을 빗겨지나가 애꿎은 상가에 명중했다.

쿠―구―구―구―궁!

상가의 1층이 완전히 으스러지며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느리다!”

놈은 바닥을 구르더니 몸을 튕기며 달려들었다. 성우는 도로로 들어가, 승합차 뒤로 몸을 숨겼다.

쾅! 쿵! 쿠―웅!

놈은 마치 불도저처럼 가로막는 모든 걸 밀어버리며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세 좋게 달려들던 놈이 별안간 비틀거리며 멈춰 서고 말았다.

“······윽?”

- 맹독에 중독됩니다.

쏴아아―

놈은 그제야 자신의 온몸을 적시고 있는 비, 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름의 색깔이 기괴한 보랏빛을 띠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또 무슨 장난질이냐!”

잔뜩 흥분한 상태로 달려들며, 난데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그저 변덕스러운 날씨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성우가 이 스킬을 사용한 건 불의 거인을 상대할 때가 처음이었기에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포위당할 때 막무가내로 사용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게 잘한 선택이었다.

“쿨럭! 쿨럭!”

놈은 맹독에 중독된 채 비틀거렸다. 비록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컨디션을 확연하게 망가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끝이다.”

성우는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마지막 수, 새로운 스킬을 준비했다.

“황혼 습격.”

[스킬 정보]

- 이름 : 황혼 습격

- 등급 : 장인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40, 영혼 20

‘영혼 착취’를 통해 축적한 영혼을 타락시켜, 그 에너지를 타고 고속 이동합니다. 착지 지점에 위치한 적에게 강력한 마법 데미지를 주며 10초간 ‘망령의 손’으로 구속합니다. (재사용 대기 10분)

- ‘황혼 습격’이 시작됩니다.

이내 성우의 몸 안에서 20개의 영혼이 빠져나왔다. 그것들은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성우의 몸 주변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성우의 몸이 검은 일렁임에 뒤섞였다.

성우는 한 마리의 검은 망령이 되어, 목표물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구우우우―

검은 그림자가 마치 허리케인처럼 웨어 불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아악! 아아아!”

웨어 불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육중한 몸뚱이가 회오리바람에 날리는 봉제 인형처럼, 공중에 떠오른 채 휩쓸려가기 시작했다.

구우우!

흑색의 회오리는 단 몇 초 만에 수십 미터를 통과했다. 차량 사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피로 얼룩진 흙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후우우―

검은 연기가 가시자 그 중심부에 성우가 서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학교의 운동장이었다.

“······허억!”

성우의 발아래 쓰러진 웨어 불은 엄청난 데미지에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 ‘망령의 손’에 구속됩니다.

바닥에서 20개의 검은 손이 뻗어 올라왔다. 그리고 놈의 목덜미와 팔다리를 움켜쥐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망령의 손’에 의해 10초간 구속된 것이었다.

“주사할 약물이 더 있는 건 아니겠지??”

성우가 ‘잠금’이 풀린 그림리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의 웨어 불의 목덜미에 겨누었다.

“크으······.”

사실상 상황 종료였다.

“기수님!”

“붉은 기수님까지······.”

언데드에 맞서고 있던 진화 학회의 군대 역시 수세에 몰린 상태였다. 그리고 믿고 있던 웨어 불의 패배까지 목격하자 사기가 완전히 꺾여버릴 수밖에 없었다.

“포, 폭격해······ 여기를 다 날려버려······.”

웨어 불이 중얼거렸다. 모든 작전이 실패하고 엉망이 된 바, 자신들의 목숨을 다 버리더라도 네크로맨서와 함께 죽는 동귀어진을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우가 눈 뜨고 당해줄 리 만무했다. 그는 그림리퍼를 들어올렸다.

우우웅―

그때였다. 눈앞의 공간이 타원형으로 일그러졌다.

‘······포탈?’

그리고 그 너머에서 흑색의 비늘 갑옷을 입은 백색의 늑대가 나타났다.

“혀, 형님······.”

“백색의 기수님이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수인이었다. 놈은 등장과 동시에 성우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우웅!

성우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밀려났다. 그는 5미터 정도 날아간 뒤, 바닥에 착지했다.

‘······하필 지금 이 순간에?’

성우가 반격을 시작했을 시점, 그 정체절명의 순간에도 다른 지원군이 오지 않았으니 병력을 모두 소진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거물이 직접 등장할 줄이야?

‘큰일이다.’

더군다나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3:30)

- 웨어 울프 유지 시간 (00:4:46)

‘겨우 3분이다. 남은 시간 동안 이곳을 빠져나가야 되나?’

그런데 백색 늑대의 몸이 어딘가 이상해보였다.

“큭······.”

등장해서 한 것이라고는 겨우 성우를 밀어냈을 뿐인데, 가슴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몸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혀, 형님?”

“당장 도망쳐야 된다.”

“예? 대, 대체 무슨 일이?”

설명을 채 듣기도 전에 또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파직! 파지지지―

하늘에서부터 파란 번개가 내리꽂혔다. 단 한 번의 번쩍임이 아니라, 수십 가닥의 번개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졌다.

‘번개라고?’

강렬한 빛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야를 앗아갔다. 성우 역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가, 갑자기 뭐야!”

“뭐가 터진 거야?”

그 강렬한 빛줄기가 멈추고, 서서히 시야가 돌아왔다.

지지― 지지지―

그리고 번개가 내리 꽂힌 자리 곳, 그곳에서 무언가 보였다. 흑색의 레더 아머를 입고, 거대한 나무 지팡이를 든 남자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두 개의 기운이 충돌하여 보다 강력한)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5)

“네크로맨서, 널 만나러 오기가 참 힘들어? 역시 한국 서버 최고의 스타군.”

랭킹 1위 한강석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발아래에는 붉은색 곰의 머리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러게! 멀리서부터 막 방해하고 난리야! 소리만 꽥꽥 지르던 곰은 우리가 죽였어!”

그의 어깨에서 페어리가 날아오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건······ 적색 혀, 형님?”

웨어 불의 눈이 강석의 발아래, 곰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반응을 보건데, 저 잘려나간 머리가 ‘사수(四獸)’ 중 한 마리인 모양이었다.

“어서! 뇌신의 철퇴를 쏴!”

그때, 학교에서 마주보이는 대로에서 거대한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대포 같은 생김새였는데, 그게 바로 놈들이 숨기고 있던 가공할 만한 위력의 공성 병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우우―

포구가 회전하여 이곳을 겨누었다. 긴 포신에 상당량의 전류가 흐르며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그 전류가 하나의 구체로 응집했다. 건물을 날려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탄환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쩌―엉!

빛이 번쩍였다. 그 탄환이, 눈으로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들었다. 목표물은 강석이었다.

“······.”

하지만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지팡이를 슬며시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지이잉!

전기 구체가

웅―

허공에 멈춰 섰다.

“······뭐?

“마, 말이 돼!”

그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전기 구체가 오른쪽으로 고속회전을 시작하더니, 다음 순간, 날아왔던 방향으로 역행했다.

콰―앙!

공성 병기는 제가 쏘아 낸 탄환을 정통으로 맞고, 뒤로 튕겨져 나가, 대로변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한 건물에 처박혔다.

이어서 강석이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딱!

단 한 번의 번쩍거림, 하늘에서 번개 한 줄이 낙하했다.

쩡!

그 목표는 백색 늑대였다. 놈은 서둘러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머리 위해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꽈―앙! 치지지―

번개와 방어막이 충돌했다. 엄청난 에너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형형색색의 스펙트럼을 자아냈다.

“윽!”

정확히 막아냈음에도 적지 않은 데미지가 들어간 듯, 백색 늑대의 몸이 휘청거렸다.

“저 괴, 괴물은 대체······.”

“랭킹 1위다.”

“한강석!”

“그래. 오늘은 우리가 크게 실패하는 날인 것 같군.”

백색 늑대가 눈살을 찌푸리며 성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기억 속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놈의 눈에 살기가 어려 있었다. 지금까지 수차례, 네크로맨서에 의해서 피해를 입었다. 그렇기에 그 커다란 혹을 떼고자 엄청난 전력을 투입했거늘, 이번에도 네크로맨서가 이겼다.

“가자. 다음을 기약한다.”

놈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놈의 등 뒤에 포탈이 열렸다. 둘만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우는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촤르르!

성우는 민석에게 눈짓을 보냈고, 둘의 몸이 포탈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 검은 사슬이 뿜어져 나가 웨어 불의 발목에 휘감겼다. 민석이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힘이 빠진 몸뚱이가 맥없이 넘어왔다.

“안 돼!”

백색 늑대가 손을 뻗었지만 늦었다. 놈은 이미 포탈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직후 포탈이 닫혔다.

“크으······.”

웨어 불은 허망한 눈으로 포탈이 있던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거대한 낫을 든 검은 늑대가 나타났다.

***

웨어 울프 지속 시간이 끝이 나면서 ‘데미 갓’ 상태가 해제되었다.

- 강력한 힘이 빠져나가며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10)

그리고 그런 엄청난 힘을 잠시나마 얻었던 것에 대한 패널티가 부여되었다.

“윽······.”

능력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걸 넘어서 엄청난 피로감이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쓰러져 자야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방문자, 강석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걸 숨기고 있었군?”

이 남자 역시 데미 갓이다. 그리고 성우와 다르게 일시적으로 얻은 힘이 아니었다.

“인사나 하려고 왔는데, 웬 놈들이 대신 맞이해 주더라고?”

“인사를 하러 왔다고요?”

성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강석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야. 내가 아는 한 지옥의 문은 이거 하나가 아니니까, 앞으로도 종종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면 해서 말이야. 네 명성,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더라고. 고작 2분 차이로 잡다니······ 솔직히 아슬아슬했어.”

“······.”

“물론 나는 혼자 다니는 걸 즐기지만, 이 게임은 종종 친목 도모를 강요해서 말이야.”

그가 그렇게 말하며 성우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운동장 풍경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서로 보조를 맞춰줄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진 친구를 두면 좋잖아? 안 그래?”

“데미 갓이 뭐죠?”

성우는 궁금했던 부분을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응? 방금 직접 해봤잖아?”

“그럼 당신은 이게 직업인가요?”

강석이 고개를 저었다.

“데미 갓은 직업이 아니야. 특별한 조건을 만족해야 얻을 수 있는 권능 같은 거지. 나도 그런 조건을 통해 얻은 거야. 너는 일시적이었던 것 같은데, 온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나도 몰라. 그건 네가 직접 알아가야 돼.”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을 생각으로 보였다. 성우와 협력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자로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또 보자고.”

“안녕! 또 봐! 잘 있어!”

페어리, 나비가 날아올랐다. 그 순간 그의 몸이 빛줄기 속으로 사라졌다. 텔레포트였다.

‘정말로 나를 돕기 위해 온 걸까, 아니면 데미 갓 상태가 된 걸 감지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온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방문자가 도착했다.

두두두두!

북쪽 하늘에서 헬기 3대가 날아들었다. 크루세이더 팀이 한 발짝 늦게 도착한 것이다.

“강하! 강하!”

그들은 마법 드론을 사방으로 전개하여 일대를 감시하는 동시에, 대원들이 넓은 간격으로 착륙하여 주변을 경계하게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헬리콥터가 착륙했다.

우우웅―

그곳에서 무장한 정훈이 나타났다. 그는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제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할지라도,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을 끝내 버릴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저희가 많이 늦었군요. 도움이 못 되었네요.”

“감시팀이 미리 알려온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와주신 덕분에 헬리콥터를 얻어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네요. 조금 피곤해서요.”

성우는 데미 갓 상태에서 벗어난 이후로 얻은 피로감을 숨길 수 없었다.

“새로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서울에서······ ‘천사의 석상’이 발굴되었습니다.”

절대 종족의 흔적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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