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87화 (87/244)

# 87

31) 평택 초토화 - 2

진화 학회의 조직원들은 검은 연기 밖으로 물러난 채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가스를 살포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저, 저건······.”

“수인?”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연기가 서서히 가시자 새하얀 악마 사이로 남 다른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가 서 있었다.

암녹색 로브에 뼈 갑옷을 입고, 거대한 흑색 낫을 들고 있는 건······ 검은 늑대였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2)

“능력치 하락이라니?”

“대, 대체 뭐지?”

그들에게는 ‘신격’을 감지해낼 자격이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죽음이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쏴!”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십여 발의 화살과 마법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웨어 베어 스켈레톤들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촤아아―악!

선두에 서 있던 수인들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었다. 거대한 낫이 그들의 몸통을 가르고 지나간 것이다.

“······어, 언제!”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건물 안, 로비에 있던 검은 늑대가 바로 앞까지 쇄도해 있었다.

“막아!”

수인들은 서둘러 근접 무기를 꺼내며 대응했지만 검은 늑대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부―웅! 촤악!

거대한 낫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입구를 막고 있던 수인과 헝겊 괴물들을 도륙했다. 마치 분쇄기가 스쳐지나간 것 같은 광경이었다.

‘다르다.’

검은 늑대, 성우는 온몸에서 들끓는 압도적인 힘을 느끼고 있었다. 상투적으로 말해 차원이 달랐다.

[플레이어 프로필]

- 이름 : 유성우

- 레벨 : 20

- 직업 : 아누비스의 화신(데미 갓)

- 능력 : 근력(23+29), 민첩성(19+26), 체력(16+27)

- 보유 골드 : 36,455,405

- 속성 : 혼돈

그동안의 성장과는 결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스킬 위주로, 권속을 강화하며 강해졌다면, 이번에는 신체능력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리치 버프에 아누비스 버프까지, 모든 능력치가 각각 20포인트나 증가된 상태였다.

‘더 이상 인간의 몸이 아니다.’

성우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훨씬 가볍다. 동시에 훨씬 단단하다. 같은 능력치라고 할지라도, 수인의 신체 구조는 인간의 몸보다 훨씬 질기고 탄력적이었다. 움직임에 있어서 보다 효율적인 것이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누적 : 11개)

그리고 학살의 현장에서 검은 빛이 피어오르더니 성우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영혼 착취’ 스킬이었다.

- 착취한 영혼(10개)으로 언데드를 강화합니다. (1 스택)

1) 공격력 10% 상승

* 남은 영혼 : 1

하물며 성우 혼자만 강해지는 게 아니었다. ‘죽음의 신’이라는 수식어답게 사냥감의 영혼을 착취하여 권속을 강화할 수 있었다.

쉬익!

그리고 감각마저 인간의 것을 초월했다. 성우는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감지하고 뒤로 도약했다. 그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5발의 화살이 내리 박혔다.

“놈을 잡아!”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학교 정면에 위치한 방패 대열 뒤, 회색의 황소 한 마리가 보였다. ‘웨어 불’이었다. 놈이 이 작전의 지휘관인 모양이었다.

그에에!

그리고 놈의 명령에 따라서 다수의 헝겊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헝겊으로 만들어진 팔을 늘리며 먼 거리에서 휘둘러댔다.

‘저 놈들하고 맞붙었다간 저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여전히 놈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저 헝겊 팔에 뒤엉켰다가는 집중 공격을 받고 즉사할 수도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언데드를 움직여 헝겊 괴물들과 충돌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몸을 돌려, 학교 건물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사수들에게 달려갔다.

“제, 젠장! 허어!”

촤악!

- ‘2단계 웨어 렛’을 사냥하여  21,000 골드를 얻었습니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누적 : 2개)

엄청난 힘과 속도로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놈들은 감히 벗어날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촤악! 촤악!

성우는 학교 외벽을 따라 달려 나가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던 사수들을 연달아 도륙했다.

건물 전체를 포위하기 위한 포지션이었지만, 포위 대상이 밖으로 나와서 날뛰기 시작하니, 오히려 각개격파 당하는 상황이 연출 됐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누적 : 8개)

성우는 어느 정도의 영혼을 모은 뒤, 다시 몸을 돌렸다.

학교 한복판에서 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우의 언데드들이 서서히 밀리는 형국이었다.

‘사자의 권역’에 의해 무한정 부활할 수 있다고 하지만 헝겊 괴물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방패 대열 너머에서 마법사들이 온갖 광역 마법을 퍼부어대는 터에 부활하는 족족 박살나버렸다.

“좋아, 이대로 밀어 붙인다! ‘성자의 은 화살’을 준비해!”

“은 화살 준비!”

하물며 새로운 무기까지 꺼냈다. 네크로맨서를 잡기 위해서 만발의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이내 방패 대열이 갈라지더니, 그 사이에서 웨어 타이거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기기기기―

놈은 3미터짜리 장궁에 빛을 머금은 화살촉을 걸었다.

피―잉!

시위가 튕겨지는 순간, 직선상에 서 있던 스켈레톤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 당신의 권속이 ‘성스러운 힘’에 의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 당신의 권속이 ‘성스러운 힘’에 의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 당신의 권속이 ‘성스러운 힘’에 의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단 한 발의 화살이 3마리의 웨어 울프 스켈레톤을 관통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에 의해 무너진 스켈레톤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됐다! 먹힌다!”

“잡을 수 있다!”

놈들의 진영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네크로맨서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가 부리는 언데드를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난다는 점이었다.

그걸 깰 수만 있다면 네크로맨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쪽에도 새로운 무기가 존재했다.

[스킬 정보]

- 이름 : 악령 폭격

- 등급 : 장인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20

‘영혼 착취’를 통해 축적한 영혼을 타락시켜 강력한 저주를 담아 폭발시킨다. (재사용 대기 30초)

* 사용 가능한 영혼 : 8개

성우는 새로운 스킬은 ‘악령 폭격’을 사용했다.

- 사용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그림리퍼의 날에 검은 에너지가 응집했고, 놈들의 방패 대열을 향해 휘둘렀다.

부―웅!

그러자 검은 영혼들이 미사일처럼 쏘아져나가 놈들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쿠―구―구―구―궁!

영혼이 팽창하며 육중한 폭발을 일으켰다. 화염이 치솟거나 큰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검은 일렁임이 번져나가며 강력한 에너지가 일대를 짓눌렀다.

마치 엄청난 중력이 작용한 것처럼, 생살이 짓눌리고 방패가 우그러졌다.

“으아아아!”

“사, 살려······.”

하물며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데미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검은 일렁임에 닿을 경우, 영혼 자체에 데미지를 입었다. 심지어 일정 조건에 따라 ‘즉사’ 판정까지 발생했다.

- 견딜 수 있는 레벨이 아닙니다.

그 메시지를 목격한 이들은 한 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이, 그저 풀썩 쓰러졌다.

“이, 이게 대체······.”

마법사들이 보호막 주문을 걸어두었지만 소용없었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았던 단단한 포지션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24개)

8개의 영혼으로 24마리를 즉사시켰다. 마법사고 탱커고 할 것 없이, 그 죽음의 폭발에 휘말리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폭발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폭발.”

쾅! 쾅! 쾅! 쾅!

시체 폭발이 이어지며 첫 번째 공격에서 화를 면한 이들을 집어삼켰다. 더군다나 스킬 등급이 ‘숙련’ 단계로 강화되며 폭발과 동시에 소량의 ‘심연의 호흡’을 방출했다.

- 영혼을 착취합니다. (34개)

푸쉬이―

“케, 켁!”

“방독면 착용!”

악령 폭격에 이은 시체 폭발, 마지막으로 심연의 호흡까지 퍼트리자 대열은 단 몇 초 만에 초토화되었다.

- 사용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성우는 30초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한 번 스킬을 준비했다. 그리고 무너진 대열을 향해 내던졌다. 이번에는 10개의 영혼이 쏘아졌다.

쿠―구―구―구―구―궁!

- 영혼을 착취합니다. (55개)

완벽한 마무리였다. 폭격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더 이상 대열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성우는 30개의 영혼을 사용하여 언데드를 강화시켰다.

- 착취한 영혼으로 언데드를 강화합니다. (4 스택)

1) 공격력 20% 상승

2) 방어력 10% 상승

3) 마법 면역력 10% 상승

4) 이동속도 10% 상승

아직 싸움이 끝난 게 아니었다. 큰 피해를 준 건 사실이지만, 놈들의 전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움직여라!”

주변에 흩어져서 건물을 포위하던 병력, 후방에 대기 중이던 병력, 트럭에 남아 있던 헝겊 괴물들이 깡그리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숫자 역시 백여 마리에 달했다.

“모두 네크로맨서 주변에서 물러서!”

하물며 놈들이 성우를 잡기 위해서 물량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들 중에는 성우의 숨통을 끊는 임무를 맡고 있는 자, ‘히트맨’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이 나타났다.

웨어 불, 회색의 황소가 전면으로 나섰다.

“너희는 언데드를 막아라. 네크로맨서는 내가 잡는다.”

그 명령에 후속 병력들이 언데드 무리를 둘러싸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와 권속을 격리시킨 뒤, 네크로맨서를 따로 공략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쿵― 쿵―

놈이 성우에게 다가왔다.

“네크로맨서······ 스타일이 좀 달라졌군.”

놈이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했다. 유달리 근육이 도드라진 몸뚱이에 온갖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도깨비가 새겨진 나무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사슬 끝에 철퇴가 달린 ‘플레일’을 들고 있었다.

“웨어 울프라니? 동족이었나?”

“늑대와 소가 어떻게 동족이지?”

“우리는 함께 하는 이들을 그런 원시적인 개념으로 나누지 않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개념이 통용되는 시대인가? 수인은 같은 운명을 타고 인간의 껍질을 벗어던졌다.”

성우는 피식 웃었다.

“그래, 교조적인 헛소리를 하는 걸 보아하니 4마리의 사이비 교주 중 하나군?”

신도림의 연구소를 습격한 직후, 연구소장의 기억 파편으로 확인했던 내용 중 ‘사수(四獸)’라는 수인들이 있었다.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하던 백색의 늑대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포마드 머리가 말하길, 그들은 플레이어 랭커보다 강력한 존재라고 했다.

“우릴 아는군?”

“뭐, 예전부터 서로 알아가는 관계잖아?”

웨어 불이 콧바람을 내뿜었다.

“오늘로 서로에 대한 탐구도 끝날 것이다. 나는 네놈이 알고 있듯 사수라고 불리는 수인 중 하나 ‘붉은 기수’다. 네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 왔다.”

“기수? 그게······ 이름이야?”

“인간 시절의 껍데기일 뿐인 옛 이름은 버렸다.”

- 사용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성우는 대기 시간이 끝난 걸 확인하고 곧장 악령 폭격을 장전했다. 그림리퍼에 검은 기운 어리자, 놈이 경계 태세를 취했다.

부―웅!

성우가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악령 폭격이 쏘아졌고 놈이 도깨비가 새겨진 방패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방패에 깃든 주술적인 힘이 발휘되며, 붉은색 보호막이 놈의 몸을 뒤덮었다.

궁― 구궁―

악령 폭격이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소용없다.”

역시나 네크로맨서를 잡기 위해 파견된 히트맨인 만큼, 남다른 아이템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골치 아픈 놈이군.’

사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12:33)

- 웨어 울프 유지 시간 (00:13:49)

더 이상 싸움이 길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10분 안에 끝내야 된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보지? 표정에서 느껴진다.”

이번에는 놈이 움직였다. 성우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덩치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육중한 플레일을 회전시키며 거리를 좁혀왔다.

오래 전, 학교에서 상대했던 오크 추장 저런 무기를 사용했었다. 그리고 저런 무기가 위협적인 이유는, 지속적으로 회전하며 언제 어디에서 날아들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부웅― 부웅―

오크 추장을 상대할 때는 부활하는 스케렐톤들을 막무가내로 돌격시켰기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언데드를 물릴 수도 없다.’

놈들은 네크로맨서의 공략 방법을 1대1 대결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언데드 무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다수의 언데드를 빼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왜 다른 곳을 보지?”

그 순간, 놈이 거리를 좁히며 플레일을 휘둘렀다. 성우는 급히 그림리퍼를 들어올렸다.

쩌―엉!

두 괴력이 부딪치며 운동장이 진동했다. 놈은 보다 빠른 속도로 플레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붕―붕―붕―

“자신이 없나? 응? 매번 잡것들 뒤에 숨어서!”

놈은 네크로맨서와 1대1 대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쩡! 쩌―엉!

“간사하게 싸우는 게! 네 스타일이니까!”

쩌―엉!

그 순간, 놈의 무기가 보라색 사슬로 변하더니 그림리퍼를 칭칭 휘감았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림리퍼를 잡아당겼고, 결국 놓치고 말았다.

하물며 리피팅 크로스 보우와 핸드 캐논까지, 마치 자석이 끌리듯 사슬에 딸려갔다.

- ‘투사의 족쇄’에 의해 무기가 봉인 됩니다. (5분)

성우의 무기는 놈의 무기와 한대 뒤엉킨 채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그 위에 보라색 사슬 아이콘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잠금 상태’가 된 것이었다.

“······봉인?”

“으흐흐! 사실 나는 무기로 싸우는 성격이 아니거든.”

놈이 방패를 내던지고 목과 손목을 돌리며 다가왔다. 그의 양손에서 붉은 일렁임이 피어났다. 애초에 이놈의 직업은 격투가 계열이었던 것이다.

마법사 계열과 격투가 계열의 맨손 격투라니, 오히려 이쪽이 더 치사한 상황이 아니던가?

놈이 앞발을 뻗으며 왼쪽 주먹을 날렸다.

훅!

잽이었다. 성우는 뒤로 빠르게 빠졌지만, 놈이 전진 스텝을 밟으며 오른손 스트레이트와 오른발 미들 킥 콤비네이션을 날렸다.

뻑!

결국 미들 킥을 허용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이 온몸을 관통했고, 성우의 몸이 붕 떠오르며 운동장을 데굴데굴 굴렀다.

“······크으!”

놈이 지축을 울리며 달려왔다. 성우는 곧장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훅을 피했다. 하지만 놈의 왼손이 성우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려 바닥에 매다 꽂았다.

쿵!

“컥!”

엄청난 충격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자, 위대한 네크로맨서, 한국 서버의 영웅! 그런데 이제 권속도 없고 무기도 없다. 너한테는 뭐가 남았지?”

성우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놈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씩 웃으며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펀치를 날렸다. 제대로 맞을 경우 머리가 날아갈 정도의 힘이 실려 있었다.

턱―

하지만 성우의 손바닥이 놈의 주먹을 감싸 쥐었다.

“······응?”

놈의 주먹이 허무하게 막혔다.

우둑―

그뿐만이 아니라, 성우의 악력이 놈의 주먹을 유압 프레스처럼 짓누르며 손가락을 뒤틀어버리기 시작했다.

“윽! 어, 어떻게 힘이 이렇게······.”

놈의 얼굴에 당황이 번졌다.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격투가 계열이자, 수인 중에서도 근력 수치가 높은 ‘웨어 불’인 자신이 마법사 계열인 성우에게 잡힌 채, 옴짝달싹 할 수 없다니?

“권속과 무기가 없으면 남는 게 뭐냐고?”

우둑!

“크윽! 대체······.”

“너무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 권속과 무기가, 그동안 압도적인 능력치를 가져다주었을 거라고는······ 생각 못하나 봐?”

“뭐?”

근력 수치만 무려 52였다. 거기에다가 수인이 되면서 얻은 보정 효과까지 합치면 훨씬 강력한 악력을 발휘할 수는 상태였다. 하물며 ‘신격’을 얻어, 근처에 있는 이들의 능력치를 감소시키는 중이었다.

우두둑!

격투 기술이 없더라도, 힘 하나 만큼은 압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성우의 오른손 주먹이 놈의 왼손 옆구리를 강타했다.

뻑!

“크허!”

정통으로 들어간 바디 블로우, 놈의 몸이 휘청거렸다. 내장이 파열될 정도의 일격이었다.

뻑! 뻑!

이어서 두 번의 공격이 더 들어가자 놈의 두꺼운 갈비뼈가 단숨에 으스러졌다. 놈의 입에서 단말마와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으아아!”

그런데 그 순간, 놈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머리에 달려있던 거대한 뿔이 성우의 배를 노리고 들어왔고, 성우는 놈의 손을 놓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크으······ 아직 끝이 아니다. 거사를 위해서는 최악의 순간을 대비한 최후의 수를 준비해두는 법이지.”

놈은 뒤로 물러서며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역시나 놈들의 주특기인 앰플이었다. 놈은 주사기를 꺼내들어 허벅지에 꽂아 넣었다.

“윽!”

그러자 놈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뼈가 자라고 근육이 성장했다. 손톱이 길고 단단하게 변했다. 그리고 머리의 뿔이 급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놈이 비명을 지르자 쩌렁쩌렁 울렸다. 딛고 있는 땅이 부르르 떨리며 발굽 모양을 따라 움푹 파였다.

“크으······.”

거대한 뿔 아래,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네크로맨서······. 이젠 정말 끝이다.”

성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뼈가 하나 더 생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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