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31) 평택 초토화 - 1
세계수의 주인이라니?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만으로도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내 성우의 눈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용 퀘스트]
- 제목 : 죽음을 통솔하는 수호자
- 유형 : 목표 수호
- 목표 : 이 땅에 ‘세계수(신단수)’를 키워내라.
- 보상 : 전용 스킬 및 ‘세계수의 주인’ 칭호
당신은 이 땅을 침략하는 외부 차원의 마수를 저지했다. 그로써 ‘수호자’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 죽음은 결코 악이 아니다. 죽음 역시 이 세계의 일부이며, 이 세계의 균형이다.
당신의 운명을 받아 들여 신비로운 힘을 품고 있는 ‘세계수’를 이 땅에 피워낸다면, 세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목표(세계수)가 파괴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합니다.
*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세계수에 대한 기억은 좋지 못한 것뿐이었다. 여의도에서 피어나 한반도를 잠식하는 ‘배드엔딩-2’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타락자’라는 정체불명의 족속이 세계수를 소유할 경우 발생하게 될 미래였으며, 그 반대축이 바로 ‘수호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성우에게 그 칭호가 주어졌다.
‘이건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기회다.’
다른 이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어쩌면 랭킹 1위인 강석마저도 얻을 수 없는 기회였다.
‘여의도 레이드 집단 퀘스트’를 통해서 세계수 씨앗을 얻은 뒤, 지옥의 문에서 나온 악마를 사냥하여 ‘지옥 격퇴자’ 칭호를 얻어야지만 조건이 성립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은 현재로써 성우가 유일할 것이었다.
“성급할 건 없지.”
성우는 안주머니 가장 깊은 곳에 세계수의 씨앗을 집어넣었다. 세계수를 심는다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으로써는 이 씨앗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한편 퀘스트 보상인 전설 아이템은 약속된 대로 강석이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헬 파이어 갑주
- 등급 : 특수
- 분류 : 귀속 아이템
- 효과 : 장착 시 ‘헬 파이어 갑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어력 +50% 마법 면역력 +30% 화염 면역력 +100%, 화염 데미지 상승 +20%)
- 설명 : 장착 시 저절로 사이즈가 조절 되며, 사용자에게 귀속되어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헬 무빙 아머’ 자체가 아이템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레벨을 달성했다는 게 주요했다. 권장 레벨이 한참 높은 퀘스트였던 만큼, 그 경험치 역시 상당했다.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시체 폭발 (확정)
가장 먼저 5번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시체 폭발을 업그레이드 한다.’
그 동안 쏠쏠하게 이용했던, 방금도 마무리 한 방으로 사용했던 시체 폭발 스킬을 한 단계 강화하게 됐다.
- 스킬 등급이 향상 되었습니다. (기초 → 숙련)
[스킬 정보]
- 이름 : 시체 폭발
- 등급 : 숙련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5
시체를 기폭제로 하여 폭발을 일으킵니다. 추가 데미지(+30%), 폭발 이후 죽음의 힘이 담긴 ‘심연의 호흡’을 소량 방출합니다.
소모 마나가 줄어들고 추가 데미지가 붙은 건 물론이거니와, 심연의 호흡을 방출한다는 게 대박이었다.
‘소량’을 방출하는 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폭발 데미지를 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강력한 상태 이상까지 추가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뜻이었다.
‘오늘도 수확이 크군.’
성우는 모든 권속을 소환 해제 한 뒤, 일행이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예상 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선배, 크, 큰 일 났어요!”
누군가 와 있었다. 당황한 표정의 한호 뒤, 평택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 나타났다.
“네크로맨서님, 저희는 광역 감시팀입니다.”
성우도 잘 아는 조직이었다. 성우가 조언하여 만든 광복 길드 소속의 정보기관으로, 각지에 흩어져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당장 대피하셔야 됩니다.”
“대피요?”
“저희는 이 일대를 감시 중이었는데, 약 15분 전, 송탄 지역에서 다수의 무리가 이쪽으로 이동 중인 걸 포착했습니다. 수인이 섞여 있는 걸 봐선······ 진화 학회일 가능성이 큽니다.”
진화 학회? 그들이 성우를 노리고 있단 말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
놈들은 분명 음지에 숨은 채, 성우를 예의주시하며 제거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영등포와 먼 거리에서 힘겨운 전투를 끝낸 직후가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한 걸 수도 있었다.
“영등포에도 이 보고가 올라갔습니다. 곧 커맨더와 크루세이더 팀이 지원을 올 겁니다. 저희가 네크로맨서님을 걱정할 팔자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놈들의 숫자가 상당하니까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설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광역 감시팀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우가 알기도 전에 대응하여 크루세이더 팀까지 파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쾅! 콰―광!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뭐, 뭐야!”
감시팀 요원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쿠구구구······
학교 근처, 7층짜리 빌딩이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다. 건물 파편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아하니 상층부가 통째로 날아간 것 같았다.
“······저기는!”
“B3와 B4가 잠복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들켰습니다!”
주변에 대기 중이던 감시팀 요원이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즉 진화 학회, 그 놈들이 벌써 이곳에 도착했다.
“이미 포위당했어요.”
지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의 감각은 이 학교 주변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놈들이 벌써 그 거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숫자가 상당해요.”
감시팀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본 것만 300여명 쯤 됩니다.”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숫자를 무엇으로 채웠는지가 문제였다. 성우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저 골목 사이에서 백색 빛이 터져 나왔다.
쩌―엉!
그 빛줄기는 수직으로 날아와 학교 옥상 부근을 강타했다.
쿵! 쿠구구······.
학교 전체가 뒤흔들렸다. 빌딩의 상층부를 날려버린 것과 같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 이 정도 파괴력이라면 불의 거인이 던지던 콘크리트 불덩이와 맞먹을 정도였다.
“뭐, 뭐야!”
“우릴 공격한 건가?”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만, 그 파괴력이 상당하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날아서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건가.”
저런 병기가 다수 존재한다면 본 와이번을 소환하여 공중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방금 전 공격은 그런 건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놈들은 꾸준히 내 전력을 감시하고 있었을 테니, 철저하게 준비해서 작정하고 왔을 거다.’
쨍그랑!
그때, 창문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플레이어 한 명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커, 컥!”
그의 목에 작은 화살이 박혔다. 학교 안의 플레이어들은 그 장면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숙였다.
“저격이다!”
“모두 안으로 피해!”
“창문에서 떨어져!”
괴력의 병기를 동원하여 사방을 포위한 채, 저격수까지 배치한 상황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빠져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들이 다가와요. 정면이에요.”
지수가 놈들의 움직임을 읽었다. 성우는 뼈 방패를 제조한 뒤, 몸을 가리고는 창문 근처로 다가갔다.
척― 척― 척―
그녀의 말처럼, 사방에서 방패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넓적한 ‘카이트 실드’가 촘촘하게 대열을 이룬 채,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 숫자만 스무 개 정도에 달했다.
하물며 그 뒤에는 다수의 마법사들이 포진하여 방어 마법을 시전 중이었다. 마치 대테러 진압을 위한 특공대처럼, 쉽게 돌파할 수 없는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투입! 투입!”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자, 방패 뒤에서 수인들이 달려 나왔다. 놈들은 전속력으로 달려와 건물 외벽에 매달리고, 몸으로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쨍그랑!
“어?”
“드, 들어온 것 같은데?”
창문 깨지는 소리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에 공포가 어렸다. 성우 일행이나 감시팀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지만, 평택의 플레이어들에게는 그야 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저것들이 대체 누군데?”
“우리 이제 어, 어떡해?”
“쉿! 아이들 보호하고! 전투 준비해!”
평택 그룹의 리더가 성우에게 다가왔다.
“저······ 저희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들은 성우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놈들의 작전은 어느 정도 눈에 보였다. 성우를 건물 안에 가두어 놓음으로써, 주력 병기인 ‘대형 언데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우가 완전히 무력화 되는 건 아니었다만······ 이들까지 지킬 수는 없었다.
“최대한 교실 안에서 숨어서 가족들을 지키세요. 제가 놈들의 접근을 막아보겠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우우웅!
1톤짜리 트럭이 줄지어 학교 안으로 들어오더니 농구 코트 근처에 멈춰 섰다. 대기하고 있던 수인들이 달려가 짐칸을 열어젖혔다.
그르르―
그 안에서 기괴한 생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머리에, 헝겊으로 기운 몸통, 짐승의 팔다리를 가진 괴물들이었다.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다.’
진화 학회, 놈들의 비윤리적인 실험 결과물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트럭 밖으로 줄줄이 뛰어내리더니, 학교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
“한호야, 지수 씨, 둘은 여기를 지키세요. 제가 복도를 막을게요.”
성우는 지수와 한호에게 교실에 남아 플레이어들을 도우라고 말했다. 좁은 복도에서 뒤엉켜 싸우다보면 오히려 서로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 사신의 낫 ‘그림리퍼’를 소환합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21:11)
‘남은 시간은 고작 21분이다.’
현재 상황은 최악이었다. 골렘 소환, 죽음의 응답 등 모든 스킬에 대기 시간이 적용된 상태였다. 성우의 전력은 사실상 반 토막 이상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21분 안에 크루세이더 팀이 도착해서 퇴로를 뚫을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성우는 민석과 오른을 데리고 교실 밖, 복도로 나갔다.
“저기 있다!”
웨어 울프 세 마리가 복도 끝에 나타났다. 놈들은 검과 도끼를 뽑아들며 복도를 내달렸다. 성우는 곧장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올렸다.
퉁! 퉁! 퉁! 퉁!
복도는 좁다. 날아드는 화살을 피할 틈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놈들은 동그란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주변으로 반투명한 방패가 형성되었다.
쩡! 쩡! 쩌―정!
‘보호막?’
놈들의 준비는 철저했다. 저런 작은 형태의 보호막은 물론이거니와, 하나 같이 방독면을 메고 있었다. 성우가 내뿜는 검은 연기가 저주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대비한 것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네크로맨서라는 거물을 잡기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 된 상태였다.
“포위해!”
등 뒤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이 건물 곳곳에 침투해서, 사방에서 조여 들어오고 있었다.
“뒤는 제가 맡죠.”
“부탁합니다.”
성우는 민석과 오른에게 뒤를 맡기고 정면으로 다가오는 수인들과 맞부딪쳤다.
복도가 너무나 좁았기에 그림리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성우는 손잡이를 최대한 넓게 잡은 뒤, 웨어 울프가 들이미는 반투명의 보호막을 향해 내리쳤다.
쩍! 쩌―적!
화살은 막아냈다만, 그림리퍼의 데미지는 견디지 못했다. 보호막이 으스러졌다.
“죽어라!”
하지만 그 틈에, 다른 놈이 성우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성우는 뒤로 훌쩍 물러나며 그림리퍼를 대각선으로 내리쳤다.
촤악!
“크아!”
성우를 찌르고 들어왔던 팔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다른 놈이 제 동료의 어깨를 훌쩍 뛰어넘어 도끼를 휘둘렀다.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성우가 더 빨랐다.
촤아아!
- ‘2단계 웨어 울프’를 사냥하여 25,000 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림리퍼가 수직으로 상승하며 놈의 몸뚱이를 양단했다. 성우의 능력치는 그야 말로 압도적인 상태였다.
특히나 ‘리치’ 상태에서는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증가하기에, 제 아무리 수인이라고 한들 힘과 민첩성, 모든 면에서 성우에게 미치지 못했다.
퉁! 퉁! 퉁! 퉁!
빈틈이 벌어지자, 곧장 끈에 매어진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 올려 난사했다. 이번에는 화살을 막아내지 못했고, 세 마리의 웨어 울프가 복도에 널브러졌다.
등 뒤, 민석과 오른 역시 수인 두 마리를 쓰러뜨린 상태였다.
“1층이다! 1층에 전부 모여 있다!”
하지만 놈들은 끝없이 몰려왔다. 복도의 양쪽 끝에서 우르르 달려왔고, 창문을 깨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복도로 튀어나왔다. 심지어 머리 위, 2층에서도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창문 밖, 수인 저격수들이 지근거리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버틴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곧 독 안에 든 채, 속수무책으로 화살과 마법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었다.
“들어온다!”
“막아!”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있는 교실에도 적들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챙! 채―앵!
“으악!”
안에서 온갖 마찰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근접전에서는 최고 수준인 지수가 있다지만, 역시나 다른 이들의 생명까지 지킬 수는 없었다.
‘이대로는 못 버틴다.’
성우는 직감했다.
‘다른 작전이 필요하다.’
머리를 굴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쓸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졌다. 과감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아저씨, 여기를 지켜주세요.”
“알겠습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성우는 민석에게 교실 입구를 맡긴 뒤, 웨어 울프 두 마리를 스켈레톤을으로 일으켰다. 그리고 복도 끝, 학교의 로비를 향해 전진했다. 이내 헝겊 괴물들이 로비를 통과해, 복도로 치고 들어왔다.
그으으!
놈들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매 걸음마다 몸이 크게 뒤틀리는 기형적인 움직임이었다. 성우는 웨어 울프 스켈레톤을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콰직!
그 순간, 헝겊 괴물의 왼쪽 팔이 길게 늘어나며 스켈레톤 한 마리의 두개골을 관통했다. 성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고 들어가며 허리춤에서 핸드 캐논을 꺼냈다.
쾅!
핸드 캐논의 파괴력은 역시 남달랐다. 헝겊 괴물 두 마리의 머리통이 통째로 작살났으며 그 뒤에 있던 두 놈도 뒤로 밀려났다.
- ‘실험 번호-022’를 사냥하여 1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실험 번호-022’를 사냥하여 100골드를 얻었습니다.
고작 100골드? 어이가 없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성우는 그림리퍼를 횡으로 휘둘렀다. 벽에 걸리는 걸 신경 쓰지 않고,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다.
촤아아! 콰드드!
헝겊 괴물 두 마리의 머리통을 잘라내고, 왼쪽 벽면을 긁어내어 무너뜨렸다. 다음 순간, 광풍이 복도를 휩쓸었다.
뻑!
그리고 무너지는 헝겊 괴물의 몸뚱이를 발로 걷어찼다. 머리 잃은 몸뚱이가 번쩍 치솟아 뒤로 날아갔다.
“폭발.”
콰―앙!
뒤이어 몰려오던 헝겊 괴물들이 화염에 휩싸이며 튕겨져 나갔다. 성우는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 올려 자세가 무너진 놈들을 향해 한껏 퍼부었다.
퉁! 퉁! 퉁! 퉁! 퉁! 퉁!
발화 화살 기능이 켜지며 헝겊 괴물의 몸뚱이에 불이 붙었다. 성우는 그대로 밀고 나아가, 비교적 넓은 곳, 로비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스킬을 하나 사용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검은 연기가 터져 나오며 로비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복도로 뻗어나가고 창문 밖으로 치솟았다.
“놈이 가스를 썼다!”
“바, 방독면 착용!”
사방에서 수인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성우는 검은 연기 속에서 두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그건 ‘수인화 앰플(웨어 울프)’과 ‘마굴의 문 스크롤’이었다.
‘수인으로 위장해서 놈들의 뒤로 돌아나간 뒤, 그곳에서 마굴의 문을 쓴다.’
해적선에서 노획한 ‘마굴의 문’은 권장 레벨 35의 던전이었다. ‘지옥의 문’의 권장 레벨이 27이었던 걸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난이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해적들은 이 아이템을 일정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전략 병기’로 활용했다.
‘직접 공략할 생각이었지만, 아낄 때가 아니다.’
성우는 놈들에게 핵폭탄을 선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놈들이 직접 만든 물건인 ‘수인화 앰플(웨어 울프)’을 준비했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웨어 울프로 변하며, 그 상태가 20분 간 지속된다.
성우는 약물이 담긴 주사기를 허벅지에 꽂았다.
“······큭!”
저릿한 통증이 허벅지를 타고, 골반으로 올라와 척추를 짓눌렀다. 몸이 부풀어 오르고 털이 수북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두개골이 변형되며 얼굴이 뜯어질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감각이 확장되어 가는 게 느껴졌다.
- 아이템 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웨어 울프’가 됩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리치(죽음을 다루는 자) + 수인(웨어 울프)
리치 상태에 수인화가 적용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 완성된 것이었다.
- 일시적으로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힘을 얻습니다.
- 일시적으로 ‘데미 갓’ 상태가 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10)
- <영혼 착취(장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악령 폭격(장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황혼 습격(장인)>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
검은 연기가 서서히 가시자, 거대한 흑색 낫을 쥐고 있는 검은 늑대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주변으로 보랏빛의 일렁임이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