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82화 (82/244)

# 82

29) 랭킹 1위, 한강석 – 1

성우는 황금색 망치 모양의 아이콘 앞에 섰다. 강화도 시가지의 어느 카페 안이었다.

역시나 카운터 앞에 조합 테이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가까이 다가가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이템 제작/조합]

- 조합할 수 있는 물건이 있습니다.

1) 드워프제 리피팅 크로스 보우(재료) + 용족의 심장(재료) = ???

* 필요비용 : 1,500,000 골드 (매개 부족)

2) 그림자 왕의 로브(재료) + 드레이크의 가죽(재료) = ???

* 필요비용 : 2,000,000골드 (매개 부족)

총 두 가지였다. 둘 다 여의도 레이드 때 드레이크를 잡고 얻은 재료를 통하여 장비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이번에는 ‘엘더 슬라임의 코어’ 같은 매개가 없기에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다.

성우는 두 가지 재료 아이템을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드레이크의 가죽

- 등급 : 영웅

- 분류 : 제작 재료

- 설명 : 어린 블랙 드레이크의 비늘 가죽이다. 아직 성장을 마치지 않은 상태이기에 품질 자체는 아쉽지만, 그럼에도 어디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용족의 심장(하급)

- 등급 : 전설

- 분류 : 제작 재료

- 설명 : 용이 품는 심장은 미물들의 것과 사뭇 다르다. 귀하게 다루어져야 할 물건이다.

“이걸 드디어 쓰는군.”

얻은 지 꽤 오래됐지만 그동안 대장간에 들를 시간이 전혀 없었다.

성우는 먼저 ‘리피팅 크로스 보우’와 ‘용족의 심장(하급)’을 강화 테이블에 올렸다.

- 비용(1,500,000)이 발생하며 파손 확률(3%)이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

- 조합이 진행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테이블에서 물러 서 주세요.

우우웅!

그러자 용족의 심장이 증발하듯 형태가 뭉그러지더니, 리피팅 크로스 보우를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조합이 완료되었습니다.

외형이 변한 건 없어 보였지만, 몸체에서 붉은 에너지가 일렁거렸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드워프제 리피팅 크로스보우 - 화염

- 등급 : 전설

- 분류 : 크로스보우

- 효과 : 자체 데미지 증가(+20%), 아공간의 병기창과 연결된 탄창이 장착되어 있다. (장전 없이 발사가 가능하다.), 마나를 주입하면 1분 간 ‘발화 화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템 정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등급이 ‘영웅’에서 ‘전설’로 변했으며, 리피팅 크로스보우의 자체 데미지가 20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불화살’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어서 성우는 작은 돌 하나를 꺼냈다.

“맞다. 이런 것도 있었지.”

그건 ‘C급 장비 강화의 돌’이었다. 황금 던전 보상으로 뽑았던 아이템인데, 이 역시도 대장간에 올 일이 없었기에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성우는 리피팅 크로스보우 옆에 강화의 돌을 올렸다. 그러자 진행 메시지가 떠올랐다.

- 비용(1000)이 발생하며 파손 확률(5%)이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

우우웅!

- 조합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드워프제 리피팅 크로스보우-화염(+2)

- 등급 : 전설

- 분류 : 크로스보우

- 효과 : 민첩성 수치 상승(+3), 자체 데미지 증가(+30%), 아공간의 병기창과 연결된 탄창이 장착되어 있다. (장전 없이 발사가 가능하다.), 마나를 주입하면 1분 간 ‘발화 화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민첩성 수치 증가 옵션이 붙었으며, 자체 데미지 증가도 10퍼센트가 더 추가되었다.

“괜찮군.”

연사 속도가 매우 빠른 무기인 만큼, 엄청난 데미지 상승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그림자 분신 효과까지 받는다면, 다수의 적이 몰려오더라도 싹 쓸어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림자 왕의 로브’와 ‘드레이크의 가죽’을 조합했다. 이번에도 역시 성공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그림자 왕의 로브-용의 비늘

- 등급 : 전설

- 분류 : 외투

- 효과 : 마법 피해 감소(-10%), 화염 면역 증가(+30%), 자체 방어력 증가(+50%) 그림자 속에 있을 경우 모습을 감출 수 있습니다. (상대를 공격할 시 모습이 드러나며 감지 스킬에 의해 발각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옵션이 추가되었다. 화염 면역 증가와 자체 방어력 증가였다. 역시 디자인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로브 안감에 드레이크의 가죽이 덧대어져 있었다.

작업을 마친 성우는 프로필을 띄웠다.

[플레이어 프로필]

- 이름 : 유성우

- 레벨 : 19

- 직업 : 네크로맨서, 흑마법사

- 능력 : 근력(21+9), 민첩성(15+9), 체력(14+7)

- 보유 골드 : 27,855,400

- 속성 : 혼돈

- 최대 권속 수 : 17마리

랭킹 1위를 만나기 전에 최대한의 능력치를 끌어냈다.

***

두두두두!

성우와 민흠이 탄 헬리콥터가 영등포 상공으로 들어서자, 그 주위로 마법 드론 3대가 접근했다.

헬리콥터 내부를 촬영하여 탑승자를 확인하는 한편,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호위 역할까지 겸했다.

“와, 뭐야? 그 잠깐 사이에 심시티 좀 했네요?”

한호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영등포는 예전보다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진화 학회의 테러 이후 무너졌던 외벽은 수리된 상태였다. 또한 건물 입구에 반투명 보호막이 튀어나와 있는 걸 보건데, 내부에 여러 개의 ‘안전 구역’이 항시 펼쳐져 있는 모양이었다.

하물며 사방으로 총 16개의 감시초소를 두었고, 각 초소마다 2명의 사수가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러게요.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게 느껴지네요. 경비가 몇 중으로 되어있어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등포역 주변을 두르고 있는 ‘내부 펜스’ 밖에는 ‘외부 펜스’가 쳐져 있었는데, 역 주변 상가에는 연합에 합류하기 위해 온 그룹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 역시 옥상에 경비를 배치하여 주변을 경계 중이었다.

이에 민흠이 덧붙였다.

“며칠 사이에 무려 6천 명이 몰려왔습니다. 집단 전체가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표자만 왔기에 연합이 창설될 경우 훨씬 많은 이들이 올 겁니다.”

영등포의 상주하던 생존자가 약 3만 명이었으며, 정훈은 그 조차도 부양하기 어렵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협상 단계가 마무리 되고 연합이 창설될 경우 얼마나 더 많은 생존자들이 몰려올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감안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분명했다. 어느 정도의 기반이 마련만 된다면, 인구가 엄청난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기 보이십니까?”

헬기의 고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민흠이 도로 끝자락을 가리켰다.

민흠의 손가락 끝으로 군용 헬기 몇 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파란색 천막이 십여 개 보였다.

“저기 저 인간들이 영 골칫거리입니다. 일명 ‘재건 동맹이라고 합니다.”

“군인들입니까?”

“뭐, 전부 그런 건 아닙니다. 의정부랑 남양주 쪽 플레이어들인데, 일부가 군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군용 장비를 꽤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걸 바탕으로 경기 북부 세력을 통합하던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는 나름 큰 세력이죠. 그래서 그런지 영······ 고분고분 하지가 않습니다.”

민흠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쉽게 말해······ 분탕 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보망에 자꾸 걸리적거리는 행동들이 거립니다.”

이어서 말하길, 신경전을 유도하며 정치 공작 수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곳으로 온 목적이 연합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복 길드가 더 큰 세력이 되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우리의 전력을 염탐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움직임이 여러 번 관찰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견제가 들어오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가 무슨 중세 시대처럼 암투와 공작을 펼치며 생존자끼리 치고받고 하겠습니다.”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연합 창설을 고깝게 여기지 않을 테고, 연합에 합류할 것처럼 위장하여 훼방을 놓을 수도 있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우우우―

이내 헬기가 착륙했다. 대로에 마련 된 착륙장은 더 큰 규모로 확장 되어 있었다. 먼 곳에 위치한 그룹에서 수송기를 타고 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루세이더 대원 두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커맨더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성우는 민흠과 함께 영등포역 안의 회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정훈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회의장이 위치한 2층에 도착했을 때였다. 복도 끝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우리도 랭킹 1위를 만나게 해달라고!”

“별 것도 아닌데, 이게 이렇게 막아 설 일이야? 랭킹 1위가 무슨 대통령이냐? 너희 커맨더는 총리 쯤 되나보지? 내가 직접 이의 제기할 테니까 저리 비켜봐!”

다섯 명의 남자가 회의실로 복도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크루세이더 대원들이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꽤나 난처해보였다.

“부관님!”

대원들은 뒤에서 다가오는 민흠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해줄 관리자가 나타난 것이다.

“여러분, 무슨 일이십니까?”

민흠의 말에 다섯 명의 남자가 돌아섰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부관님,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 간 소통을 막으시면 안 됩니다!”

“이러니까 우리가 연합 운영비 정책 반대, 평등한 의결 기구를 요구하는 겁니다. 정녕 독재로 가시려는 겁니까?”

이에 민흠이 발끈하며 나섰다.

“독재라뇨, 말조심하시죠? 그리고 무슨 통제입니까? 한강석 본인이 아무하고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어 놓은 상태인데, 왜 우리한테 와서 따집니까? 우리 역시 그 사람이랑 대화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남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식으로 변명하지 마십쇼. 네크로맨서에 이어서 랭킹 1위까지 독차지하려는 걸 모를 줄 압니까? 네크로맨서 구슬려서 중국 놈들이랑 한 판 붙여 놓고, 그 사이에 편안하게 정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말에 성우가 앞으로 나섰다.

“누가 누굴 차지합니까?”

성우의 등장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네, 네크로맨서?”

“뭐야? 언제 왔지?”

그들 중 일부는 성우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한 명은 얼이 빠진 듯 뒷걸음질 치기까지 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네크로맨서의 이미지는 그 정도로 강렬했다. 영웅인 동시에 압도적인 강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본인이 여기 계실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맨 앞에 선 3명의 거구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같은 조직 소속인지, 왼쪽 가슴에 독수리 모양의 녹색 휘장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성우와 기 싸움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빤히 마주보고는 피하지 않았다.

“난 내 의지로 합류한 거지 누군가에 의해서 부려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성우가 말했다. 그러자 세 남자 중, 선두에 서 있던 무테안경을 쓴 거구가 비웃음을 날렸다.

“······그거,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착각?”

이거, 대놓고 도발이었다.

“뭐라고 할까, 자기 의지로 행동하고 있다는 착각 말입니다. 사실 놀아나고 있는 걸 수도 있으니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시죠?”

성우는 피식 웃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저도 하나 해드리죠. 매 순간 진지하게 잘 생각하고 말씀하시죠. 이런 시대에 함부로 말해도 너그럽게 넘어가 줄 거라는 건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요.”

착각을 받고, 협박을 내놓았다.

“······.”

그 말에 뒷걸음질 쳤던 남자가 한 걸음 더 물러섰다. 무테안경의 거구는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팍 구기며 성우를 지나쳐갔다. 그 뒤로 패거리들이 우르르 따라나섰다.

“우리······ 그렇게 만만한 놈들 아닙니다.”

성우는 무시했고 그들은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민흠이 한 숨을 내쉬었다.

“저 인간들입니다.”

“재건 동맹?”

“예. 동맹 의장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신분은 알 수 없습니다.”

성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 구성할 때, 잘 확인해야겠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접근한 건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혹시나 진화 학회 같은 놈들이 내부에 침투하지 않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까지는 얼마 전에 창설한 ‘광역 감시팀’이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성우가 제안해서 창설된 정보기관이었다.

끼익―

민흠이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회의실의 넓은 책상에는 온갖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전신 갑옷을 벗고 있었는데, 꽤나 초췌한 모습이었다.

“······오셨군요.”

“피곤해보십니다.”

“뭐, 글자에 처박혀 있는 게 원래 제가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장담하셨던 대로, 해적단을 다시 한 번 물리쳐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약속했으니까요.”

성우가 정훈의 건너편에 앉았다. 정훈은 표정은 어딘가 초조해보였다.

“중국 서버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우선은 저보다 먼저 대화를 나누셔야 될 사람이 있습니다.”

“한강석.”

“예. 랭킹 1위, 한강석······.”

그 이름을 발음하는 정훈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일 때문에 왔다니? 그런데 저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답니다.”

“저를 찾았다죠?”

“맞습니다. 그런데 성우 씨, 그 인간······ 아니, 인간이라고 해야 되나? 정말 다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성우 씨가 그 자를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를 좌우할 만한 일이라면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정훈의 표정에는 답답함이 묻어 나왔다. 이 조직의 대표는 자신이건만, 랭킹 1위는 자신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이성적인 해답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빨리 성우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게 현재로써는 정답에 가까웠다.

“알겠습니다.”

정훈은 곧장 랭킹 1위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영등포역 백화점 건물에서도 가장 고풍스러운 곳, VIP라운지였다. 그리고 그곳에 가까워지자 불길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 알 수 없는 기운이 일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게······.”

앞서 가던 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십니까? 이게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1)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증상을 심화되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2)

“여깁니다.”

정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VIP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철컥―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원목 테이블 위의 롤 케이크였다. 그리고 그 케이크 옆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쭈그려 앉아서 케이크를 퍼먹고 있었다.

“달다! 달아!”

매우 작은 크기의 여자였다. 등에는 4장의 은색 날개가 달려 있었으며, 파란색의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팅커벨? 아니, 페어리?’

아무리 봐도 흔히 말하는 ‘요정’이 분명했다. 그녀는 티스푼을 롤 케이크에 쿡 찔러 넣더니, 고개를 돌려 성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쪼르르 날아올랐다.

“뭐야, 손님이 벌써 왔네?”

“······혹시 한강석 씨는?”

정훈의 물음에, 요정은 입 한 가득 담은 롤 케이크를 꿀꺽 삼키더니 어디론가 날아갔다.

“잠시만!”

라운지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요정은 그 문을 작디작은 주먹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석! 강석! 손님이야!”

그러자 문 안에서부터 발걸음이 울렸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3)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철컥―

이내 문이 열렸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4)

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한 눈에 봐도 뭔가 다른 남자였다. 키가 크고 잘생긴 걸 떠나서, 알 수 없는 후광이 그의 몸을 두르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혹은 시스템에 의한 것일까?

이어지는 메시지는 더욱 더 충격이었다.

- 신격(神格)을 마주합니다.

* 당신의 자격이 충분하여 신격을 마주볼 수 있습니다.

‘······신격?’

- ‘데미 갓’의 권능이 당신의 힘을 억누릅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5)

성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 갓(Demigod)은 준신 혹은 반신을 의미했다. 즉, 신에 가까운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네크로맨서, 방금······ 내 정체를 꿰뚫어 봤군?”

남자, 강석이 희미하게 웃었고 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랭킹 1위가 신이라고?’

물론 그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설마 6성인 건가?’

진짜 신이 아니라면, 시스템 내에서 어떤 조건을 초과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5성 이상의 무언가······.

뭐가 됐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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