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
28) 강화도, 데스 매치 – 1
근처에 위치한 점령지는 녹색 빛줄기로 표시된 ‘C’였다. 강화고인돌체육관에서 북서쪽에 위치했다.
“한호야, 대기 중인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지금 바로 노란색 빛줄기로 가. 거기서 C구역을 점령해.”
“오케이.”
가장 먼저 점령할 수 있는 곳이자, 강화도의 남쪽 해안으로 상륙 중인 해적 함대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동시에 최후의 요새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다.
“혜연아, 너는 하늘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지상의 사람들에게 무전으로 알려줘. 놈들의 마법 드론이 있으면 파괴해버리고.”
“네!”
혜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핀을 향해 달려갔다. 교동도의 플레이어들 역시 일사불란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칼을 갈아온 만큼, 당황보다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지수 씨, 우리는 파란색 빛으로 갑시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은 파란색, 점령지 B였다. 지수와 성우는 본 와이번에 올라탔다. 그리고 단숨에 날아올랐다.
후우우―
고도가 높아질수록 남쪽으로 보이는 두 빛줄기의 위치가 명확해졌다.
파란색 빛줄기는 강화도의 중간에 위치했다. 그리고 마지막 점령지, 빨간색 빛줄기는 섬 최남단 방향, 어느 산봉우리에 위치하는 듯 했다.
치지지―
무전기 아이템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성우는 무전기를 귀에 가져다댔다.
- 놈들이 동막 해변에 상륙합니다!
무연이었다. 아직 남쪽 해변에 남아 놈들의 동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동막 해변이라면, 빨간색 빛줄기 점령지 A의 근처였다.
“알겠습니다. 접근하지 말고 녹색 빛줄기로 가세요. 놈들 역시 드론을 운영할 테니, 인근에 있다가는 발각될 겁니다.”
치지직―
- 예, 알겠습니다!
성우는 어느새 파란 빛줄기, 점령지 B 근처에 도달했다. 잔디광장과 미로가 조성된 작은 테마파크 안이었다.
“저기 깃발이에요!”
지수의 말처럼 깃발 하나가 빛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저게 바로 점령지의 오브젝트인 모양이었다.
“바로 가죠!”
성우는 깃발 근처에 와이번을 착륙시켰다. 그리고 깃발을 향해 달려갔다.
평범해 보이는 깃발 위에 알파벳 ‘B’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성우는 과감하게 다가가 깃대를 움켜쥐었다.
- 점령을 시작합니다. (중도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뭐?”
그러자 자석처럼 손이 달라붙더니, 아무리 잡아당겨도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 점령 중입니다. (100초 남았습니다.)
* 점령 중에는 공격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 모든 소환물이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다니, 상당히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지수 씨, 주변을 경계해주세요. 점령 중에는 움직일 수가 없어요.”
“네.”
지수는 환도를 뽑아들고 주변을 살폈다. 잔디 광장이라지만, 오랫동안 관리 되지 않은 탓에 잡풀들이 무성한 상태였다. 몸을 숨길 곳은 충분했다.
- 점령 중입니다. (91초 남았습니다.)
깃발 위에 카운트다운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 점령 중입니다. (90초 남았습니다.)
그러나 지수는 숫자 따위에 한 눈 팔지 않고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하여 주변을 살폈다.
당장은 느껴지는 게 없었지만, 해적단 역시 병력을 산발적으로 나누어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우 씨······ 뭔가 와요.”
조금 떨어진 곳,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꽤나 큰 규모였는데, 지름이 7미터는 될 법했다.
지이잉―
마법진이 완성되자 포탈이 열리며 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총 12명, 해적단이었다.
- 점령 중입니다 (84초 남았습니다.)
“윽! 하루에 한 번 가능한 비싼 주문이라더니 승차감이 왜 이래?”
“마법사 새끼들 일부러 엿 먹이는 거 아니야?”
그들은 끙끙거리며 일어나더니, 이내 성우와 지수를 포착했다.
“······어라?”
“응? 빨리 일어나! 놈들이 먼저 와 있다!”
“뭐? 벌써?”
해적단 역시 성우가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난생 처음 미니 게임이란 걸 마주하면, 으레 상황 파악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었고, 강화도의 한국인들 역시 그럴 거라고 어림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두 명 뿐이잖아?”
“그것도 한 놈은 점령 중이라 못 움직인다. 으흐흐!”
놈들은 깃발 위에 떠오른 카운트다운을 바라보았다.
- 점령 중입니다. (71초 남았습니다.)
“1분이면 충분하지.”
“충분하고말고. 죽여!”
12명의 해적단은 무기를 빼들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죄다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야만전사(2단계)> 시너지를 받고 있었기에, 전투 시작 20초 간 공격력 상승과 공격 속도 상승 버프를 얻을 수 있었다.
“1분은 무슨! 20초면 충분해!”
지수가 뒤로 물러서며 환도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정면을 향했다. 점령까지 남은 시간을 따지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63초 남았다.’
하물며 남은 시간을 정확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계집 한 명 따위!”
“점령한 뒤에 가지고 놀게 팔만 잘라!”
훙!
도끼가 날아들었다. 지수는 허리를 숙여 도끼를 피해냈다. 다음 순간,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 왼쪽으로 몸을 던졌다.
퍽!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도끼가 박혔다. 등 뒤로 날아갔던 도끼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것이다. 스킬이었다.
“재주 부리지 마!”
지수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동시에 칼을 들어올렸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해적들이, 그녀의 어깨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쩡!
두 무기가 부딪쳤다. 언뜻 보기에는 우악스런 사내의 도끼질에 지수가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수는 근력 수치에 상당한 투자를 한 상태였다.
“윽!”
그렇기에 반대로 남자의 몸이 기우뚱했다. 다음 순간, 지수의 칼날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검기가 쏘아지며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남자의 머리까지 잘려나갔다.
단 칼에 두 놈이 엎어졌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9,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1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골드로 확인할 수 있는 놈들의 레벨은 9와 10이다. 평균 이상의 레벨일지는 몰라도 15레벨의 지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놈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젠장! 우리가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나머지는 점령하는 새끼를 조져!”
- 점령 중입니다. (53초 남았습니다.)
놈들은 무방비 상태의 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한들, 누군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10명의 사람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점령하고 있는 놈부터 죽여!”
세 명의 해적이 성우를 향했고, 그들 중 선두가 도끼를 집어던졌다.
‘발자국 추적’
지수가 움직였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마치 땅이 접힌 것처럼, 그녀가 내민 발이 수 미터의 앞의 땅을 밟았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그곳에 서 있었다.
“응?”
그곳은 성우와 해적단 사이의 공간이자, 투척용 도끼가 날아드는 궤적 선상이었다.
쩡!
지수가 칼을 휘둘러 날아드는 도끼를 비껴 쳐냈다.
“가, 갑자기 어디서 나온 거야?”
‘발자국 추적’, 지수가 얻은 새로운 스킬이었다. 초월적인 감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그곳으로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녀가 땅을 박찼다. 성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던 해적들이 자세를 잡기도 전, 칼날이 3번 움직였다. 사방으로 붉은 물방울이 튀었다. 지수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곧장 후방의 해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어어?”
해적들이 서둘러 무기를 들어 올리고 자세를 잡았다. 맹수처럼 달려드는 빨간 체육복의 여자 뒤로, 세 명의 동료가 맥없이 쓰러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눈동자를 돌리는 순간······.
“컥!”
무언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
“뭉쳐!”
남은 시간 45초, 벌써 6명이 죽었다. 이쯤 되자 해적들은 저 카운트다운이 무얼 의미하는지, 혹시 저 안에 살아남으라는 게 아닐지 혼란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를 체감하는 와중에도,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움직였다.
마치 살육을 즐기는 미치광이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며 칼을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갔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피하기 위해서 성급하게 움직이다가는······ 바로 그 길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촤악!
그리고 목이 날아갔다.
- 점령 중입니다. (10초 남았습니다.)
10초 남은 시점, 지수의 걸음이 멈춰 섰다.
“······끝났어요.”
그녀는 얼굴을 문질러 피를 닦아냈다. 점령 시간 동안 성우를 지킨 것도 모자라 공격자들을 전멸 시킨 것이다.
- 아군이 ‘B포인트’를 점령했습니다.
* 버프가 적용됩니다.
* 5분 간 재점령이 불가능합니다.
[미니 게임 내 버프 목록]
1) 방어력 상승 (+30%)
2) 체력 수치 상승 (+5)
“안 되면 팔이라도 자르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는데······ 제 생각 이상이네요.”
솔직히 성우도 감탄할 만한 장면이었다.
“매번 생각 이상을 보여주시는 분께 그런 말을 들으니 뿌듯하네요.”
지수가 시체의 옷 위에 칼날을 문질러 닦았다.
- 아군이 ‘C포인트’를 점령했습니다.
* 버프가 적용됩니다.
* 5분 간 재점령이 불가능합니다.
이어서 C포인트 점령 성공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호와 플레이어들이 향한 곳이었다.
“······한호 씨도 성공한 모양이네요.”
“이제 한 곳 남았네요.”
[미니 게임 내 버프 목록]
1) 방어력 상승 (+30%)
2) 체력 수치 상승 (+5)
3) 공격력 상승 (+20%)
4) 근력 수치 상승 (+5)
그리고 점령을 통해서 상당한 버프 효과를 얻었다. 놈들은 미니 게임의 규칙과 점령의 이점을 알고 있었으니 선제적으로 버프를 독점한 뒤, 강화도라는 거대한 링 안에서 데스 매치를 벌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우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 않았다. 이미 이 지옥 같은 게임에는 도가 텄다.
- 적군이 ‘A포인트’를 점령했습니다.
놈들 역시 하나의 점령지를 확보하여 버프를 얻게 됐다. 이제 그곳을 사수하는 동시에 병력을 분할하여 B포인트와 C포인트를 점령하려고 시도할 것이었다.
‘놈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지수 씨, 점령에 성공했지만 놈들이 다시 점령을 시도할 겁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곳을 지켜주세요.”
“성우 씨는 A포인트로 가실 건가요?”
성우가 본 와이번으로 걸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안에 승부를 보죠.”
1시간, 그림리퍼를 소환하여 리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이었다.
1시간 이후에는 성우가 조종할 수 있는 스켈레톤이 50마리나 감소하며, ‘사자의 권역’에 의한 무한정의 부활도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놈들이 1시간의 지옥에서 살아남을 경우에 해당되는 상황이었다.
“무연 씨에게 연락해서 이곳으로 지원군을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버텨주세요.”
“걱정마세요.”
지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C포인트는 마니산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당도한 해적단의 선장, 자헌은 심기가 불편했다.
“벌써 두 군데를 빼앗겼다?”
“······죄, 죄송합니다!”
미니 게임을 시작한 목적은 순식간에 과반의 점령지를 차지한 뒤, 압도적인 버프를 두른 채 압도적인 숫자로 찍어 누르기 위함이었다.
말 그대로 위험한 적인 분명한 네크로맨서를 압살하는 게 이들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놈들도 설마 미니 게임의 규칙을 알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이건 특별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은 건데?”
“자, 장군 이 정보는 방송으로 나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눈에만 보인 거라 방송 화면에는 안 잡혔을 겁니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 꾸안이 빌빌거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 시간, 이 모든 장면은 ‘중국-2서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무려 17만 명, 채팅창은 붉은 혁명군을 비꼬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도, 대부분 한국을 점령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본토에서 쫓겨난 세력이라고 할지라도, 중국 출신의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었다.
“점령을 위한 특공대를 파견해. 어차피 골칫거리인 네크로맨서는 단 한 명이다. 놈이 B와 C중 어디를 선택할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한 군데의 전선 밖에 신경 쓰지 못할 거야. 그 사이에 우리는 두 군데를 점령하여 버프를 받고 밀어 붙인다.”
자헌은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여겼다.
네크로맨서라는 한국 서버의 랭커가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전투를 모두 컨트롤 할 수는 없다.
결국은 버프를 빼앗기고 목숨까지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게 자헌이 예상하고 있는 결말이었다.
그때였다.
“습격이다!”
“북쪽에서 모, 몰려온다!”
진영의 가장자리에서 소란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습격입니다!”
“전방에서 언데드들이 나타났습니다!”
자헌은 인상을 찌푸렸다. 전방의 나무 사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전투의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B나 C가 아니라 여기를 네 전장으로 택했다고?”
예상 외였다. 열세인 만큼 지키는 쪽을 선택하리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자헌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놈이군. 가장 취약한 전선부터 방어하며 후반을 도모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의 본대로 밀고 들어와? 그럼 뒤는 어쩌려고?”
자헌은 네크로맨서의 대단함을 익히 들어왔다. 놈이 부리는 언데드는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며, 거대한 크기의 거대한 언데드를 한두 마리 정도 끌고 다닌다고 했다.
“아무리 네가 강해하더라고 해도, 설마 버프를 다 뺏기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기에 상대의 강함은 인정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나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 됐다.
“저런 판단력을 가진 놈이 랭킹 2위라고? 한국 서버는 역시 약한 편이군.”
자헌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리고 숲속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란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피, 피해!”
“으아아아!”
부하들이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으며,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이 점점 커져갔다.
이내 저 멀리, 능선에서 ‘거대한 언데드’들이 출몰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알고 있던 존재, 오우거 스켈레톤과 본 드레이크였다.
“막아!”
“마법을 퍼부어!”
부하들은 당황했지만, 압도적인 숫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화력을 퍼부으며 저지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강하군······.”
이어서 그 뒤로 ‘트롤 스켈레톤’들이 대규모로 등장했다. 놈들은 맹렬하게 밀어붙이며 전선을 한 움큼씩 밀어냈다. 거대한 스켈레톤들이 저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 사이에 더 강해진 모양이지만······ 괜찮아.”
절퍽! 절퍽!
그런데 그 뒤로 진흙 덩어리 형태의 거인이 나타났다. 그건 ‘골렘’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뼈로 만든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채 뛰어오기 시작했다.
꺼―윽!
그 뒤를 이어서 ‘구울 킹’이 능선에서 튀어나오며 내리막길을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한 차례 본 적 있는 ‘본 와이번’이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날아들었다. 그런 괴물이 무려 세 마리였다.
“대체······ 뭐가 계속 나오는 거야······.”
자헌은 담배를 떨구었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 정도라고? 이건······ 우리가 조사한 내용보다 훨씬 웃도는 전력이다.”
이내 저 멀리, 능선 위로 거대한 낫을 든 ‘리치’와 녹색 안광을 내뿜는 ‘데스 나이트’가 등장했다.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컬렉션이, 생중계로 중국에 소개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