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76화 (76/244)

# 76

27) 서해에 나타난 해적 함대 – 3

‘붉은 혁명군’ 소속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망망대해에서 선제공격을 당할 줄도, 그 방법이 폭격이 될 거란 것도 말이다.

“타, 탈출해! 배가 가라앉는다!”

“뛰어!”

쾅! 쾅! 쿠구구······.

하늘에서 쏟아지는 시체 폭탄이라니? 전혀 대비되지 않은 공격이었기에 대응은커녕 비상탈출조차 쉽지 않았다. 해적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배와 함께 바다 밑바닥으로 수장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단 한 명만이 제대로 대응했다. 이 함대의 지휘관, 일명 ‘지공장군’이라고 불리는 리 자헌이 거대한 핸드 캐논을 하늘을 향해 겨누었다.

쾅! 쾅!

핸드 캐논이 불을 뿜었다. 그러자 비교적 낮게 날고 있던 괴조 두 마리가 산산조각 나며 바다 위로 흩뿌려졌다.

쩌―엉!

이어서 그 주변에 빙결 마법이 터지며, 더 높은 곳에서 날고 있던 괴조 세 마리가 눈보라에 휩쓸렸다. 날개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균형을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자헌의 직업인 ‘캐논 슈터’에 두 번째로 뽑은 ‘아이스 위자드’가 합쳐지며, 탄환에 마법을 걸 수 있는 것이었다.

“역시 장군님이다!”

“된다! 잡을 수 있다!”

해적단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얼마 가지 못했다.

“어? 저기 봐! 되, 되살아난다!”

“말이 돼? 분명 터져버렸는데?”

핸드 캐논에 맞고 터져버렸던 괴조들의 파편들이, 허공에서 녹색 불빛에 휩싸이더니, 원상복구 되어 함대를 스쳐지나가며 활공했다.

“1번 준비 완료!”

“8번까지 모두 준비 완료! 지금이야! 실드를 형성해!”

- 해당 지역에 ‘연계 대형 실드’가 전개됩니다.

그나마 마법사들을 총 동원하여 함대 전체에 방어막을 전개했기에 후속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전멸 당할 수도 있었다.

“노, 놈들이 물러갑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맙소사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지만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무려 7척의 어선이 가라앉았으며 사상자만 49명에 달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를 집계하고 수습할 시간조차 없었다. 피 냄새를 맡고 바다의 몬스터들이 몰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잠깐 사이에 많이도 당했군.”

자헌이 컨테이너선의 갑판으로 올라와 함대를 둘러보았다. 순식간에 7척의 배가 사라졌다. 본래 21척이었으니 무려 3분의 1일 날아간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뭐였지?”

자헌의 물음에 선글라스의 남자가 뻘뻘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공격인지라 정확히는 식별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뭔지 알 것 같은데?”

자헌은 난폭하지 않았지만 너그럽지도 않았다. 눈 밖에 났다가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예, 인공장군의 죽은 괴조를 다루는 점, 시체를 폭탄으로 이용하는 점, 그리고 우리를 적대시하며 공격해온 점을 볼 때 단 한 놈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크로맨서.”

“맞습니다. 그 놈이 분명합니다.”

한국 서버의 플레이어를 사로잡아 심문한 끝에 알게 된 정보였다.

한국 서버에는 ‘네크로맨서’라는 영웅이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 놈이 인공장군의 선발대를 괴멸시켰다는 것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당했군. 그것도 한 놈한테 두 번이나 말이야. 우리의 입장이 점점 더 난처해지고 있어. 천공장군께서도 크게 노하실 거야.”

“······.”

“후에이, 꾸안.”

자헌의 부름에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선글라스의 남자와 장발의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예!”

“예, 장군!”

자헌이 불만 가득한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의 목적은 저 한국 땅을 차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훗날 중국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에 대한 영광스런 소문을 퍼트릴 필요가 있어. 왜 그런 게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천공장군께서는 우리보다 더 큰 비전을 보고 계시다는 걸 잊어선 안 돼.”

“물론입니다.”

“큰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당하는 장면이 방송으로 나갔지? 우리는 더 큰 웃음거리가 됐고 리웨이, 그 정령술사 계집은 그 잠깐 사이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어. 천공장군을 비웃는 글을 말이야······.”

자헌이 돌아서서 두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본의 아니게 우리가 장군님을 망신시킨 거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 응? 어떻게 해야 우리가 실추시킨 장군님의 명성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배로 되갚아주는 장면을 만들어야 됩니다. 우리가 당한 게, 그저 운이 나빴다는 걸 알려야죠.”

장발의 남자가 말했다. 자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이, 정답이야. 네크로맨서의 머리를 베고 그 앞에서 다시 방송을 진행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천공장군께서 대만 사업을 끝내시고 직접 오시기 전에 네크로맨서를 처리해야 된다는 말이야.”

“물론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헌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미니 게임을 준비해. 강화도에 침투해서 미니 게임을 등록하고 네크로맨서를 잡아 죽이는 거야. 후에이, 섬 안으로 몰래 들어갈 수 있겠지?”

후에이라고 불린 장발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뒤로 긴 망토를 걸친 이들이 도열했는데, 망토 안으로 검은색의 잠수복이 얼핏 비췄다.

“손 쉬운 일입니다. 놈이 하늘에서 감시한다고 한들, 바다 밑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자헌이 처음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강화도에 미니 게임을 실행해서 절대 도망갈 수 없게, 사생결단을 벌일 수밖에 없게 만들자고.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서 대륙에 보여주는 거야.”

자헌이 돌아서서 난간을 붙들었다.

“고작해야 쉰 마리의 언데드라고 했지? 되살아나지도 못하게 잘게 으스러뜨려주마.”

***

성우가 해적단을 폭격할 당시, 마법 드론 한 대가 동행했다. 그렇기에 교동도의 플레이어들도 해상에서 벌어지는 폭격을 지켜볼 수 있었다.

끔찍한 날짐승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시체를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시체가 폭발하며 낡은 선박을 쳐부수고, 바다 밑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해적단 역시 규율과 체계가 잡혀 있는 거대한 집단인 만큼, 재빠르게 대응하여 방어막을 펼쳤지만, 이미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뒤였다.

완벽한 기습이었다.

“우와······. 역시 네크로맨서, 명불허전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저 많은 함대를 단 몇 분 만에 몰아내버리다니······.”

무연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네크로맨서의 짧고도 굵은 활약에 경도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수백 명이 함께 목숨을 걸고 맞섰음에도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했었거늘, 네크로맨서는 벌써 두 차례나 놈들을 몰아냈다. 다른 말로 하면, 네크로맨서는 이들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이 사람 말을 따르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이기는 걸 넘어서 복수하고 싶습니다.”

“저도요. 놈들을 젓갈로 담가서 사시사철 꺼내 먹고 싶은 심정입니다. 개 같은 새끼들······.”

해적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입은 플레이어들은 이를 갈았다. 그들은 끝까지 이 섬에 남아, 네크로맨서라는 압도적인 영웅과 함께 중국의 해적 세력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삐이이―

잠시 후, 선제공격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네크로맨서와 혜연이 섬으로 돌아왔다. 무연을 비롯한 섬의 지도자들이 급히 마중을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진짜 끝내줬습니다.”

그러나 성우는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일방적인 승리였지만 아직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적단은 생각보다 큰 집단이다.’

1차 침략 때 성우가 괴멸시킨 숫자가 거의 천 명에 달했다. 레드 오크 군단 최종전 당시 동맹군의 숫자가 814명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였다.

그러나 2차 침략을 위해서 몰려온 병력은 그 숫자의 배에 달해 보였다. 거대한 컨테이너선까지 끌고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림잡아 최소 3천 명이다.’

그렇다면, 대만을 공격하고 있는 본대의 규모는 과연 얼마란 말인가?

역시나 대륙은 뭐든지 규모가 달랐다. 게임이 시작된 이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겠지만, 그에 비례하여 압도적인 숫자의 플레이어가 살아남았을 것이었다.

“크게 한 방 먹였지만, 놈들은 아직 멀쩡한 수준입니다. 이대로 더 큰 무리를 이끌고 오거나, 혹은 남은 전력만으로도 상륙을 강행할 수도 있죠. 다음번 싸움에는 공중 폭격에 대한 방비도 마련해 올 테고요.”

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대비해야겠군요. 선생께서 놈들한테 한 방 먹이시는 사이에 강화도로 이동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민국아, 트럭에 연료 다 채웠지?”

“예, 형님. 짐 다 싸서 차에 실어놨습니다.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적과 싸우기를 작정한 게 분명했다.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가죠. 이전에 말씀해주신 대장간도 들러야 하고요.”

성우의 말이 떨어지자 무연이 돌아섰다.

“바로 출발한다!”

“출발!”

“모두 차에 타!”

플레이어들은 교동대로를 통해서 강화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혜연의 그리핀과 성우의 비행 언데드들이 일대를 비행하며 경호했다.

교동도 그룹의 생존자는 총 258명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싸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무연에 따르면 이들 중에서 전투 가능한 인원은 고작해야 1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1차 침략 때 상당수가 학살당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전투 병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성우는 교동도의 플레이어들을 해안 감시에 동원할 생각이었다. 전투는 혼자서도 치룰 수 있지만, 감시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교동대로를 안전하게 통과한 직후, 해병대 초소 근처에서 차를 세웠다. 그리고 무연을 비롯한 그룹의 플레이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방금 전에 기습을 해서 큰 피해를 준 것처럼, 우리 역시 기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모든 해안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될 겁니다.”

“감시라······ 강화도 해안이 생각보다 넓은데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니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네요.”

“형님, 그래도 감시는 전투가 가능한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투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민국이라는 사내의 말에 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 말대로 모든 인원, 모든 장비를 투입해보겠습니다. 모두들 중국 놈들한테 복수를 꿈꾸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임할 겁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해적들이 소수 인원을 침투시켜서 감시나 기습을 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함대가 접근하기 전에 알아차려야 됩니다.”

무연은 그 즉시 해안 도로를 순찰할 그룹을 짜서 움직이게 했으며, 2대 뿐인 마법 드론을 교대로 날렸다. 사실 이런 작은 집단에 이런 고급 아이템이 2대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누군가 운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강화 고인돌 체육관’이란 곳에 캠프를 마련했다.

새 건물인데다가 꽤나 내부에 넓은 경기장이 있었기에, 적지 않은 인원의 임시 거처로는 적당했다.

또한 비교적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습에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대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유사 시, 인근에 위치한 강화대교를 통해 인천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여건이 충분했다.

“자, 모두 움직여! 생필품은 한 쪽에 쌓고, 무기는 입구 쪽 벽에, 문 주변은 최대한 비워도. 비상 상황 때 나갈 수 있어야 되니까.”

“자다가도 바로 뛰어 나가서 중국 새끼들 잡아 죽여야 되니까?”

“정답이야. 먼저 죽이고 싶으면 입구 쪽에다가 침낭 깔아둬. 이미 내가 한 자리 맡아놨으니까.”

무연의 말대로 이들은 공포가 아니라 분노에 차 있었다.

“쳐들어오기만 해봐. 이번에는 다 죽여 버릴 거야.”

“안 쳐들어오더라도 어떻게든 복수할 거야.”

한편, 혜연은 한 꼬마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제 상체만 한 방패를 들고 혜연에게 떼를 써대는 중이었다.

“나도! 나도 싸울 거라고!”

“넌 아직 안 돼! 그러다 큰 일 난다!”

“나도 3레벨이야! 고블린도 죽여 봤거든?”

“3레벨로 뭘 한다고!”

“뭘 해야지 레벨이 오르지!”

“이게 어디서 꼬박꼬박 대들어?”

성우는 강화도에 있다는 대장간의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서 다가갔다가 그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저기, 네크로맨서 아저씨!”

“응?”

아이가 성우에게 달려왔다.

“저도, 저도 싸우게 해주세요. 저도 싸울 수 있다고 누나한테 말해주세요! 싸워야 강해지는 거잖아요? 그렇죠? 안 싸우면 계속 약할 수밖에 없잖아요!”

혜연의 표정에 난처함이 어렸다. 그녀는 성우를 바라보며 몰래 고개를 저었다. 아이의 말은 일리가 있었으나, 성우가 보기에도 3레벨에 불과한 초등학생이 참전할 상황은 아니었다.

성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네? 그럼 어떻게······.”

“죽은 사람은 강해지지 못하거든.”

“그, 그런데, 하지만······.”

“함부로 싸운다고 나섰다간 다른 사람 레벨만 올려줄 거야.”

아이는 다소 충격 받은 듯 방패를 축 늘어뜨렸다.

“싸워야 할 때를 알고, 영리하게 싸워야 돼. 강해지고 싶어? 지금이 싸울 때가 맞는지 영리하게 잘 생각해봐.”

“······네.”

녀석은 의기소침해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갔다. 혜연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 친척 동생이에요.”

“친척 동생이라면, 아버지가······.”

“맞아요. 제 큰아버지가 원래 우리들의 리더 역할을 하셨었는데······.”

혜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해적들한테 돌아가셨어요.”

괴조한테 잡아먹혔다고 했었다.

“영인이는 그 장면을 목격했고요. 그런데도 충격 받지 않고 저렇게 씩씩한 것만으로도 대견하긴 한데, 직접 복수하겠다고 막무가내로 굴어서 걱정이네요. 저런 애들까지 싸울 일은······ 없겠죠?”

노약자라고해서 언제까지나 보호 아래 두는 건 옳지 않았다. 그들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과 만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싸울 수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해야만 했다.

“일단 지금은 아니야. 저런 아이까지 싸워야 되는 순간이 오면 사실상 진 거지.”

성우의 말에 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그런 순간이, 이미 한 번 왔었으니 말이다.

“네크로맨서님이 계시니까 그렇게 될 일은 없겠죠.”

최고의 지원군, 네크로맨서가 왔기에 그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그런데 혹시 대장간 위치가 어딘지 알아? 너희 아버지께 여쭤봤었는데, 정확하게 듣지를 못했네. 지금 순찰 나가셔서.”

“아, 네! 알아요.”

드디어 조합 재료를 써볼 타이밍이 온 걸까?

***

그 시각, 강화도 남쪽의 해안가, 바위 틈 사이로 검은 인영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총 8명이었다.

플레이어들이 해안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잠수를 통한 수중 침투까지 잡아낼 수는 없었다.

“이제 은폐 스킬을 사용하여 숲속으로 들어간다.”

하물며 어떤 스킬을 사용하자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몇 분 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나무 사이를 지나서 비탈길을 오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름 모를 산봉우리에 섰다. 찬바람이 그들의 젖은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그들은 내색 없이 작전에 열중했다.

“조장,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게임기 아이콘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는 복면이 조장, 후에이에게 물었다.

“대만에서도 이것보다 두 등급 높은 아이템을 사용했었지 그 결과, 우리가 미니 게임에서 승리한 이후 더 적은 숫자로 대만 놈들을 압살할 수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미니 게임 생성기(중급)

- 등급 : 특수

- 분류 : 이벤트 깃발

- 효과 : 깃발을 꽂으면 일정 반경에 미니 게임(땅 따먹기)이 실행됩니다.

- 설명 : 게임이 실행될 시 일정 반경이 ‘미니 게임 구역’으로 지정되며 총 3개의 지역에 ‘점령지’가 형성됩니다.

점령지를 차지할 때마다 각기 다른 버프가 부여됩니다. 모든 구역을 점령할 시 ‘점령군’으로 지정되어 막대한 버프가 부여됩니다.

“사실 나는 굳이 이런 것까지 써야 되나 싶어. 이 아이템은 소수가 다수를 상대할 때 유리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건데, 뭐, 장군께서는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게 확실하게 가시려는 거지.”

깃발이 산봉우리에 박혔다. 그러자 깃발 위에 분홍색의 게임기 아이콘이 떠올랐다.

“게임 스타트.”

***

성우는 혜연의 인도를 받아 대장간으로 이동하려던 도중, 별안간 메시지를 맞이했다.

- 해당 지역에 ‘미니 게임(땅 따먹기)’가 시작됩니다!

- 랜덤 지역에 점령지가 설정되었습니다. (A/B/C)

- 점령지를 확보할 시 막대한 버프가 주어집니다.

- 15분 뒤에 해당 지역이 ‘폐쇄’됩니다.

“어? 이게 뭐죠?”

“미니게임?”

난데없는 상황에 성우도 당황했다. 그때 무연이 주고 간 무전기 아이템에서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치지지!

- 네크로맨서님! 남쪽 해안에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무연이었다.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 함대입니다! 컨테이너선 함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치지지······ 남쪽 해안으로 빠르게 다가옵니다!

‘미니 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몰려온다?’

치지지!

- 그리고 서쪽 해안에서 들어온 보고입니다! 그쪽에서도 몇 척의 어선이 상륙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미니 게임이란 게 놈들이 꺼낸 카드라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그 룰에 따라 지역 출입이 폐쇄되기 전, 15분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섬으로 들어오려는 것이었다.

“강화할 틈을 안 주는군······.”

- 근처에 점령지가 존재합니다. (C 구역)

“어, 어떻게 하죠?”

혜연이 물었다. 지수와 한호도 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성우를 향해 다가왔다.

“선배? 이 상황 뭡니까? 게임 속의 게임이라니? 이게 뭔, 액자식 구성이야 뭐야?”

방법은 하나였다. 언제나 그렇듯 게임의 규칙 안에서 승리하면 된다.

그러기에 위해서는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될까?

“뭔지 모르겠지만, 점령지 세 곳을 차지하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 놈들은 물량으로 밀어 붙이려고 하겠지.”

숫자는 저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물량 공세로 점령 버프를 얻은 뒤, 점령지를 철통 방어하는 식의 전략을 꺼내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상대하죠?”

성우는 체육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강화도 곳곳에서 빨간색, 파란색, 녹색 불빛이 하늘로 쏘아지고 있었다, 저곳이 바로 A, B, C 세 곳의 점령지인 모양이었다.

‘점령지를 내준 뒤 되찾는 건 어렵다. 그렇게 되면 불리한 싸움이 될 거다.’

성우는 ‘본 와이번’을 소환했다.

“먼저 점령하고 버틴다. 기동력은 우리가 우위니까.”

점령전이 아니라 수성전이라면 어떨까?

“······밸런스 확인 안하고 게임을 건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약 3천명 대 262명, 한국의 좁은 섬 안에서 피할 수 없는 데스 매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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