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74화 (74/244)

# 74

- 한국 서버 4번째 ‘군벌 몬스터’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최대 기여자 : kor-157)

전투가 종료된 이후, 동맹군은 오크의 잔당을 처리했다. 우두머리를 잃은 패잔병이지만 그 숫자 역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우와 정훈 모두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KOR 서버 랭킹(1페이지)]

1) 한강석 (LV. 19)

2) kor-157 (LV. 18)

3) DOCTOR-000 (LV. 17)

4) 영등포 검사 (LV. 16)

5) 최윤 (LV. 15)

성우는 레벨 업 보상으로 ‘근력 수치 상승(+3)’을 선택했다. 앞으로 플레이어들과 전투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경우 성우, 자신이 표적이 될 것이었기에 신체 능력 강화를 등한시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언데드 부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네크로맨서를 죽이는 거라는 건, 누구나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크 로드’를 사냥하여 얻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검게 물든 진주 반지

- 등급 : 영웅

- 분류 : 반지

- 효과 : 저주 계열 마법 데미지 상승(+10%)

- 설명 : 어둠이 기운이 어려 있습니다. 면역력이 없는 직업군에게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강령 시 발동하는 ‘죽음의 저주’나 ‘죽음의 아우라’ 등의 저주 관련 스킬이 몇 가지 있기에 꽤나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었다.

‘혹시 대규모 흑마법 주문이 완성된 뒤에 보스 몬스터를 잡았으면, 체육관에서 얻었던 악마의 혈석 같은 걸 얻을 수 있었을까?’

‘악마의 혈석’은 마나를 강탈하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워할 건 아니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하는 게 당연했으니 말이다.

어느새 밤이 왔다.

동맹군은 영등포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어둠을 맞이했고 김포공항 내에 캠프를 마련했다.

“총 492명, 살아남은 플레이어의 숫자입니다.”

민흠이 리더들에게 보고했다.

“처음에 모였던 숫자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 되네요.”

“우리 팀도 절반 이상 죽었습니다.”

“성동구 쪽 팀은 전멸이에요.”

레드 오크 군단과의 전투로 인해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전사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병사 그 이상이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아서 높은 레벨을 달성했던 정예부대였으니 말이다.

이렇듯, 이번 히든 챕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맹군의 전력에 크나 큰 손실이 생겼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가야 됩니다.”

정훈의 말처럼 한 가지 안도할 수 있는 사실은,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지수는 15레벨에 도달했으며 한호는 그보다 조금 느리지만 어느새 12레벨을 달성했다. 지수는 랭킹 7위, 한호는 랭킹 27위였다.

다만, 비슷한 레벨일지라도 직업의 등급에 따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지수의 경우에는 레벨이 높음에도 각성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는 ‘전용 퀘스트’가 부여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서 한호가 나름의 해석과 푸념을 내놓았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보를 분석해 볼 때, 전용 퀘스트나 각성의 기회는 4성, 5성 직업한테만 주어지는 더럽고 치사한 차별인 거죠. 이 시대의 새로운 계급이다 이 말입니다.”

그는 해탈했다는 듯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즉 4성 5성이 주연급, 3성에서 2성까지가 조연급, 저 같은 1성 직업은 이 게임의 엑스트라인 겁니다.”

게임이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카드를 뽑았는지에 게임 속 비중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었다.

“근데 한호야,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두 번 다 1성 뽑은 건 솔직히 할 말 없······.”

“즐.”

“뭐?”

“네? 아니에요. 사실 제 진짜 직업은 젓가락 던지기 마스터랑 커뮤니티 애널리스트인 걸요? 하하하!”

“한호야, 너무 상심하지 마······.”

그때, 공항 청사 내부를 정찰 중이던 플레이어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했다.

“국제선 건물 안에 상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것과 좀 다릅니다.”

“맞습니다. 그게······ 접근 불가가 뜹니다.”

정찰대가 발견한 이상한 상점은 국제선 청사의 면세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안석이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상점이라고? 상점이면 무조건 들러야 하는 거 아닌가? 고생해서 골드 좀 긁어모았으니 좋은 아이템 좀 얻어야 할 타이밍이지.”

안석의 말처럼 상점이 통해 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룹은 자유로운 골드 사용을 제한하는 편이었다.

“리더들 중 일부가 가서 확인해보도록 하죠.”

성우 일행 역시 동행했다. 그 동안 상점을 이용할 만한 타이밍이 없었기에 적지 않은 골드가 축적된 상태였다. 슬슬 이 거금을 풀어야만 할 때가 왔다.

그렇게 도착한 면세점 입구, 출입문 위에 붉은색 물음표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 확실히 뭔가 다른데?”

안석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근데 왜 접근 불가라는 거죠?”

“가보면 알겠지. 뭔가 나는 될 것 같은데?”

그가 기고만장하게 말했지만, 그곳으로 접근하자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입장을 위해서는 ‘비밀 상점 쿠폰’이 필요합니다.

“어? 뭐야? 진짜 안 들어가지는데?”

“저도요. 아 씨, 이거 뭐야?”

가장 먼저 들어가려고 했던 안석과 강윤은 어떤 저항에 부딪쳐 뒷걸음질 쳤다. 그 뒤를 이어 시도한 정훈과 민흠도 마찬가지였다.

“쿠폰이라······.”

다른 이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성우가 나타났다. 리더들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물러섰다.

“······설마?”

성우가 면세점 입구에 발을 디뎠다.

- ‘비밀 상점 쿠폰’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비밀 상점 쿠폰, 1차 각성을 달성하며 얻은 기억이 있었다. 총 50인 한정 보상이었는데, 성우는 9번째였다. 정훈조차 그 50인 안에 들어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비밀 상점이라? 일반 상점에서 얻을 수 없는 게 나오는 건가?’

성우는 Y를 클릭했다. 그 직후, 그의 몸이 상점 안으로 사라졌다. 상점 주변에 선 이들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자신들은 감히 들어갈 수도 없는 공간에 단 한사람, 네크로맨서만이 입장했다.

“으으! 또 저 놈만!”

“······왜 저 사람만 다 되는 거야?”

“VIP 같은 건가?”

***

실내는 평범한 면세점이었다. 다만 그 한 가운데 거대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천장의 빔 프로젝트에서 백색 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 앉으시오.

스크린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크린의 정면에는 고풍스러운 가죽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성우는 메시지대로 의자 앉았다. 그러자 스크린이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 총 5가지의 엄선된 아이템이 차례대로 공개됩니다. 구매 의사가 있으며 “구매”라고 말해주세요.

* 의사결정 시간이 10초 주어집니다.

* 한 번 지나간 아이템은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10초 안에 살지 말지 고르라는 건가? 충동구매하기 딱 좋군.’

- 첫 번째 아이템이 공개됩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골렘 제조(숙련 등급) 양피지

- 등급 : 특수

- 분류 : 소비

- 효과 : 사용 시 ‘골렘 제조’ 스킬을 얻을 수 있다.

- 설명 : 주변의 재료를 이용해 거대한 크기의 골렘을 제작합니다. 직업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재료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 가격 : 1,000,000골드

‘골렘 제조? 100만 골드라고?’

- 10초 남았습니다.

성우가 가진 골드는 총 10,565,540골드였다. 그 액수의 10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스킬 하나가 100만 골드의 가치가 있을까?

“이건······ 사야 돼.”

분명한 건 성우의 언데드 군단을 강화시켜줄만 한 스킬이라는 것이었다. 직업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재료가 달라진다면, 성우의 경우는 ‘시체’를 이용하여 골렘을 제조할 수도 있었다.

- 두 번째 아이템이 공개됩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만병통치약 3개 세트

- 등급 : 특수

- 분류 : 소비

- 효과 : 사용 시 모든 ‘상태이상’을 해제 할 수 있다.

* 가격 : 2,000,000골드

‘히든 스테이지의 보상에서도 고를 수 있었던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비싼 아이템이었나?’

만병통치약이라는 게 언제 쓸모 있을지 알 수 없었으나,  당장 200만 골드나 지불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했다.

‘이건 패스다.’

하물며 성우의 직업 자체가 웬만한 저주에는 면역을 가진다는 점도 고려해볼 때, 손해 보는 장사라는 계산이 나왔다.

- 1초 남았습니다.

- 제한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 세 번째 아이템이 공개됩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스킬 등급 상승의 비약

- 등급 : 특수

- 분류 : 소비

- 효과 : 사용 시 특정 스킬의 등급을 한 단계 강화한다.

* 가격 : 3,000,000골드

이번에는 300만 골드였다. 가격이 100만 골드 씩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스킬 등급 상승이라면 나쁘지 않다.’

스킬은 능력치와 다르게 레벨 업 시 ‘스킬’ 항목을 선택해서 얻는 수밖에 없었다. 종종 랜덤 스킬을 주는 양피지를 얻을 수도 있지만 확률은 극악에 가까웠다.

하물며 스킬 등급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동일한 스킬을 2개 뽑아야하니 그 확률이 더욱 희박했다.

‘분명 괜찮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걸 구매하면······ 이후에 나올 400만 골드, 500만 골드짜리를 둘 다 살 수가 없다.’

남은 돈은 딱 950만 골드 정도, 돈은 한정 되어 있고 앞으로 나오는 아이템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도박을 해야만 했다. 당장은 패스다.

- 제한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 네 번째 아이템이 공개됩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그림자 왕의 팔찌

- 등급 : 전설

- 분류 : 팔찌

- 효과 : 근력 수치 상승(+3), 체력 수치 상승(+3), 민첩성 수치 상승(+3), 마력을 주입하면 반경 100미터 이내의 그림자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 (대기시간 10분)

* 가격 : 4,000,000골드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성우는 그림자 왕의 로브를 얻은 뒤 그림자 왕의 반지를 얻었다. 그 이후 그림자 왕의 유품을 모두 수집하라는 히든 퀘스트가 발행되었다.

하지만 유품을 직접 찾아 나설 수는 없었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랜덤으로 굴러 들어왔다.

- 6초 남았습니다.

이전에 얻은 ‘그림자 왕의 반지’를 뽑기까지 100만 골드를 투자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때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건 대박이 나서 얻은 것이기에 이 아이템의 가치를 100만 골드정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옵션도 나쁘지 않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시너지 효과도 좋고.’

무엇보다 ‘그림자 왕의 계승자’ 퀘스트를 완료할 시 얻을 수 있는 보상까지 고려해야 됐다.

“구매.”

성우는 허공에서 떨어지는 아이템을 받아들었다.

- 그림자 왕의 계승자 : 유품 수집 (3/4)

퀘스트 완료까지 단 1개 남았다.

“세트를 다 모으면 뭐가 나올지 보자고.”

- 다섯 번째 아이템이 공개됩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부활 주문서(위치 지정)

- 등급 : 특수

- 분류 : 소비

- 효과 : 사망 시 지정된 위치로 부활합니다.

* 가격 : 5,000,000골드

“부활이라······.”

드레이크에 의해 사망했을 당시, 모르고 있던 패시브 스킬을 하나 알게 되었다. 네크로맨서의 직업 특성 중 ‘부활’이 존재했다. 대기시간은 무려 한 달, 31일이었다.

부활 패시브 스킬이 발동된 게 불과 며칠 전이었으니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 남은 상태였다. 그 기간 안에 죽으면 끝장이었다.

- 4초 남았습니다.

“음······.”

말 그대로 목숨 하나를 500만 골드에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금 500만 골드를 다른 곳에 투자하여 강해진다면, 죽을 기회를 몇 번이고 넘길 수도 있지 않은가?

- 1초 남았습니다.

“구매.”

솔직히 충동구매였다. 죽음을 한 차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은 밑지는 장사는 절대 아닐 테니 말이다.

“여기가 아니면 못 사는 걸 수도 있으니까.”

- 아이템 공개가 종료됩니다.

- 10초 뒤 자동 퇴장됩니다.

“괜찮군.”

무려 1,000만 골드를 썼지만 꽝 없이 알찬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동맹군은 영등포역으로 복귀했다.

정훈은 ‘수도권 플레이어 연합’을 조성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애초에 정훈이 목표하던 바이기도 했으며, 서울권을 중심으로 한 ‘동맹군’이라는 집단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기반이 형성 되어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성우가 중국 등 외부 세력을 상대해주기로 약속한 덕분에 조금 더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정훈 씨, 명심하셔야 될 게 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성우의 입김이 조금 더 강해졌다.

“말씀하시죠.”

“우리의 적은 중국 해적뿐만이 아닙니다.”

“진화 학회 말씀이시군요.”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화 학회, 언제 꺼내도 불쾌한 이름이었다.

“맞습니다. 놈들이 이 땅 곳곳에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감시해야 됩니다. 마법 드론이나 도적과 관련된 직업군들로, 체계적인 감시를 위한 팀을 꾸리셨으면 합니다.”

미래의 위험을 미연에 알아차리고 대처하기 위한 집단, 그건 일종의 ‘정보기관’을 뜻했다.

앞으로 보다 튼튼한 집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보장되어야 하는 건 당연했다.

“신경 써보겠습니다.”

정훈의 성우의 의견을 받아들여 도적과 마법사로 구성된 ‘광역감시팀’을 조성했다.

그들의 목표는 서울‧경기권의 모든 생존자 그룹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그물망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성우 일행은 하루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조금도 쉬지 못하고 달려왔거니와 앞으로 다가올 싸움은 역시 작지 않은 규모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래 쉴 수는 없었다.

“네, 네크로맨서님!”

교동도로 돌아갔던 혜연이 급히 찾아왔다.

“버, 벌써 나타났어요!”

서쪽 바다에 정체불명의 배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중국 쪽은 성우가 맡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이른 출현 소식에 영등포역 전역에 위기감이 감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소식을 들은 정훈이 급히 찾아왔다.

“놈들이 벌써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하지만 성우는 태연했다.

그의 대답 역시 간단했다.

“뭐, 모두 바다 밑에 수장시켜버리죠.”

어선을 타고 온 해적단은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런 시대에 폭격을 맞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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