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70화 (70/244)

# 70

25) 올림픽대로 전투 – 2

열 마리의 ‘좀비 괴조’와 한 마리의 그리핀이 하늘을 선회하며 지나갔다. 녀석들은 어디선가 구해온 오크 시체를 오크 기병대 머리 위로 연달아 떨어뜨렸다.

쾅! 쾅! 쾅! 콰―앙!

그리고 그럴 때마다 폭발이 일어나며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라이더들이 굴러 떨어지고 짐승들은 놀라며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을 향해 언데드 거인들이 돌격했다.

쿵― 쿵― 쿵― 쿵―

본 드레이크, 오우거 스켈레톤, 구울 킹, 트롤 부족장 스켈레톤을 필두로 수십 마리의 트롤 스켈레톤들이 올림픽대로를 질주했다.

지축이 뒤흔들린다는 표현이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며, 도심 속 깊숙한 곳까지 울려 퍼졌다.

뿌우우!

출현만으로도 동맹군을 기겁하게 만든 거대한 코뿔소 한 마리가 달려들었지만, 오우거 스켈레톤이 놈의 뿔을 잡아채고 목덜미를 휘감은 다음에, 그대로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꽂았다.

쿠웅―

그 짐승의 거대한 대가리가 직각으로 꺾였다.

- ‘황무지 무소’를 사냥하여 2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그리고 ‘황무지 무소’라는 이름의 무지막지한 짐승까지 뼈가 되어 되살아나더니, 오크 기병대를 향해 돌진했다. 오크들은 그 괴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여, 여러분 보이십니까? 네크로맨서가 한 층 더 진화해서 나타났습니다! 지, 진짜,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개인 방송으로 송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소속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카메라 오퍼레이터’ 직업을 가진 남자를 중심으로 인근 건물의 옥상에 자리 잡고 전투를 촬영 중이었다.

“저, 저기 보세요! 본 드레이크 위에 탄 해골 기사가 삼국지의 영웅처럼 전장을 휩쓸고 있어요!”

“저 정도면 여포네요! 선유도 때 사진에서도 등장했던 스켈레톤이죠! 네크로맨서와 나란히 걸어 나오는 사진으로 유명한데······ 설마 플레이어일까요?”

하물며 두 명의 남자가 말을 주고받으며 해설까지 하는 중이었다.

“글쎄요, 네크로맨서의 부하 같기는 한데 플레이어라고 추정하기는 아직 무리지 않을까요? 말 하는 걸 본 적도 없어서요.”

“그런데 자체적으로 스킬도 쓰고 장난 아닌 활약을 펼치고 있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켈레톤이 그 조그만 고블린이었는데, 지금 바뀔 것 같습니다.”

“저는 본 드레이크가 제일 좋습니다. 지금 채팅창에서도 본 드레이크 픽이 압도적이죠? 역시 제가 보는 눈이 있어요.”

여의도 레이드 당시, 광복 길드가 공식적으로 진행했던 방송에 비하며 적은 시청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이 치열한 현장을 유일하게 생중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현 시간, 시청자 수가 2만 명에 달했다.

[실시간 채팅]

─ 안상태 : 이번에 크루세이더 팀도 대단했지만 역시 네크로맨서한테는 안 되네.

─ 미스터킴23 : 와 아까 전에 깃발 꽂을 때 혹시나 했는데 확실히 입증 됐네;;

─ 강효성 : 솔직히 크루세이더 팀 개쩔었는데 네크로맨서가 한 술 더 뜨네ㄷㄷ 저 사람 진짜 예측불허다ㄷㄷㄷ

─ 박몽키 : 아무리 봐도 현재까지 퍼포먼스는 네크로맨서가 최강인데?? 근데 여기서 드는 생각. 그럼 대체 랭킹1위는 뭐하는 사람임???ㄷㄷ

크루세이더 팀이 첫 번째 전투에서 대활약한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1등과 마지막 순간만을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한국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네크로맨서를 최고로 꼽았으며, 그런 네크로맨서보다 레벨이 높은 자, 정체불명의 랭킹 1위 ‘한강석’에 대한 온갖 추론이 이어졌다. 크루세이더 팀이 거론되는 건 그 다음일 뿐이었다.

“아, 지금 채팅창에서도 네크로맨서가 압도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네요.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어?”

그때, 방송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 누구냐!”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쏜다!”

돌발 상황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화면은 여전히 올림픽대로를 비추고 있었지만, 화면 너머에서 고함과 경고가 오고갔다.

“무기 내려요! 우린 광복 길드입니다!”

그 말에 일촉즉발이었던 분위기가 한 층 누그러졌다.

“과, 광복 길드요?”

“광복 길드가 여길 어쩐 일로······.”

이어서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방송을 꺼주세요! 아니면 강제로 종료 시킬 겁니다!”

“어, 어어, 이 사람들 왜 이래?”

“방송이 송출되면 동맹군의 전력이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위험하니까 당장 끄시라고요! 여의도 때도 테러를 위한 정보로 악용 됐었습니다!”

그 말대로 여의도 레이드 당시, 진화 학회는 가장 취약한 순간을 노리고 영등포역에 대한 테러를 일으켰다. 개인 방송을 통해서 모든 정보가 노출 됐던 것이었다.

“아, 알았으니까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치지직―

이내 방송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말리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중요한 장면은 모두 방송으로 나간 상태였으며 네크로맨서의 극적인 등장으로 방송의 클라이맥스가 장식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국 서버 플레이어들은 그 내용을 통해 분명하게 인지했다.

네크로맨서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란 걸 말이다.

***

첫째 날, 두 번의 전투를 모두 승리한 동맹군은 ‘경인고속도로 교차로’의 전초기지로 돌아왔다.

성우는 교동도에서 본 것들을 정훈을 비롯한 동맹군 리더들에게 알렸다. 중국 세력이 한국 서버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놈들의 선발대를 격파했다니 다행입니다. 당장은 눈앞의 레드 오크 군단을 처리해야 하고, 그 뒤에 외부 세력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쟁 직후에는 동맹군의 역할이 확장 되어야 될 거라고 봅니다.”

정훈은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이에 민흠이 덧붙였다.

“대규모의 플레이어와의 무력충돌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 될 겁니다. 몬스터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패턴을 가지지만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우리와 같은 인간이니까요.”

다른 플레이어 즉, 인간과 충동한 전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국가 별로 나뉜 ‘서버’ 규모의 대규모 전쟁은 의미가 달랐다.

서버 전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다른 서버에게 종속될 수도 있었다. 한반도는 그런 역사를 겪어 본 만큼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몬스터를 떼려 잡은 뒤에는 플레이어를 때려잡아야 된다고? 마지막에는 대체 뭘 잡아야 되는데!”

안석의 머리에 핏줄이 돋아났다. 언제나 감정적인 말을 해댔지만, 이 순간 모두가 그 말에 공감했다. 끝없는 싸움을 유도하는 게임의 결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밤이 왔다. 성우는 지수와 한호와 함께 작은 천막 하나를 사용했다.

“······참나! 이번엔 중국 놈들이라고요? 아니! 남쪽에서는 수인들이랑 미친 과학자들이 깝치고, 서쪽에서는 오크들이 날뛰고, 바다 너머에서는 중국 놈들이 몰려온다고요? 역시 지옥 반도 멸망 후에도 꾸준해?”

교동도에서 벌어진 소식에 한호는 질렸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반면 지수는 두 개의 칼을 정비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한국 서버에서는 우리가 강한 편이었지만 세계에서는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네요.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작은 편이니까 서버 규모도 작으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더 열심히······.”

그녀가 성우를 바라보았다.

“······사냥해야겠어요.”

그게 정답이었다. 성우가 학교를 나오는 시점부터 목표로 삼고, 지수에게 함께 가는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냥’이 여전히 필요했다.

한국 서버 내에서 어느 정도 압도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그게 세계무대에서 통할 지는 미지수였다. 즉, 서버 내에 유통 되는 골드와 경험치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맞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싸움을 전쟁이 아니라 사냥이라고 봐야 될 겁니다. 그래야 그 다음에 올 진짜 전쟁에 대비할 수 있을 거고요.”

“내일 전투 때도 최대한 많이 잡으려고 해야겠어요.”

성우와 지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두 사람 진짜······ 진심으로 둘이랑 같이 다녀서 다행입니다. 잘 하는 거라고는 커뮤니티 밖에 없는 후배 놈 거두어서, 진짜 선배 말대로 고작 커뮤니티라도 잘하니까 선배가 챙겨주는 거지 아니었으면······.”

성우는 한호를 무시하고 지수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상위 등급의 상점을 찾아서 운이 따라주길 기대해보죠.”

그 동안 골드가 많이 쌓여 있었다. 성우가 보유한 골드는 무려 610만 골드에 달했다. 운이 따라주어야겠지만, 이 골드가 아이템으로 바뀌는 순간 성우는 한 층 더 강해질 것이었다.

***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부터 천막 밖은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그 소음은 출전을 준비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쿵! 쿠―궁!

“기, 기습이다!”

“모두 나와! 나와서 대응하라!”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었다.

“따, 땅에서 나온다!”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킨 건 지수였다. 그녀는 소음이 거칠어지기 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고, 두 자루의 칼을 챙기고 있었다.

“······성우 씨?”

“일어났어요.”

찌이익―

그녀가 천막 입구로 다가가며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올렸다. 다음 순간, 몸을 뒤틀었다.

후웅― 쾅!

전투 도끼 한 개가 그녀의 턱을 스치고 등 뒤, 식량이 들어있는 종이 박스를 박살냈다.

“무, 무슨 일이에요!”

한호가 뒤늦게 일어나며 눈을 끔뻑였다. 지수는 이미 천막 밖으로 튀어나가고 없었다. 성우는 로브를 걸치고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집어 들었다.

“선배? 무, 무슨 일이에요?”

“커뮤니티로 알아 봐.”

“와! 설마 어제 좀 찡얼거렸다고 이러는 거예요?”

성우가 천막 밖으로 나가니 도로 위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절반 이상의 천막이 무너져 있었고 사방에서 레드 오크들이 달려들며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땅에서 나온 거예요.”

지수가 말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벌써 십여 마리의 오크들이 쓰러져 있었다.

‘땅이라?’

성우가 주변을 살피니 아스팔트 곳곳에 균열이 가 있었다. 그리고 도로 주변, 포장이 되지 않은 흙바닥에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저게 뭐지?’

그리고 그 구덩이 위로 무언가 솟아올라왔다. 직경이 4미터 정도 되는 나무 뿌리였다.

쩌걱!

다음 순간, 뿌리 끄트머리가 네 갈래로 벌어지더니 그 중앙에 검은 연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아아!

그리고 그 안에서 레드 오크둘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끼를 휘둘렀다.

‘포탈이군.’

이런 방식으로 기습을 해왔으니 보초들이 눈치 채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지휘관 회의 때만 해도 몬스터는 정형화된 방식 패턴을 가지기에 플레이어에 비하면 쉬운 상대로 단정 했었는데,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얻어맞은 것이다.

“젠장! 태, 탱커들 빨리 자리 좀 잡아봐!”

“아직도 안 기어 나오고 뭐하는 거야!”

이런 갑작스러운 전투는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움직여! 자리를 잡아!”

머릿수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기에, 직업에 따른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아야지만 정상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탱커가 버텨주고 궁수나 마법사가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거운 장비를 착용해야 되는 탱커들은 전투 준비가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급히 무기만 쥐고 뛰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전방에서 버텨주는 게 불가능했다.

“제, 젠장! 마법사들 몸을 사려!”

“마법사들을 지켜!”

그리고 탱커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후방의 궁수나 마법사 역시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기어 나오는 나무를 부숴라!”

어디선가 정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쪽 방면에서 황금색 빛이 터져 나왔다. 그 중앙에서 깃발 하나가 찬란하게 흔들렸다.

- 해당 지역에 ‘성전의 권역’이 선포됩니다. (1시간 지속)

* 모든 아군이 자동 치유 효과를 얻습니다. (초당 2%)

* ‘크루세이더’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5)

정훈의 각성 스킬이었다. 거대한 금빛 파동이 전장 전체를 휩쓸었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의 몸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감돌기 시작했다.

“좋아! 버틸 수 있다!”

“전부 나한테 와라!”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갑옷을 착용하지 못해서 방어력이 충분히 않은 탱커들이었지만, 자동 치유 효과 덕분이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렇게 단 일 분, 아니 십 초만 더 막아내더라도 후방의 전열이 달라졌다. 그 찰나의 순간에 공격이 준비되고, 레드 오크들에게 거대한 한 방을 먹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펑! 펑! 펑! 펑!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 마법을 날렸다. 레드 오크 무리의 중심에서 온갖 마법이 폭발했다. 놈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그 연기 속에서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크루세이더 팀이 목표물로 돌격한다! 지원 사격하라!”

반격이 시작되었다.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채, 온몸에서 강렬한 빛을 뿜어대는 크루세이더 팀, 그들이 결코 멈추지 않은 진격을 시작한 것이다.

“돌격!”

“끝까지 간다!”

화살과 마법이 빗발치며 정면의 오크 무리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크루세이더 팀이 파고들었다. 두터운 보호막으로 밀어 붙이며, 포탈에서 튀어나오는 오크 무리를 차례대로 짓밟아버렸다.

“목표를 향해 일제히 공격!”

마침내 뿌리 근처에 도달했다. 선두에 선 정훈이 대검을 들어 올려 뿌리의 상단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뿌리의 절반이 날아가며 소용돌이치던 검은 연기가 흩어졌다. 오크들을 쏟아내는 정체불명의 포탈을 파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파괴했다! 다른 곳으로 돌격하라!”

“다른 곳! 다른 곳이······ 어디지?”

“······응?”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더 이상의 포탈을 보이지 않았다.

“어라 저건······.”

다만, 네크로맨서의 오우거 스켈레톤이 양 손에 뜯어진 뿌리를 쥐고 있었고, 본 드레이크가 땅에서 뽑아낸 뿌리를 마치 더덕처럼 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불에 타 버린 뿌리 파편이 몇 개 보였다.

“끄, 끝난 거야?”

“네크로맨서가······ 전부 부순 거야? 우리가 한 개 부술 동안? 맙소사.”

안도와 허탈이 동시에 몰려왔다. 눈을 뜨자마자 치열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빠르게 종식되고 말았다.

“어쨌든······ 다행은 다행이지.”

“맞아.”

완벽하게 허를 찔렀지만 예상보다 적은 피해로 습격을 막아냈다. 불행 중의 다행이었다.

“성우 씨, 이것 좀 보세요.”

지수의 말에 성우가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뿌리 파편 사이로 검은색 돌조각이 보였다. 그 물체는 마치 뜨겁게 달궈진 듯, 옅은 검은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게 포탈을 생성해낸 건가?’

그때 정훈과 민흠이 다가왔다.

“이거, 아무래도 흑마법 같은데요? 오크들이 이런 잔재주를 부릴 수 있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민흠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은색 돌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 주의! 어두운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 접촉할 시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역시 맞네요.”

그 순간, 모두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오크 로드’가 대규모 흑마법을 시전 중입니다. 제한 시간 내에 막지 않으면 모든 오크들이 ‘악마’ 상태로 강화될 것입니다. (남은 시간 : 29:59:59)

“이건······.”

“시스템이 또 무슨 장난질을 하네요.”

하지만 성우는 감상이 달랐다.

‘흑마법사 오크라?’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랑 궁합이 잘 맞는 놈일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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