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68화 (68/244)

# 68

24) 중국 서버에서 온 해적들 – 2

몇 시간 전, 성우는 납치한 선원에게 온갖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어디에서 왔지?”

“저, 저희는 중국 제 2서버 출신입니다.”

해적들은 중국 상해와 항주 등 동부 해안 도시에서 건너온 이들로, 일명 ‘중국-2 서버’의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무려 3개의 서버가 존재한다고 했다.

“다른 서버로 넘어갈 때 제약은 없나?”

“예예, 그런 건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지역 이동 제한이 풀린 이후에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거든요.”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인 만큼 다른 서버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자국 내의 다른 서버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서버로 넘어간다고 해도 별다른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만,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기에 성장의 기회가 다소 떨어질 뿐이라고 했다. 가령 ‘챕터1’때처럼 골드 획득 2배 이벤트가 진행될 때, 타 서버에 있을 경우 이벤트를 적용 받지 못한다.

“한국에 온 이유는?”

“······2서버 내의 패권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대만이나 한국 같은 근처 지역을 정벌하려고 하는 겁니다.”

훈족에 밀려난 게르만족이 로마 땅에 침입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서버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현 시간, 교동대교에서 그 사실이 증명될 것이었다.

끼이익!

교동대교를 틀어막은 본 드레이크 앞에 십여 대의 차량이 멈춰 섰다.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좌우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역시나 성급하게 몰려나왔군.’

성우는 해적들이 기습을 당한 직후, 섬 밖으로 벗어나려고 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놈들은 교동도를 한반도 정벌의 전초기지로 삼을 생각이었고, 그를 위해 해안을 따라 감시초소를 세우는 등 요새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즉, 이들의 목적은 ‘본 함대’의 상륙을 위한 선발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위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한국 땅에 남아서 본 함대의 상륙을 도울 예정이었으며 그를 위한 ‘비상탈출 매뉴얼’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강화도를 통해 탈출한 뒤, 내륙으로 퍼져나가서 더 많은 해적들이 상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지?’

어림도 없었다.

“모, 모두 내려! 전투 준비!”

“전투 준비하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우의 귀에는 한국어로 들렸지만, 어딘가 그 목소리 톤이 뒤죽박죽이었다. 중국어 특유의 성조까지 보정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차 뒤로 숨어서 마법을 준비해!”

“궁수들은 불화살을 장착해!”

그들은 차 뒤에 숨어서 본 드레이크를 경계했다. 하지만 감히 선제공격을 시도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성우는 섬 곳곳에 흩뿌려두었던 언데드들을 ‘공허의 안식처’로 체류시켰다. 그리고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바로 이곳, 다리 위에 소환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정체불명의 메시지와 함께 검은 연기가 발생하며 다리를 잠식했다.

푸쉬이―

“윽! 뭐야!”

“큭! 온몸이 아파!”

“버텨!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정도다! 우왕좌왕하면 진짜 공격이 들어올 거다! 침착하게 앞을 경계해!”

해적들은 검은 연기를 들이마시며 데미지를 입었지만, 차 뒤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꿋꿋하게 버텨냈다.

단번에 생명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기에 진영을 뒤흔드는 스킬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우어어!

검은 연기 속에서 언데드들이 튀어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으아아! 조, 조심 해 뒤다!”

푹!

“······컥!”

뼈 갑옷을 입은 좀비들이 어둠 속에서 뛰어나오더니, 해적들의 등에 창을 찔러 넣었다. 정면의 본 드레이크만 경계하고 있던 탓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거야?”

“모두 일어서서 싸워! 등 뒤에다!”

“여, 옆에도 있다!”

이번에는 구울이었다.

꺼―윽!

보랏빛 피부의 괴물들이 다리의 난간을 타고 움직이다가 해적들의 옆구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촤악! 촤악!

구울의 날카로운 손톱이 해적들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녀석들은 차 위와 난간, 주탑, 케이블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며 곡예와 같은 움직임을 펼쳤다.

“아아악! 사, 살려줘!”

정면의 괴물과 등 뒤에서 기습에 정신이 팔려있던 해적들은, 구울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위다! 위에서도 온다!”

“사방을 다 경계해!”

좁은 도로 위,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전부인 어둠 속, 사방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응할 수 없었다.

“젠장······.”

선장은 주변에 쌓여가는 부하들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다시금 교동도로 향해 있었다.

“당장 퇴로를 확보해! 다리에서 포위 되서 싸울 바에 교동도로 돌아가는 게 낫다!”

“느, 늦었습니다! 이미 막혔습니다!”

교동도 방향 입구는 또 다른 대형 스켈레톤인 ‘오우거 스켈레톤’과 ‘트롤 부족장 스켈레톤’에 의해 막혀 있었다.

그리고 두 그 괴물의 양 옆으로 트롤 스켈레톤 4마리가 우뚝 서 있으니······ 감히 돌파해보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다.

쿵― 쿵― 쿵― 쿵―

그 거인들이 뼈 망치를 쥐고 조여오기 시작했다. 4미터가 넘는 괴물들이 일렬로 돌진해오자, 그렇지 않아도 아비규환이었던 전열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으아아! 우린 끝났어!”

“이건 못 이겨!”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놈들은 벌벌 떨며 차 뒤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트롤 스켈레톤들은 차를 통째로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적을 향해 망치를 들어올렸다.

쿵! 쿵!

사방에서 살벌한 울림이 들렸다.

카악! 카악!

그때, 교동도 쪽 하늘에서 날카로운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크기의 검은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들었다.

“어, 괴조! 괴조가 왔다!”

“제발 괴물들을 다 죽여줘!”

‘저게 혜연이 말했던 새?’

혜연은 해적의 우두머리가 ‘괴조’라는 검은 새를 부린다고 했다. 그 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어둠을 틈타 섬으로 잠입하기까지 했다.

카악!

밤하늘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 붉은 점들이 순식간에 수직 낙하하며, 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좀비를 노렸다.

그리고 뼈 갑옷을 입은 좀비 한 마리를 어린애 집어들 듯 손쉽게 낚아채더니, 그대로 다리 밖으로 던져버리는 게 아닌가?

풍덩! 풍덩!

눈 깜짝할 사이에 좀비 10마리가 사라졌다.

‘뭐······ 생각보다 별 거 아니군.’

괴조의 위력을 본 성우는 놀라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괴조가 상대할 수 있는 언데드는 고작해야 좀비 정도에 불과한 듯 했으니 말이다.

꺼―윽! 꺼―윽!

이어서 좀비보다 훨씬 빠르고 묵직한 구울을 목표 삼아 발톱을 디밀었지만······.

카, 칵! 카악!

아니나 다를까, 역으로 지상으로 끌어내려지고 말았다. 구울은 보기보다 악력이 강한 축에 속했으니 말이다.

촤악! 촤악!

괴조는 벗어나기 위해서 퍼덕거렸지만, 구울의 발톱과 이빨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다리 위에 검은 깃털이 뭉텅이로 흩날렸다.

‘새총을 쏴.’

하물며 트롤 스켈레톤들은 원거리 무기를 하나씩 휴대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허리춤의 가죽 주머니에서 거의 성인 주먹만 한 돌멩이를 끄집어내, 투석기 같은 새총에 걸었다.

기기기기― 퉁!

엄청난 탄성으로 쏘아진 돌멩이가 괴조들의 넓은 날개를 향해 날아갔다.

뻑!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돌멩이에 정통으로 맞은 괴조 한 마리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다리 위로 추락했다. 기동성이 빠른 만큼 내구력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 돼! 젠장!”

선장은 괴조가 하나 둘씩 떨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었던 ‘괴조’마저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이어서 더 끔찍한 광경이 벌어졌다. 죽은 게 확실한 괴조들이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금 그 큰 날개를 펼치는 게 아닌가?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괴조의 붉은 안광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카악!

오로지 선장의 명령만 따르던 충실한 괴조들이 ‘좀비 괴조’가 되는 순간이었다.

죽은 이를 권속으로 삼을 경우 ‘스켈레톤’이 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조류의 경우 깃털이 없으면 비행이 불가능하니 그 형태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보정된 듯 했다.

“저, 저게 뭐야!”

선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힉! 안 돼, 난, 나가야 돼. 나라도 나가야 돼! 탈출해서 함대에 연락만 취하면 저딴 새끼들은······.”

그리고 난간을 기어오르더니 다리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몸이 밤바다를 향해 수직 낙하했다.

카악!

그 순간, 괴조 한 마리가 날아들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강화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부하들을 뒤로하고 홀로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삐익!

하지만 멀리 갈 수 없었다. 괴조의 넓은 날개 위로 보다 거대한 날개가 나타났다.

“어딜 가!”

그건 혜연과 그리핀이었다. 혜연이 그리핀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 무어라고 작게 속삭이자, 그리핀이 거대한 발톱을 펼쳤다. 그리고 괴조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 저, 저리 꺼져!”

선장이 고함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리핀의 발톱은 유압 프레스처럼 괴조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날개 뼈가 단숨에 으스러졌다. 그리고 그대로 다리 위를 향해 내던져버렸다.

“으아아아!”

괴조와 선장의 몸이 허공에서 분리되더니, 선장 몸뚱이가 주탑 상부의 철근 구조물에 부딪쳤다.

텅!

엄청난 충격에 두개골이 함몰되며 척주가 끊어졌다. 그리고 다리의 중간, 아스팔트 바닥 위에 추락했다.

“······컥! 헉!”

온몸에 뼈가 으스러져 움직일 수도 없었다. 머리가 찢어져 피가 질질 흘렀다. 핏물이 눈썹을 적시고 왼쪽 눈을 가려버렸다.

선장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인, 오른쪽 눈꺼풀을 끔뻑이며 오로지 정면만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의 시야 안으로 발 하나가 들어왔다.

“커어······ 컥!”

삐익!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무언가 착륙했다. 선장을 공중에서 집어던진 그리핀이었다.

“네크로맨서님! 마을 사람들을 전부 풀어줬어요! 무기를 되찾고 해적들한테 반격하는 중이에요.”

“잘했어.”

“진짜, 전부 네크로맨서님 덕분이에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자의 말처럼, 교동도를 점령한지 단 하루 만에 다시 내주고 말았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게 전멸 가까운 피해를 입으면서 말이다.

‘이 한국인, 대체 뭐지?’

선장은 대체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벌릴 수 없었다.

“듣기로는 해적 시너지로 짭짤하게 벌었다고 하던데, 이렇게 되면 골드를 뜯어낼 수 없겠네.”

네크로맨서라고 불린 남자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는 선장의 얼굴에 크로스보우를 들이밀었다.

“너희들 대장이 뭐, 천공장군이라고 했나? 네 기억 속에서 그 인간이 나타날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도 밤사이, 그의 부하 여럿을 고문했을 것이었다. 그림자 같이 움직이면서 경계병을 처리하고 선착장에 정박된 배까지 몽탕 터뜨려버렸다.

그렇게 단 하룻밤 사이, 거의 800명에 이르는 병력이 아무 것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커, 허······ 너, 누구냐······.”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픽!

그의 오른쪽 눈에 화살이 박혔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17)

그리고 이내 스켈레톤이 되어 일어섰다.

- 망자의 ‘기억의 파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우의 눈앞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큰 배 안이었다. 붉은 소파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금색 줄이 수놓아진 붉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는데, 중국의 전통 복식 차림으로 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겠는가?”

그 물음에 주변에 서 있는 이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배가 한 차례 흔들렸다.

“우리 2서버는 그 ‘정령술사’년한테 내주었다. 그리고 1서버는 자칭 ‘황제’라는 놈이 날로 권세를 키워나가며 천하통일을 주창하고 있다지? 3서버 잡것들도 사실상 그놈한테 굴복했고.”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찌 해야 된단 말인가? 이렇게 황해의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다가 끝날 운명이란 말인가?”

남자의 말은 절망적이었으나 표정은 담담했다. 다른 의미가 있어보였다.

“······대만을 치는 건 어떻겠습니까?”

“대만?”

“대만 땅도 분명 우리 중국의 영토인데, 서버가 갈라져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만, 우리가 키워온 힘이라면 그 작은 세력 따위야 쉽게 굴복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 땅에서 다시 준비를 하면 됩니다.”

남자는 슬며시 미소를 띠며 깍지를 꼈다.

“대만이라? 하지만 작은 땅은 취할 수 있는 게 적은 법이다. 몬스터라는 족속에게도 나름의 영토가 있으니, 큰 땅을 있어야 더욱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고, 그렇게 더 빨리 곳간을 불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땅은 어떻습니까? 대만을 확보한 뒤에 한국 땅을 얻고 만주를 통해서 대륙으로 진출할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그 말에 붉은 옷의 남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다소 시대착오적인 말투를 자아냈다.

“지공장군, 대만 해안에 상륙할 장소를 확인하고 전초기지를 건설하시오. 대만 내의 세력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있으나, 우리는 이제 유랑하는 몸이니 후일을 장담할 수 없소. 단 칼에 끝내야하니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오.”

“예! 장군님!”

그가 고개를 돌려 시점의 주인, 선장을 바라보았다.

“······인공장군, 그대는 소규모 함대를 이끌고 한반도로 가, 대만 정벌이 끝난 뒤에 상륙할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보존하시오. 한반도의 세력을 자극하는 일은 자제하여, 오로지 내가 갈 때를 준비하시오.”

“예, 장군님!”

그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깍지를 꼈다.

“그리고 모두 해적 시너지를 최대한 이용하시게. 대의를 위해 죄책감 따위는 접어두고 최대한 많은 골드를 긁어모을 수 있도록, 그렇게 추진해주길 바라는 바요.”

성우가 알기로 ‘해적 시너지’는 플레이어 살해와 약탈에 특화된 시너지였다. 플레이어를 살해할 시, 획득 골드가 2배가 되며, 플레이어가 소지한 골드의 20퍼센트까지 자동으로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점령지의 주민들을 거리낌 없이 학살해댔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두 우리의 퀘스트를 잊지 마시오. 이 혼란 끝에서 군자가 탄생할지니······.”

그 말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장군을 연호했다. 저 남자가 바로 이들의 우두머리 ‘천공장군’이었다.

영상은 거기에서 종료 됐다.

‘역시나 대의를 이야기하는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그런 특성은 한국 서버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이 정도면 만국 공통의 진리로 굳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어서 성우는 선장을 죽인 이후 눈앞에 떠오른 레벨 업 카드 중, 스킬 항목을 선택했다.

- <죽음의 응답>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 스킬 등급이 향상되었습니다. (숙련 → 전문)

[스킬 정보]

- 이름 : 죽음의 응답

- 등급 : 전문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110

심연 속, 주인 없는 좀비 25마리를 소환하여 조종합니다. 이 개체는 권속 수에 제한 받지 않으며, 30분 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재사용 대기 : 30분)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죽음의 응답이 나와 스킬이 강화되었다. 이번에는 무려 10마리가 증가했다. 큰 전투을 앞두고 괜찮은 전력 보강이 된 것 같았다.

그때 혜연이 다가왔다.

“저, 네크로맨서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성우는 교동도 쪽을 바라보았다. 섬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우가 해적 소굴을 뒤흔들며 상다수의 해적을 제거했으며, 교동대교 위에서 핵심 전력을 처리했다. 우두머리가 제거된 해적 잔당 정도야, 교동도의 주민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제 김포로, 진짜 전쟁을 하러 가야지.”

그는 고개를 돌려 강화도 방향, 즉 내륙 쪽을 쳐다보았다. 교동대교 위에 본 드레이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등 위에 새로 얻은 언데드, ‘좀비 괴조’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저걸 전쟁에서 써 먹을 수 있겠군.”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만한 전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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