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66화 (66/244)

# 66

23) 한국 서버 히든 챕터 - 3

거대한 낫 ‘그림리퍼’를 다루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손에 익지 않기도 했거니와, 원체 길고 넓기 때문에 무게 밸런스 조차 엉망이었다.

촤악! 촤악!

그러나 날의 길이만 1.5미터에 달한다. 그런 광범위한 공격 범위를 가지고 있다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었다.

특히나 큰 면적의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 꽤나 효과적이었는데, 트롤 특유의 빠른 치유 효과를 지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걱! 쿵!

그림리퍼의 날을 트롤의 허벅지 안쪽에 걸고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그 거구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엉덩이부터 무릎 뒤쪽까지의 근육과 힘줄이 절단된 것이다.

부웅!

성우는 그림리퍼를 머리 위로 회전시키며 고꾸라진 트롤의 목덜미를 베어 넘겼다.

촤악!

- ‘트롤 전사’를 사냥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성우는 1시간 동안 지속되는 그림리퍼 소환과 리치 버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리치 상태에서는 능력치가 대폭 증가하기에, 거대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적진을 헤집어 버릴 수 있었다.

부웅! 부웅!

성우가 그림리퍼를 수평으로 휘두르며 좌우, 두 마리의 트롤을 동시에 베었다. 직후, 성우의 등 뒤로 오우거 스켈레톤이 다가오며 태양을 가렸다. 거대한 그림자가 성우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그림자 왕의 반지’ 효과로 그림자 분신이 생성되었다. 성우는 그 상태로 리피팅 크로스보우의 방아쇠를 당겼고, 화살이 2배의 양으로 뿜어져 나갔다.

픽! 픽! 픽! 픽! 픽! 픽!

억! 억! 으어어······.

성우에게 접근하던 트롤 한 마리가 수십 발의 화살을 뒤집어 쓴 채 풀썩 쓰러졌다.

- ‘트롤 전사’를 사냥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리치가 된 성우는 단순히 전투를 지휘하는 걸 넘어서, 근접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자유자재로 교체하며 적진을 휩쓸었다.

우어어!

그러나 적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대규모 부대인 만큼, 후방의 트롤이 쏟아져 나오며 빈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유독 성우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놈들도 성우가 언데드를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으며, 성우만 처리하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성우는 홀몸이 아니었다.

뻑! 뻑!

성우의 등 뒤에 서 있던 오우거 스켈레톤이 주먹을 내질러 두 놈을 단번에 고꾸라뜨렸다. 그 원형이 ‘투사’였던 만큼 주먹질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쩍― 쩌적―

성우는 눈앞의 트롤 시체를 이용해 갑옷을 만들었다. 이번 갑옷은 유달리 컸는데, 성우의 등 뒤로 날아가 오우거 스켈레톤의 몸에 장착되기 시작했다.

뼈 갑옷을 입은 8미터짜리 투사의 모습은 장엄하고도 기괴했다. 후방의 트롤들이 투석기 같은 새총을 쏘아댔지만, 뼈 갑옷의 일부분을 파괴하는 정도에 그쳤다.

쿵― 쿵―

오우거 스켈레톤은 앞으로 달려 나가며 트롤의 머리를 움켜쥐고 들어 올려, 새총을 쏘는 트롤들을 향해 집어던졌다. 서너 마리가 뒤엉키며 넘어졌다.

뻑! 뻑! 쩍!

이어서 발길질과 주먹질을 연달아 내지르며 선두의 트롤 전사들의 안면을 뭉개버렸다. 마치 거대한 고릴라가 침팬지 무리를 습격한 것 같은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전부가 아니었다. 본 드레이크와 그 뒤에 탄 데스 나이트는 이미 적진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활개치고 있었다.

콰과과과!

본 드레이크가 골반을 뒤틀며 꼬리를 휘둘렀다. 그 한 방에 일대의 트롤 무리가 빈사 상태에 빠졌으며 몸을 일으키는 놈의 머리를 향해 주인 잃은 대검이 낙하했다.

퍼석! 퍼석!

또한 검은 사슬이 날아가 트롤의 목을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본 드레이크가 땅을 박차자, 등 뒤에서 목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쩌―적!

구울 킹과 구울 무리 역시 특유의 변칙적인 기동력으로 트롤들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우어! 우어어!

뼈로 만들어진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좀비들은 트롤의 퇴로를 차단하고 다리에 엉겨 붙어 기동력을 억제했다.

촤악! 촤악! 촤악!

그 사이, 오른이가 작은 체구를 이용해, 트롤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급소를 마구잡이로 베어버렸다.

- ‘트롤 전사’를 사냥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트롤 전사’를 사냥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트롤 전사’를 사냥하여 8,000골드를 얻었습니다.

크루세이더 팀의 걱정과 작전이 무색하게도, 네크로맨서는 정면으로 들어가 일방적인 전투를 펼쳤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 저기 저거 보여? 저거 네크로맨서지?”

“진짜? 맞네! 저 드래곤 같은 괴물, 여의도 레이드에서 등장한 거잖아. 멀리서 봐도 엄청 크다!”

선유도의 전경이 보이는 빌딩, 십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창가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압도적이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기에, 거대한 트롤의 대열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걸로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네크로맨서는 대체 언제 왔지? 어젯밤까지만 해도 분명 수원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 신출귀몰이네 진짜.”

그리고 네크로맨서의 활약은 그걸 지켜보고만 있는 크루세이더 팀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근데, 크루세이더 팀 그냥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거 실화냐?”

“야야, 사진기 아이템 뒀다 뭐하냐? 빨리 저 장면 좀 찍어 봐. 커뮤니티에 올리면 대박이겠다.”

선유도에서 트롤을 학살하는 네크로맨서의 모습과 그 뒤로 멍하니 서 있는 크루세이더 팀의 모습이 한 프레임 안에 담겼다. 그리고 이 사진은 양측 지지자의 충돌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커뮤니티가 실시간으로 달궈져가는 있는 사이, 성우는 선유도의 중심부까지 파고들어갔다.

어느새 그의 군세는 거대한 ‘트롤 스켈레톤’으로 채워져 있었다. 수인 스켈레톤과 구울은 공허의 안식처에 보관한 뒤, 남은 자리를 모두 트롤로 채운 것이었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시너지 목록]

3) 거인(3단계)

- 구분 : 속성 시너지

- 조건 : 거인 속성 20마리 이상

- 효과 : 소형 및 중형 상대에게 받는 피해 감소(-30%)

트롤 스켈레톤이 대량으로 추가되며 생성된 <거인(3단계)> 시너지는 앞으로 있을 오크 군단과의 전투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게 분명했다.

‘여기에 뼈 갑옷까지 장착시키면 웬만해서는 부서지지도 않겠군.’

그는 지금의 전투를 통해서 내일의 전투를 준비해나가고 있었다.

“성우 씨, 저 놈이 우두머리인 것 같은데?”

민석이 말했다. 마침내 트롤 부대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 군벌 몬스터 ‘트롤 부족장’이 출현했습니다.

우어어!

놈은 십여 마리의 친위대를 이끌고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역시나 다른 트롤에 비해 더 큰 체구를 가진 놈이었는데, 오른 손에는 큼직한 돌도끼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돌이 녹색 빛깔을 띠는 걸 보아하니 평범한 무기는 아닌 듯 했다.

콱!

아니나 다를까, 놈이 도끼를 휘둘러 트롤 스켈레톤 한 마리를 가격하자, 바닥에서 넝쿨이 자라나더니 발목을 옭아매는 게 아닌가?

콰직! 콰직! 콰직!

놈은 옴짝달싹 못하는 트롤 스켈레톤을 향해 일방적인 도끼질을 펼치기 시작했다. 놈의 발 아래로 산산조각 난 뼈가 쌓였다.

물론 헛수고였다.

우어?

리치의 힘에 의해 원래 상태로 조립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쟤한테 묶어 놓고 패는 게 뭔지 보여줘.”

성우의 한 마디에 오우거 스켈레톤이 달려갔다. 놈의 친위대는 트롤 스켈레톤에 맞서고 있기에, 두 거인 간의 일대일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도움닫기와 함께, 8미터짜리 백색 거인이 양손을 쭉 내밀었다. 트롤 부족장은 타이밍에 맞춰 돌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그러나 그 타이밍은 실패하고 말았다. 오우거 스켈레톤이 고개를 숙이며 도끼를 피해내고, 놈의 허리를 감싸 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번쩍 들어올렸다.

우억! 우억!

아마도 트롤 부족장은 생전 처음 들려본 모양이었다. 동족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덩치를 가진 놈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장사는 주변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놈은 버둥거리며 발버둥 쳤지만, 제 몸이 콘크리트 바닥 위로 수직 낙하하는 걸 막지 못했다.

쾅! 쿠구구―

바닥에 균열이 번져나가며 트롤 부족장의 몸이 잠시 동안 뻣뻣하게 굳었다. 엄청난 충격이 중추신경계를 뒤흔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훤히 열린 놈의 얼굴 위로 두꺼운 뼈 주먹이 내리꽂혔다.

뻑! 뻑! 뻑! 뻑!

계속해서 내리 꽂혔다. 태클을 당한 뒤, 아래 깔린 자세에서 대응하는 방법을 수련했을 리가 없기에, 벗어나지 못한 채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었다.

양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감싸 쥐었지만, 팔 사이와 복부를 향해 주먹이 파고들었다.

“모르면 맞아야지.”

뻑! 뻑! 뻑!

그 살벌한 소리는 꽤 오랫동안 선유도를 울렸다. 제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라지만, 묶어 놓고 패는 걸 감당할 수는 없었다.

얼굴이 으스러지고 두개골이 부서지기를 반복한 끝에, 민석이 주인 잃은 검으로 마무리 지었다.

- 자격 증명까지 남은 시간 : 3,853일

***

크루세이더 팀은 대규모의 트롤이 넘어올 걸 대비하여 양화대교를 지키고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괴물들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좁은 도로 위에서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놈들 절대 건너오지 못하게 사생결단을 벌일 예정이었다.

“오, 옵니다!”

하지만 지금, 양화대교를 건너오고 있는 건 단 두 사람뿐이었다. 암녹색 로브의 네크로맨서와 녹색 안광의 데스 나이트였다.

정훈과 크루세이더 팀은 대교 끝에서 성우를 맞았다.

“제가 늦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정훈은 이 순간, 혼자서 대규모의 몬스터 군대를 박살낼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를 고작 100만 골드로 품고 있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네크로맨서가 영등포를 지켜주는 사이에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는데, 네크로맨서는 그 사이에 더 강해져서 나타났다.’

정훈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성우와 악수를 나누었다.

“여기는 시작입니다. 서쪽에서 더 큰 적이 몰려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음 전투에서는 이 남자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한국 서버 전체가 주목하는 가운데, 또 한 번 밀린다면 그의 입지는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미 내가 밀리고 있다. 다음에는 더 악착 같이 싸워서 증명해야 돼.’

정훈은 성우에 대한 호승심을 바탕으로 레드 오크에 대한 전의를 불태웠다.

***

네크로맨서의 활약상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한국 서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파장 역시 심상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여의도 레이드’ 사건은 전국 각지의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멀리서 지켜보는 하나의 ‘이벤트’에 가까웠다.

레이드의 참가자들이 어떻게 되던 간에, 방송으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가시적인 피해가 없었으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동맹에 합류하겠다는 연락이 계속 옵니다.”

하지만 이번 히든 챕터는 결이 달랐다. 한국 서버의 모든 생존자 그룹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시작되면서, 영웅들의 활약은 더 이상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웅들이 승리하면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올라가며, 영웅들이 패배하면 나 역시 언젠가 죽게 된다. 당장 나의 생존과 연결되니 피부에 진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481] 아무리 봐도 네크로맨서가 미래입니다.

- 작성 : 김은택 │ 조회 : 145,555

여의도 레이드 때는 그냥 대단한 줄 알았지만, 이번 선유도 사건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네크로맨서가 대한민국 재건의 구심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분을 중심으로 뭉쳐야 되는 게 확실합니다. 응원합니다. 저도 힘이 되겠습니다.

「댓글 : 67」

[485] 저도 네크로맨서 지지합니다.

- 작성 : 김344 │ 조회 : 133,125

결국 누군가 압도적인 힘으로 나서줘야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거 압니다. 서울의 광복 길드나 부산의 화랑 길드도 있죠. 하지만 네크로맨서 만큼 확실한 키는 없는 것 같네요. 그분께서 뭔가 해주길 희망합니다. 저희도 당장 달려가서 레드 오크에 맞서겠습니다.

「댓글 : 44」

그러자 각자 도생을 하고 있던 생존자 그룹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명목상 동맹에 참가하여 전투에 힘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사실상 혼자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숱한 사건을 목격하며, 이런 위기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네크로맨서에게 붙는 것이다.

동맹군에 모여드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일산 쪽 생존자 그룹에서도 온다고 합니다. 병력이 200명 정도 있다는데······ 생각보다 큰데 그 동안 조용히도 있었군요.”

“방금 남양주 쪽도 연락해왔습니다. 여기는 버스 5대를 타고 이동해오겠답니다. 이거 참······.”

그래서 광복 길드 수뇌부는 머리가 복잡했다. 전쟁을 앞두고 분명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물며 이 사건을 기회로 큰 세력을 불려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힘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광복 길드의 크루세이더 커맨더가 아니라, 네크로맨서라는 점이 문제였다.

“커맨더께서는 어떻게 하라고 하십니까?”

메시지를 가져온 크루세이더 대원이 민흠에게 물었다.

“받아야지. 받아서······ 천천히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지. 지금은 그 사람들을 물릴 수 없어.”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고 병력은 한 없이 적었다.

“곧 지휘관 회의니까 추가 합류한다는 그룹 정리해놔 와서 확인할 테니까.”

“예!”

김포에서 출현한 ‘레드 오크 군단’의 숫자는 정확한 집계가 안 될 정도였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의하면 김포평야를 가득 매울 정도라고 했으니······ 과장을 감안하고 판단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라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엄청난 병력이 동쪽으로, 바로 이곳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다. 목동의 생존자 그룹이 몇 시간 전에 공습을 받았다고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왔다.

놈들이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에 맞선 광복 길드 동맹군은 ‘경인고속도로입구 교차로’에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지금부터 지휘관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오후 7시, 가장 큰 천막 안에서 지휘관 회의가 열리는 중이었다.

“······모든 다리에 감시 병력을 배치했지만 놈들이 언제 어디를 도하할지 모르니, 상시 마법 드론을 띄어서 적들 동태를 살필 겁니다.”

민흠이 브리핑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각 그룹의 리더들은 맨 끝에 앉은 성우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함께하는 작전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결국 네크로맨서에게 큰 비중이 달린 싸움이라는 걸, 알게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민흠은 그런 태도가 거슬렸지만 꿋꿋하게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그의 말은 끝내 중단되고 말았다. 크루세이더 대원 한 명이 천막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저, 커맨더! 방금, 서쪽에서 생존자 한 명이 나, 날아왔습니다.”

급박한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장에는 순간 침묵이 깔렸다. 이내 상석의 정훈이 입을 열었다.

“······날아왔다고요?”

“예, 날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사람이 타고 온 게 좀 특이합니다.”

“······.”

특이하다니?

결국 정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다른 리더들이 그 뒤를 따라 우르르 일어섰다.

삐익!

천막 인근, 크루세이더 팀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어! 조심해! 가까이 가지 마!”

“저 부리에 한 번만 쪼여도 골로 가겠다.”

그건 엄청나게 거대한 몬스터였는데, 독수리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한 날짐승이었다. 그 몸짓이 웬만한 황소보다 더 클 것 같았다.

“······괘, 괜찮아요, 사람은 안 물어요. 먼저 공격만 안하면요. 착하지.”

그건 ‘그리핀(griffin)’이었다.

“그래, 괜찮아. 착하지.”

그리고 한 여자가 그리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소식을 전해온 크루세이더 대원이 그녀를 가리켰다.

“커맨더, 저 여자입니다.”

그 목소리에 여자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도, 도와주세요!”

“······.”

이어서 나온 말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며, 몇 시간 전에······ 엄청난 수의 중국인 플레이어가 강화군에 상륙했어요!”

그 한 마디에 주변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누가 와?”

“······중국? 저 여자, 중국인이라고 했지 방금?”

“중국에서 우리 땅에 왔다고? 왜?”

여자는 거의 울상이었다.

“······그 노, 놈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을 학살했어요! 수십 척의 어선을 타고 와서 어쩌면 곧 하, 한강을 타고 올라올 거예요!”

그 순간, 모든 이들이 예감했다. 이 전쟁은 비단, 몬스터와의 싸움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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