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23) 한국 서버 히든 챕터 – 1
한국 서버에 시작된 히든 메인스트림 ‘챕터 2-1’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시작과 동시에 전국에 있는 생존자 그룹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압도적인 성적에 찬사? 지랄! 그냥 나대지 말고 죽으란 소리지! 한국 혐오야 이거!”
한호는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복도를 내달렸다. 몬스터의 대규모 습격에 의해 미술관의 정문이 돌파되었다. 애초에 물리적인 방어벽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만,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안전 구역의 실드뿐이었다.
끼익! 끼이이!
한호와 경수의 등 뒤로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쫓아오고 있었다.
“아오! 고블린 따위한테!”
고작 10골드 정도 주는 하급 몬스터, 고블린 따위는 적수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 숫자가 수백, 수천 단위로 불어나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빨리! 빨리 들어와!”
복도의 끝에서 한호의 아버지, 정호가 소리쳤다. 그가 서 있는 곳에는 반투명의 벽이 존재했다. 그게 바로 안전 구역의 경계이자 실드였다.
“으아아! 세이브!”
한호와 경수는 아슬아슬하게 안전 구역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 뒤로 수백 마리의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와 실드에 부딪쳤다.
“뭐? 세이브? 이놈아! 지금 그딴 소리가 나오더냐?”
“아버지, 아들 등 뒤에 칼 맞고 들어왔으면 이런 소리도 안 나왔어요. 질질 짜고 있었겠죠. 다행인 줄······.”
텅! 텅! 텅! 텅! 텅!
하지만 한호의 너스레는 끊기고 말았다. 등 뒤에서 봉창 두드리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끽! 끼익! 끼이이!
고블린들이 반투명의 벽인 ‘실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호의 눈앞에 떠 있는 숫자가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 개척 캠프 실드 (1455/1500)
- 개척 캠프 실드 (1432/1500)
이게 깨지는 순간, 저 엄청난 수의 몬스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어보였다.
“모두 전투 준비하세요! 창과 방패는 앞으로!”
경수가 마을의 생존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들은 이제 마냥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성우에게 의존해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개인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영등포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는 토벌대를 상시 운영하며 다양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경험을 쌓았다.
“활과 석궁, 마법사는 후열로 오세요! 좌우로 늘어서서 신호에 따라 사격할 겁니다!”
“마법사는 이쪽으로! 화염 마법 미리 시전하세요! 그 이후에 빙결 마법과 전격 마법 순으로 준비하세요!”
김 병장, 인호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플레이어들을 통솔했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이 100명이 넘으니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했다.
- 개척 캠프 실드 (988/1500)
“근데 너, 너무 빨리 뚫리는데 이거?”
대열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실드가 벌써 반 토막 직전이었다. 정호는 불안한 얼굴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한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버지.”
“응? 아버지라고? 또 무슨 헛소리하려고 폼 잡는 거냐.”
“그동안 절 키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보기 한호의 진지한 얼굴 위로 그림자가 졌다.
“무슨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당연한 소리인데 처음 들어보는 게 더 어이없다.”
한호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걷혔다.
“비록 화투에 빠지셔서 집안을 뿌리째 흔들어 대셨지만, 그 덕분에 제가 인생무상의 가치관과 거지 근성을 배워······.”
“한호야, 그럴 시간 없다. 450남았다. 440이다.”
“에이 씨!”
한호는 기합을 지르더니 양손으로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실드 밖으로 몸을 던졌다.
푹!
동시에 고블린의 목덜미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 ‘고블린 졸병’을 사냥하여 3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 메시지가 끝이 아니었다.
- ‘신념의 처단자’ 스킬에 의해 10초간 ‘성스러운 방어막’을 얻습니다. (200/200)
한호의 몸 주변에 금빛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적의 숨통을 끊는 순간 발동 되는 도적 + 프리스트의 스킬이었다.
“으아아! 간다!”
한호는 그 상태로 적진의 한 복판을 향해,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텅! 텅! 텅! 텅!
사방을 둘러싼 고블린들이 칼을 휘두르며 방어막을 두들겨댔다. 하지만 그 정도 공격으로는 방어막을 뚫을 수 없었다.
- 성스러운 방어막 (62/200)
사실 좀 아슬아슬했다. 자잘한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가해지며 방어막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호의 단검 역시 재빠르게 움직이며 고블린들의 목덜미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푹! 푹! 푹! 푹!
- ‘고블린 졸병’을 사냥하여 30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 졸병’을 사냥하여 30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 돌격병’을 사냥하여 6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10초가 지나자 또 다시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고블린들이 난폭하게 달려들어 방어막을 갉아먹었지만, 완전히 파괴하기 직전에 새로운 방어막이 형성되기를 반복했다.
‘나 지금······ 꽤 멋있잖아?’
한호는 양팔을 풍선 인형처럼 휘두르며 우당탕탕 나아갔다. 그러자 그가 지나온 길을 따라 마치 다급하게 벗어놓은 빨래처럼, 고블린 시체가 줄줄이 이어졌다.
“아악! 다 덤벼! 들어와! 들어와! 아악! 아악!”
그는 괴상한 고함을 내지르며 선풍기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어쩌면,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주민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해마지 않았다.
“엄청난데 뭔가······.”
“장난 아니긴 한데 좀······.”
정호 역시 아들의 활약을 넋 놓고 지켜봤다.
“아, 아들아······ 정말 대단하긴 한데 왠지, 뭔가 좀 자랑스럽지는 않네?”
한호의 돌격은 분명 엄청났다. 모든 어그로가 한호를 향한 덕에 안전 구역 내의 방어 대열이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난 고블린이 싫어! 더러운 고블린들! 다 죽어!”
그는 고블린 혐오를 외치며 종횡무진 나아가다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응?”
딱딱―
그건 뼈밖에 남지 않은 고블린이었다.
“오른이? 오른아!”
다음 순간, 오른이의 등 뒤에서 수많은 수인 스켈레톤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미술관 내부의 고블린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미술관 밖에서는 본 드레이크와 오우거 스켈레톤, 새롭게 추가된 구울 킹이 날뛰며 광장을 가득 매우고 있던 고블린들은 박살냈다.
촤아악!
이어서 암녹색 로브를 입은 남자, 성우가 미술관으로 들어오며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고블린 5마리가 단숨에 휩쓸려나갔다.
“선배! 지수 누님!”
“성우 씨?”
네크로맨서가 돌아온 것이다.
***
새로운 메인스트림이 발행되고 반나절이 지났다. 커뮤니티 정보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생존자 그룹 대다수가 대규모 공습을 겪었다고 한다.
안전 구역에 있으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인간의 마지막 터전을 찾아 나서고 있었으니 말이다.
“영등포도 수천 마리의 오크를 상대하고 있답니다. 다행히 잘 막아서 소강상태인데, 선배를 찾고 있네요.”
한호가 커뮤니티 내용을 확인하고 말해주었다. 영등포에서 성우를 찾은 이유는, 성우가 100만 골드라는 거금을 받고 그들을 지켜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곧 돌아가야지. 정훈 씨한테는 미리 말해뒀어.”
범계역을 공략한 직후, 영등포에서 보내온 헬기가 도착했다. 성우는 현장의 생존자들을 헬기에 태워 영등포로 보낸 뒤, 지수와 함께 남쪽, 수원의 마을로 향했다.
히든 챕터가 시작됨으로써 마을 역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성우와 지수는 본 드레이크를 타고 도심을 가로질러 최단 거리로 이동했고, 다행이도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안전 구역이 이 정도로 쉽게 깨질 수 있는 거였다니? 진화 학회가 움직였다면 큰일 났겠군.’
성우가 쉬지 않고 움직였기에 놈들에게 틈을 내주지 않은 걸까? 전국 각지에 세력이 있는 놈들일지라도 모든 곳을 신경 쓰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놈들도 공격 받고 있겠지.’
모든 플레이어는 결국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다. 히든 챕터가 진행되는 이상 성우와 그들 간의 대립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주변 정찰을 나갔던 인호와 후임들이 돌아왔다.
“이 근처에가 가장 높은 건물 네 곳에 올라가 주변을 관찰했습니다. 대규모의 고블린 무리는 팔달산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놈들의 주둔지는 산 속이 분명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마을 근처에 생성된 ‘군벌 몬스터’가 최약체인 고블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 위 등급인 오크 정도만 되더라도 여간 까다로운 적이 아닐 수 없었다. 오크는 원래 대규모 전쟁을 수행하는 종족인 만큼, 숫자가 늘어나고 지휘체계가 존재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그리고 영등포를 위협하고 있는 군벌 몬스터가 바로 오크였다. 정확히는 ‘레드 오크’라는 조금 더 강력한 부족이었는데, 서울 서남부와 김포, 인천 등은 놈들 때문에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내일 아침에 저를 데리러 헬리콥터가 오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팔달산을 공략합시다. 인호 씨, 팔달산 내에 몬스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어림잡을 수 있겠습니까?”
인호는 고개를 저었다.
“놈들이 나무 사이에 숨어 있어서 정확히는 관측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처음에 출현해서 우르르 몰려나왔을 때 보기론, 족히 2천 마리는 넘지 않을까합니다.”
이어서 경수가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멧돼지 같은 이동수단을 타고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마법사 같은 놈들도 존재합니다. 그 멧돼지가 영 귀찮습니다. 고블린의 부족한 돌파 능력을 보충해주는 존재입니다.”
기존의 고블린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안 되는 족속들임에는 분명했다. 군대라는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몇 배는 강화된 상태일 테니 말이다.
그런 고블린 군대와 한번 맞붙어본 마을의 경비대, 경수와 인호는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아무리 약체인 고블린이라고 해도 숫자에서 우리가 크게 밀리지 않을까 합니다. 한 번 붙어보니 저 쪽은 나름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인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고블린 백부장이나 고블린 십장 같이 지휘를 하는 개체가 있고 졸병들은 그들의 명령에 충성합니다. 물론 성우 씨가 있으니까 우리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전투 승리를 위해서는 급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성우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우리의 목적은 전투 승리가 아닙니다.”
“······예?”
“저 산속에 널린 경험치와 골드를 얼마나 많이 싹싹 긁어 잡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제가 아니라 여러분이요. 이거,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경수와 인호는 새삼, 눈앞에 있는 네크로맨서는 자신들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전투가 아니라 사냥, 아니 수확을 준비하고 있었다.
***
지휘체계, 그건 전쟁 수행의 핵심이나 다름없었다. 강력한 지휘권과 잘 정비된 명령 체계는 ‘군벌’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필수 요소였다.
그리고 고블린 같은 미개한 몬스터일지라도 시스템에 의해 부여된 지휘체계는 그들을 강력한 군대로 변모시켰다.
크륵!
오크만한 체구의 ‘고블린 로드’가 팔달산의 중심, 팔달공원의 광관안내소 건물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놈의 양측으로 15마리의 ‘고블린 백부장’이 도열하여 꽤나 그럴 듯한 구도를 만들고 있었는데, 고블린 군단의 수뇌부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일단 저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되겠군.”
고블린은 멍청한 종족이다. 메인스트림에 따라 대규모로 뭉친 채 등장했지만, 우두머리만 제거되면 원래의 성향으로 돌아가 오합지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근거로 한 성우는 계획은 간단했다.
“그렇게 놈들의 머리부터 박살내고 시작한다.”
보스 몬스터부터 처리한다. 그리고 와해된 군대를 통째로 집어 삼켜, 경험치와 골드를 손쉽게 얻는다.
성우는 그 작전을 위해 홀몸으로 산속에 잠입했다. 나무가 빽빽한 산 속은 ‘그림자 왕의 로브’가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였고, 고블린 감시병의 눈을 피해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와라.’
그리고 고블린 부대의 간부들이 모여 있는 곳, 광관안내소 건물 옥상에서 권속 한 마리를 소환했다.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일렁거리더니, 그 안에서 백색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그건, 8미터가 넘는 크기의 오우거 스켈레톤이었다.
끼이? 끼이이?
건물 주변에 숙영 중이던 고블린들은 난데없는 상황 앞에 멍하니 고개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리고 오우거 스켈레톤이 오른 손을 들어 올리자, 녀석의 팔찌에서 푸른 섬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끼이! 끼이이!
고블들이 기겁하며 무기를 집어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번쩍임과 동시에 엄청난 전류가 튕겨져 나가 단층짜리 콘크리트 건축물을 통째로 증발시켰다.
콰과과과!
- ‘고블린 정규군 백부장’을 사냥하여 2,500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 정규군 백부장’을 사냥하여 2,500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 정규군 백부장’을 사냥하여 2,500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 정규군 백부장’을 사냥하여 2,5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 메시지는 총 15개였다. 건물의 잔해는 허공으로 튕겨나가며 뒤쪽의 산비탈로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잔해 사이로 고블린 백부장의 시체가 군데군데 보였다.
큭······. 크륵!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단 한 마리의 고블린만이 남았다. 다른 개체보다 월등히 큰 몸집, 바로 고블린 로드였다. 놈은 이미 큰 부상을 입은 채,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 놈을 처리하면 됩니까? 고블린은 오랜만이군요.”
절그럭― 절그럭―
뼈 방패를 들고 흑색의 대검을 어깨에 걸친 데스 나이트가 육중한 걸음을 옮겼다.
“네. 최대한 빨리요.”
성우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성벽 뒤, 산등성이를 따라 늘어선 야영지, 수천에 달하는 고블린 군대의 본대였다.
- 사신의 낫 ‘그림리퍼’를 소환합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34:56)
그는 검은색 낫을 소환하여 리치의 힘을 발휘했다.
- ‘리치’의 힘을 얻습니다.
* 최대 권속 수가 (+50)만큼 증가합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 인근의 파괴된 언데드를 ‘최대 권속 수만큼 무한정’ 부활‧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본대의 야영지 주변, 나무 사이사이에 스켈레톤과 구울 그리고 15마리의 좀비까지 모든 언데드를 남김없이 소환했다. 고블린 부대를 포위한 것이다.
꺼―윽! 꺼―윽!
구울들의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산 속을 울리며 다가오자 야영지에 대기 중이던 고블린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쿵!
하물며 지축을 흔들며 접근하는 건······ 생전 본 적 없는 괴물들이었다.
끼이! 끼이이!
하지만 놈들은 나름 군대였다. 지휘에 따라 힘을 합쳐 맞서 싸울······.
- 군벌 몬스터 ‘고블린 로드’를 사냥하여 105,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지휘관이 사라졌다.
끼, 끼이? 끼이이······.
그러자 삽시간에 규율이 무너지고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보스 몬스터를 포함한 고블린 부대의 핵심 간부들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렸으니, 시스템 상 남은 고블린들은 ‘패잔병’이 되어 버린 것이다.
끼이이! 끼이이!
놈들은 더 이상 군대가 아니었다. 겁에 질린 채 살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성우는 사방을 포위했던 언데드를 움직이며 마치 양을 몰 듯, 놈들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했다.
“몰이사냥을 시작해볼까.”
성우는 먹기 좋게 손질된 잡몹들을 한쪽으로 몰았다. 팔달공원의 동쪽 내리막길, 남포루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을의 플레이어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온다! 사격 준비!”
“어, 엄청 많은데?”
성우의 작전대로 고블린이라는 잘 익은 경험치와 골드를 수확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아연실색하며 돌계단과 산비탈을 뛰어내려왔다. 심지어 대다수의 고블린이 무기조차 쥐고 있지 않았다. 싸울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대박이다······. 그동안 힘들게 토벌 다니는 거 에 비하면 몇 배는 벌겠다.”
“그러게 이거 완전 거저먹기잖아?”
마을의 플레이어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퇴로를 반원형으로 둘러싼 채 무기를 들어올렸다.
“자, 준비!”
어떤 집단은 전쟁 때문에 피폐해진다.
“지금이야!”
“발사! 쏟아 부어!”
“광역 마법으로 다 쓸어버려!”
반면 어떤 집단은 전쟁을 기회로 성장한다.
“대박!”
“골드가 막 들어와!”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