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59화 (59/244)

# 59

+ 작가 주) 본 작품 내 시스템 설정 상 움직이는 좀비에게는 '시체 폭발' 스킬이 적용 되지 않으며 파괴되어 행동 불능이 되었을 때 '죽음' 판정이 되어 적용 가능합니다.

21) 범계역, 좀비 서바이벌 – 2

“우와! 네크로맨서다!”

8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가 문 뒤에 서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성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녀석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아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죄송해요. 금방 차라도 드릴게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성우와 지수는 생존자들의 피난처 건물, 치과의 원장실 안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복도 너머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네크로맨서야! 진짜 네크로맨서가 왔어!”

“진짜? 진짜로? 어디에?”

“나도 볼래!”

아이의 엄마가 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

성우와 지수는 생존자들을 구해준 뒤, 부상자를 피난처 안으로 옮기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그러자 생존자 그룹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감사를 표하겠다며, 잠시만 집 안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때마침 밤이 오고 있기도 하고, 이들에게 범계역에 관한 정보도 구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성우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가 제때 오지 않았으면 큰 일 났겠어요.”

지수가 말했다. 그녀의 턱과 목덜미에 피가 튀어 있었다. 적진 한 가운데 들어가 칼을 휘두르는 걸 주저하지 않기에, 전투가 끝난 뒤, 그녀의 온몸은 언제나 피투성이였다.

“지수 씨, 턱.”

“······네?”

“턱에 뭐가 묻었어요.”

지수는 손가락으로 턱을 만졌다가 묻어나오는 피를 보고는 빨간 소매로 벅벅 문질렀다.

“목에도.”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까지 문질러 닦았다.

“이제는 다른 건 몰라도 피비린내는 익숙해서······.”

그녀의 말을 끝으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성우는 새삼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생사를 함께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렇다 할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다.

“지수 씨 집이 제주도라고 했죠?”

“······맞아요.”

그녀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언젠가 제주도로 가실 건가요?”

지수의 집은 제주도라고 했다. 그렇기에 집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대로 성우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갈 수 있을까요? 가도 뭐가 달라질 것 같진 않고······.”

“저는 지수 씨가 가족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하셔서, 혹시나 물어봤어요.”

사실 가족 이야기뿐만 아니라,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에 지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어설프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가족은 분명 알아서 잘 살고 있을 거예요. 지독한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탈출하고 싶을 정도로 지독해서······ 그다지 걱정 되진 않아요. 집에서 탈출해서 마침내 자유를 얻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지독한 가족들이라? 그녀 역시 더 이상 말하는 걸 꺼려하는 것 같았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덜컹―

때마침 문이 열렸다. 그리고 동색 투구를 쓴 덩치 큰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좀비가 또 언제 몰려올지 몰라서 주변을 살펴야 돼서요. 저는 안민석이라고 합니다.”

이 남자가 이 그룹의 리더였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성우가 맞잡았다.

“유성우입니다.”

“압니다. 네크로맨서님.”

민석은 이어서 지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수가 피 묻은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은 뒤 맞잡았다.

“이쪽은 붉은 마귀님.”

“······네?”

지수가 당황한 듯 되묻자 민석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하하. 공식적으로 불리는 별명이 없으셔서 저, 제 어린 아들들이 빨간색 옷을 입고 몬스터들 한 가운데 들어가 싸우는 게 무서운 마귀 같다고, 붉은 마귀라고 부르더라고요. 기분 나쁘신 시다면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렇죠? 저도 멋진 별명인 것 같아서요.”

지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봤습니다. 레이드. 두 분 다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저희 아이들이 거의 영웅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검 짤짤이’님은 어디 계시나요? 아, 이것도 제 아들들이 붙인 별명이라 저도 모르게······.”

단검 짤짤이, 그건 수원으로 간 한호였다. 녀석이 들었으면 또 서운할만한 대목이었다.

사실 뭐가 됐든, 이 남자는 지금 애써 친근함을 표현하고 있는 중이었다. 몇 마디만 주고받아 봐도 사람 대하는 일을 오래해본 티가 느껴졌다만, 인사를 마치자마자 사람 좋은 웃음은 싹 사라지고 없었다.

“저, 그럼······.”

민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의 모습은 손님에 대한 형식적인 겉치레였을 뿐이지, 이곳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얼굴 가득 드러냈다.

“저희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민석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 좀비들은 범계역에서 나오는 겁니까?”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3일 전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대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 건지 정말 끝도 없이 몰아칩니다. 그리고······ 이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계속 계시는 겁니까?”

민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망할 놈의 퀘스트 때문입니다.”

퀘스트,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어의 행동을 강제하게 하는 법칙이었다. 성우는 지금까지 ‘전용 퀘스트’에 의해 움직여왔다.

“무슨 내용이죠?”

“지역 퀘스트인데,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그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좀비 떼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그게 밖으로 못 나가는 이유죠. 빠르게 지역을 탈출할까도 고민했지만, 하아······ 어린애와 노인이 절반입니다. 섣불리 나갔다간 전멸할 겁니다.”

집단 자체가 유약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퀘스트에 대응할 힘조차 없다.

“두 분께 감히 말씀드리는데, 이 퀘스트에 엮이고 싶지 않으시면 오늘 밤 자정이 지나기 전에 이 지역을 떠나십쇼. 아니면······ 두 분 역시 퀘스트에 묶이실 겁니다.”

민석은 성우와 지수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폐를 끼칠까 이타적인 조언을 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진심은 말과 다를 가능성이 컸다. 성우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입을 바라보는 민석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내 성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아닙니다. 저희는 그거 때문에 왔습니다.”

“······예?”

“범계역을 공략하러 온 겁니다.”

민석의 눈동자가 더 빠르게 떨렸다. 그 안에는 안도와 환희가 담겨 있었다.

별안간 구원자가 나타났다.

“가, 감사합니다. 드디어 가족들을 구할 희망이 생겼습니다. 정말로······ 너무 고맙습니다.”

그것도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가 말이다.

***

늦은 밤, 성우와 지수는 그럴싸한 저녁을 대접 받고 오랜 만에 휴식을 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긴 하루였다.

이곳은 3층짜리 상가였는데, 약 서른 명의 생존자가 각 층에 나뉘어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석의 말처럼 어린 아이와 노인들이 많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간 적지 않은 수의 젊은이들이 희생당한 것이다.

똑똑―

누군가 원장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민석의 아내였다.

“저 혹시, 두 분, 방은 하나로 드릴까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고 성우와 지수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 남는 게 있다면 두 개 주실 수 있을까요?”

민석의 아내가 따로 준비해서 말해주겠다고 한 뒤 방을 나갔다. 그런데 그 직후, 문이 스르르 열렸다.

“저기······.”

8살쯤으로 보이는 꼬마 한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민석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혹시 들어가도 돼요?”

“그럼.”

지수가 웃으며 허락하자, 세 명이 꼬마들이 쪼르륵 들어왔다.

“우와! 진짜로 네크로맨서다.”

“붉은 마귀 언니다! 멋져요!”

녀석들은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굴었다. 성우는 애들을 상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갑게 내치지는 않았다.

한편 바로 이게 정훈이 말했던 방송의 순기능이 아닐까 했다. 비록 미약할 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지옥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아주 작은 가능성이고, 그걸 보여주는 이들이 영웅이라고 불리기 마련이다.

“혹시 스켈레톤도 보여줄 수 있어요?”

한 꼬마가 물었다.

“······스켈레톤을?”

“네! 방송에서 봤는데 진짜 멋졌어요!”

그런데 스켈레톤이란 게 영상 속에서 봤으니 멋져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눈앞에서 봤다간······ 이 녀석들 몇날 며칠 밤새 잠도 못들 게 분명했다.

딱딱―

그렇기에 가장 작은 오른이만을 소환했다.

“우와! 스켈레톤!”

“귀여워!”

저런 끔찍한 게 어떻게 귀여 울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아이들은 오른이를 둘러싸고 재잘거리며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성우와 지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른이는 속된 말로 뼈가 닳도록 아이들에게 시달렸지만 말이다.

딱, 딱딱······.

한호가 봤다면 질투해마지않을 장면이었다.

***

성우는 배정 받은 방에 홀로 앉아, 퀘스트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시지를 확인 한 뒤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민석의 말대로 자정이 지나자 성우의 눈앞에 퀘스트가 발행되었다.

[지역 퀘스트]

- 제목 : 죽음이 도래한 도시

- 유형 : ‘탈출’ 혹은 ‘토벌’

- 목표 : 지역 탈출 혹은 좀비 토벌

- 보상 : 유형에 따라 차등 지급

당신은 죽음이 점령한 도심에 고립됐다.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지역을 탈출할지, 혹은 죽음과 정면으로 맞서 승리할지 결정해야 된다.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죽음은 당신을 쫓을 것이다.

* 좀비들이 실외의 생존자를 추격합니다. (적발 후에는 실내로 들어가더라도 추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일정 레벨(LV. 15) 이상의 플레이어가 존재하여 난이도가 재설정 됩니다.

‘재설정? 15레벨이면 나잖아?’

성우가 퀘스트가 동참하며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 메시지는 이 지역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떠올랐을 테고, 이내 건물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끼익―

복도로 나가자 지수 역시 문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미리 챙겨둔 방독면을 테스트하고 있었는지, 방독면을 한 손에 들고는 소리에 집중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성우 씨, 이거 좀 불길한데요?”

“뭔가 느껴져요?”

그녀는 조금 더 집중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이 천장을 따라 이동하더니 정면의 창문에 맺혔다.

“건물 밖, 주변에서······ 진동소리가 다가와요. 엄청나게 많은······ 발걸음.”

- 좀비들이 실내·외 모든 생존자를 추적합니다.

그 발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계단 아래에서 아이들 우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얘들아 빨리 위로, 위로 가!”

“으아앙! 엄마!”

“쉿! 쉿! 조용히 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어서!”

이내 고함소리와 함께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분주한 발걸음들이 울렸다. 가구 끄는 소리,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혼란이 가중되었다.

“성우 씨, 지수 씨!”

그 목소리는 민석이었다. 그는 어느새 사슬 갑옷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채 3층으로 올라왔다.

“젠장!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는 실내에 있으면 좀비들이 꼬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그의 얼굴에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등 뒤, 계단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옥상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처음에 말했던 대로, 생존자에 비해 싸울 수 있는 인력이 현저했다.

성우는 방으로 들어가 로브를 걸쳤다. 그리고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꺼내들었다.

“이 게임은 언제나 이런 식이죠. 우리를 멋대로 가지고 노는 겁니다.”

성우는 여전히 담담했다. 민석은 그의 그런 태도를 보고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다.

“싸울 수 없는 사람들을 옥상으로 보내고 막을 겁니다. 평범한 좀비들이야 어떻게 막아낼 수 있다고 치더라도, 구울 같은 게 오면 정말 큰일입니다.”

구울(Ghoul), 그 원류에 대해서는 본디 언데드와 다른 이미지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판타지에서는 좀비의 아득한 상위 클래스쯤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 게임은 판타지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었다.

“······아빠?”

오른이와 놀았던 꼬마 아이, 민석의 아들이 눈을 부비며 방에서 나왔다.

“아들, 뭐해! 연습한대로 빨리 옥상으로 가야지?”

“좀비가 와? 우리 이제 크, 큰 일 난 거야?”

“괜찮아. 아빠가 지키고 있잖아. 여기 네크로맨서도 아저씨도 있고.”

“아빠, 조심해······. 아저씨 파이팅.”

민석은 아들을 달래 옥상으로 올려 보냈다. 그와 동시에 계단 아래, 2층에서 누군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놈들이 벌써 근처까지 왔어요!”

민석이 창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커튼을 걷었다. 그는 짙은 어둠 속으로 고개를 밀어 넣었다.

“······.”

불빛 한 점 없이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마주보는 건물조차 그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넓은 골목길로 녹색의 점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건 안광이었다.

죽은 자들의 눈이 흐리멍덩한 빛을 머금고 있는 것이었다. 그 녹색의 안광이 사방의 골목에서 쏟아지자, 마치 벌레 떼가 날아드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끄에! 끄에에!

그 역겨운 괴성이 창틀을 뚫고 들어왔다.

“당장 아래층으로 가야 됩니다!”

성우와 지수는 민석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젠장! 후문 쪽도 엄청 많아!”

“창문 전부 닫았어? 무거운 걸로 문을 막아!”

1층에 가까워질수록 고함소리와 좀비의 괴성이 한 대 뒤섞여 울리며, 머릿속을 마구 뒤흔드는 것만 같았다.

쾅! 쾅! 쾅!

상가의 유리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육중한 데스크를 가져다가 막아뒀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였다.

짙은 어둠 속, 창밖을 가득 매운 좀비 떼가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대는 걸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선실에 앉아 시커먼 밤바다의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200마리에 계속 몰려오고 있다. 건물 안에서 농성 하는 건 위험하다. 하물며 이 안에 갇혀 있으면 대형 스켈레톤도 소환하지 못하니까.’

좀비들이 언제까지 몰아칠지도 모르는 가운데 마냥 실내에 있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실내에서는 시체 폭발을 사용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모든 조건을 볼 때,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대로는 곧 놈들이 들이 닥칠 겁니다.”

성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어, 어떻게 해야 되죠?”

민석의 물음에 성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좁은 건물 안에서 싸워봐야 좋을 게 없습니다. 저희가 길을 뚫을 테니 밖으로 탈출합시다.”

지수가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민석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노약자가 너무 많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나가더라도 저 지옥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가······.”

“이 게임은 가만히 있는 자를 살려주지 않아요.”

성우의 등 뒤로 검은 연기가 일렁이더니 수인 스켈레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가방에서 뼈들이 솟아나와 방패와 창이 만들어졌다.

덜그럭! 덜그럭!

녀석들이 상가 입구 쪽에 일렬로 서 방패 라인을 만들었다. 실내가 좁은 만큼 전체를 소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의 수비 병력에 비하면 든든한 전력이었다.

“후, 믿겠습니다. 저 놈들 잘 죽지도 않아서 꼭 머리를 박살내야 됩니다.”

민석도 방패를 들고 스켈레톤 대열에 합류했다.

“그럼 잘 죽지 않는 놈들한테······.”

쩡! 쩌―엉!

유리문이 깨지며 좀비 떼가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짜 안 죽는 게 뭔지 보여줘야겠군요.”

성우의 마지막 말과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시너지 목록]

1) 방패 돌격(1단계)

- 구분 : 무기 시너지

- 조건 : 방패 10개 장착

- 효과 : 방패 공격 시 근력 상승(+20%), 방패 공격 시 넉백 확률 증가(+10%)

그리고 스켈레톤과 생존자들의 방패 수가 10개를 초과하며, 이런 아수라장을 뚫고 나가기에 적합한 시너지가 발휘된 것이다.

덜그럭! 덜그럭!

육중한 갑옷을 입고, 무거운 방패를 들고, 시너지 효과까지 받은 수인 스켈레톤들이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좀비들과 맞부딪치는 순간······.

- ‘죽음의 하급 종자들’이 진정한 죽음의 권능을 마주하여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30%)

이 메시지처럼, 좀비 따위는 네크로맨서의 상대가 아니다. 동시에 좀비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덜그럭! 덜그럭!

방패를 든 스켈레톤들이 이 마치 물소 떼처럼, 한층 느려진 좀비들을 쳐부수며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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