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52화 (52/244)

# 52

19) 네크로맨서, 1차 각성 – 1

어둠이 성우를 감싸 안았다. 마치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이내 시야의 끝, 저 먼 곳의 소실점에서 희미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곳에 무언가 있었다. 하지만 인지할 수 없었다.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았으나, 머리로는 그 형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 유성우, 죽음의 고삐를 쥔 자.

‘목소리인가? 아니다.’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성우의 머릿속을 열고 들어왔다. 그 어떤 감각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성우는 그 뜻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사신의 낫, 그림리퍼는 죽음 속에 있다. 죽음을 생생하게 목도하라.

“······.”

다음 순간, 성우는 현실에 돌아와 있었다.

[전용 퀘스트]

- 제목 : 죽음의 주인은 누구인가? - 2

- 유형 : 목표 획득

- 목표 : ‘사신의 낫’을 선점하라

- 보상 : 1차 각성, 전용 스킬

당신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죽음을 목도했다. 그리고 그건, 현재의 당신으로서는 감히 쥘 수 없는 압도적인 권능이다. 그에 상응하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당신은 ‘리치’의 힘에 동화되어 그의 종이 되고 말 것이다.

* ‘사신의 낫 – 그림리퍼’는 ‘죽음 속’에 있습니다.

*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내용이 바뀌었다. 사신의 낫 ‘그림리퍼’의 위치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대체······.

“선배? 선배!”

“······응?”

“선배가 방금 한 10초 동안 사라졌었어요.”

“알아.”

“오, 설마 그것도 스킬이에요? 대박.”

죽음 속? 죽음을 목도하라?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성우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쾅! 쿠구구······.

폭발음이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소방헬기 한 대가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고 있었다.

‘어차피 당장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일단 저기로 가야 된다.’

뒤쳐졌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호야, 지수 씨.”

“네?”

“네.”

성우가 그들을 돌아봤다.

“이제부터 저기로 돌격할 겁니다. 명수 씨, 못 따라오겠으면 후열의 다른 팀과 합류해서 오세요.”

“예? 지금 뭐······.”

“갑시다.”

성우 일행은 추락하는 헬기 방향으로, 보스 몬스터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

여의도 보스 레이드 생중계는 17,555명이 동시 시청 중이었다. 하물며 이건 현재 접속 중인 기기의 수인 거지, 한 기종으로 동시에 보고 있을 걸 생각한다면 훨씬 많은 숫자였다.

정훈의 의도한대로, 시청자들은 레이드를 단순한 오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현상에 대한 인류의 대대적인 도전이자 의지할 수 있는 ‘집단’이 움트고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댓글은 응원으로 가득했다. 지진과 함께 불빛이 터져 나온 뒤, 보스가 출현하고 크루세이더 팀이 헬기를 타고 비상할 때, 소수를 제외한 시청자들은 네크로맨서 따위는 잊었다.

작은 프레임이 제한적으로 잡아내는 것, 목전으로 다가온 거대한 싸움에 온 정신을 집중할 뿐이었다.

두두두두―

“저기 보세요! 보스입니다!”

크루세이더 팀의 부관, 민흠의 다급한 목소리와 동시에 카메라는 어딘가를 줌인(Zoom-in)했다.

- 레이드 보스 몬스터 ‘리자드맨 전사장’이 출현했습니다.

여의도 공원 한 가운데, 대리석으로 쌓아 올린 넓적한 재단 위에, 매끈한 검은색의 리자드맨 한 마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리자드맨 전사장(戰士將)’ 레이드 보스 몬스터였다. 놈은 이내 눈을 뜨며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샛노란 눈동자가 헬기를 향했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단정되어 있어 여유와 절도가 느껴졌다. 마치 오랜 시간 수련한 무도인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나 일반 리자드맨보다 훨씬 큽니다! 3미터? 3미터는 넘어 보이는 사이즈······.”

그러나 현장을 전하는 민흠의 음성은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 다만, 화면에는 모든 게 잡혔다.

전사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오른쪽에 눕혀져 있던 철창을 들어올려, 매우 우아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창을 내던지는 장면이 말이다.

쾅!

창은 동체를 타격했다. 운전석을 꿰뚫고 들어와 조종사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위잉! 위잉! 위잉!

헬기는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비스듬하게 기울어졌다. 방송용 카메라가 탑재된 헬기는 추락하는 과정을 그대로 송출했다.

“으아아! 추, 추락합니다!”

10명의 크루세이더 팀이 탄 헬기가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그곳에는 크루세이더 커맨더, 정훈까지 타고 있는 상태였다.

우둑! 우두둑!

헬기 동체가 자유낙하하며 나무를 짓이겼다. 속절없이 바닥에 내리꽂히기 직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맹신의 권역!”

쿵! 쿠궁! 콰과과!

그와 동시에 황금빛 보호막이 사방을 감싸 안았다. 헬기는 분명 엄청난 충격에 으스러졌지만,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멀쩡할 수 있었다.

“······사, 살았습니다!”

민흠이 감탄했다. 카메라가 급히 움직이며 누군가를 앵글에 담았다. 그건 광채를 내뿜고 있는 장신의 남자, 백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정훈이었다.

“크루세이더 팀! 전투 준비!”

그는 그렇게 외치며 우그러진 문을 잡아 뜯고 나갔다. 그리고 등에 맨 대검을 끄집어냈다. 동시에 리자드맨 두 마리가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퍼―석!

그리고 두 마리의 머리가 동시에 잘려나갔다. 어느새 정훈의 백색 대검에 핏물이 어려 있었다.

“부관, 전열을!”

“예! 크루세이더 팀! 커맨더를 중심으로 결집하라!”

카메라는 그 뒤를 정신없이 쫒아가며 시종일관 그의 넓은 등을 화면에 담았다. 그의 어깨 너머, 멀쩡한 헬기 한 대가 정지비행 중이었다. 그곳에 탄 대원들이 레펠 낙하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사방에서 몰려옵니다!”

키에! 키에에!

이내 엄청난 수의 리자드맨들이 크루세이더 팀을 급습했다. 사방에서 투창이 날아들어 대원들의 보호막을 강타했다. 주변부에서 차근차근 들어오지 않고, 적진 한 가운데에 낙하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헬기를 등지고 맞서라!”

그러나 평균 레벨 11에 이르는 크루세이더 팀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검을 꼬나들고 달려드는 리자드맨들을 일도양단해버렸다.

순간적으로 틈을 내주어 공격을 허용하더라도 방어막이 데미지를 막아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리고 들면, 열에 아홉은 카운트어택에 성공했다.

퉁! 퉁! 퉁!

후방의 대원들은 엄청난 크기의 쇠뇌를 쏘아댔다. 그 쇠뇌는 단 한 방에 리자드맨의 가죽을 관통하여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지금이다!”

“쓸어버려!”

그리고 그 틈을 돌격대원들이 파고들어가 숨통을 끊었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쏘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훈의 대검 겸용 크로스보우였다. 그가 크로스 가드의 시위를 당기자 황금색 빛이 대검을 감쌌고, 그가 손을 놓자 금색 빛줄기가 번쩍였다.

투―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오솔길을 달려 나오던 리자드맨 3마리가 우르르 쓰러졌다. 3마리의 머리통을 단 한 방으로 관통해버린 것이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저게 바로 영등포 검사입니다!”

그 장면은 모두 카메라에 담겼고,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채팅창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정훈이 돌아섰고, 그의 잘생긴 얼굴이 카메라에 고스란 히 담겼다. 그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이차 습격과 보스의 출현에 대비하라!”

스무 명의 크루세이더 대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정훈의 주변으로 대열을 맞췄다. 그리고 검을 치켜세우고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갑옷을 입은 중세 기사단에 대한 흔한 로망처럼, 멋들어진 한 컷이 완성되었다. 그들은 다가올 전투를 기다렸고, 그들의 표정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겼다.

“무언가 온다! 대비하라!”

“전원 대비하라!”

이어서 잠깐의 정적

쿵······ 쿵······ 쿵······

그리고 그 정적을 깨고 울리는 굉음

무언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아.”

“후······.”

싸움을 기다리는 전사들의 거친 숨이 오디오를 채웠다.

부스스―

그리고 크루세이더 팀의 정면, 늘어진 나무줄기를 헤치고 거대한 손아귀가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어서 긴 주둥이가 모습을 보이며······.

그르르―

마침내 전사장이 나타났다.

번들거릴 정도로 윤기가 넘치는 검은색 비늘, 그 비늘 위에 새겨 넣은 방대한 파란색 문신, 호박색으로 번쩍이는 눈동자, 오른손에 쥐어진 넓적한 대검······.

그 모습에 경도된 건 비단 크루세이더 팀뿐만이 아니었다. 방송 화면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두가 그러했고, 채팅이 일순간 멈췄다.

퉁! 퉁! 퉁! 퉁!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루세이더 팀이 일제히 쇠뇌를 퍼붓기 시작했다.

- 리자드맨 전사장이 검투사의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다수의 집중 공격에 대한 90% 데미지 감소 효과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무용지물의 공격이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전사장은 특별한 버프를 받고 있었다.

“사격 중지!”

“전원 사격 중지하라!”

정훈의 명령과 동시에, 놈이 돌진했다.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퍽!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크루세이더 대원 한 명을 걷어차 날려버렸다. 대원은 추락한 헬기 동체에 처박혔다.

파―학!

다음 순간, 놈이 넓적한 대검을 휘둘러 다른 대원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켜버렸다. 보호막과 풀 플레이트 아머가 단 한 방에 관통된 것이다.

이어서 누군가 놈의 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게, 그의 몸이 고꾸라졌고, 거꾸로 들어 올려졌다. 그의 오른쪽 다리를 전사장의 왼손이 감싸 쥐고 있었다.

퍽! 퍽! 퍼―억!

전사장의 그의 몸을 둔기처럼 휘두르며 크루세이더 팀의 전열을 박살내버렸다. 그리고 나무를 향해 집어던지며 대검을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쩌―엉!

그 순간, 빛줄기가 전사장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 놈의 몸이 쭉 밀리며 바닥에 움푹 파였다. 놈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르르―

“네 상대는 나다. 크루세이더 팀, 내가 놈을 잡을 동안 던전 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영등포 검사, 정훈이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대검을 들어 올리고 돌격했다.

흑색의 괴수와 백색의 기사가 맞붙었다.

쩡! 쩌―엉!

두 대검이 대거리를 하며 엄청난 굉음을 방출했다. 붉은 불똥이 마치 액체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맞부딪치는 순간마다 양측의 나무들이 이파리를 파르르 떨어댔다.

끼기기긱! 채―앵!

3미터가 넘는 괴수에 맞서는 2미터에 이르는 기사, 힘 대 힘으로는 결코 꿀리지 않았다.

정훈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점을 살리며 놈의 바깥쪽으로 돌아나가며 대검을 휘둘렀다. 놈이 검을 휘두르기 어려운 방향이었다.

쩡! 쩌―엉! 쩡! 쩡!

그 공격을 유효했다. 전사장이 발을 뒤로 빼며 빠르게 대응했지만, 자세가 흐트러지며 주춤거렸다. 그 다음에도 정훈의 공세가 이어졌고, 전사장이 틈을 내준 순간, 정훈이 오른손을 내뻗었다.

피이이잉!

그의 오른 손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질량을 가진 것처럼, 사나운 파동을 자아내며 전사장의 몸을 강타했다.

그아아아!

그 일격에 맞은 전사장의 자세가 무너지며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의 양 다리를 따라 바닥이 깊게 패였다. 정훈은 계속해서 빛줄기를 방출하며 몰아쳤고, 전사장은 결국 나무에 처박히고 말았다.

쿵!

“어, 엄청납니다! 단 한 사람이, 저 엄청난 괴물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모두 보고 계십니까?”

부관, 민흠이 카메라 뒤쪽에 상황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내 명령조로 바뀌었다.

“대비! 놈들이 몰려온다!”

두 수장의 싸움과 번외로 전투는 계속 되었다. 다행이도 다음 순간, 동맹군들이 속속히 도착하기 시작했다. 성우의 스켈레톤 들이닥쳤고, 보스 등장 이후 전투를 최대한 피해온 안석과 강윤의 팀도 도착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오직 정훈의 모습만을 담았다. 정훈은 나무에 처박힌 전사장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투―웅!

빛줄기가 전사장의 가슴팍에 꽂혔다. 피가 퍽, 하고 터져 나오며 놈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그럼에도 정훈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연달아 시위를 당겼다.

투―웅! 투―웅! 투―웅!

전사장의 온몸이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호박색의 눈동자는 여전히 명료했다. 정훈은 그게 신경 쓰였다.

‘······어째서?’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머리가 멍해지는 습관이 있었다. 이어서 들끓는 호승심은 그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눈알을 파내면 달라지겠지!’

그는 검을 고쳐 쥐고 전사장을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검사장이 미소를 뗬다. 놈의 붉은 혀가 입 밖으로 길게 튀어나왔다. 정훈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하지만 늦었다.

푸―화―아아아!

전사장의 턱이 기괴할 정도로 쩍, 벌어지며 거대한 불길에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

그건 브레스였다. 엄청난 화염이 정훈의 몸을 휘감았다. 정훈은 사정없이 뒤로 밀렸고, 그의 몸을 휘감은 방어막은 빠르게 깜빡거리다가 결국 사라져버렸다. 그는 그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컥, 쿨럭!”

그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불길이 멈췄다. 다행이도 마지막 순간, 대검을 들어 올려 몸을 방어한 게 주요했다. 대검의 날은 용광로에 담갔다가 빼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커, 커맨더!”

“오, 오지 마세요!”

부관이 달려들다가 멈춰 섰다.

“오, 오면 죽습니다······.”

갑옷 사이로 보이는 정훈의 얼굴은 불길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민흠도 알 수 있었다.

정훈이 당할 정도라면, 그 누구도 저 보스를 막을 수 없다.

하물며 그 장면 역시 그대로 송출되고 있는 중이었다. 채팅창에는 엄청난 응원 물결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다음 장면은 절망적이었다.

우득! 우득!

대검을 내친 전사장이 걸어오고 시작했는데, 그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뼈가 이리저리 뒤틀리는 게 비늘 너머로 보였다. 놈은······ 괴상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 마리의 드래곤이 되었다.

- 진(眞) 레이드 보스 몬스터 ‘방랑자 드레이크’가 출현했습니다.

정확히는 날개 없는 드래곤, 드레이크(Drake)였다.

그건 ‘페이즈2’의 시작이었다.

크아아아!

정훈의 몸을 일으켰고 드레이크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정훈은 더 이상 대항할 힘이 없었다.

쩡!

대검을 들어 올려 날아드는 앞발을 막아냈지만······.

쩡! 퍽! 퍽!

이내 무릎을 꿇고 두 방의 공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놈이 몸을 회전시키며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퍽! 쿵!

정훈은 꼬리에 맞고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는 듯 싶었으나······ 이내 고개가 푹 떨어졌다. 혼절하고만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부관이 절규가 오디오에 담기고, 만신창이가 된 정훈의 모습에 화면에 담겼다. 카메라는 다시 회전하여 10미터가 넘는 크기의 괴물을 비췄다.

쿵― 쿵―

놈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놈은 호박색 눈동자를 치켜뜨고 고고하게 다가왔다.

그 근처에 선 민흠과 크루세이더 팀은 무기를 강하게 쥐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민흠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끄, 끝났습니다. 레이드는 이렇게 실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그 순간, 무언가 드레이크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건 리자드맨의 몸통······.

콰―앙!

몸통이 허공에서 폭발했고, 화염이 일어나며 드레이크의 머리를 직격했다.

크르르!

드레이크가 머리를 돌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다음 순간, 무언가 나무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웨어 타이거였다. 녀석의 손에는 거대한 뼈 망치가 들려있었다. 녀석은 중력을 받아 떨어지는 동시에, 허리를 크게 꺾으며 드레이크의 후두부를 내리쳤다.

퍼―억!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드레이크의 몸이 크게 기울어졌다.

덜그럭! 덜그럭!

그러자 사방의 수풀에서 웨어 베어 스켈레톤들이 튀어나왔다. 총 4마리가 한 번에 달려들어 드레이크의 몸에 올라탔다. 드레이크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놈의 머리에 돋아난 뿔을 잡아 끌며 바닥에 내리찍었다.

쿵! 쿠구구―

드레이크가 고꾸라졌다. 뒤이어 웨어 울프들이 튀어 나왔다. 녀석들은 장창을 쥐고 있었고, 쓰러진 드레이크의 목덜미를 향해 창을 박아 넣었다.

푹! 푹! 푹!

몇 개의 창대는 비늘을 뚫지 못하고 부러졌지만, 3개가 놈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그건 치명타였다.

크아아아아!

놈이 몸을 비틀어댔다. 그리고 그 머리맡, 나무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암녹색 로브를 뒤집어 쓴 네크로맨서였다.

카메라는 그 장면을 담았다

“네, 네크로맨서?”

쓰러진 드레이크의 머리를 가리고 선 한 명의 남자, 순간적인 정적, 멈춰 선 채팅창, 빈 오디오 속에서······ 한호의 목소리가 불쑥 치고 들어왔다.

“랭킹 3위가 털렸으니 이번에는 랭킹 2위가 나가신다!”

채팅창이 다시 한 번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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