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51화 (51/244)

# 51

18) 여의도 레이드 경쟁 – 3

레벨 11의 ‘철갑 궁병’ 직업인 양명수, 그는 네크로맨서와 같이 ‘여의교’에 배치되었다.

그는 총 13명의 팀원들과 함께 레이드에 참여했는데, 모두 원거리 무기를 착용하여 ‘후방 지원 사격’에 특화된 시너지 효과를 받고 있었다.

즉, 단일팀으로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었으며 레이드에 참여한 팀 중에서도 가장 약하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약할지언정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이건 우리 팀이 제일 약하니까 네크로맨서의 발목을 잡으란 소리다.’

아니나 다를까, 작전이 시작되기 30분 전, 크루세이더 팀의 부관인 성민흠이 다가왔다.

“팀장님.”

“······예?”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마십쇼.”

그는 딱 그 한 마디를 던지고 사라졌다. 그 뜻은 분명했다. 성우의 진격을 늦추란 소리였다.

‘역시 길드 마스터가 네크로맨서를 견제하고 있다. 그의 성격상 대놓고 명령하지 않았더라도 이건······ 부관, 더 나아가 크루세이더 팀 전체가 원하는 거다.’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팀으로 뭉친 보스 레이드로 보이지만, 그 실정은 랭킹 2위를 두고 펼쳐지는 크루세이더와 네크로맨서의 경쟁이었다.

‘네크로맨서가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레이드에 참여한 11개의 팀이 모두 길드 마스터를 지지하니까.’

하지만······ 레이드가 시작된 이후, 명수는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키에에!

첫 번째로 마주한 건 리자드맨 12마리였다. 여의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놈들은 인간들을 발견하자 넓적한 칼을 뽑아들고 다가왔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덜그럭! 덜그럭!

그 순간,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더니 17마리의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검은 진흙탕 속에서 기어 나온 10마리의 좀비까지 더해졌다.

키에에! 키엑? 칵!

그렇게, 검은 연기 속에서 비롯된 기습에 리자드맨 무리는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도살당했다.

‘말도 안 돼. 한 마리가 웨어 울프 급으로 강한 몬스터인데 저리도 쉽게 잡는다고? 잠깐만, 저 뼈······ 웨어 베어 같은데? 저건 설마 웨어 타이거?’

이어진 장면은 더욱 신기했다. 리자드맨의 사체에서 뼈가 분리되어 나오더니, 스켈레톤과 좀비의 몸에 척, 척, 척 들러붙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주, 중장갑 좀비?’

뼈 무더기는 ‘풀 플레이트 아머’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명수의 눈에 어떤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너지 목록]

5) 철갑 기사단(3단계)

- 구분 : 방어구 시너지

- 조건 : ‘풀 플레이트 아머’ 30개 이상 장착

- 효과 : 방어구 방어력 상승(+20%), 방어력의 30%에 해당되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성우와 파티 플레이 상태이기에 동일한 안내 메시지가 출력된 것이었다.

‘이건 크루세이더 팀의 시너지잖아? 그 고급 시너지를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물론 명수가 크루세이더 팀의 시너지를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이 두르고 있는 방어막은 정훈의 전용 스킬에 의해 더욱 강화된 상태였지만,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쪽 분들한테도 갑옷 좀 드릴까요?”

“아, 그, 저희는 궁병들이라 가볍게 입어야······.”

“제가 만드는 갑옷은 생각보다 가벼울 겁니다.”

척― 척― 척― 척―

성우는 명수의 궁병대에게 거의 반 강제적으로 뼈 갑옷을 착용시켰다.

[시너지 목록]

5) 철갑 기사단(4단계)

- 구분 : 방어구 시너지

- 조건 : ‘풀 플레이트 아머’ 40개 이상 장착

- 효과 : 방어구 방어력 상승(+25%), 방어력의 35%에 해당되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젠장, 사실상 시너지 셔틀을 하란 거군. 근데 확실히 금속 갑옷보다 가벼운 편이긴 하다. 이거 완전 사기잖아.’

그리고 그렇게 엄청난 시너지를 받은 중장갑 언데드 군단이 스무 마리 가량의 리자드맨을 향해 돌진했다.

덜그럭! 덜그럭!

‘하지만 리자드맨의 가죽 역시 갑옷이나 다름없다. 비슷한 수의 리자드맨과 습지에서 싸우게 된다면······ 오히려 밀릴 가능성이 높다. 네크로맨서는 그걸 모르는군.’

리자드맨의 가죽은 매우 두껍고 질기기 때문에 날카로운 무기가 잘 안 먹히는 편이었다.

픽! 픽! 픽!

아니나 다를까 명수 팀의 화살 세례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안 먹힙니다! 5발 중에 한 발이 꽂히면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퍼부어! 어차피 몸빵은 네크로맨서가 다 해주잖아!”

명수의 팀이 후방 사격을 돕고 있었지만, 그들은 ‘연사’를 위한 시너지에 투자한 상태였기에 리자드맨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성우는 달랐다.

“어? 잠깐만, 뭐야······ 그, 그냥 쓸고 가버리는데요?”

이전에 자이언트 트로를을 상대했던 것처럼, 장창 착용 시 발휘되는 ‘관통력’ 시너지 효과를 통해서 리자드맨의 질긴 가죽에 바람구멍을 뚫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창이 어디서 나온 거지?”

“그러게요. 방금 전까지 분명 맨 손이었는데? 아까 갑옷 만드는 것처럼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배낭에 가득 담긴 뼈를 이용해, 때에 따라 언제든지 시너지를 바꿀 수 있기에 가능한 대처였다.

덜그럭! 덜그럭!

수인 스켈레톤들은 단단한 몸뚱이로 밀어 붙이며, 긴 창을 수평으로 들고 마구 찔러 넣었다.

푹! 푹! 푹! 푹!

그렇게 앞을 가로 막는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밀어버리고 지나갔다. 그건 마치 불도저 같은 모습이었다.

우어어―

그리고 그 뒤로, 뼈로 만들어진 둔기를 쥔 좀비들이 들이닥쳐, 쓰러진 리자드맨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뻑! 뻑! 뻑!

단순하게 압도적인 힘으로 몰아붙이는 것, 그건 사실 가장 효율적인 사냥 방식이었다. 하물며 전방을 헤집어 놓는 두 명의 플레이어마저도 엄청났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 무사는 리자드맨 무리가 나타날 때마다, 놈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과감한 걸 넘어서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기에 볼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그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리자드맨 사이를 헤집으며 칼을 휘둘렀다.

촤악! 촤악! 화악!

그리고 그녀의 환도가 놈들의 피부를 가를 때마다 불꽃이 일어나며 피부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혔다. 그건 단순한 데미지를 넘어서, 변온동물인 리자드맨에게는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키엑! 키에에!

그렇게 리자드맨의 전열이 붕괴된 직후, 스켈레톤들이 진입하여 순식간에 깨부숴버리는 방식이었다.

한편, 판초 우의 같은 걸 뒤집어 쓴 남자 도적은 스켈레톤 사이에 서서 활약했다.

그의 단검은 리자드맨의 눈이나 미간 사이 등,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에 명중했다.

그때마다 한 겹의 방어막이 추가 되어 이중 방어막이 온몸을 감쌌는데, 리자드맨의 공격이 정통으로 명중하더라도 그 방어막을 뚫지 못할 정도였다.

텅!

“으하하! 내가 바로 탱킹도 되는 도적이다!”

이렇듯, 네크로맨서의 팀은 지켜보는 입장에서 기가 막히는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스켈레톤들은 쉬지도 않고 나아가네요. 후, 이제 지칩니다. 우리 팀원들도 신발에 물이 가득 차서 움직이는 게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어쩔 수 없어. 네크로맨서랑 떨어지면 우린 다 죽는 거야. 행군한다고 생각하고 따라 붙어야 돼.”

하물며 몸체가 뼈라는 점도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신발에 물이 들어가고, 옷이 젖으면서 행동력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은 그럴 걱정이 없었다. 온몸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이니 아무리 습한 지형일지라도 움직임에 제약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우의 팀은 습지를 종횡무진 헤집고 나아가며,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보스 몬스터가 위치한 여의도 공원을 향해 진격했다.

“저기, 네크로맨서님! 자, 잠시만!”

“······예?”

“앞에 보이는 곳이 여의도역입니다. 저기만 지나면 공원이 나올 겁니다.”

명수가 가리킨 곳은 9호선과 5호선이 동시에 지나가는 곳이자 8차선의 교차로인 ‘의사당대로’였다. 그리고 그곳은 완전한 습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 저렇게 나라난 건지 의문일 정도로, 사람 키보다 큰 갈대와 수초들이 수북하게 자라나 있었다. 하물며 신호등과 가로수를 타고 올라간 넝쿨들이 머리맡까지 긴 줄기를 치렁치렁 늘어뜨렸다.

“아마 많은 수의 리자드맨이 매복하고 있을 겁니다. 저희가 창을 들고 오지 않은 이유가 바로 저겁니다.”

리자드맨의 두꺼운 가죽을 꿰뚫기 위해서는 창이 유리하다는 것쯤이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습지라는 곳이 수풀을 헤집고 물 위를 걸어서 전진해야만 하는 환경이기에, 걸리적거리는 무기는 기피해야 될 대상이었다. 또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기에도 위험천만 했다.

‘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여긴 무리다.’

명수는 이번에야말로 네크로맨서가 고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시야가 차단되는 수풀 속에서는 네크로맨서의 판단이 흐려질 것이고, 스켈레톤들은 각개 격파를 면치 못할 게 분명했다.

“비록 허벅지 정도 밖에 오지 않는 얕은 물일지라도, 놈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가장 빠른 길이긴 하지만 가장 위험한 길입니다. 이 근처, 문화다리를 건너오는 팀과 합류해서 올라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 성우의 스켈레톤들이 무언가를 짊어지고 나아갔다. 그건······ 리자드맨의 시체였다.

“지금 뭘 하시려고······.”

“길을 뚫을 겁니다.”

스켈레톤들은 갈대가 울창해지는 부근에 리자맨의 사체를 넓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5구의 사체가 갈대밭 가장자리에 안착하는 순간······.

“폭발.”

펑! 펑! 펑! 펑! 펑!

엄청난 폭발과 함께 갈대밭이 뭉텅뭉텅 날아가고 물보라가 사방으로 치솟았다.

명수는 손을 들어 올려 얼굴로 날아오는 수초 조각을 막았다. 그리고 얼이 빠진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쿠구구구― 부글부글―

그리고 습지의 표면 위로 사체가 하나 둘씩 떠올랐다. 명수의 말대로 물속에 잠복하고 있던 놈들이었다.

“진짜로 숨어있군요.”

“대, 대체······ 무슨······.”

성우는 그 작업을 반복했다. 단순무식하게 밀고 들어가는 것보다 느리지만 확실한 전략이었다.

그는 마치 아마존 밀림을 불법 개발하는 악덕 밀렵꾼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의도역 부근의 습지를 박살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 리자드맨을 사냥하여 3,8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리자드맨을 사냥하여 3,8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리자드맨을 사냥하여 3,8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짭짤한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크! 밖에서 쓰니까 아주 속 시원하네요! 건물 안에서만 조심스럽게 쓰면 되겠어요.”

“한호야 발아래가 지하철인데, 도로에 구멍이 나서 빠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선배 대체······ 왜 굳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성우의 말을 들은 이후, 한호는 웨어 베어 스켈레톤의 팔뚝을 꼭 붙들고 나아갔다.

두두두두!

바로 그때, 그런 활약을 알아보기라고 한 것인지, 시종일관 서쪽 하늘에 떠 있던 소방 헬기가 방향을 틀었다. 방송 카메라가 이쪽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명수 일행은 헬기의 등장에 꽤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헬기가 이쪽으로, 아니 여길 찍는데요?”

“······분명 마스터의 활약을 보여줘야 할 텐데?”

방송 카메라는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향해야 하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소방 헬기에 타고 있는 ‘카메라 오퍼레이터’는 촬영 감독 출신인 만큼 자신의 카메라가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성우의 활약이 돋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조종사에게 헬리콥터의 방향을 돌리기를 요구했다. 아직 남아 있는 프로 의식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용 카메라 아이템을 들어 올려 스켈레톤 군단을 프레임에 담았다.

‘중무장한 스켈레톤에 엄청난 폭발까지, 지금은 바로 여기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영등포 검사님께서 말씀하신, 생존자 전체에 사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장면이다. 그걸 전하는 게 내가 할 일이고.’

사실 최대한 크루세이더 팀 위주로 촬영하라고 당부 받은 바 있지만, 자신의 전문 지식을 빌어, 중간 중간에 다른 팀의 모습도 화면에 담으며 환기하겠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러자 실무자인 부관은 생각 외로 흔쾌히 응했다.

“좋습니다. 만약 우리 팀의 진격이 조금 지체된다 싶으면 잠깐 앵글을 돌리셔도 됩니다. 그편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좋겠죠.”

부관이 생각하기에, 그렇게 비교될만한 장면을 보여주면 크루세이더 팀의 활약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와 정반대되는 상황이었다.

[실시간 채팅]

─ 살자살아보자 : 모두 고생하십니다. 저희는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서 도망 다니는데 목숨 걸고 싸우다니 정말 멋있습니다.

─ 고시생인생의끝 : 이 사람들이 진짜 영웅이다. 사방에서 전진하는 모습 진짜 멋있다. 인정한다.

─ 평택협객 : 그렇지그렇지 감독님 좋습니다, 다른 곳도 골고루 보여주셔야 재밌죠.

─ 이민형33 : 오? 넼ㅡ로맨서다!

─ 강현주 : 드디어 네크로맨서!!!

─ 울산 강준 : 저게 157임? 와 이쪽도 대박이네ㄷㄷ

─ 50세 박철준 : 또 다른 영웅의 모습이군요. 영등포 검사님도 엄청 났는데 이쪽은 또 어떨지 기대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 화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실시간 채팅창의 반응 역시 한층 더 뜨거워졌다.

[실시간 채팅]

─ 울산 강준 : 대박ㄷㄷㄷ

─ 노현준 : 진짜 시원하게 터뜨리네 크루세이더 그 뚱땡이들보다 훨씬 낫다

─ 노량진 검사 : 상대가 안 되네;; 늪지를 통째로 갈아버리니... 리자드맨들 어리둥절

─ 강현주 :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구나ㅎㄷㄷ

─ 고담 인천 : 진짜 극효율의 전투다

─ 군산아재 : 본인이볼땐....넥끄로...저냥반...검사놈보다 한 수 위다...검사놈 섬기지마라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크루세이더 팀의 돌격도 분명 화려하긴 했다.

하지만 이쪽은 그런 완전 무장을 스켈레톤들이 하고 있었고, 더불어 어마어마한 폭발 연출까지 더해졌으니 보는 입장에서 훨씬 자극적인 맛일 수밖에 없다.

카메라 오퍼레이터는 저도 모르게 이 장대한 신(Scene)의 주인공, 성우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다.

“······좋아. 좋아.”

암녹색 로브를 입고 뼈로 만들어진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하고 있는 사내, 그가 언데드 군단의 뒤에 우뚝 서서 모든 상황을 지휘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폭발을 일으키고 고개를 돌려 스켈레톤을 움직였다.

그리고 강제로 열어젖힌 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그런 그의 양측으로 거대한 스켈레톤 전사들이 우직하게 전진했다.

그야말로 전장의 지휘관의 모습이었다.

“가, 감독님!”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보조 촬영 기사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는 ‘무전기’를 가리켰다.

“연락이 왔습니다!”

그건 꽤나 귀한 아이템이었는데, 무전기라는 이름 그대로, 지구상의 모든 통신장비가 먹통이 된 상태에서 단거리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오퍼레이터는 카메라를 보조에게 넘기고 무전기를 받아들었다.

“예, 받았습니다. 말씀하십쇼.”

- 치치직― 감독님! 감독님!

다급한 목소리는 크루세이더 팀의 부관 성민흠이었다.

“······예? 부관님?”

- 시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치지직― 당장 헬기 안 돌려요?

“하지만 분명 가끔은 다른 쪽도 담으라고······.”

- 그때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묻는 겁니까? 돌리라는 말 한 번 더 하게 만드는 순간, 치직― 감독님은 죽습니다. 알아들었습니까? 치지지지―

평소의 친절하고 온화하며 생존자들을 위하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바로 돌리겠습니다! 기, 기장님, 다시 서쪽 앵글로 복귀해주세요!”

우우웅―

헬기가 선회하며 성우의 모습이 프레임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실시간 댓글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 중요한 순간에 화면을 돌려버린 것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카메라 오퍼레이터는 그 소란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멋진 연출만을 고집하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성우는 의사당대로의 습지를 몽땅 뒤집어엎어 버린 뒤, 여의대로를 건넜다. 그 길 끝에는 여의도 공원의 첫 번째 입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구궁! 구구구구―

지진이 일어났다. 여의도 전체가 뒤흔들리며 여의도공원에서 새들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공원의 가장 깊은 곳, 북쪽의 숲속에서 붉은 빛이 터져 나와 하늘을 물들였다.

- 레이드 보스 몬스터 ‘리자드맨 전사장’이 출전합니다.

* 리자드맨 전사장이 검투사의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다수의 집중 공격에 대한 90% 데미지 감소 효과가 부여됩니다.)

* 리자드맨 전사장은 자신과 겨룰 전사를 찾고 있습니다. (1대1 대결에서 승리할 시 ‘특별 칭호’가 부여됩니다.)

보스 출현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저쪽이네요. 선배, 우리가 먼저 가죠!”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가장 먼저 공원에 닿았기에 성우가 앞서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두두두두!

별안간 소방 헬기 두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여의도 공원 위로 저공비행을 하며 붉은 빛줄기를 향해 직행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갑옷을 입은 이들, 크루세이더 팀이 탑승해 있었다.

“어? 뭐야? 저거 크루세이더 팀 아니에요? 와! 지금 우리가 고생해서 보스 위치 알아내니까 통수 친 거죠?”

한호의 말처럼, 크루세이더 팀은 아이템을 독점하기 위해서, 보스의 위치가 들어나는 순간에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이었다.

주변부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들어가지 않고, 적의 중심부를 강습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분명 성우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생각보다 경쟁심이 훨씬 강한 사람이군. 그런 부류는 믿을 수 없지.’

하지만 보스를 쓰러뜨리는 사람이 아이템을 가지기로 했을 뿐, 정정당당하게 지상으로 가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에 이 레이드는 경쟁을 표방하지 않는다. 하나의 팀으로 뭉친 ‘동맹’이며 한 사람의 승리는 모두의 승리다. 그렇기에 누구도 크루세이더 팀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선배, 어떡하죠?”

성우는 헬기를 앞질러 갈 방법이 없었다.

키에에에!

당장 여의도 공원 입구를 20마리의 리자드맨이 가로막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다.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뒤 따라가는 게 최선이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스켈레톤을 돌격시켰다. 이곳은 깊은 웅덩이와 무성한 수풀이 없는 지형이었기에 스켈레톤들은 적들을 손쉽게 휩쓸어버렸다.

- 리자드맨을 사냥하여 3,8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리자드맨을 사냥하여 3,8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때였다. 성우는 안주머니에서 어떤 열기를 느꼈다.

“윽, 뭐야.”

무언가 뜨거울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손을 집어넣어 열기를 방출하는 물건을 끄집어냈고, 손아귀가 찬란한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

‘이건?’

그건 히든 스테이지에서 얻은 ‘경험치 쿠폰’이었다. 아이템 설명에 의하면, 쿠폰 사용으로 레벨 업이 가능한 시점에 녹색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 말인 즉······

‘······드디어 15레벨이다.’

‘사신의 낫’을 획득할 수 있으며 ‘1차 각성’이 가능한 레벨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 현재 레벨 업 할 수 있는 경험치에 도달했습니다. 쿠폰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성우는 경험치 쿠폰을 사용했다.

그러자 온 세상이, 눈앞이 검은 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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