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18) 여의도 레이드 경쟁 – 2
여의도 보스 레이드는 커뮤니티에 대서특필이 되었다.
[67] 여의도 보스 레이드 시작을 알립니다.
- 작성 : 영등포 검사 │ 조회 : 857,466
한반도의 생존자 여러분께, 이 땅 최초의 길드 광복(光復)의 이름으로 여의도를 점령한 괴물을 처단할 것을 선포합니다.
이 험난한 싸움에는 열 두 개의 그룹과 일천 명에 이르는 플레이어가 참전할 예정입니다. 하물며 모든 과정이 ‘개인방송국’ 시스템에 의하여 생중계될 예정입니다.
이 땅에 계신 생존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여의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전체,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몬스터를 토벌할 것입니다.
「댓글 : 244」
광복 길드가 며칠 동안 달궈 놓은 이슈인 만큼, 글이 올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수백 개의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었다.
특히나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으며, 레이드 참가들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되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보다
‘······역시나 생중계다.’
어젯밤에 테스트를 한 이유는 역시 생중계 때문이었다. 성우는 이 지점이 다소 언짢았다.
“곧 착륙할 겁니다!”
성우 일행을 태운 소방 헬기가 영등포역 상공에 도착했다.
두두두두!
영등포 역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옥상에는 방어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고 수십 명의 경비대가 상주하고 있었다. 사방으로 거대한 고정 쇠뇌가 겨누어진 상태였다.
역 앞 도로는 말끔하게 치워졌고, 사방으로 펜스까지 설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H’라는 페인트 문구가 보였다. 헬기 착륙 장소였다.
우우웅―
이내 헬기가 착륙에 성공했고 영등포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정훈과 크루세이더 팀을 비롯하여 이번 레이드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역시나 백색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정훈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뒤로 포토그래퍼가 열심히 움직이며 촬영 구도를 잡았다.
찰칵! 찰칵!
“광복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변이 정비가 잘 되어 있군요.”
“하하. 이제야 구색이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사이 양측 일행은 서로를 훑어봤다. 그런데 포토그래퍼의 사진기 속에 담기는 구도로 볼 때, 양측의 무게감 차이는 엄청났다.
정훈의 뒤에 서 있는 세력은 수십 명에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인데 반해, 성우 쪽은 경무장한 세 명이뿐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정훈은 이런 그림을 의도하고 전부 끌고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성우는 의심했다.
‘이렇게까지 우르르 몰려나올 필요는 없지.’
생중계까지 준비한 마당에 연출을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찰칵! 찰칵!
카메라는 그 장면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런데 그쪽 지원은 고작 3명?”
정훈의 뒤에 선 누군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탈색한 회색 머리에 피어싱을 한 젊은 남자였는데, 구찌 브랜드의 빨간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긴 나무 지팡이로 옆머리를 긁적이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수원에 큰 생존자 그룹이 지원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고작 3명이라? 이러면 수지맞는 동맹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저희는 무려 31명이나 왔고 여기 강남 형님들은 102명이나 오지 않았습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정훈의 눈치를 슬쩍 봤다. 그런데 그 눈빛은 정훈이 반응을 살피는 게 아니었다. 마치······ 어떤 사인을 주고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지? 어쩌면······ 이것도 연출일 수도 있겠어.’
레이드를 위한 거대한 동맹이지만, 성우는 적진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분명 정훈의 본진이다. 한호와 지수를 제외하면 모두 정훈의 세력이다. 즉, 정훈이 수원을 방문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하물며 아직 계약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성우는 정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죄송한데, 통성명부터 해주시겠습니까?”
성우의 말에 정훈이 이런 상황은 몰랐다는 듯, 얼떨떨한 미소를 자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쪽은 대학로에서 생존자 그룹을 이끌고 계시는 이강윤 씨입니다. 강윤 씨는 성우 씨를 아실 테고······.”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윤을 바라보았다.
‘화염 계열 마법사 이강윤, 커뮤니티 아이디 캉윤, 나름 커뮤니티 네임드 중 한 명이다.’
커뮤니티를 한번 훑고 오길 잘했다. 강윤은 그 누구보다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는 플레이어로, 커뮤니티에 쓴 골드가 3만 골드가 넘는 중독자였다.
그리고 이런 세계에서도 자신의 패션 센스를 고수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한 고집하는 스타일이 분명했다.
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쪽은 파병 나오셨습니까?”
“뭐라고요?”
“무슨 파병 나가듯 머릿수를 채워야 된다고는 못 들어서요. 우리는 언제나 세 명이서 다녔습니다. 우리는 레이드를 참가한 것이지 누군가에게 얹혀서 병력 지원이나 해주려는 게 아닙니다.”
성우가 강하게 나오자 정훈이 중제하기 위해 나섰다.
“자자, 강윤 씨, 괜찮습니다. 성우 씨는 혼자가 혼자인 게 아니니까요. 제가 멀리까지 가서 모셔 올만한 이유가 있는 분입니다. 랭킹도······ 랭킹이 그걸 증명하죠.”
하지만 강윤은 포기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보상은 어떻게 돼야 하는 거죠? 똑같이 목숨 걸고 싸우는데, 같은 값을 치룰 수는 없을 텐데?”
엄청난 보상이 걸린 게 확실한 만큼 분배 이야기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공산주의도 아니고 왜 똑같이 가져야 됩니까?”
“······예?”
“저보다 많이 가져야 되는 이유를 머릿수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헬기 타고 와서 멀미가 나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죠. 자, 다들 들어가시죠.”
레이드를 앞둔 동맹은 결코 화목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대의를 품은 사람보다 잇속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성우도 마찬가지였다.
정훈은 레이드에 앞서 보상 분배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 각 그룹의 리더를 불러 모았고, 영등포역에 마련된 회의장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레이드의 성공이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보상 문제를 먼저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정하고 가야 된다고 판단했고, 이 문제를 세밀하게 조정해줄 분을 모셨습니다. 이쪽 분야에 지식이 있으신 분입니다.”
정훈의 소개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우를 데리러 왔던 안경 쓴 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크루세이더 팀의 부관 성민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어서 광복 길드 내부에서 정한 분배 기준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앞서 이야기 했던 ‘공정한 분배’에 초점을 맞춰져 있었다.
“······모두 확인하셨겠지만, 이번 레이드에 퀘스트가 부여됐습니다.”
보스는 다수의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으며, 1대1 대결로 처치하는 1인에게 큰 보상이 주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 아이템의 가격을 골드로 환산하여 12등분으로 공정하게 배분할까 합니다.”
그 대목에서 성우는 멈칫했다.
‘똑같이 나눈다고 공정한 건 아니다. 그런데 아무도 반론을 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성우를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성우의 앞에 앉은 대머리 남자 역시 방금 전, 성우를 힐끗 쳐다봤다.
‘······한통속이군.’
이들 모두 사실상 광복 길드 소속이다. 12등분을 하게 된다면 그중 11은 광복 길드가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성우가 아이템을 먹던, 먹지 않던 성우에게는 적은 보상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브리핑을 마친 민흠이 성우를 바라보았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성우가 손을 들었다. 민흠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죠.”
“보스와 1대1 대결이 필요한 싸움인데 어째서 보상을 나누어야 합니까? 목숨을 걸고 이긴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 이 부분은 유성우 씨께서 제안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공평한······.”
“저는 공정을 말했지 공평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레벨과 힘을 가지고 다른 몬스터를 상대하게 될 텐데, 공평한 보상을 얻는다? 이렇게 되면 정말······.”
성우가 정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슬며시 미소지었다.
“······재미없군요. 아, 혹시 캐리가 필요하신 겁니까? 그래서 저를 부른 거고요? 흔히 말하는 쩔?”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
성우에 의해 랭킹 3위로 밀려난 정훈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사방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지금 이 인간이 뭐라는 거야? 쩔? 방금 쩔이라고 했어? 누가 누구한테 쩔을 해줘?”
캐리나 쩔은 MMORPG 게임에서 고 레벨 유저가 저 레벨 유저의 레벨 업을 도와주는 일을 의미했고, 이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건 정훈이 아니라 성우였다.
“어이, 네크로맨서. 네가 그렇게 잘 났으면 당장 나와서 나랑 PVP한 번 떠보지?”
정면에 앉아 있던 대머리가 일어섰다. 역시 커뮤니티에서 들었던 인물이다.
구안석, 자칭 ‘권왕’이자 커뮤니티 아이디도 ‘권왕’인 인천 쪽 플레이어였다. 랭킹은 11위로 덩치 큰 보스 몬스터와 치고받고 싸우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응? 왜 대답이 없어?”
“앉으시죠. 머리에 형광등이 반사 돼서 눈부십니다.”
“뭐, 뭐? 이, 씨······.”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까? 굳이 헬기까지 보내서 저를 데려온 이유가 그건가 싶네요.”
“이 새끼가 진짜!”
쾅!
누군가 책상을 내리쳤다. 상석에 앉은 정훈이었다. 이에 모든 이들이 침묵했다.
“······그렇게 하죠.”
그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평소와 같은 온화함이 아니었다. 자신감과 호승심이 가득한, 성전사의 날 것 그대로의 표정이었다.
“확실히 그게 더 재밌겠군요.”
성우의 도발이 통했다. 아니, 이미 그는 오래 전부터 성우에 대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도발이 그 심지에 불을 붙인 것 뿐이었다.
성우는 더 큰 일을 위해 계약서를 아끼기로 했다.
***
크루세이더 팀은 언제나 그렇듯 사냥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색대를 먼저 파견했었다.
3일 전, 여의도 수색을 위해 10명의 대원이 투입 됐고, 그 중에서 2명만이 살아서 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레이드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퀘스트를 통해서 아시다시피 적은 ‘리자드맨’이라는 놈들입니다. 그리고 놈들이 등장한 이후 여의도가 습지화 되고 있습니다.”
정훈이 성우에게 말했다. 상식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여의도 곳곳에 물이 고이고 수풀이 우거지며, 말 그대로 늪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리자드맨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는 거죠. 이 부분은 비보인데, 단순히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 아니라 이 세계가 몬스터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훈의 추론이 사실이라면 신경 써야할 문제가 분명했다. 리자드맨 정도니까 습지에 그쳤지, 앞으로 더 괴상한 몬스터가 등장할 경우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뭐가 됐든, 타락자들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는 끝장입니다. 배드엔딩, 기억하시죠?”
“그런데 타락자가 누군지는 아시는 겁니까?”
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의 호승심 가득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소와 같은 인자함이 느껴졌다.
“모릅니다. 타락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 몬스터인지 혹은 플레이어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세계수가 자라나는 곳, 여의도를 차지하고 지키는 수밖에요.”
“그렇군요.”
정훈이 성우를 바라보았다.
“몸조심하십쇼. 성우 씨에 대한 도전 욕구가 불타는 바람에 경쟁을 시작했지만 어느 쪽이든······ 가장 중요한 건 목숨입니다.”
“물론입니다.”
성우는 이 남자의 진심을 여전히 의심하는 중이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대의를 이야기하면서, 끝내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간사하게 짜 놓는다.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용인해줄 수도 없지.’
싸움은 아니더라도 경쟁이다. 승부를 내야 되며 상대를 찍어 눌러야 된다.
“10분 뒤 작전 시작합니다. 여의도 공원, 보스 룸에서 뵙죠.”
정훈이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그럼 우리도 들어갈 준비를 하죠.”
성우의 등 뒤로 지수와 한호가 섰다.
“네. 준비 됐어요.”
“근데 우리가 진짜 초라해 보이긴 해요? 아까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도, 세 명 밖에 없으니까 뭔가 간지가 안사네. 뭐, 곧 달라지겠지만요.”
레이드의 첫 번째 작전은 ‘동시다발적인 공습’이다. 리자드맨 부족이 여의도 전체를 장악하고 있기에 남부 샛강을 둘러싸며 들어가 포위 섬멸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결국 무식한 무력 충돌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두꺼운 갑옷과 보호막으로 무장하고 온갖 시너지를 받는 ‘크루세이더 팀’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다.
‘전면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네크로맨서에게도 유리했다. 둘의 속성은 상극이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었다.
***
퍽! 퍽! 뻑!
살벌한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의 머리가 움푹 들어갔다. 이어서 2미터가 넘는 파충류의 몸뚱이가 번쩍 들어 올려지더니, 멘홀 뚜껑 위로 수직 낙하했다.
쿵!
테이크 다운에 성공한 인간, 자칭 ‘권왕’ 구안석은 파운딩을 날리려다가 멈칫했다.
“응?”
리자드맨은 머리가 꺾인 채 죽었고, 눈앞에 3,800골드가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등 머리가 으스러져 죽은 리자드맨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으하하! 고작 이 정도냐? 더 없냐? 응?”
안석의 팀은 방금 ‘서울교’를 돌파하여 여의도에 상륙했다. 엄청난 방어력과 돌파력을 가진 안석 덕분에 큰 희생 없이 뚫어낼 수 있었다.
키에에!
하지만 정면, 여의도 교차로는 아스팔트가 움푹 파인 채 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갈대가 자라나, 사실상 늪지가 된 상태였는데, 그 안에서 리자드맨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으하하!”
그런데 그 장면을 목격한 안석은 오히려 두 주먹을 부딪치며 살벌하게 웃었다.
“좋아! 오라고! 다 오라고!”
그 뒤로 명품으로 치장한 남자, 강윤이 다가왔다.
“형님! 몸 좀 사리시죠? 형님 골로 가시면 우리가 위험해집니다!”
화염 계열 마법사인 그는 여의도로 접근할수록 느끼지는 진한 습기를 체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하필이면 습지라니······ 불이 제대로 붙질 않으니 뭘 할 수가 없네요.”
평소에는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최고의 화력을 낼 수 있는 그였지만, 습지로 변해가는 중인 여의도는 그야말로 최악의 환경이었다.
“너는 그냥 뒤에서 방송이나 중계해. 우리 장군님께 양보는 해야겠지만, 솔직히 욕심이 난단 말이야? 리자드맨 전사장이라? 1대1로 뜨면 진짜 멋있을 것 같은데?”
안석의 말에 강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레이드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포기하시죠. 정훈이 형이 한 발짝, 아니 두 발짝은 빨리 여의도에 상륙했습니다. 이미 리자드맨 부락 지역까지 진격했어요.”
“젠장! 크루세이더 팀은 진짜 압도적이라니까? 그 인간들 돌격을 막아내는 몬스터를 본 적이 없어. 으하하! 역시 우리 장군님 멋있다니까!”
이렇게 저돌적인 안석이라고 할지라도 크루세이더 팀에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처음에는 영등포 검사, 말만 번질번질한 장사치인 줄 알았는데 남자 중의 남자였을 줄이야!”
안석은 기억했다. 스무 명의 크루세이더 팀이 이백여 마리의 오크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단 3분 만에 깡그리, 한 마리도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장면을 말이다.
그 말도 안 되는 명장면을 목격한 안석은 고분고분하게 정훈의 밑으로 들어갔다.
두두두―우우웅―
그때, 머리 위로 소방헬기가 스쳐지나갔다.
“카메라맨 놈들 바쁘게 중계하는군? 어,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장군님이 계신 곳은 저쪽인데?”
“젠장, 형님?”
헬리콥터에서 찍는 생중계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강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응? 왜?”
“······네크로맨서가.”
그 말에 안석의 얼굴에 냉소가 어렸다.
“왜? 왜? 그 새끼 뒈졌어? 나대다가 그럴 줄 알았지!”
“아니요······.
강윤이 고개를 저었다.
“놈이······ 벌써 여의도 공원에 들어갔습니다.”
“여, 여의도 공원? 보스 룸 있는 곳 아니야?”
“······예. 정훈이 형보다 빠릅니다.”
안석이 크루세이더 팀의 전투를 최고로 꼽는 이유는······ 아직까지 네크로맨서의 전투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