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46화 (46/244)

# 46

16) 황금 던전과 계약서 – 2

성우가 모은 포인트는 총 1,434점이었다.

‘딱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

성우는 포인트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내에서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

- ‘C급 장비 강화의 돌’을 얻었습니다.

- ‘C급 근력 강화 앰플’을 얻었습니다.

- ‘C급 경험치 카드’를 얻었습니다.

- ‘맹세의 양피지’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용한 포인트는 총 1,400점이다. 아쉽지만 남은 34점은 사용할 수 없었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13)

-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특별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증가 합니다. (+1)

-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150,000골드가 지급됩니다.

레벨 업과 능력치 상승, 거기에다가 15만 골드까지······ 필드에서 사냥했으면 훨씬 힘들고 오래 걸렸을 일이었다.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민첩성 수치 3만큼 상승 (확정)

성우는 고민 끝에 5번, 민첩성 수치를 선택했다. 10레벨에 도달했을 때 최대 권속이 한 번에 5마리나 증가했고 지금까지 충분하게 느껴졌다.

물론 앞으로의 싸움을 위해서 권속 수를 더 늘리긴 해야겠다만 부족하지 않을 때가 성우 스스로를 강화할 기회이기도 했다.

아까 전에 근육 오크 ‘빌리’를 상대할 때처럼, 언젠가는 스스로 싸워야하는 순간을 맞닥뜨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15초 뒤에 히든 스테이지에서 퇴장됩니다.

성우는 퇴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15초가 지나자 황금 포탈이 열리며 성우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곳, 미술관 앞 도로로 떨어졌다.

“······어?”

“왔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갑옷을 입은 크루세이더 팀들이 서 있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이봐, 커맨더께 알려!”

정훈의 지시로 성우가 사라진 지점을 지키고 있던 모양이었는데, 나름 세심하게 챙겨준 셈이었다.

곧 광장에 착륙해 있는 헬리콥터 쪽에서 정훈과 크루세이더 팀이 다가왔다. 그리고 미술관 안에서 지수를 비롯한 일행들이 나왔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당황했습니다.”

“저도 예상 못했습니다. 제가 아까운 시간 뺐었군요.”

“아닙니다. 이 정도야 당연히 투자해야죠.”

정훈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 소란 때문에 마치지 못한 말씀을 다시 드려볼까 합니다.”

“좋습니다.”

“여의도의 보스 레이드, 힘을 합쳐 주시겠습니까?”

정훈이 손을 뻗었다. 성우는 여전히 그 손을 쉽게 잡지 않았다.

“계약 조건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물론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손을 맞잡았다.

찰칵! 찰칵!

그러자 그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성우가 인상을 찌푸리자 정훈이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기분 나쁘실 수도 있지만, 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릴까 합니다.”

“커뮤니티에요? 커뮤니티에 사진이 올라갑니까?”

성우는 지금까지 글 밖에 못 올리는 걸로 알고 있었다.

“저분이 뽑은 직업이 ‘포토그래퍼’입니다.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이 있죠.”

진짜 별의 별 직업과 아이템이 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흔쾌히 응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올리시려는 이유가 뭘까요?”

“가식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불리지 않습니까? 이 땅을 위해 우리가 손을 잡은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가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표정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다.

“취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제 얼굴이 올라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서로 죽고 죽이는 시대에 제 신상이 노출된다는 게 좀 그렇습니다.”

정훈은 성우가 모든 일에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주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럼 사진 한 장당 5천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물질적인 협상안을 꺼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은 성우가 내심 원하고 있던 바이기도 했다.

신상 공개는 위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긍정적으로 이용해먹을 수도 있다. 현재 성우를 포장하고 있는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더해줄 테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적지 않은 골드까지 얻게 된다면 수지에 맞는 장사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5천 골드는 아니다. 더 받을 수 있어.’

5천 골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손에 쥘 수 있는 양이었다.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1만 골드로 하시죠.”

2배 제안에 정훈이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 역시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계산을 맞췄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현재에 적용되는 것이지, 앞으로는 골드가 풀리는 양을 생각해서 조정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이죠.”

두 그룹은 그렇게 레이드 팀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정훈과 성우가 악수하는 사진이 가계약서나 다름없었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한국 서버 전체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이전에 말씀해주셨던 계약, 그러니까 레이드 보상에 대한 공정한 분배는 정확한 팀이 구성되어야 하니, 나중에 다시 한 번 논의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계약의 본론을 어물쩍 넘어가는 두 사람에게는 각기 다른 속내와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모든 용무가 끝났다.

정훈은 성우에게 지금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성우는 3일 뒤에 합류하겠다고 말했고, 정훈은 다시 묻지 않으며 3일 뒤에 헬리콥터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두두두두!

크루세이더 팀 2대의 소방헬기에 일사불란하게 탑승했다. 로터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만나 봬서 정말 다행입니다. 성우 씨를 만나 뵈니 뭔가, 혼자 싸우고 있는 기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3일 후에 뵙겠습니다.”

“예. 조심히 가시죠.”

그들은 이륙하여 북쪽 하늘로 사라졌다. 성우는 모르는 일이었는데, 정훈은 마지막으로 아이스박스 2개를 내려놓고 갔다.

“선배 이거, 전부 물약인데요?”

아이스박스 2개에는 온갖 물약이 잔뜩 담겨 있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결과 평범한 물약이 확실했다.

“뭐야, 알고 보니까 진짜로 좋은 사람인 거죠?”

“두고 봐야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진짜 괜찮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성우 역시 넘어가버렸거나······.

“선배, 이제 뭐하죠? 설마 사······.”

“사냥해야지.”

보스 레이드에 앞서 벌크 업이 필요할 때다.

***

“게시판이 난리 났어요. 커뮤니티 역사상 1번 게시물을 제외하고 최다 댓글인데요? 무려 488개에요!”

한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크루세이더 팀이 떠나고 몇 시간 뒤, 커뮤니티 역사상 최초로 이미지가 첨부된 게시물이 올라왔다.

물론 그건 크루세이더 팀의 수원 방문 장면과 두 그룹 리더의 악수 장면이었다.

“어디보자······ 응원합니다. 지옥 같은 세계에서 우리를 구해주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한호는 그 댓글 내용을 쭉 읊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성우가 보기에는 낯부끄러운 정도로 온갖 찬양과 응원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정훈이 의도한대로, 두 영웅의 만남이 명확한 이미지로 공개되자 사람들이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 다 인물이 출중하다고? 에이, 솔직히 이거 선배는 그냥 덩달아 띄어주는 거다. 영등포 검사님에 비하면 선배는 뭐······.”

“한호야.”

“예? 왜요? 솔직히 틀린 말은 안했죠?”

“너 지금 영등포까지 뛰어가. 거기 길드원 상시 모집하더라.”

“에, 에이 왜 그래요······.”

한편,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있었다. 오산에서 올라온 폭주족들이 습격해왔을 당시 한호의 아버지, 정호가 안전구역을 펼쳤는데, 일정 시간을 유지하지 레벨 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냥이 아니더라도 레벨 업 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사실 그 정보는 며칠 전, 음식을 만들던 조리사들이 레벨 업을 하면서 증명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호의 직업인 ‘개척자’의 경우 스킬 사용에 골드가 소모된다. 그렇기에 1레벨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위기의 순간에만 안전 구역을 펼쳐주면 그만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호가 레벨 업 카드에서 스킬 항목을 골랐고 ‘방어 진지 설치’라는 카드가 나왔다고 한다.

“음, 어디보자 안전 구역 근처에 방어막과 공격력 버프를 주는 초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이번에도 타짜답게 짚은 거지?”

“아빠, 고작 2레벨이 무슨 타짜에요 초짜지.”

“뭐? 한호 이놈아, 도적놈 따위는 마을에 있을 자격이 없다. 어디 산속에 가서 나물이나 캐 먹고 살거라.”

“에이, 그건 전래동화 속 도적이고요. 아빠가 뭘 모르시는데, 판타지 속 도적은 제일 간지 나는 직업이거든요!”

“······거짓말.”

“예? 지수 누님?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아, 들렸어요?”

아무튼, 성우는 정호에게 마나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안전 구역 설치를 반복해주기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레벨 업 하시면 무조건 스킬 카드를 뽑아주세요. 아저씨 정도의 솜씨면 분명 좋은 카드가 나올 겁니다.”

“그렇지? 역시 자네는 알아봐줄지 알았어. 하나뿐인 자식 놈 애비한테 초짜라고 하고 말이야!”

‘개척자’의 스킬 매커니즘은 안전 구역에 다양한 시설을 추가할 수 있게 해줄 것이었다.

언젠가 안전 구역 내에 상점이나 대장간을 설치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성우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그건 지금 가장 필요한 기능이기도 했다.

[플레이어 프로필]

- 이름 : 유성우

- 레벨 : 13

- 직업 : 네크로맨서, 흑마법사

- 능력 : 근력(13+6), 민첩성(10), 체력(7)

- 보유 골드 : 1,061,299

- 속성 : 혼돈

성우가 보유한 골드는 무려 100만이 넘었다. 그동안 꾸준히 모아온 골드에, 어제 폭주족을 다수 살해하면서 상당한 골드를 얻었으며, 히든 스테이지 공략으로 15만 골드를 한 번에 벌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정훈에게 사진 몇 장을 판매하여 60,000골드라는 적지 않은 수입까지 얻은 것이다.

그런데 달리 말하면 이 엄청난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상점 탐색 임무를 맡은 태성이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대장, 향남 쪽에서 상점을 발견했는데, 이번에도 누군가 박살내 놓았어요. 대체 누가 이딴 짓을 하는 거죠?”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골드의 사용은 전력으로 직결될 뿐더러 생활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생존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정호가 상점 설치 같은 스킬을 뽑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당장은 외부의 상점을 찾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경수 씨, 다음에 멀쩡한 상점을 발견하면 바로 대기 중인 토벌대를 파견해서 지키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태성아, 상점 발견하면 바로 비밀 댓글로 나한테 알려줘.”

“예, 형님.”

정체불명의 집단이 불안한 건 사실이었지만, 성우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지금 해야 되는 건 사냥을 해서 레벨과 골드를 올리는 일이다. 골드는 상점을 찾았을 때 사용하면 그만이다. 골드가 사라질 염려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어제 개발한 미끼를 사용해보자. 한호야, 어머니께 준비해달라고 부탁드려.”

또한 보다 효율적인, 새로운 사냥 방식까지 마련되었다.

***

[아이템 정보]

- 이름 : 구린내 풍기는 늑대 요리

- 등급 : 불명

- 분류 : 플레이어 제조 아이템

- 효과 : 섭취 시 구토를 유발한다. 근처의 몬스터를 끌어 들인다.

- 설명 : 제발 부탁입니다! 절대로 실내에 가지고 들어가지 마세요! 까스 까스! (제작자 기술)

조리사들이 버프를 주는 음식을 연구하던 중, 조리 실패로 탄생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 냄새를 맡고 하수구에서 코볼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역할지 몰라도, 몬스터에게는 아주 환장할 정도로 맛있는 냄새인 것이다.

그리고 일행은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건물이나 하수도에 숨어 있는 몬스터들을 찾아다니며 사냥하는 게 아니라, 트랩을 설치하여 유인하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 작전은 꽤나 유효했다. 주변에 있는 고블린이나 오크는 물론이거니와 꽤나 방대한 영역을 오고 가는 다이어 울프도 종종 걸려들 정도였다.

“이거······ 뭐랄까? 낚시 하는 기분이 이럴까요?”

“나도 그 생각 중이었다.

그렇게 지난 이틀 동안 적지 않은 수의 몬스터를 앉은 자리에서 사냥함으로써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벨 업 소식은 찾아오지 않았다.

‘15레벨 까지 두 계단 남았다.’

성우는 히든 스테이지에서 얻은 ‘C급 경험치 카드’를 다시 확인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C급 경험치 쿠폰

- 등급 : 히든

- 분류 : 소비

- 효과 : 사용 시 다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카드를 통해 레벨 업 가능한 경험치에 도달한 상태일 경우 녹색 빛을 낸다.

카드는 아무런 빛도 내지 않고 있었다. 현재는 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레벨 업이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

그때,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한호가 성우의 팔을 툭툭 쳤다. 무언가 나타난 것이다.

케케케!

“······젠장, 또블린야? 골드도 짜게 주고 경험치도 안 되는 멍청한 고블린 같으니라고!”

한호가 악다구니를 내뱉었다. 트랩을 설치하고 근처 건물에 숨어 있었는데, 벌써 고블린만 3번째 걸리고 있었다.

딱딱.

“아, 물론 너는 제외지. 귀여운 녀석. 근데 너 뼈가 점점 누렇게 변하는 것 같다?”

딱―

성우는 굳이 나갈 필요도 없이, 창문 밖으로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내밀었다.

“성우 씨, 잠시 만요.”

그런데 지수가 무언가 느낀 모양이었다.

“뭔가 옵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그녀의 육감은 발달해갔다. 그건 직업 특성이기도 했으며 ‘절묘한 감각’을 바탕으로 초근접전을 펼치다보니, 주변의 움직임을 읽는 방법을 체득해나가는 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주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건······.

“웨어 울프.”

“오, 드디어 먹을 만한 게 왔군요?”

“아니, 조금 달라.”

성우는 웨어 울프 무리의 움직임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 야만적인 야수와 다르게 어딘가 정돈된 움직임이었다.

‘그때, 그 골목에서 봤던······.’

황금 사슴을 쫓던 중 마주쳤던, 그 침착한 웨어 울프와 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그 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불현 듯한 불안감을 느꼈었다. 그건 분명······ 인간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놈이 등 돌려 사라질 때 굳이 쫓지 않았다.

그런 놈의 뒤를 막무가내로 따라갔을 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성우의 본능이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총 세 마리에요.”

그런데 지금, 바로 그 놈이 저 안에 섞여 있었다. 얼핏 봐서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본질은 각기 다른 사람이기에 골격이나 생김새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아니, 옥상에 한 마리가 더 있어요.”

끽! 끼에에!

웨어 울프의 등장에 고블린들이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웨어 울프 두 마리가 달려들어 고블린들을 순식간에 도륙해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는 그 사이로 고고하게 걸어갔다. 서열 상 위에 있는 놈이 분명했다.

“포위 합시다. 뭔가 이상하니 평소보다 신중해야 될 겁니다.”

성우는 스켈레톤을 움직였다. 감각이 좋은 야수들인 만큼 빠르게 어느 때보다 정확해야만 했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몰래 접근하기보다 엄청난 속도로 놈들을 포위하게 했다. 수인 스켈레톤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놈들이 도망칠 구석을 차단했다.

그르르!

그들은 스켈레톤을 발견한 뒤, 자세를 낮추고 서로 등을 맞대었다.

역시······. 저런 건 미개한 짐승이 보일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성우는 그들을 향해 리피팅 크로스보우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쏘지 마!”

한 놈이 소리쳤다.

“어? 바, 방금? 말한 거죠?”

“······.”

하지만 성우는 크로스보우를 내리지 않았다.

“그럼 쏘지 말아야 될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해봐.”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아군인 건 절대로 아니었다. 동족인 인간이끼로 죽고 죽이는 상황인데, 말 하는 짐승은 오죽할까?

“그리고 헛소리하면 바로 가죽을 벗겨버릴 거다. 주변에 가죽 없는 네 옛 친구들 보이지?”

오히려 말을 할 줄 아는 놈들이 더욱 위험하다. 그들 중에서 서열이 높아 보이는 웨어 울프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걸 안다. 어떻게 정신이 돌아왔는지, 그게 궁금하지? 자, 천천히 이야기해보자고. 사람답게.”

놈은 정보를 두고 협상을 시도했다. 확실히 그건, 궁금한 부분이긴 했다.

“······틀렸어. 사람다운 건 감점 요소야.”

픽! 픽! 픽!

“크악!”

성우가 놈의 가슴팍에 화살을 처박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등 뒤의 건물의 옥상에서 웨어 타이거가 뛰어내렸다.

쿵!

녀석의 한쪽 손에는 웨어 울프 한 마리의 머리가, 다른 한쪽 손에는 크로스보우가 들려 있었다. 뒤에서 성우를 저격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사람처럼 머리 굴리지 말고, 다시 짐승답게 본능에 충실해보자고. 자, 말 안 들으면 또 맞는 거다.”

“크으······.”

“그거, 다시 말해봐. 어떻게 정신이 돌아왔지?”

그건 분명 궁금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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