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34화 (34/244)

# 34

12) 흡혈귀 사냥 - 4

“대, 대표님!”

엄청난 폭발과 함께 뱀파이어 로드의 모습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젠장! 대표님은 괜찮으실 거다! 내가 보필할 테니 저 놈부터 없애!”

마스터 등급으로 보이는 간부가 외쳤다. 그러자 사방에서 성우를 향한 돌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성우는 여전히 여유 가득한 표정이었다.

“너희가 진화한다고?”

버스를 운전했던 경수가 일찌감치 멀리 도망친 상태였고, 성우 역시 버스 뒤편으로 사라졌다.

“어딜 도망가!”

“그 뒤에 숨는다고 못 잡을 줄 아냐?”

“버스를 포위해!”

흡혈귀들은 넓게 흩어지며 성우를 향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5마리의 흡혈귀가 직선으로 접근해 버스 근처로 다가갔다.

그들은 버스의 천장에 올라타고, 버스 앞뒤로 돌아나갔다. 성우가 사각으로 빠져나갈 걸 대비한 움직이었다. 그런데 성우의 모습을 다시 확인한 순간,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상함을 느꼈다.

“응?”

성우는 버스에서 스무 걸음 쯤 떨어진 곳에, 웨어 베어 스켈레톤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엄폐 같다고 할까?

“학습 능력이 없는 새끼들이 무슨 진화야? 폭발.”

쾅! 쾅! 콰―광!

버스와 함께 흡혈귀 5마리가 통째로 산화되었다.

쿠구구······.

그 버스는 단순한 돌파용이 아니라, 시체를 가득 실은 화약통인 셈이었다.

그걸 알 리가 없는 흡혈귀들이 최단거리로 달려 들어가다가 그대로 통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마저도 성우가 계산해 놓은 작전 중 하나였다.

“윽! 제, 젠장! 대체 뭐야!”

“모두 정신 차려! 지금, 지금이야! 놈을 지키는 건 뼈다귀 한 마리밖에 없다!”

흡혈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몸을 숨길 곳도 없는 광장 한 가운데, 목표물이 덩그러니 서 있으니 지체할 틈이 없었다. 단번에 끝을 내야만 했다.

흡혈귀들은 불타는 버스를 제외한 세 방향에서 동시에 접근했다.

“지금까지 잘도 수작 부렸지만 이제 못 도망간다!”

그렇게, 성우를 완전히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했을 때······.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이쯤 되면 이거 클리셰인데.”

성우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검은 연기 속에서 중얼거렸다. 똑같은 장면을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뻔한 공격에, 적들은 번번이 당하는 것이었다.

푸우우!

“으아아! 뭐, 뭐야! 모, 몸이 이상해!”

“침착해! 일단 정, 컥! 크어······.”

하지만 이번에는 실외였기에 대강령과 함께 뿜어져 나온 연기는 금방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검은 장막 뒤로, 유령처럼 나타난 하얀 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공격의 시작은 새롭게 추가 된 코볼트 마법사 스켈레톤이었다. 녀석들이 녹색 불꽃을 뿜어냈다.

푸우우! 펑! 펑!

“크아아! 부, 불! 꺼, 꺼줘!”

날아가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지만, 연기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불꽃을 날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화르르!

흡혈귀 두 마리가 불길에 휩싸인 채 몸부림 쳐댔고, 다른 놈들은 돌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가 있다! 마법사부터 노려!”

“······어떻게?”

저걸 어떻게 노리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럴 것이, 네 마리의 마법사 스켈레톤 주변에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시전을 끝낸 마법사들이 또 한 번 불꽃을 쏘아 보냈다.

“피해!”

그리고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흡혈귀들을 향해 네 마리의 웨어 울프 스켈레톤들이 쇄도했다.

‘한 마리씩.’

성우는 혼란을 틈타 멀리 떨어진 놈들부터, 한 마리씩 잡아 죽이게 했다. 각개격파가 훨씬 유리한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네 마리의 웨어 울프 특공대는 엄청난 속도 달려들어, 혼자 떨어져 있는 흡혈귀를 덮쳤다.

촤악! 촥!

“으아아!”

거대한 야수 떼가, 단 하나의 적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버리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불과 십여 초에 불과했다.

“저게 놈의 주력이다! 다 같이 쳐!”

흡혈귀들은 이내 전략을 달리했다. 각개격파 당하느니 한 대 뭉쳐서 웨어 울프 스켈레톤에 맞서기로 한 것이다. 빠르고 강력한 그것들만 처리하면 성우의 전력에 공백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었다.

“좋아. 지금이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흡혈귀 스켈레톤’들이 움직였다. 적들이 한 군데로 뭉치자, 성우의 스켈레톤들은 반대로 사방으로 넓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물며 10마리의 좀비들까지 대형을 벌리며 조여 들어가자 양측 진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젠장! 이번엔 뒤다!”

“옆에서도 온다!”

섣부르게 뭉쳤다가 역으로 포위당하게 된 것이다.

“미친, 너무 많아!”

“드, 등을 맞대!”

난전에서 포위하는 쪽과 포위당하는 쪽의 교환 비는 압도적으로 차이난다. 아무래도 포위하는 쪽이 기동 범위도, 공격 범위도 훨씬 넓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성우의 흡혈귀 스켈레톤들은 양손에 뼈 단검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손톱 그 자체가 무기인 녀석들에게 굳이 단검을 쥐어준 이유는 자명했다.

쉭! 쉭! 쉭!

흡혈귀를 향해 뼈 단검 투척이 쏟아졌다. 하물며 그 뒤로 녹색 불꽃이 날아들었다.

놈들은 그 원거리 공격을 피해내기 위해 우왕좌왕하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스켈레톤들에게 선제공격을 내주고 말았다.

“으아아!”

“버, 버텨!”

“아니야! 빠져나가야 돼!”

그렇게 두 진영이 맞부딪치자 또 하나의 전력 차이가 드러났다. 그건 바로 지휘 체계의 불명확함이었다.

“어떻게 빠져나가라고! 여기서 흩어지면 완전 각개격파 당하는 거야! 버텨야 돼!”

“미친! 난 갈 거야!”

“안 돼!”

의지도, 감정도, 공포도 없이, 오로지 성우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스켈레톤에 비하면 흡혈귀 집단은 너무나 유약한 존재였다.

그들은 집단 혼란 속에서 결국 단합하지 못했고, 일부가 진영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나, 난 살 거야! 피, 피! 피를 마셔야 돼!”

기어코 한 놈이 스켈레톤 사이를 돌파하여 빠져나갔다. 얼굴이 불에 타 일그러지고, 등짝에 뼈 단검이 꽂힌 채, 어딘가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가는데······.

“피! 피! 신선한 피!”

그곳은 생존자 무리가 있는 방향이었다. 놈은 피를 많이 잃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본능으로부터 치솟는 갈증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상처쯤이야, 피 한 모금이면 금방 회복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생존자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였다.

“으으으! 그, 그래! 예쁜 여자의 목덜미가 좋지!”

놈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큰 입을 쩍 벌렸다. 저 여자의 새하얀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 넣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짜릿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여자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응?”

그리고 자신의 양손이 분리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붉은 피를 왈칵 쏟으며, 빙글빙글······ 혹시, 피가 부족해서 헛것을 보는 걸까? 놈은 순간, 은색 궤적을 따라 눈동자를 아래로 굴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환도를 쥔 여자가 있었다. 궤적은 그 칼날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금 솟아오르며 칼을 휘둘렀다.

촤악!

다음 순간, 놈의 목이 떨어져나갔다.

“후······.”

지수는 환도에 묻은 피를 휙, 털어냈다.

그리고 그 사이, 성우 역시 흡혈귀들을 전멸 직전의 상태로 몰아 넣었다.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마지막 남은 흡혈귀의 목덜미를 쥔 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커, 커걱!”

우득!

놈의 목이 꺾였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지수가 물었다.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불타고 있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뒤의 무언가를 경계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쾅!

곧 굉음과 함께, 어떤 충격을 받은 버스가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쿠궁―

버스가 넘어지며, 내부 시트를 태우던 불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버스를 훌쩍 뛰어넘어, 성우의 앞에 착지했다. 뱀파이어 로드였다.

“으으······.”

그는 온몸이 녹아내린 상태였는데, 베이지색 양복이 피부에 완전히 눌어붙은 상태였다.

한편 그는 왼쪽 옆구리에 제 권속으로 보이는 남자를 끼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 남자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목에 이빨을 박아 넣는 게 아닌가?

쮸웁― 쮸웁―

그리고 피를 빨기 시작했다. 남자의 두 눈은 핏물이 흘러나올 것처럼 충혈 되었다.

“흐어어어······.”

하지만 로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깊숙이 이빨을 박아 넣었다. 헐렁해진 목덜미가 조금씩 뜯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권속은 입가에 미소를 뗬다.

“대, 대표님 부디······ 숙원 사업을 꼭······.”

뿌득!

결국이 목이 잘려나갔고, 모든 피를 빨아먹은 로드가 머리를 치켜들었다.

“으, 으! 으으으······.”

녀석은 기지개켜듯 괴상한 신음을 쏟아냈다.

우득! 우득!

그러더니 등과 팔에서 돌기 같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지부장이 그랬던 것처럼,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성우를 향해 눈동자를 슥, 굴렸다.

“하······.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나?”

“말 많은 새끼 말은 어떻게 다 기억해.”

“내가 한 마디만 한다고 했잖아······ 아직 그 말 기억해? 안 나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해줄게.”

놈은 긴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핥았다.

“······넌 뒈졌어.”

“그 대사 영 별론데?”

성우의 앞으로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시발! 장난감들은 저리 치워!”

놈이 달려들었다. 기다리고 있던 흡혈귀 스켈레톤 한 마리가 놈의 옆구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퍽!

하지만 팔에 맞은 건 오히려 스켈레톤이었다. 놈은 엄청난 반사 신경과 탄력으로, 순식간에 상체를 돌리며 스켈레톤의 턱을 날려버렸다.

‘덮쳐.’

처음 한 놈은 미끼로 던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벌어진 틈을 노리는 게 성우의 주특기였고, 역시 양 쪽에서 흡혈귀 스켈레톤 두 마리가 놈을 덮쳤다.

하지만 뒤이어 벌어진 장면에 성우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놈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급제동을 하더니 공격에서 벗어나, 역으로 팔을 휘둘렀다. 스켈레톤 두 마리가 순식간에 박살나버렸다.

“······.”

코볼트 마법사들이 녹색 불꽃을 마구잡이로 쏘았지만, 단 한 방도 맞출 수 없었다. 놈은 이리저리 피하며 성우를 향해 거리를 좁혀왔다. 성우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런 무지막지한 놈한테 단 한 순간의 틈만 내줘도 머리가 날아간다.’

성우는 웨어 울프 스켈레톤을 내보냈다. 하지만 웨어 베어만은 남겨뒀다. 놈이 스켈레톤을 무시하고 성우를 향해 달려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웨어 울프는 다를 거다. 케로베로스 시너지로 하나의 적을 상대할 때 근력 상승을 받으니까······.’

이전에 지부장을 상대할 때도, 세 마리의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근력만으로 놈을 찌그러뜨렸었다. 이번에도 혹시나······.

하지만 성우의 기대는 무참히 박살났다.

우득! 우드득!

네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어 놈의 온몸을 짓눌렀지만, 놈이 몸을 한 번 뒤틀어대자 그 육중한 통뼈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휘청거리는 걸 넘어, 체중을 지지하고 있는 정강이뼈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젠장. 다른 수가 필요하다.’

이어서, 놈의 피부가 일순간 부풀어 오르른 게 보였다. 그리고는 사방으로 붉은 연기를 터뜨렸다.

펑!

그 한방에 웨어 울프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놈의 액티브 스킬이었다. 자신의 피를 기화시켜 강한 압력으로 뿜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주춤거리는 웨어 울프를 향해, 놈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콰직! 쾅!

웨어 울프의 두개골 하나가 성우의 등 뒤로 떨어졌다. 놈은 그렇게 한 마리의 머리통을 날린 뒤, 다른 한 마리를 뒤로 걷어 차, 불타는 버스의 천장에 처박았다.

‘물러나라.’

성우는 하는 수 없이 웨어 울프 스켈레톤을 물렸다. 당장 전부를 잃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없으니 말이다. 대신 다른 스켈레톤을 내보냈다.

딱딱―

그건 오른이였다.

“어라? 뭐야 이건? 고블린? 으하하! 이제 이런 것 밖에 안 남은 거냐?”

뱀파이어 로드는 기괴한 어깨뼈를 들썩이며 웃어댔다.

“걔가 대장인데? 지금까지 걔 무시했다가 살아남은 놈 없어.”

하지만 놈은 피식 웃더니, 오른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마치 어린 아이의 꿀밤 한 대 놓아주려는 것처럼, 손을 번쩍 들어 올려 내리쳤다. 오른이는 그 타이밍에 맞게 칼날을 들어올렸다.

“윽?”

<외팔의 무사(完8)>의 88퍼센트 확률, 이번에도 옳았다. 놈의 몸이 칼날에서부터 미끄러지며 기우뚱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른이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유리병을 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퍽! 치이이!

이어서 오른이는 자세를 숙이며, 놈의 발목을 베고 뒤로 빠져나갔다.

“으아아아! 이, 이건 또 뭐야! 으아아!”

“마지막 한 병이었는데, 그걸 원 샷 하면 어떡해?”

성우는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 한 병 남은 엘더 슬라임의 산성 액체, 그걸 놈의 얼굴에 끼얹은 것이다.

“으아아! 미, 미친! 더러운 새끼!”

“너희는 어떻게 직원이나 사장이나 다 똑같아? 지부장이라던 그 멍청한 놈도 이거에 당하더니?”

“으아아악! 주, 죽일 거다!”

놈은 얼굴을 박박 문질러대며 뒤로 물러섰다. 그 산성 액체가 각막을 녹이고 시야를 차단했다. 물론, 회복력이 워낙 좋기에 곧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으으, 응?”

그런데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걸까? 헛것이 보이고 있었다. 분명 4마리가 전부였던, 그것도 자신이 한 마리를 박살내버린 게 분명한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무려 7마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중 4마리는 긴 장창을 들고 있었다. 그건 로드에게 영 익숙한 물건이었다. 로드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미술관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전시되어 있어야 자신의 사냥감이 사라지고 없었다.

“설마······.”

로드가 깨부순 흡혈귀 스켈레톤의 빈자리에, 웨어 울프 4마리가 추가된 것이다.

“젠장.”

덜그럭! 덜그럭!

7마리의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달려들었다. 등 뒤에서 두 마리가 엉겨 붙고, 머리 위에서 2마리가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놈들의 손에는 긴 창이 쥐어져 있었다. 창이 수직으로 내리박혔다.

푹! 푹!

놈의 가슴을 파고든 창이 등 뒤로 빠져나와, 바닥에 단단히 꽂혔다.

“으아아악!”

놈은 다시 한 번 몸을 부풀렸다. 피 증기를 방출해 들러붙은 것들을 털어낼 생각이었다.

펑!

하지만 이번에 달렸다. 7마리의 웨어 울프가 로드의 몸 곳곳에 이빨을 박아 넣고, 서로의 뼈 사이에 발톱을 집어넣으며, 원형으로 뭉쳐서 버텨낸 것이다. 몸이 들썩이며 갈비뼈 몇 개가 튀어나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우득! 우드득!

웨어 울프 스켈레톤들은 로드의 몸을 단단히 구속했다. 하지만 조금의 여유라도 주는 순간, 놈이 구속을 떨쳐낼 것이 분명했기에 마무리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 또 다른 것들이, 뱀파이어 로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어어―

그건 좀비 떼였다. 그리고 좀비 떼는 하나 같이 무언가를 어깨에 이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흡혈귀들의 시체였다.

“파티의 시작은 폭죽이라고 했지?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바비큐거든.”

성우의 한 마디에, 뼈 사이로 보이는 놈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 같았다.

“시, 싫어! 싫다고!”

“너희 회사 직원들 한 자리에 다 모였네? 사진 한 방 찍어 줘야 되는데. 폭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성우는 웨어 베어 스켈레톤의 등 뒤에 서서, 사방으로 떨어진 뼈와 살점을 피해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성우의 눈앞에 다양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특별한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1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십만 골드라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특별 퀘스트 <악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공략하셨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 제거 성공!)

* 보상이 주어집니다. (30,000골드, C급 아이템 티켓)

- 전용 퀘스트 <죽음 조정자>를 ‘구원’ 방식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전용 스킬)

* 당신의 운명이 미세하게 변합니다.

“······보스 레이드 할 만하네.”

그리고 그 보스 레이드 장면을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목격했다.

“저 사람이 이긴 게 다행인 거지? 괴물 같은 걸 조종하던데, 괜찮은 거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릴 구해준 건 확실해.”

“맞아. 그런 것 같아.”

방금 전까지 대학살의 위기에 놓였던 이들이 승리한 구원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당황과 안도는 물론이거니와, 모호한 동경까지 담겨 있었다.

“저 사람이라고! 내가 말한 157님! 157님 저예요! 저!”

“아, 그 1번 게시물 도적 사냥꾼? 진짜?”

“뭔지 몰라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 파급력은 예전에 H아파트에서 흡혈귀를 소탕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애초에 한 두 사람이 목격한 게 아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이 상황을 전파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화성과 수원 일대에서 악의 집단을 소탕하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멸망한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 밖의 인연까지 만났다.

“어? 저건 뭐야?”

“······군인?”

한 건물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군복을 입은 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육군 전투복을 입고 있었지만, 방탄 등의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검과 방패, 활과 석궁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선두, 지휘자 견장을 단 이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그가 성우를 향해 다가왔다.

“안녕하셨습니까? 누가 이런 엄청난 전투를 벌이나 싶었는데 참,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김 병장님?”

수영 오거리로 향하는 도로에서 만났던 군인, 김 병장이었다. 정보와 체력 회복 물약을 거래하고 헤어졌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예. 덕분에 이렇게 잘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여기에?”

“안전 구역을 만들겠다는 놈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질 줄은 꿈에 도 몰랐네요. 그리고 다짜고짜 죄송한데······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를 누가요?”

김 병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군대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과거의 무력이 현재의 무력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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