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11) 흡혈귀 사냥 - 3
** 능력치, 아이템, 스킬 정보 정리해서 공지로 올릴 예정입니다.
11) 흡혈귀 사냥 – 3
언데드 부대, 그건 부대라고 불릴 만 했다. 그리고 실제로 <분대 편제(히든)>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는 상태였다.
[시너지 목록]
3) 분대 편제(히든)
- 구분 : 인원 시너지
- 조건 : 지휘관(1단계) 속성 + 정상적인 구성원 11명 이상
- 효과 : 공격력 상승(+5%), 방어력 상승(+5%)
오른이가 지휘관(2단계)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30명이 넘으면 한 단계 위인 <소대 편제(히든)> 시너지가 발휘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현재 언데드는 25마리로, 5마리가 부족했다.
한편 오크 추장을 상대했을 때처럼 <되살아난 자들(2단계)> 시너지가 발휘되며 ‘확정 부활’ 3마리와 함께, 살아 있는 자를 향해 돌격할 때 이동속도 10% 상승 효과가 들어갔다.
“아, 안 보여! 전부 뭉쳐!”
“어디에 있어? 으악!”
흡혈귀들은 대강령의 연기 속에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대강령의 죽음의 저주, 악마의 아우라에 의한 쇠약 저주, 악마의 혈석의 체력 갉아먹기 등, 온갖 도트 데미지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듯 평소보다 훨씬 저조한 컨디션에, 시야가 차단 상태로, 다수의 적들에게 기습당한 상황이니 제 아무리 흡혈귀라고 할지라도······.
“컥!”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2,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2,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성우는 무대에 서서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창 한 자루를 역수로 쥐고 있다가 벽에 매달린 흡혈귀를 발견했다. 그리고 놈을 향해 창을 내던졌다.
푹!
“억!”
놈은 그 한 방에 죽지 않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뒤 좀비 세 마리에게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으아아! 아악!”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2,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네크로맨서는 정말 치사하고 저열한 방식으로 싸운다. 물량 공세는 물론이거니와 상대에게 온갖 저주를 걸고, 정작 자신은 버프를 치렁치렁 두르는 것이다.
“뭐, 원래······ 이런 거지.”
성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대에 걸터앉았다. 연기가 가시기 시작하자 참혹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악! 아아아!”
웨어 베어 스켈레톤이 흡혈귀 한 마리의 목덜미를 잡아 찍어 누르고, 팔을 꺾어 부수어 버렸다. 그러자 좀비 두 마리가 달려들어 놈의 목덜미와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목덜미를 좋아하는 게 너희뿐인 줄 알았냐?”
다만, 좀비는 액체보다 육질을 즐긴다고 할까? 물론 ‘죽음의 응답’으로 소환할 수 있는 10마리의 좀비는 일회용이기에 약한 축에 속했다. 그러나 난전 속에서 15마리의 스켈레톤과 함께 떼로 덤벼드니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좀비들이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의 주의가 분산 되고, 대응이 무너진다. 바로 그 틈에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치고 들어가면 흡혈귀는 속절없이 바닥 위로 나동그라졌고, 그 위를 다수의 언데드가 덮치는 것이다.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나마, 유일하게 제대로 된 대응을 하고 있는 건 최 실장이었다. 놈은 마스터 등급의 흡혈귀답게, 양 손으로 좀비 두 마리의 머리통을 잡더니 으스러뜨려버렸다.
놈은 그렇게 양손에 좀비를 쥔 채, 성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고작! 고작 이거냐? 응? 더! 더 가져오라고!”
“어? 그거, 그렇게 잡으면 안 될 텐데?”
“뭐? 지금 뭐라 씨부리는······.”
성우는 빙긋 웃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폭발.”
쾅! 쾅!
“으아아아!”
놈의 양 손에서 시체 폭발이 일어났다. 움직임이 멎은 좀비도 시체로 판정되어 시체 폭발이 적용된 것이었고, 양손을 넘어서, 거의 날갯죽지까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으아아! 아아아!”
그 절단된 상처 사이로 새로운 뼈가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성우가 그 틈을 줄 리 없었다. 이미 여러 마리의 흡혈귀를 상대하면서 나름의 공식을 익혀둔 상태였다.
덜그럭! 덜그럭!
웨어 울프 스켈레톤 세 마리가 놈에게 달려들었다. <지옥의 파수꾼 케로베로스(完)> 시너지 덕분에 한 마리의 적을 동시에 공격할 때, 엄청난 근력 상승을 얻을 수 있었다.
“으아아!”
놈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틀어댔지만, 부상당한 상태로는 웨어 울프 스켈레톤의 힘을 견딜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우득! 우드득!
성우는 웨어 울프들을 시켜 놈의 다리부터 꺾어버렸다. 더 이상 저항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사이, 다른 흡혈귀들은 완전히 박멸 됐다.
대강당은 한 순간에 고요해졌다. 최 실장의 신음 소리만 간간이 울릴 뿐이었다.
“으허······.”
그를 향해 성우가 걸어갔다.
“이제, 네 대표가 나타나서 헛소리를 해대거나, 너한테 뭔 수작을 부려서 폭주 시키겠지? 또 그러면 너무 클리셰다. 그거.”
성우는 칼을 빼들었다. 용기사의 소유물이었던 ‘주인 잃은 검’이었다.
“너 같은 게 대, 대표님을 저지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분은 위, 위대하신 분이다!”
“대체, 6일 만에 어떤 놈이 그렇게 찬양 받을 수 있는 거냐? 이거, 뇌를 열어봐야 되나?”
등급이 높은 흡혈귀들은 하나 같이 로드에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굴어댔다.
“······역겨워.”
같은 권속이라지만, 성우는 말없이 복종하는 스켈레톤 같은 스타일이 좋았다.
딱딱.
“이, 이! 네가 감히! 우리 대표님을!”
푹!
성우의 칼날이 놈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주인 잃은 검은 대검인 만큼 이전에 쓰던 칼에 비하면 한 방의 데미지가 큰 편이었지만, 그런 것 치고도 굉장히 부드럽게, 막힘없이 놈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다.
‘칼이 좋긴 하다.’
근력이 6이나 상승한 것도 있겠지만, 이 아이템 자체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커, 흑!”
심장을 꿰뚫린 최 실장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 특수한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2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이벤트가 좋긴 좋았다. 2만 골드라니······. 한 번에 골드 룰렛 2개 값을 번 것이다. 또한, 이 녀석을 베면서 ‘정체불명의 알’이 깨어날 시간이 단축되었다.
- 자격 증명까지 남은 시간 : 4,949일
강력한 적의 피를 머금을수록 인정하고 부화시기를 앞당긴다 하더니, 마스터 등급의 흡혈귀를 베자 50일이나 단축되었다. 뭔가 후한 것 같기도 했지만 남은 시간을 보면 아직 까마득히 멀기만 했다.
성우는 살육 현장의 가운데에 서서, 남은 오크 스켈레톤을 모두 소환 해제시켰다. 꽤나 정든 녀석들이었지만 전력 강화를 위해서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였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그리고 흡혈귀 4마리를 추가시켰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시너지 목록]
5) 피를 먹는 자들(1단계)
- 구분 : 속성 시너지
- 조건 : 흡혈 종족 5마리
- 효과 : 공격 시 흡혈(+2%), 파괴되기 직전 ‘광분’상태가 되어 모든 능력치 상승(+10%)
이렇게 현재로써 가능한 최강의 덱이 완성되었다.
우우웅!
그리고 때마침 성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성우의 게시물에 달린 비밀 댓글이었다.
─ 윤지수(비밀) : 놈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있던 관계자라는 인간들도 방금까지는 여유 넘치더니 어딘가 다급하게 무기 수거를 시작해요 안전 구역에 들여보내주는 조건이라네요 아무래도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답변 주세요.
성우는 흡혈귀들이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을 예감하고 함정을 팠다. 잘 차려진 잔칫상 근처에 골칫덩이가 접근하는데, 잡으러 오지 않고서야 베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꽤나 많은 모기떼가 성우가 설치한 거미줄에 걸려버렸다.
“다급해질 수밖에 없겠지.”
한편으로는 태성보다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첩자를 심어뒀다. 한호와 지수였다. 그들은 지금 화성 행궁 광장, 흡혈귀들이 유인한 생존자 무리 속에 섞여서, 방금처럼 성우에게 상황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광장의 무리가 다급해진 이유는 간단했다.
“놈도 제 친위대가 박살난 걸 느꼈을 테니까.”
성우를 추격한 상당수의 흡혈귀들이 한 순간에 학살당하는 걸 느꼈고,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판이 넘어 왔다.”
추격자와 도망자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
한때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던 화성 행궁 광장, 웅장한 문화유산의 초입인 그곳에 비루한 행색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었다.
등 뒤, 넓은 도로를 오가던 소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살아남은 이들의 불안한 숨소리만 뒤섞이고 있었다.
“저기 저것 좀 봐.”
“젠장, 저걸 왜 저렇게 걸어둔 거야?”
광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수원 아이파크 시립 미술관, 그 벽면에는 큼직한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다. 어떤 예술가의 전시전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는데, 글씨를 알아 볼 수 없었다. 누군가의 피로 흥건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 피의 주인은 옥상에 매달려 있었다.
“뭔지 몰라도······ 저걸 잡다니 대단하네.”
“그러게 저 괴물이 그 큰 늑대도 찢어 죽이던데, 대체 어떻게 잡은 거지?”
웨어 울프 네 마리가 창대에 꽂혀 있는 것이었다. 이들이 느끼는 것처럼, 저 그로테스크한 전시물은 생존자들을 모은 집단의 무력을 표방하는 용도임에 분명했다.
“지수 누님, 우리 차례가 다가옵니다. 저는 단검 하나 허벅지 쪽에 숨겨뒀어요.”
지수와 한호는 그 틈에 섞여 있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숫자가 약 200여명 정도, 그들은 모두 플레이어로 저 마다 직업군에 맞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안전 구역의 관계자들은 무기 제출을 요구했다. 통제와 치안을 위해서는 위험한 물건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그럴 듯한 요구였지만 그 뒤에는 흉악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한호 씨, 오른쪽 미술관 입구 보세요.”
“······딱 봐도 저 새끼들이네요.”
“네. 숨어 있던 흡혈귀들이 기어 나오는 모양입니다.”
지수가 말한 방향에서 15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지수는 그들이 흡혈귀임을 직감했다. 안전 구역을 찾은 생존자 무리라기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었고,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역시 의심스러웠다.
‘송곳니를 가리려고 쓴 거다.’
이어서 생존자를 통제하던 관계자 한 명이 그들을 향해 다급하게 뛰어가는 게 보였다. 그걸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말이 돼? 응? 말이 되냐고! 내가 몇 명을 보냈는데! 왜 하나 같이 멍청하게 당하냐고!”
그 무리 가운데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베이지색 정장 차림의 안경 쓴 남자였는데, 혼자서만 차려 입은 느낌이 역력했다.
그는 주변의 동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성을 내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생존자 무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아하니, 성우가 말한 그 미친 대표가 분명했다.
‘저 놈이 이 사건의 원흉이다.’
지수는 광장 가장자리의 화단에 발화 환도를 몰래 숨겨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루의 무기를 요구대로 제출했다.
그렇게, 지수와 한호를 포함한 200여 명의 생존자는 완전 무장해제 상태가 됐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빈손이 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찜찜한 일이었다. 그들은 불안한 얼굴로 오로지 안전 구역에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릴 둘러싸네요.”
“망할. 선배가 빨리 와야 될 것 같은데.”
15명의 흡혈귀들을 포함한 30명가량의 조직원들이 행궁 광장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위치하기 시작했는데, 생존자 무리를 넓게 둘러싸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언뜻 봐서는 무장해제 된 이들의 보호하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탐욕이 가득한 눈동자로 생존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주목!”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의 한 마디에 생존자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어, 그러니까······ 인간은 진화를 멈췄다!”
뜬금없는 서두에 생존자들은 의아함을 느끼기 시작할 찰나,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이 재앙 같은 시련이 뭐라고 생각 하냐? 대체 왜 이런 게 나타난 걸까? 정답 말 해볼 사람? ······응? 없어?”
“······.”
“그래! 너희는 그래서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너희는 진화를 위한 희생양이 될 운명인 거다!”
그쯤 되자 생존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 구역을 제공할 사람이 할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저 미친 새끼가 뭐라는 거야? 지수 씨, 저 칼 잡고 있어요.”
지수도 칼을 숨겨둔 화단 옆에 섰다. 그때, 생존자들을 둘러 싼 흡혈귀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입 꼬리를 바짝 올린 채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 사이, 흡혈귀가 아니라 일반 플레이어로 보이는 조직원들은 광장에 가장자리에 긴 봉 같은 걸, 일정한 간격으로 꽂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몰라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진화의 선택을 받을 사람은! 바로······.”
그는 양손을 펼쳐서 자신의 부하들을 가리켰다.
“우리다! 우리가 미래를 운영한다! 자······ 건배!”
건배? 그게 대체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고민하던 순간······.
“크하하! 먹자!”
“잘 먹겠습니다!”
“나는 하얀 목덜미가 좋아!”
“거기 너 이리 와! 아까부터 나랑 눈 마주쳤잖아?”
광기어린 흡혈귀들이 사방에서,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수는 곧장 화단의 칼을 집어 들었다.
치직! 치지직!
그리고 광장의 가장자리에 설치 된 봉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봉과 봉 사이로 전류가 흘렀다. 그건 일종의 전기 펜스 같은 물건이었는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고, 기타 아이템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존자들은 울타리에 갇힌 채, 포식자들에게 둘러싸인 형국이 되었다. 무기도 없이 빈손인 이들이 그에 맞설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뭐, 뭐야!”
“어어? 으아아!”
생존자들이 기겁하며 우르르 물러섰다. 하지만 사방에 전기 펜스가 처진 상태에서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흡혈귀들은 맛있는 반찬을 놓고 경쟁이라도 하듯, 침을 질질 흘리며 전속력으로 접근했다. 지수는 양손으로 환도를 쥐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리! 이리 와! 아저씨한테 와!”
선두의 흡혈귀는 껑쭝한 남자였는데, 그는 유독 빠른 속도로 어린 아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우웅!
하지만, 그에게 제일 먼저 도착한 건······.
쾅!
어느 대학의 로고가 그려진 셔틀버스였다.
끼이이익!
선두의 흡혈귀를 들이 받아 날려버린 버스는, 생존자와 흡혈귀 사이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그 갑작스런 상황에, 생존자들은 우왕좌왕 물러섰고 흡혈귀들 역시 당황하며 멈춰 섰다.
치이이― 덜컹!
공기압이 배출 되는 소리와 함께, 버스의 앞문을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저거 봐라?”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남자 역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늦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딱 맞게 왔네? 우리 아직 애피타이저도 뜨기 전이었거든. 모두 함께 파티 즐기면 되겠다. 그지?”
그는 양손을 펼치며 주변의 흡혈귀들을 가리켰다. 수많은 흡혈귀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남자, 성우는 주눅 드는 기색 없이 반문했다.
“그래? 그럼 내가 파티 예절부터 가르쳐줘야겠네.”
성우의 말에 베이지 정장의 남자, 뱀파이어 로드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놈은 다시 한 번 미소를 띄었다.
“······응? 예절? 으하하! 아주 유머러스했어! 아쉬워, 재수만 있었으면 내 걸로 삼는 건데. 그래서 그쪽이 생각하는 파티 예절이 뭔데?”
“파티는 폭죽부터 터뜨려야지.”
“응? 뭐?”
그 순간, 뱀파이어 로드의 등 뒤로 웨어 울프 스켈레톤 한 마리가 착지했다. 근처 건물의 옥상에서 도약한 것이다.
하지만 로드는 그 움직임을 눈치 챘는지,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 여유를 보이며 피식 웃었다.
“아, 고작 이런 수작이야? 생각보다 재미없네.”
그는 어깨를 으슥했다. 웨어 울프 스켈레톤 쯤이야, 기습을 당하더라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미술관의 옥상, 창대에 박힌 웨어 울프 역시 그가 잡은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등 뒤에 착지한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 무얼 안고 있는지 까지는 눈치 채지 못했다.
“난 폭발이 좋더라.”
웨어 울프 스켈레톤의 양손에는······ 고블린 시체가 가득 안 겨 있었다.
쾅! 쾅! 쾅! 쾅!
꽤나 강력한 폭발과 함께, 뱀파이어 로드의 몸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자, 진짜 파티 시작이다.”
두 번째 흡혈귀 사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