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30화 (30/244)

# 30

10) 첫 번째 메인스트림 시작 - 3

성우는 소년의 시체를 뒤로하고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가방 안에 넣어 둔 ‘정체불명의 알’이 신경 쓰였다.

‘말이 정체불명이지 이건 뭐······.’

아이템 이름이 정체불명의 알이었지만, 그 아래 설명에 ‘용기사 직업 전용 아이템’이라고 쓰여 있으니 사실상 답을 준 거나 다름없었다.

‘이건 드래곤의 알이다. 근데 진짜로 드래곤이 태어나는 건가?’

이 부분에서 참고할 수 있는 건 소년의 마지막 말이었다. 주인을 증명할 무언가를 보스 몬스터가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소년은 마트를 찾았다가 던전에 갇혀버렸고, 보스 몬스터에게 ‘그 무언가’를 빼앗긴 모양이었다.

‘드래곤이면 일반적으로 와이번 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다. 그런 괴물을 가지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모든 게 불분명하지만 그런 게 있다면 일단 확보하고 봐야 했다.

하지만 보스를 향해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애초에 ‘대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던전인 만큼, 마트 안에서 출현하는 몬스터 숫자가 상당했다.

“크에에! 인간! 죽여!”

“있다! 저기! 왔다!”

“좋아! 좋아! 구―웃!”

대체 어디서 기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창고 구석구석에서 바퀴벌레처럼 튀어나왔다. 한 마리가 성우를 발견하고 소리치면, 사방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물량 공세를 해오는 것이었다.

각종 선반으로 복잡하게 얽힌 창고였기에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바닥에서 기어 나오거나, 선반 위에서 점프하거나, 종이 상자를 열고 튀어나오거나······.

하지만 그래 봤자 난쟁이 몬스터였다. 고블린 보다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똑똑할 뿐, 스켈레톤을 대동한 성우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스켈레톤들을 사방에 세우고 몰려오는 코볼트 무리에 맞섰다. 오른이와 오크 스켈레톤 세 마리만이 성우를 지키고, 나머지는 적극적으로 돌격해서 코볼트 무리를 으깨버리기 시작했다.

으적! 콱!

살벌한 소리가 창고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놈들의 뼈와 내장이 동시에 박살나는 소리였다. 이렇듯, 꽤나 순조로운 전투가 계속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에에! 해피!”

“싸워! 죽자!”

분명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코볼트들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이었다.

놈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괴상한 소리를 해대며, 앞뒤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흡사 좀비 떼를 연상하게 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물론 놈들이 그렇게 들이대준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메인스트림이 시작된 이후 7일 간 골드 획득이 2배가 되었기에, 성우는 손쉽게 어마어마한 골드를 수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잡은 게 거의 40마리······. 그럼 얼마야? 이거 완전 노다지잖아?’

그렇게 찝찝함을 뒤로하고 알게 모르게 마음을 놓고 있을 때였다.

푸우우―

전방에서 녹색 빛이 번쩍였다.

펑!

그러자 맨 앞에 있던 오크 스켈레톤 한 마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법사다.’

성우는 아차 싶었다. 코볼트 중에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개체가 있다는 걸 이미 한 번 경험했거늘 단순 명료한 적들의 패턴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이다.

“크크크! 매직! 이즈 뷰우티풀!”

전방으로 노란 오리가 그려진 검은색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뭉뚝한 막대기를 들고 있는 코볼트가 보였다. 딱 봐도 저 놈이 마법사인 모양이었다.

‘위로 가라.’

성우의 의지에 따라, 뱀파이어 스켈레톤이 땅을 박찼다. 그러고는 천장의 파이프에 사뿐하게 매달렸다.

푸우우―

녹색 불꽃이 다시 한 번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공격이기에, 스켈레톤들은 좌우로 흩어지며 마법을 피해냈다. 빗나간 마법이 선반을 강타하며, 물건이 와르르 떨어졌다.

쿵!

그 사이, 천장의 파이프를 타고 나아간 뱀파이어 스켈레톤이 마법사의 등 뒤로 착지했다.

“크에?”

그게 놈의 마지막 발성이었다. 뱀파이어 스켈레톤의 울퉁불퉁한 손이 놈의 목덜미를 관통했으니 말이다.

- 코볼트 마법사를 사냥하여 800골드를 얻었습니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9)

성우는 레벨 업 카드에서 ‘스킬’ 항목을 선택했다. 권속 수를 늘릴 생각으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스킬이 나왔다.

[스킬 정보]

- 이름 : 시체 폭발

- 등급 : 기초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10

시체를 기폭제로 하여 폭발을 일으킵니다.

“폭발?”

성우의 시선이 전방으로 향했다.

“크에에!”

“주, 죽여! 찢어!”

코너를 돌아서 한 무리의 코볼트가 나타났다. 총 4마리, 성우는 뱀파이어 스켈레톤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그 자리에 있던 코볼트 마법사의 시체에 ‘시체 폭발’ 스킬을 걸었다.

콰―앙!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 코볼트를 사냥하여 150골드를 얻었습니다.

엄청난 굉음 이후, 잠깐의 고요가 찾아왔다.

“조, 좋은데?”

그리고 이내 창고의 출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수많은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끝에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끼익―

오른이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성우가 그 뒤에서 밖을 내다 봤다.

여기는 지하 1층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형 마트가 그렇듯, 지하 1층은 식자재 코너였다. 그런데 그 중앙에 무언가 거대하고 이질적인 게 서 있었다.

“나무?”

정확히는 뿌리였다. 엄청난 두께의 뿌리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흘러 내려와 한 곳으로 뭉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코볼트 마법사 네 마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무슨 의식이라도 치루는 듯 했다.

저벅―

성우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 경고! 코볼트 마법사가 ‘하급 즉사 마법’을 시전 중입니다.

* 던전 내 10레벨 미만의 플레이어가 즉사합니다.

* 제한 시간 내에 저지하십시오! (01:05:30)

“뭐? 즉사?”

역시 보통 던전이 아니었다. 던전 크기나, 나오는 몬스터의 수나, 이런 타임 어택 미션까지 있다니······ 이거 참, 아주 알찬 구성이 아닐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 한 시간이었다. 성우를 포함한 일행 모두가 10레벨 미만이었으니, 한 시간 뒤까지 저지하지 못하면 전멸하는 것이었다.

“돌격.”

더 지켜볼 것도 없었다. 성우는 곧장 웨어 울프 스켈레톤 3마리를 돌격시켰다. 녀석들을 전속력으로 쏘아져 나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코볼트 마법사들을 덮쳤다.

“크에?”

뼈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마법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마법을 시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콰득! 콱!

세 마리의 야수가 마법사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해버렸다. 그럼에도 즉사 마법의 시전은 끝나지 않았다. 성우는 그 즉시, 나머지 스켈레톤을 양측으로 끼고 나무뿌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두꺼운 뿌리는 마치 새장처럼 촘촘하게 오므려져 있었다. 그 내부 바닥에는 대형 LED TV 한 대가 화면을 위로하고 엎어진 채, 블루 스크린을 출력 중이었다.

그리고 그 화면 위에, 코볼트 한 마리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역시나 괴상망측한 장면이었다.

- 보스 몬스터 ‘코볼트 상급 마법사’가 출현했습니다.

이놈이 바로 던전의 주인이었다. 그런데 놈은 나무 새장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바로 앞에서 부하들이 학살당하고, 성우가 가까이 다가가도, 저 자세 그대로 꿈쩍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강력한 보호막이 존재합니다.

* 웬만한 공격으로 파괴되지 않습니다. 던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코어’를 파괴하십시오. (0/3)

이 나무뿌리 새장이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것이었다. 저 놈은 이걸 믿고,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 중이었다.

‘코어? 코어가 대체 뭐지?’

그 코어란 게 어떻게 생겨 먹은 물건인지는 몰라도, 이 넓은 마트에서 엄청난 수의 코볼트와 맞서 싸우며, 3개를 전부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한 시간 정도였다.

성우는 나무뿌리 새장으로 나가가 그 내부를 살펴봤다. 보스 몬스터는 양손에 웬 전자시계를 주렁주렁 찬 채,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등 뒤, 보라색 아이스박스 위에는 검은색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저거다. 소년이 말한 증표.’

성우는 확신했다. 검은색 칼날이나 정교하게 디자인 된 가드나 손잡이를 볼 때,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성우는 방어막을 살폈다. 반투명한 파란색의 방어막이 나무뿌리 새장을 따라서 반구형으로 펼쳐져 있었다. 쉽게 말해, 코볼트를 덮어서 보호하고 있었다.

‘반구형이라면?’

그렇다면, 바닥은 보호받지 않고 있다는 뜻이 아니던가? 잠시 고민하던 성우는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체 싹 긁어와.”

마침, 운이 좋게도 기가 막히는 스킬을 하나 얻지 않았던가?

10마리의 스켈레톤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코볼트 시체를 들고 나타났다.

“아 그건 빼자.”

성우는 기폭제가 될 시체 중에서 코볼트 마법사는 제외했다. 마법사 스켈레톤이라? 분명 지금까지와 다른 개념의 무언가가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맨 처음의 스켈레톤은 스킬 시험을 하기 위해서 성급하게 터뜨려버렸지만, 이것들은 이용해볼 생각이었다. 물론 당장 시급한 건 아니었으니 잠깐 밀어두고······.

‘제한 시간 내에 마법 시전을 저지하란 건, 저 놈을 일어나게 하면 된다는 거다.’

성우는 수거한 시체를 새장 주위에 빙 둘러서 배치하도록 했다. 이내 놈의 주변, 사방으로 시체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 수가 무려 30여구였다.

“물러 서.”

작업이 끝나자, 성우와 스켈레톤들이 멀찍이 물러섰다.

시체 30구를 터트리는데 필요한 마나는 300이다. 성우는 시체를 무더기를 바라보며, 결코 적지 않은 마나를 한 번에 주입했다.

우우웅―

그러자 예사롭지 않은 떨림이 마트를 뒤덮었고, 이내 엄청난 빛과 함께 시체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쾅! 콰―광! 콰과과―

이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뒤흔들리며, 불꽃과 연기가 치솟고 큼직한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었다. 성우는 오크 스켈레톤 뒤에 숨어서 그 충격이 멎기를 기다렸다.

쿠우우······.

이내, 폭발이 멈추고 뿌연 연기가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성우는 스켈레톤 너머로 고개를 슬며시 내밀었다.

“······아, 너무 심했나?”

건물이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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