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10) 첫 번째 메인스트림 시작 - 2
“역시 글을 올리긴 올려야겠죠? 잘 생각하셨어요. 흡혈귀 놈들이 허위 광고 하는 걸 눈 뜨고 볼 수는 없잖아요?”
“꼭 그런 건 아니고 따로 쓸 일도 있어서.”
성우는 커뮤니티에 첫 번째 글을 작성했다. 그러자 댓글이 연이어 달리기 시작했다.
[12] 안전 구역 신중하게 찾아갑시다.
- 작성 : kor-157 │ 조회 : 17,456
H아파트 관련한 첫 번째 글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누군가 순수한 마음으로 선의를 베풀 거라는 생각은 웬만하면 접고 다른 집단 아래 들어갈 땐 신중해지시길 바랍니다. 목숨을 노리고 호의를 베푸는 척 하는 놈들, 제가 제대로 겪었기 때문에 괜히 훈수 한 마디 남깁니다.
「댓글 : 16」
─ 동네활쟁이 : 어? 157님! 저 그때 댓글로 경고하던 사람이에요! 아파트에 숨어서 님 활약하는 거 다 봤어요! 대박! 하나 같이 다 맞는 말이고 언제 한 번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ㅎㅎㅎ
˪ 야스오1 : 이분 빌붙기 오지죠?
˪ 엄마는강하다 : 저도 맞는 말이라는 거에 공감합니다. 미친 사람들 진짜 많아요 다들 몸 조심하세요 이럴 때일수록 자기 몸 자기가 챙기는 겁니다.
─ 시게뜬자살각 : 얘 뭔데 멋진 척 지리누;;
─ 비전동 마법사 : 꼰대는 이 시국에도 훈수질이구나.
이런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지는 건 예상했다. 그런데 특이한 움직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영등포 검사 : 157님, H아파트 사건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곧 올라올 게시물 확인하시고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 도끼전사123 : 형이 왜 여기서 나와?
˪ 비전동 마법사 : 헐ㄷㄷ 검사님 스카우트면 인정 아님? 순식간에 꼰대 재평가 ㄷㄷ
˪ 검사님이날봐주셨어: 검사님 제발 저 좀 키워주세요 검사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발할라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충성충성^^7
˪ 23살 김진수 : 검사님 덕분에 어머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ㅠㅠ
한편, 커뮤니티의 네임드로 자리 잡은 ‘영등포 검사’는 댓글을 단 직후 장문의 글을 하나 올렸다.
[14] 영등포 생존자 길드 창설 선포
- 작성 : 영등포 검사 │ 조회 : 20,444
더 이상 정부 차원의 구제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저희는 플레이어 공동체 ‘광복(光復)’을 창설하고자 합니다.
본 길드는 집단 생존을 일차 목표로 하여 안전 구역 확보, 생존자 구제, 더 나아가 몬스터 토벌······ [더 보기]
「댓글 : 59」
“길드? 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그런 길드 맞겠죠?”
한호의 물음에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이러면······ 방금 전 내 글에 굳이 댓글을 단 이유를 알 것 같네. 내가 합류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은 그런 나쁜 집단이 아니라는 걸 은근슬쩍 어필하는 거였네.”
“진짜요? 그럼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 사람 진짜 철두철미한 사람이네요?”
“야망 있는 인간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지.”
게임 플레이어들의 모임 일명 ‘길드(Guild)’를 만들겠다고 선포한다는 건 꽤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길드라는 건, 단순히 상부상조하는 생존자 집단을 넘어서 공통의 신념을 가지고 연대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또한 정부의 부재를 인정하고 새로운 체제를 설립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렇듯 각지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조성하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힘 좀 얻었다 싶은 놈들이 난립할 거야. 그 싸움에서 등 터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준비 좀 해야겠지.”
성우는 안전 구역 유지비용 중 일부를 생존자들에게 부담하게 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일정량의 골드를 거출해서 정호에게 했다.
“총 4,400골드면 당분간 충분할 겁니다.”
“그래, 고맙다.”
정호는 이미 모든 마나가 소모된 상태로, 안전 구역 유지를 위해서 10분 당 10골드가 차감되고 있는 상태였다. 하루 종일 유지하기 위해서는 1,440골드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필요로 했다.
골드는 목숨을 걸고 벌어야 하는 만큼, 안전 구역 유지를 위해서는 필히 전투가 가능한 병력을 상시 운영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큰 집단 강력한 무력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아, 아저씨 안전 구역 출입 제한 할 수 있다고 했죠?”
“맞아. 어디 보자······ 제한을 걸어두면 그 기간 동안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그럼 저희가 나가면 제한을 걸어두세요.”
“그래, 명심하마.”
성우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7시, 뱀파이어 로드의 ‘피의 추적’에 따라 성우의 현재 위치가 표시될 시간이었다.
‘놈은 나를 포기하지 않겠지.’
서로에게 퀘스트도 뜬 것도 모자라, 자신의 중요한 거점을 날려버린 마당에 성우를 곱게 놔둘 리 만무했다. 직접 오지는 않더라도 부하들을 파견해 성우를 추격할 것이다.
‘언제나 기습을 대비해야 된다.’
성우는 12시간 뒤로 진동 알람을 맞췄다.
“자, 이제 움직입시다.”
일행은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성우는 태성을 사장실로 호출했다.
“지금 오토바이 움직이지?”
“아, 예! 총 6대 가져왔습니다. 기름도 몇 통 구해놔서 아직은 움직······.”
“그럼 수원 화성으로 가라.”
“······예? 거길 왜?”
성우는 태성에게 수원 화성의 안전 구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음모, 일명 ‘대학살’ 계획을 설명해줬다.
“그쪽으로 이 일대의 생존자들이 몰려갈 거야. 놈들이 운영하는 안전 구역으로 잠입해서 모든 걸 감시해라.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 커뮤니티에 올린 내 글 알지?”
“네, 봤습니다.”
“거기에 아무 댓글이나 달아. 그럼 나한테 알림이 뜨니까. 누가 볼까봐 염려하지는 마, 내가 보고 바로 삭제하면 돼.”
구태여 1,000포인트를 사용해서 게시판에 훈수 한 마디를 던진 이유가 있었다. 전화나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로써 커뮤니티가 유일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할 수 있지?”
언제 대학살이 벌어질지 모르는 사지로 걸어 들어가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차피 흡혈귀 놈들하고 피부 부비며 며칠 보냈습니다. 그 정도야 포커페이스 잘 유지하고 있을 수 있죠.”
이내 태성이 친구 셋과 함께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그들이 공장 밖으로 사라지자 다음은 성우 일행 차례였다.
“선배, 이제 우리는 뭘 하죠?”
“레벨 업 해야지. 너 레벨 몇이야?”
“어, 저 5요.”
“지금 그걸로 누구랑 싸우려고?”
성우 일행은 그렇게 ‘사냥’을 나섰다. 그러나 성우는 레벨 업이 목표가 아니었다.
성우는 수인 스켈레톤을 최대한 확보할 생각이었다. 웨어 울프, 웨어 베어 등, 흡혈귀 상대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조합을 구성하는 것, 그게 오늘의 목표였다.
***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지 6일째, 생존자들은 안전 구역을 조성하여 똘똘 뭉치거나, 여전히 집 안에 틀어박혀 고립되어 있었다.
그 사이, 거리는 몬스터의 영역이 되었다.
8차선 도로 위를 다이어 울프 무리가 질주하며 사냥감의 냄새를 쫒았다. 그들의 목표물에는 구분이 없었다. 작고 연약한 것들이라면 뭐든지 먹어치웠다.
외딴 곳의 낡은 상가는 힘없는 고블린들이 차지했다. 그들은 ‘냉기를 뿜는 네모난 돌’ 안에 가지각색의 먹을거리가 있다는 걸 눈치 챘고, 가정집 창문을 뜯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집에 숨어 있는 이들이 희생당했다.
황무지를 좋아하는 오크들은 학교 운동장 등에 캠프를 건설했다. 인간이 지은 건물은 마음에 안 드는지, 책걸상과 가로수를 베어와 흉물 같은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중이었다.
다만, 형형색색의 공산품은 오크 사이에서 큰 인기를 구가했다. 빨래집게든 막대사탕이든 조금만 색이 예쁘다 싶으면 엮어내어 목걸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판이네요.”
“그 정도 표현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사냥’에 따라나서기를 자원한 경수까지, 총 4명이 된 일행은 지옥이 된 도심을 주파했다. 맞설 수 있는 몬스터는 최대한 사냥했지만, 이백 여 마리에 이르는 대규모 오크 부족은 피해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처음 보는 몬스터도 있었다.
“뒤를 조심해요!”
갈색 피부의 난쟁이들이 하수도에서 기어 나와, 일행의 후미를 기습한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손쉽게 격퇴해낼 수 있었다. 나름 싸움에 도가 튼 일행이 작은 난쟁이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음, 고블린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요?”
“그리 위협적이진 않네요. 이름은 코볼트랍니다.”
지수가 칼날의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렇듯, 하수도나 지하철에 ‘코볼트(Kobold)’라는 종족이 자리 잡고 터전을 꾸려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건 마법 공격 같은 거죠?”
경수가 상가 앞에 주차된 하얀색 프라이드의 범퍼를 가리켰다. 범퍼의 가운데는 녹색 빛깔로 물든 채 녹아내린 상태였다.
그 녹색 불덩이를 한끝 차이로 피해낸 한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와, 민첩성 안 올렸으면 죽을 뻔 했네! 몬스터도 마법을 쓰네요?”
“그러게요.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죠.”
일행은 그 이후에 다이어 울프 세 마리를 마주했다. 그런데 그것들은 더 이상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웨어 울프 스켈레톤 한 마리가, 다이어 울프의 주둥이를 마치 킹콩처럼 찢어버렸으니 말이다.
“확실히······ 수인들이 압도적이긴 하네요.”
거리 위의 공포였던 다이어 울프 무리마저 쉽게 제압하자, 일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우가 원하는 사냥감, 수인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선배, 저기 B마트요.”
골목을 돌아나가는 순간, 한호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정면을 가리켰다. 3층짜리 대형 마트였다.
“가보자.”
사냥도 사냥이지만 필요한 물건을 긁어모으는 일명 ‘파밍’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특히 저런 대형 마트라면 식자재를 비롯해 쓸 만한 물건이 꽤나 있을 테니 말이다.
일행은 마트로 접근했다. 마트에서 급히 빠져나오던 차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건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었다.
“성우 씨, 이 상황, 우리 학교 입구랑 비슷하지 않아요?”
“저도 그 생각 중이었습니다.”
지수의 말대로 차들이 어지럽게 꼬여 있는 게, 마치 학교 정문과 같은 그림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곳 역시 입구가 봉인된 채, 보스 몬스터를 물리쳐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튜토리얼’이 진행된 곳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튜토리얼은 모든 곳에서 진행된 게 아니었다. 한호의 부모님만 보더라도 돌발 퀘스트에 의한 행동 강요를 받지 않았고, 집 안에 안전하게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마트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겠죠?”
“마트 같은 곳이면 생필품이 풍부하니 피난처로 삼기에 나쁘진 않겠죠. 하지만 워낙 넓어서 웬만큼 큰 집단이 아니면 관리하기 힘들 겁니다.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일행은 마트 입구를 지나쳐 지상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역시 곳곳에 사람 시체와 고블린, 코볼트 등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지수는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많은 몬스터가 나오는 걸까요?”
“음, 지금까지 보기에는 그런 것 같네요.”
외곽의 주택가보다 번화가, 학교, 아파트 등지에 몬스터가 더 많았다. 그렇다는 건, 사람이 많이 상주하는 곳일수록 많은 몬스터가 나온다고 추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그럼, 한적한 곳은 오히려 피해가 덜 할 수도 있겠어요? 뭐, 시골이나 산골이라던가······ 제주도라던가.”
“아, 가족이 제주도에 있다고 했죠?”
성우의 물음에 지수의 말문이 막혔다. 이상하게도 지수는 가족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물며 커뮤니티에 가족을 찾는 글을 쓰지도, 검색하지도 않았다.
“아, 뭐······.”
그녀는 껄끄러운 지 대답을 흐렸다. 성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걱정, 안 되세요?”
“안 될 줄 알았는데, 신경 쓰이기는 하네요.”
“그럼 찾는 글이라도 올려보시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차피 평소에도, 앞으로도 서로 안 찾을 관계였어요. 그리고 아마 잘 살고 있을 거예요. 워낙 잘난 인간들이라······.”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멸과 함께 모호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민감한 가족사가 있는 것 같았기에 성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침 마트의 입구의 도착했다.
끼익―
그리고 반쯤 내려앉은 유리문을 밀어 젖히자······.
- 대규모 던전 ‘코볼트 마법사의 성채’에 입장하셨습니다.
* 입구가 마법에 의해 봉인 되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탈출 방법을 찾으세요.
“······응?”
“여기 전체가 던전이라고?”
일행은 어두침침한 실내 안을 두리번거렸다.
“어! 성우 씨!”
지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무슨 일인지, 그녀의 시선이 성우의 발아래에 향해 있었다.
“······네?”
성우가 고개를 내리자, 바닥에 그려진 녹색의 도형들이 보였다. 그건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발광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마법진?’
그 순간, 성우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는 공간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어딘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곧장 바닥이 보였다. 그는 다급하게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윽!”
적지 않은 충격이 몸을 강타했다. 그래도 부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고, 즉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이곳은······ 온갖 상자가 가득 쌓여 있는 창고였다.
부스럭―
그리고 그 상자 사이로 작은 그림자 여럿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 걸림!”
“구, 구웃!”
그건 갈색 피부의 몬스터, 코볼트였다. 총 7마리가 성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놈들의 꼴이······.
‘대체 뭔데?’
그건 이상한 걸 넘어서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마트의 의류 코너에서 있는 옷들을 제 멋대로 착용한 모양이었는데, 난쟁이들에게 맞는 옷이 아동 의류 밖에 없다보니 오류가 발생했다.
하필이면 레이스가 달린 핑크색 원피스나 곰돌이가 그려진 멜빵바지 따위를 골라 입은 것이다.
“크크! 이, 인간! 또 거, 걸림!”
“세, 세 번째!”
심지어 한 놈은 브래지어 안에 딱딱한 물건을 집어넣고, 후크를 꽉 조여서 고정시킨 상태였다. 설마 저걸······ 갑옷이라고 생각하고 입은 건가?
“이, 인간! 큭! 튜―랩 밟음! 빠가야로!”
“혼자 모탐! 낫띵! 이제 주, 죽음! 뎃, 이―즈 퍼니! 캬캬캬!”
성우는 귀를 의심했다. 몬스터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걸 떠나서 이게 대체 무슨······.
“한글 패치 똑바로 안 하냐?”
성우는 몸을 일으키고 옷을 털었다. 코볼트는 성우의 주변을 둘러싸고 온갖 흉기를 디밀었다.
“제물! 실험! 마법!”
“호, 혼자, 조―빱!”
“······조, 뭐?”
네크로맨서를 처음 마주하는 이들은 몬스터든, 인간이든 하나 같이 오해한다. 자신들이 머릿수가 많으니, 쉽게 이길 거라고 말이다.
- 권속이 현 위치로 소환됩니다.
덜그럭―
“······끼익? 왓 더!”
그리고 그건 여느 때처럼, 다음 장면에서 무너졌다. 많이 소환할 것도 없이 웨어 울프 스켈레톤 두 마리만 꺼내자 사방이 피 바다가 된 것이다.
방해물을 처리한 성우는 곧장 움직였다. 던전 안에서 일행과 떨어졌으니 빠르게 출구를 찾아서 합류해야만 했다. 그들은 성우 없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 말이다.
‘여기는 지하인가?’
창고는 생각보다 넓었다. 성우는 출구를 찾기 위해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움직였다.
그러던 중 창고 구석에서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혹시나 쓸모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싶어서 다가갔다.
“······쿨럭!”
웬걸? 아직 살아있었다.
“으허······.”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교복을 입은 채로 별다른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성우가 그의 상처를 살피니, 몸통이 완전히 으스러진 상태였다. 언뜻 봐도 성우가 가지고 있는 ‘체력 회복 물약(소)’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흐, 흐어, 크르······.”
그는 성우를 바라보며 꺼져 가는 눈빛으로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래 끓는 소리가 심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듯, 부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성우는 그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창고의 선반 위, 노란 종이 박스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성우는 손을 뻗어 종이 박스를 꺼냈다.
“이게?”
그 안에는 매끄러운 검은 돌이 하나 들어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정체불명의 알
- 등급 : 불명
- 분류 : ‘용기사(★★★★★)’ 직업 전용 아이템
- 효과 : 불명
- 설명 : 껍데기를 바라보며 실망하지 마세요. 이 알을 지켜낸다면, 껍데기를 깨고 무언가 나오는 순간, 당신의 운명이 달라질 겁니다.
그 순간, 알의 주인이었던 걸로 추정되는 학생이 피가래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기어코 입을 열었다.
“크, 크으······ 보, 보스 몬스터가 즈, 증표를 가지고······ 흐어! 이, 있어요.”
“무슨 증표?”
“주인······ 증명······.”
거기까지 말한 뒤, 그의 눈에서 마지막 남은 생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성우는 손에 쥔 알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무언가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