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4화 (24/244)

# 24

8) 카드를 선택하지 않은 자들 - 2

웨어 울프(Were Wolf) 일명 늑대인간.

오크보다 조금 더 큰 두 마리의 해골이 허리를 천천히 세웠다. 뼈의 굵기는 오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얀 뼈 안쪽으로 비치는 거무튀튀한 색감이나 윤기를 봤을 때 훨씬 견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라면 흡혈귀와 일 대 일로 싸워 볼만 할까?’

흡혈귀는 모든 스켈레톤이 합동 공격을 해야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물며 가장 낮은 등급인 ‘하급’이었음에도 말이다.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라면 다시 그 놈들과 싸우게 될 때, 준수함을 넘어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체력 수치 2상승 (확정)

한편 성우는 레벨 업 카드를 앞에 두고 고민했다. 지금까지, 흡혈귀처럼 지적 능력이 우수한 적을 상대할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스켈레톤을 조종하는 게 나라는 걸 파악하면, 나부터 죽이려고 달려든다.’

상대해본 두 흡혈귀 모두 성우를 집요하게 노렸던 것이다. 까딱하다간 즉사할 수도 있었다.

그런 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될 때, 이전처럼 잘 피해나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성우는 1번, 능력치 랜덤 상승을 선택했다.

- 민첩성 수치가 상승합니다. (+3)

꽤나 괜찮은 옵션이 나왔다. 성우는 틈틈이 자기 자신의 능력치도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와······ 꼭, 그, 이집트 신 같이 생겼네요.”

한호는 아누비스(Anubis)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같은 개과에, 약간 거뭇한 뼈를 가졌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반면 아이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있었다.

“미, 민식이가······.”

“아.”

눈앞에서 친구 둘이 괴물로 변해버렸으니 정신이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성우는 그들 사이를 지나쳐가 태성 앞에 섰다.

“상점은?”

태성은 이 상황에서 태연하게 상점을 찾는 성우의 모습에 질린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경황이 없어서 말씀 못 드린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

“뭔데?”

“가장 가까운 상점이 근처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데, 거기를 점거하고 있는 놈들이 있어요. 걔들도 흡혈귀한테 복종하고 있는 상태인데······ 저희보다 질이 나쁩니다.”

성우가 담담하게 쳐다보자 태성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냥 골드만 뺏었는데, 걔들은 사람을 잡아다가 흡혈귀들한테 상납을 합니다.”

말 그대로 인신매매 집단이었다. 흡혈귀들에게 신선한 피를 공급하는 쓰레기 짓을 일삼는 이들이 벌써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흡혈귀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배구조가 견고하게 형성될 수도 있었다.

“별의 별 놈이 다 있네. 안내 해.”

성우는 그런 놈들을 피해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흡혈귀 아래 붙어 있는 허술한 놈들이었으니, 차라리 흡혈귀들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박살낼 필요가 있었다.

그때, 한 여자애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태성아 나도 가, 갈래.”

“유진아?”

성우는 그녀의 목덜미에 눈이 갔다. 물린 자국이 여전히 도드라져 있었다.

‘흡혈귀다. 감염 됐다는 애가 얘군.’

흡혈귀들은 이런 집단을 복속시키기 위해서 구성원들 중 한 명을 동족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어딜 간다고?”

“······거기, 상점.”

“네가 왜?”

그녀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피, 피······ 더 버티면 미칠 것 같아. 거기 흡혈귀가 혈액 팩을 가지고 있댔어. 아저씨 이름 팔아서 얻어먹어야 돼. 아니면······.”

그건 꽤나 살벌한 말이었다. 미친다는 건, 이성을 잃고 산 사람을 공격할 거란 소리였으니 말이다. 태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성우를 바라보았다.

성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상태의 여자애를 데려가는 건, 짐인데다가, 폭주하기라도 하면 꽤나 골치 아파질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데리고 가도 될까요?”

“······.”

“그, 아, 아니라면 저도 안내 못할 것 같아요! 언제 잘못 될지 모르는 애를 두고 갈 순 없어요.”

태성이 고집을 부렸다.

“미처 날뛰면 바로 죽일 거니까 알아서 해.”

골치 아픈 상황이긴 했지만 빨리 상점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어차피 흡혈귀 한 마리쯤이야, 웨어 울프 스켈레톤을 얻은 상황에서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

이 동네 폭주족 출신인 만큼, 태성은 빠르게 안전한 길을 꿰고 있었다.

자동차 매매단지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그 과정에서 종종 늑대의 하울링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게 일전에 보았던 ‘다이어 울프’인지 카드를 뽑지 않은 이들이 변해버린 ‘웨어 울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마주치게 된다면, 차라리 전자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 왔습니다. 저깁니다.”

이내 수백 대의 차량들이 주차 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입구 왼쪽으로 업체 사무실들이 줄지어 있었다.

“저 안에 흡혈귀는 한 마리뿐이라고?”

“예. 집단 별로 한 명씩만 만들어 두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마구잡이로 만들 수는 없나 봐요. 아, 나머지 여덟 명은 일반 플레이어입니다.”

이 말만 들으면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어떤 직업을 뽑았는지,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든 게 불확실하니 무조건 돌격할 수는 없었다.

“조용히 접근하죠.”

성우는 사무실 건물 뒤쪽의 철조망을 뜯어내고 매매단지 내로 조용히 진입했다.

쾅! 쿵! 쿠구―궁!

하지만 웬걸, 사무실 안은 밖의 소음에 귀를 기울일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건물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크아아!

“선배 이거, 흡혈귀 울음소리는 아니죠?”

“나, 나는 저렇게 안 울어······.”

한호의 물었고 유진이 비몽사몽간에 대답했다.

“으아아! 사, 살려줘! 컥!”

그 소리에 성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한호가 유진을 돌아보았다.

“······저렇게는 울지?”

사람의 비명소리였다. 아무래도 먼저 온 손님이 있는 모양이었다.

성우는 스켈레톤을 두 방향으로 나누어 사무실 건물의 양 쪽으로 동시에 전진시켰다. 그리고 창문 너머, 사무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 뭐야! 누가 괴물로 변했다고?”

“방금 그 메시지 때문이야! 시발, 하필이면 손발을 묶어놔서 카드를 못 뽑은 거라고!”

그들의 사정은 대충 알만 했다. 흡혈귀에게 상납할 제물이 괴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일행이 건물을 돌아가 입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 유리문을 뚫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으윽! 으아악!”

피범벅이 된 채 비명을 지르는 남자, 그리고······ 그 위에 달라붙어 사정없이 할퀴고 있는 건, 웨어 울프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른 괴물 한 마리였다.

“컥, 으헉!”

두터운 발톱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남자의 살점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갔고,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

크르르······

도살을 마친 괴물은 고개를 돌려서 성우를 바라보았다. 곰의 대가리, 질질 흘리는 침, 두꺼운 목덜미,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놈의 등에 화살 한 대가 박혔다.

푹!

사무실 쪽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어, 어? 소, 소용없잖아!”

“아······.”

크아아아!

놈은 곧장 고개를 돌려 사무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창문 위로 피 분수가 쏟아졌다.

저건,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애초에 사냥하는 게 아니라 도망가라고 만든 몬스터인 것처럼······.

하지만 성우는 조금 달랐다.

“친구 만들어 줄게. 가라.”

그가 웨어 울프 스켈레톤의 어깨를 툭툭 치자 총 10마리의 스켈레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크아아!

곧 건물 안쪽에서 온갖 굉음이 울려 퍼졌다. 창문이 깨지며 오크 스켈레톤 한 마리의 상반신이 날아왔다. 성우는 제 권속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리 하나 확보했고.”

이제 그 빈자리를 유망주가 채워줄 예정이었으니 아쉬울 건 없었다.

- 웨어 베어를 사냥하여 3,5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웨어 베어(Were bear), 곰 형상을 한 괴물이었다. 이 역시도 카드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변한 몬스터였는데, 이런 수인 형태 중에서 랜덤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우의 권속일 뿐이었다. 성우는 메시지를 확인한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벅―

바닥은 유리 파편과 뼈 무더기 그리고 피 웅덩이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아홉 마리의 스켈레톤이 떡 하니 서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의 웨어 베어가 껍질을 벗으며 일어서고 있었다. 웨어 울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골격도 훨씬 두꺼워보였다.

“······.”

한편 구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 명의 남자였는데, 성우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흡혈귀 어디 있어.”

“······예?”

“흡혈귀 한 마리 있잖아.”

그들은 고개를 돌려서 사무실 안쪽을 바라보았다.

“크흐······.”

오른쪽 목덜미와 어깨가 완전히 짓이겨진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 아무리 흡혈귀라고 해도 웨어 울프에게는 못 당한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바였다. 그나마 회복력이 좋아서 반신불구가 되어 살아남은 듯 했다.

“선배!”

그때, 한호가 사무실 안으로 다급하게 들어오며 성우를 찾았다. 그는 건물 밖을 가리키며 호들갑을 떨었다.

“저기, 저기요! 저 버스 보세요.”

주차장을 향한 한호의 손가락 끝에는 하얀색 버스가 걸려 있었다.

“우리 학교 셔틀 버스예요. 그리고······ 운전석 쪽에 오리 인형 올라가 있는 거, 경수 씨가 타고 간 버스예요. 이 새끼들이······.”

이경수, 학교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군부대로 가는 길을 안다고 성우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성우가 거절했고 결국 제 갈 길을 갔다.

와이번의 지나갈 때조차 센스 있게 버스를 멈춰 세워서 무사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런 악질들에게 걸린 모양이었다.

“흐, 너, 너희는 누구냐······.”

흡혈귀가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의 상처가 서서히 회복 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덜그럭― 덜그럭―

하지만 성우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앞으로 웨어 울프 스켈레톤들이 전진했다.

“어? 뭐, 뭐야! 왜, 왜!”

아무런 통성명도 없이 흡혈귀가 난도질당하기 시작하자 구석에 쭈그린 패거리의 얼굴에 당황과 분노가 어렸다.

“어? 시, 실장님!”

“너희 뭐야! 갑자기!”

이들은 지금까지 만났던 졸개들과 다르게 꽤나 과감했다. 밀리는 상황에서 무기를 쥐고 성우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하지만 성우의 옆에 서 있던 오른이가 더 빨랐다.

챙! 촤악! 촥!

“컥!”

놈들은 키가 작은 오른이는 신경 쓰지 못했는지, 너무나 쉽게 제압당했다. 성우는 경멸어린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패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갑자기라고? 너희는 사람 잡아다가 흡혈귀한테 바칠 때 예고장이라도 보내고 갔나 보지?”

성우가 등을 돌렸고 오른이가 마무리를 시작했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눈앞에 골드 획득 메시지가 하나 둘씩 떠올랐다.

성우는 그 장면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서 태성을 찾았다. 태성은 유진을 부축하고 있었다.

“자, 진짜 상점이 어디야.”

“아, 예. 잠시 만요.”

그런데, 유진이 태성의 손을 뿌리치더니 성우를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한 가지 알려줄까? 이 개 같은 흡혈귀가 되면, 동족의 죽음을 느낄 수 있어. 아까 아저씨가 뒈질 때 어딘가 역겨운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도 그러네?”

“유진아!”

“좆같은 흐, 흡혈귀들이 떼로 몰려와서 당신을 찾을 거라고······. 다 죽일 거야. 당신도 우리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돼.”

그녀는 태성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아저씨도 우석이가 죽은 걸 느끼고 바로 찾아 왔던 거야. 흡혈귀를 심어 놓은 이유가 이거지.”

“아······.”

그 말이 진짜라면 꽤나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흡혈귀 무리와 정면충돌이라, 그건 성우도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대표라는 놈은 이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말이네?”

성우의 물음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턱 선이 불안하게, 파르르 떨렸다.

“그, 그렇겠지. 대표는 모든 흡혈귀를 만들어낸······ 자칭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니까. 아저씨 그 새끼가 그렇게 찬양하더라고. 미친놈.”

“그래서 그럼 너희 자식들은 그 아버지란 작자가 어디에 있는지 느낄 수 있나?”

흡혈귀와 인연이 질겨질 걸 직감한 성우가 물었다. 하지만 유진이 고개를 숙이더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어떻게 새, 생겨 먹은 새끼인지······ 나도 제발 보고 시, 싶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의 떨림이 심해지더니, 이내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이거, 불안한 징조였다.

“으으으······.”

결국 다리가 풀리며 쓰러져버렸고, 태성이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유, 유진아!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성우는 즉시 칼을 뽑았다. 폭주의 전조로 보였다. 하지만 태성이 기겁하며 유진을 감쌌다.

“아, 안 돼요!”

“닥치고 네 목덜미나 조심해.”

“이, 시발! 안 된다고!”

성우는 즉시 오크 스켈레톤 두 마리를 조종해서 태성을 억지로 잡아 당겼다. 녀석은 양 팔을 붙들린 채 발버둥 쳤지만 결국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안 된다고! 야! 이 시발!”

“너, 흡혈귀가 된 친구를 죽였다고 하지 않았어?”

“······.”

성우의 물음에 태성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 말대로 태성은 친구인 우석을 죽였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우는 그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때였다.

“······걱정 마.”

고개를 푹 숙인 유진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입 꼬리를 울려서 실소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으흐흐, 이 아이는 괜찮아.”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유, 유진아? 지금 뭐라고?”

그녀는 고개를 홱, 꺾더니 태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찰나의 행동조차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 마치 실에 묶여져 관절을 틀어대는 인형 같다고 할까?

“이 아이는 괜찮다고 그러니까 뚝 그쳐. 그리고 얘, 주기적으로 피 좀 마시게 해줘. 몸이 완전 곯았잖아?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음하게 하지 말고. 안 먹으면 금단 증세, 과하면 중독 증세, 오케이?”

“······.”

“언더 스탠드? 아 시발, 왜 말을 안 하니?”

유진의 목소리는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그건, 그녀를 오늘 처음 본 성우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성우를 올려다보았다.

“아······ 뭐야 흐릿해서 잘 안 보이잖아? 스킬 등급이 낮아서 그런가?”

“······.”

“아, 미안 이게 내가 최근에 얻은 스킬이라서 다루는 게 좀 미숙해. 이 나는, 어, 그, 아무튼 이런 친구들 관리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돼.”

그 말에 성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뱀파이어 로드?”

유진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 어디서 좀 주워 들은 게 있나 봐?”

아무래도 벌써 선택할 시간이 온 것 같았다.

정면충돌, 피하는가, 뚫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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