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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네크로맨서-23화 (23/244)

# 23

8) 카드를 선택하지 않은 자들 - 1

성우는 피를 갈구하고 인간을 사냥하는 존재, 흡혈귀라는 족속이 도심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H아파트의 패거리가 증언하길, 자신들의 두목인 박 사장은 누군가에 의해 흡혈귀로 변해버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크, 크륵······.”

그런데 이렇게 금방 마주할 줄이야?

“움직이지 마. 머리 날아간다.”

성우는 방금 전, 놈의 송곳니를 보는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전투를 준비했다. 곧장 오크 스켈레톤을 입구에 대기시켜서 치고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고, 그건 아주 유효했다.

하물며 지난 전투를 통해서 재생이 뛰어난 흡혈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팔 다리를 자르거나 상처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큭······.”

평범한 인간은 즉사할 만한 공격, 즉 목덜미를 꿰뚫는 게 최고의 제압 방법이었다.

“네가 뱀파이어 로드냐?”

성우의 물음에 놈이 미소를 지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놈이 결박된 왼손에 힘을 주었다.

우득!

그러자 놈을 붙잡고 있던 오크 스켈레톤의 어깨가 탈골되며 옆으로 밀려나버렸고, 놈의 왼손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 목표는 다름 아닌 칼날이었다.

쩡!

- 아이템이 파괴되었습니다.

세이버가 반 토막이 나버렸다.

칼날을 한 번에 부수다니? 기가 막힌 상황이었지만, 성우는 당황하지 않고 즉시 뒷걸음질 쳤다. 놈은 목덜미에 칼날을 박은 채, 성우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들었다.

쉬익! 푹!

“크악!”

그런데, 그의 어깨에 단검이 박혔다. 한호의 단검 투척이었다. 놈의 몸이 순간 기우뚱하자, 성우의 오른쪽에서 지수가 튀어나오며 칼을 휘둘렀다.

촤악!

하지만 팔들 들어 칼날을 막아냈다. 양쪽 하박에 긴 자상이 생겼지만 절단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상처는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르륵!

놈의 팔에서 불꽃이 일었다. ‘발화 숫돌’로 갈아둔 칼날에 맞은 것이다.

“으으으!”

놈은 기겁하며 팔을 털어댔다. 그 사이에 다시금 지수가 달려들었다. 놈은 불을 끄지도 않고, 왼 손을 송곳처럼 내질러 반격했다.

쉭!

그런데, 지수는 놀라운 순발력으로 고개를 돌려 공격을 피한 뒤, 왼 팔을 향해 환도를 휘둘렀다.

촤악!

놈의 왼쪽 손목이 잘려나갔다. 직후, 그녀의 복부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이 날아들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뒤로 도약해서 공격을 피했다.

부웅!

놈의 손톱은 허공을 허망하게 휘저었다.

태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렸다.

‘이 사람들 대체 뭐야?’

지수의 움직임은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던 태성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수의 눈앞에는 한 줄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 절묘한 감각이 발동 중입니다.

“후······.”

연계 카드로 얻을 스킬이 발동 중인 것이었다. 하물며, 이 순간, 성우의 스킬도 먹히고 있는 상태였다.

- 죽음의 아우라가 권속에게 ‘강체’ 효과를 부여합니다.

- 권속과 접촉한 적이 ‘쇠약’ 상태에 빠집니다.

평소였으면 흡혈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을 오크 스켈레톤이거늘, 지금은 어깨뼈가 탈골된 게 고작이었다. 하물며 흡혈귀의 눈앞에는 경고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 쇠약 상태에 빠집니다. (10중첩)

몸 구석구석이 서서히 으스러져가는 게 느껴졌다. 근육이 말라비틀어지고 뼈가 삭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원체 회복력이 좋기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었다.

“으으으······. 넌 누구냐?”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이제 대화할 마음이 생기나봐?”

성우는 어느새 한손 창 두 자루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래. 누군지 궁금하군. 통성명부터 하지?”

흡혈귀는 경계를 푸는 것처럼, 허리를 쭉 폈다. 시간을 끌어서 몸을 회복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을 때, 단숨에 치고 나가서 대장으로 보이는 놈의 목을 긋고, 그대로 건물 밖으로 도주할 생각이었다.

‘저 놈은 해골을 부릴 뿐, 신체 능력이 좋지 않으니 단숨에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현될 수 없었다.

푹!

“컥!”

창이 날아와 그의 복부에 박혔다.

푹!

두 번째 창은 가슴팍을 꿰뚫었다.

“근데 넌 팔 다리 다 잘라도 입을 열 수 있잖아. 우리가 악수할 것도 아니니까 팔 필요 없지? 자, 말해 봐.”

“으으으······. 이 개새······.”

푹!

이번엔 오른 쪽 허벅지였다.

“쓸모 있는 말만 해. 나 창 많다?”

어느새 바닥이 녀석의 피로 흥건했다.

“······하, 하급 흡혈귀 한 마리 큭! 잡았다고 네가 우리 보다 낫다고 착각하지 마, 마라······.”

“우리?”

“대표님께서 투자를 아끼시지 않을 테니 너희 같은 버러지들은 고, 곧, 저, 전부, 아······ 으아아! 큭, 크르르!”

놈이 눈이 벌겋게 변하더니 목덜미에 파란색 핏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익숙한 장면이었다. 저렇게 기괴하게 변한 뒤부터 능력치가 대폭 강화되며 미처 날뛴다. 아파트에서 마주한 박 사장이 그랬었다.

“지수 씨. 끝내요.”

성우의 말에 지수가 곧장 움직였다.

촤악!

그녀는 칼자루를 양손으로 잡고 놈의 머리를 단숨에 쳤다. 놈의 머리가 피 웅덩이 위로 떨어졌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332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들어왔다. 성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태성을 바라보았다.

“야.”

태성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뒷걸음질 쳤다.

“아, 그, 저······ 저희랑 관련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거 안 물어봤는데.”

“그, 그럼······.”

“아까 말했잖아. 가진 골드 다 내놓으라고. 너희들이 치고 다니던 대사인데, 이해 못하는 거 아니지?”

***

- 984 골드를 받았습니다.

- 431 골드를 받았습니다.

- 891 골드를 받았습니다.

골드는 악수 등, 신체 접촉을 통해서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성우는 양아치들이 거리의 생존자들에게 강탈한 골드를 몽땅 압수했다.

“에이, 얼마 되지도 않네요? 만 단위는 나올 줄 알았더니······.”

한호가 자기 몫을 배분을 받으며 투덜거렸다.

“삼류 양아치들이 그렇지 뭐.”

성우의 예상대로 이 패거리는 별 힘도 없는 삼류 양아치들이 맞았다. 다만, 이 녀석들도 흡혈귀의 손에서 놀아나며 앵벌이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태성이 증언하길, 성우가 방금 죽인 ‘아저씨’라는 흡혈귀가 매일 같이 찾아오며 골드를 뜯어갔다고 말했다. 심지어 흡혈귀로 만드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조직 아래 복속시키려고 한 모양이었다.

“대체 그 보스인지 대표인지, 같은 사람인 건 맞을까요?”

지수가 바닥에 나동그라진 머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작정하고 체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네요. 이런 일이 벌어진지 며칠 안 됐는데 수금원까지 돌리고 있다니?”

“그러게요. 저는 빠르게 적응하는 성우 씨만 봐도 신기했는데, 이런 일까지 벌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지수의 말에 성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걔들은 적응을 넘어서······ 원래 이런 세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흡혈귀들이 보이는 모습은 생존을 위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마치, 원래 이런 세계에 살던 사람처럼 기다렸다는 듯 즐기고 있다.

“그리고 H아파트의 흡혈귀보다 더 강한 놈입니다. 직접 감염까지 시킬 수 있는 거나, 구속 받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걸 보면 원흉이 되는 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보이네요.”

그 원흉은 이런 놈들을 여럿 부리며,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아저씨라는 흡혈귀도 ‘우리’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놈들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만만치 않은 상대가 분명하다. 단 한 마리의 흡혈귀를 상대할 때도 성우 일행 전체가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놈이 무리지어, 혹은 수십 마리가 되어 덤빈다면 어떻게 될까?

‘잠재적인 위협은 확실하다.’

하물며 H아파트에서 흡혈귀를 죽인 성우의 행보를 알고 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역시 놈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크게 한 번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성우는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태성을 바라보았다.

“상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아이템으로 무장해야만 했다. 성우의 말을 들은 태성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이쪽입니다!”

태성은 고분고분하게 앞장서서 걸어갔다. 자신들을 옭아매던 그 흡혈귀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라는 걸 인지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성우와 태성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사무실 입구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 여기서 문제, 만약 2차 플레이어 선발 때도 카드를 고르지 않는 오만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붉은 색의 글씨가 눈앞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야 이게? 이거 보이죠?”

“······.”

성우가 느끼기에 이건 정말로 문제를 내려는 게 아니었다. 도발적인 텍스트에 붉은색의 폰트······.

‘무언가 벌어지기 전의 징조다.’

성우는 사무실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성우의 일행은 전부 직업을 선택한 상태였다.

“어, 미, 민식아?”

아이들의 시선은 한 명에게 향했다. 민식이라고 불린 아이는 소파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민식이 너, 설마 안 고른 거야?”

태성이 물었다. 민식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응······.”

“대체 왜?”

“이, 이상하잖아! 뭔가 느낌이 안 좋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이 원인 조차 알 수 없는 괴상한 현상 속에 기분 좋게 뛰어들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안전한 상태에서, 밖에 서서 관망할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이들이 그렇게 할 것이었다.

“······.”

태성도 민식을 비난하진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 몰랐으니 말이다.

- 정답은?

“뭐, 뭔데 시발! 뭐냐고!”

민식이 불안함에 소리쳤다.

- 두 번이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정신 차리지 못한 그들에게, 플레이어가 싫다면 몬스터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뭐?”

“미, 민식아?”

모두가 민식에게서 멀어졌다.

“나, 나만 안 고른 거 아니라고! 재, 재희도 안 골랐어!”

민식의 손가락은 재희라고 칭해진 아이에게 향했다. 그 녀석 역시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 아······.”

그리고 그 얼굴에 거뭇한 핏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주체할 수 없는 고통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으, 으으―아아악!”

살이 두툼하게 솟아오르고, 뼈가 두꺼워지고, 검은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17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했던 두 남자 아이의 키가, 순식간에 180, 190, 200센티미터까지 커지기 시작했다.

이거, 언뜻 봐도 보통 몬스터가 아니었다.

“꺄아악!”

“어, 어어? 도, 도망 가!”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고, 몬스터가 되어가는 녀석들은 고통에 찬 고함을 지르며 벽과 바닥을 두드리고 움켜쥐었다.

쿵! 콰직!

맙소사. 단 한 방에 벽이 종잇장처럼 우그러졌다.

‘완성 되면 못 이긴다.’

성우의 본능이 경고했다.

‘하지만 아직 완성 되지 않았지.’

그리고 성우의 칼이 반응했다.

“지금이야!”

“······네?”

지수와 한호마저 머뭇거리는 사이,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점점 부풀어 가는 두 육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촤악! 푹! 푹! 퍽!

그리고 무차별적인 난도질을 시작했다.

크윽! 크으!

이들이 변한 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태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 도망을 택한 것 역시, 그것과 크게 다른 선택은 아니다. 고작해야 도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을 뿐이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크아아!

변신할 때 공격을 당한 두 아이, 아니, 몬스터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어설프게나마 반격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가운데, 반사적으로 팔을 휘두른 것이다.

콰직!

그런데 그 단 한 방에 ‘강체’가 부여된 오크 스켈레톤이 작살나버렸다. 성우는 내심 당황했다. 분명 너무나 어설픈 공격이었는데?

퍽! 후드득!

이번에도 똑같았다. 공격이라기보다 방어하기 위해 이리저지 팔을 내지른 것뿐이거늘, 사방으로 부서진 뼛조각이 튕겨져 나갔다.

크! 크으······.

다행이도 놈들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생각해보면 ‘서서히’라는 말조차도 기가 막히는 표현이었다. 수십 차례 도끼질을 맞으면서 서서히 무너지다니, 말이 안 됐다.

- 웨어 울프를 사냥하여 3,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웨어 울프를 사냥하여 3,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8)

“뭐?”

성우는 저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었다.

한 마리 당 3,000골드라니? 다이어 울프 한 마리가 240골드에 불과했는데? 이게, 도대체······ 얼마나 악랄한 몬스터로 만들어버렸단 말인가?

‘큰일 날 뻔 했네.’

성우마저도 변신 전에 쓰러뜨린 걸 안도했다.

그리고

“······큰일 맞네.”

달리 말하면 경사였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이런 괴물이, 나름 중형 몬스터라고 스켈레톤으로 일으킬 수 있었다. 어부지리로 엄청난 걸 얻고야 만 것이다.

웨어 울프 스켈레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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