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7) 수원 화성의 안전 구역 - 1
다시 밤이 왔다.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한호네 집이 멀지 않았지만 밤에 움직이는 건 위험했다. 일행은 H아파트의 경비실에서 밤을 보낸 뒤, 이른 아침에 움직이기로 했다.
순번에 따라 지수가 보초를 섰고 성우는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호는 틈틈이 가이드북 어플리케이션을 확인하곤 했는데, 마침내 두 번째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어?”
[2] 생존자 필독! 여기에 댓글 자유롭게 다세요!
- 작성 : 영등포 검사 │ 조회 : 22,481
게시물 쓰고 싶은데 1,000골드가 없어서 못 쓰시는 분들 계시죠? 여기 댓글에 전부 쓰세요. 가족 찾는 내용이나 여러 정보 공유해서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남읍시다!
참고로 댓글은 200자 제한이고 닉네임 변경 방법은 설정에서 100골드 내고 바꿀 수 있습니다~
「댓글 : 21」
“와. 생각해보니까 꼭 1,000골드 안 쓰고 댓글로 소통하는 게 이득이겠어요? 이 사람은 진짜 천 골드 쾌척했네요.”
한호의 말대로 다른 의도가 없는 선의로 보였다. 1,000골드를 사용해서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중이었다.
「댓글 : 24」
― 23살 김진수 : 엄마가 이 글을 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3살 J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아들이 청주에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살아 계시다면 절대 나오지 말고 집에 꽁꽁 숨어 계세요! 제 방에 에너지바랑 초콜릿 많아요!
― PC방 존버 : 형 나 의태야 친구들이랑 학교 앞 샤크 PC방에 살아있어 이 글 보면 여기로 와 여기 바로 옆 편의점이라 먹을 거 은근히 많아 꼭 여기로 와야 돼!!!
― kor-3112 : 울아들21살영수군대에있어요이병박영수아빠가기다리고있어꼭집와아빠가골드가업어대답못혀중대장님이거보면연락해주십시오
이렇게 가족이나 지인을 찾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태였으며,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 2성 법사 김 군 : 우선 영등포 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생존자들을 위해 작은 정보 하나 공유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팀플레이를 하면 ‘시너지 효과’라는 게 발동합니다. 이거 개꿀이니까 꼭 함께 다니세요!
˪ 야스오1 : 님 그거 누가 모름? 잘난 척 ㄴㄴ
― 전직 파일럿 : 경기 남부 일대 큰 늑대 무리 조심하세요. 경비행기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유독 많이 보이네요.
˪ kor-114 : 맞습니다. 그 새끼들 2층까지 점프해서 뚫고 들어갑니다. 그 이상 높이의 건물에 숨으셔야 돼요!
˪ 야스오1 : 늑대 조빱임. 내가 다 잡음^^
“4일 째 되니까 골드 좀 쌓였는지 댓글이 꽤 달리기 시작하는데요? 나도 닉네임 바꾸고 글 하나 남겨야겠다.”
한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설정에서 닉네임을 바꾸고 곧장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부모님, 아들이 내일 아침에 귀가합니다······. 됐다.”
한호는 그렇게 댓글을 남기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았다. 내일의 행군을 위해 충분한 잠을 청해야했다.
그런데 그때, 성우가 한호를 불렀다.
“······야 한호야.”
“네?”
“근데 왜 돚거야?”
“돋 뭐요? 뭐라고요?”
한호는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 최강 돚거 이한호 : 부모님 저 한호에요 아들이 내일 아침에 귀가합니다. 고기반찬으로 아침 밥 좀 차려놔주세요. 콩밥 말고 흰쌀밥으로요.
“아 씨! 오타! 도적인데, 다시 바꿔야 되네!”
- 닉네임 변경 후 1년 간 수정할 수 없습니다.
“아 미친!”
“잘 자 돚거야. 2시간 뒤에 지수 씨랑 보초 교대하고.”
“아, 쪽팔려······. 1년 동안 댓글 달지 말아야지.”
***
다음날 아침, 일행은 초코파이와 과자로 배를 채운 뒤 다시 길을 나섰다.
슬슬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온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고요해져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약 1시간 쯤 걸었을까? 마침내 한호네 동네에 도착했다. 원룸 밀집지 안쪽으로 연립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동네였다.
“골목이 많으니 조심합시다.”
집으로 다가갈수록 한호의 표정이 굳어갔다. 앞으로 어떤 장면을 목도하게 될지 모르지만, 불안한 생각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
“저, 저기에요.”
성우의 손가락이 단지의 B동을 가리켰다.
“멈춰.”
그 순간, 성우가 자세를 낮췄다. 일행은 재빨리 길가에 주차된 트럭 뒤로 몸을 숨겼다.
“오크 세 마리.”
“저도 봤어요.”
지수가 칼을 빼들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살피니 B동 입구에 오크 3마리가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르―
한 놈은 목걸이에 형형색색의 빨래집게를 잔뜩 걸고 있었는데, 놈들에게는 그게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주변에 더 있을 수도 있겠어요. 지형이 복잡해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제가 다섯 마리를 데리고 급습할 테니 둘은 네 마리와 후방을 경계하세요.”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오크 스켈레톤의 가방에 매어 두었던 한손 창을 끄집어냈다. 그건 H아파트의 패거리에게서 얻은 아이템이었다.
“가자.”
성우의 말에 스켈레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인기척을 느낀 오크들이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았지만······.
푹!
목덜미에 창이 박혔다. 그렇게 한 마리가 쓰러지자, 나머지 둘이 몸을 날려 단검을 피해낸 뒤 벽에 세워둔 도끼를 집어 들었다.
촤악! 촤악!
하지만 곧 차가운 바닥 위로 엎어지고 말았다. 오른이가 건물을 빙 돌아와 놈들의 뒤를 노린 것이었다. 암살에 가까운 완벽한 급습이었다.
“오크 놈들은 뒤를 안 보는 게 버릇이네 아주.”
이렇듯 성우는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전투를 지향했다.
“순식간이네요······ 당장 주변에 인기척은 없어요.”
지수가 말했고, 한호는 서둘러 B동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음이 급했다.
“아?”
좁은 복도는 생각 외로 깔끔했다. 하지만 101호 102호의 현관문을 강제로 열린 듯 도끼질의 흔적이 역력했는데, 두꺼운 철문이 완전히 우그러진 상태였다. 잠깐 스쳐지나 가는데, 집 안에서 피비린내가 풍겨오는 듯 했다.
한호는 더 조급해진 마음으로 계단을 뛰어올라갔고, 성우가 따라가 그의 어깨를 붙들어 세웠다.
“야, 야! 침착해. 위에서 뭐가 나올지 알고 막 올라가?”
“······후. 오케이. 다 왔어요.”
한호의 집은 바로 위, 202호였다. 그리고 그곳 역시 도끼질로 엉망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천만다행인지, 1층과 다르게 문이 열려있지는 않았다.
한호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띠―띠띠띠― 띠리리― 철커덕!
현관문을 열어젖히니 빗장이 걸려있었다. 역시 다행이었다. 한호는 그 틈으로 집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 어, 엄마! 문 열어줘!”
이내 문이 열렸다. 중년 여자, 한호의 어머니였다.
“하, 한호야!”
“뭐? 지금 뭐라고? 한호? 한호가 왔다고?”
이어서 한호의 아버지까지 뛰어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성우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 엄마는 그렇다고 쳐도, 아버지는 고스톱은 허구한 날에 그렇게 치면서 왜 카드를 안 뽑으셨어? 감이 좀 떨어지셨나 봐?”
한호는 계란말이를 씹으며 말했다. 일행은 한호의 어머니가 차려준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아직 식량이 떨어질 시기가 아니었기에 평소에 먹는 집 밥의 맛이었다.
“흠, 거, 그림이 영 별로더라고. 손이 안 가 손이.”
“아버지가 그러니까 맨날 주머니에 동전 가득 넣고 짤랑거리면서 나갔다가 터덜터덜 오는 거야. 그나저나 오크들이 집 문 다 작살내놨던데, 어떻게 막은 거야?”
“F킬라 뿌렸어.”
“······앵? 살충제?”
“네 애비가 구멍으로 F킬라 막 뿌리니까 도망가더라.”
황당하지만 기발한 퇴치법이었다.
식사 이후에도 한호의 어머니는 성우와 지수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며 온갖 간식을 챙겨주었다.
“선배님들, 제 못난 자식 놈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자, 마실 게 코코아 같은 건 없고 녹차 밖에 없네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이에 한호가 발끈하며 나섰다.
“아, 엄마! 나도 도움 됐다니까? 아들이 괴물들 다 때려잡으면서 여기 온 거라고! 진짜라니까?”
“넌 그 입 좀 가만히 있어라 좀.”
한호의 부모님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외아들이 꼼짝 없이 어디 길거리에서 죽었을 거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먼 길을 도보로 주파해올 지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보일러가 꺼져서 찬 물이지만 아직 물 나오니까 다들 씻고 편히 쉬세요.”
일행은 한호의 집에서 최대한 휴식을 취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집 밥을 먹고 샤워도 했다.
지수는 피 범벅이 된 빨간 트레이닝복을 마침내 빨 수 있었는데, 그 옷에 무슨 애착이 있는지 한호가 다른 옷을 준다는 것도 사양했다.
“아, 고마워요. 그런데 그냥 이거 빨아서 입을게요. 피 튀었을 때 티가 안 나서 좋아요. 후, 샤워보다 세탁할 수 있는 게 더 개운하네요.”
하지만 여유부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세 사람은 한호의 방에 둘러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지 고민했다.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서 버티는 건 아무래도 무리죠?”
“목적지를 정하고 이동하자. 아까 입구에서 잡은 놈들은 정찰대였어. 근처에 오크 무리가 있다면 큰 규모로 들이 닥칠 수도 있고.”
문제는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맨 처음의 목표는 학교 탈출이었고, 그 이후는 한호네 집이었다. 장기적인 목표가 없으니 순간, 순간 막연해지곤 했다.
그때, 시간이 날 때마다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던 한호가 한 가지 소식을 가져왔다.
“선배, 이것 보세요.”
“너는 평소에도 SNS 붙들고 살더니 여전해?”
수업 시간에도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 걸, 성우가 수차례 잔소리 했건만 끝내 바뀌지 않았었다.
“아 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 어제 두 번째 게시물 올려서 자유 댓글 달 수 있게 만든 영등포 검사라는 양반 있잖아요?”
“어, 왜.”
“그 양반이 글을 또 썼는데, 암튼 보세요.”
[3] 영등포 생존자 필독! 안전 구역 마련했습니다!
- 작성 : 영등포 검사 │ 조회 : 45,499
영등포에 안전 구역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번 글 때문에 함정 논란이 많지만 저희는 진짜입니다. 제 동료 중에 3성 직업인 ‘개척자’가 있는데 전용 스킬로 영등포역 실내를 몬스터가 들어올 수 없는 구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무작정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없겠지만, 당장은 함께 이끌어갈 최초 구성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스킬이 상시 유지비용이 꽤나 들어가서 골드나 식량을 받을 예정입니다. 전체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점 양해바랍니다.
「댓글 : 45」
또 다시 안전 구역에 관한 이슈였다.
“이번에는 믿을 수 있을까요? 이 사람은 진짜 착한 사람 같기도 한데요?”
“글쎄, 어제 그 글을 올렸던 이유가 있었네.”
“네?”
“무조건 선의가 아니었던 거야. 이게 목적이었군?”
진짜 안전 구역을 마련했다는 ‘영등포 검사’의 말은 사실일 수도 있었다. 성우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분명 온갖 직업과 스킬이 존재하는 게임이니 말이다.
다만, 어제 1,000골드를 쾌척하여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던 건, 오롯한 선의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댓글을 봐, 이 사람 어제 그 글 한 번으로 벌써 공신력을 가지게 됐어.”
「댓글 : 46」
― 돌진탱커 : 역시 갓등포 검사님! 이번에도 진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희 일행은 부천 쪽인데 당장 영등포로 가기로 했습니다! 실물로 뵙겠습니다^^
― 2성 법사 김 군 : 믿습니다! 따르겠습니다!
― 양희진 : 영등포 검사님 원래 뭐 하시는 분이죠? 이 미친 세상 구해주실 분인가요? ㅠㅠ 100골드 아까워서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댓글 남깁니다.
이런 댓글이 연이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찬양일색이네요? 아, 어제 그 글에도 고맙다는 말들이 엄청나긴 했죠. 거기에 이어서 이런 글을 올렸으니 물 타기가 생기겠네요?”
“어제 그건 사전 여론 조성이었던 셈이지. 이 사람들 이제, 가만히 앉아서, 골드와 식량을 얼마나 많이 받아먹을 수 있을까? 어마어마할 걸?”
“아, 이유 없는 선의는 없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게임 시스템을 토대로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영등포는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겠네.”
“그렇죠? 그럼 이걸 보세요.”
― 꽃 중년 킴 : 제 직업은 2성 ‘선교사’인데 작은 크기의 세이프 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치는 수원이고요 같이 생활할 젊은 여성 분 구합니다. 장소는 같이 정해 봐요 친구랑 같이 지원하셔도 돼요ㅎㅎㅎ
˪ 생존자44 : 으 아재요 더러워;
“시발, 이건 아니네. 그럼 이거요.”
한호는 또 다른 댓글을 보여줬다.
― 구 과장 : 안전 구역 수원 화성에도 있습니다. 저도 3성 ‘개척자’고요. 역시 월세 받습니다. 와서 연락주세요.
“워, 월세? 와, 씨, 이런 세상에까지 건물주가 생기는 거야? 아무튼, 여기로 가는 건 어때요?”
월세라는 노골적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성우는 일단 이 안전 구역이라는 개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수원 화성이면 갈만한 거리지?”
“음······ 걸어서 안 가봤는데, 버스 타고 20분이면 갔죠.”
“그럼 여기를 다음 목적지로 잡을까?”
이에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안전함’이라는 개념에 본능적으로 끌린 것이다.
지금까지 어디에서 밤을 보내든 교대로 보초를 서며, 긴장 속에서 선잠을 자야만 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당연히 그런 곳으로 가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이동하자. 한호야,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필요한 물건 싸.”
“넵.”
잠시 후,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호가 방으로 들어왔다.
“선배, 부모님이 그러는데 이 근처에도 도적 떼 같은 놈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도적 떼? 어제 H아파트 그 놈들처럼?”
법과 치안이 무너지면서 몬스터가 아니라 생존자를 노리는 집단이 하나 둘 생기는 걸까?
“네. 고등학생 양아치 무리인 것 같은데 오토바이 타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생존자들 삥 뜯는다는 것 같은데요? 엄마가, 옆집 사람들이 나가는 길에 뜯기는 걸 창문으로 봤다고 하네요.”
성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언뜻 들어도 삼류 양아치 집단이 분명했다.
“무식한 놈들이 뭣 모르고 깝죽거리고 있군.”
“뭐, 저도 딱히 걱정되진 않아요.”
전투라면 이미 도가 튼 상태다. 하물며 언뜻 봐서는 최악의 몬스터 같은, 스켈레톤을 대동하고 다니면, 웬만큼 간 큰 놈이 아닌 이상, 길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진짜로 그 놈들이 나타났다.
우웅! 부우웅!
놈들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연립주택 입구에 모여 있었다. 성우 일행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바이크 숫자가 모두 7대, 두 명씩 타서 총 14명의 패거리였다.
“안녕, 아저씨?”
빨간색 바이크, 운전자 뒤에 매달린 여고생이 허옇게 뜬 얼굴로 비웃음을 날렸다.
“헤헤, 가진 것 좀 다 줄래?”
이어서 코걸이를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으흐흐! 그러게 집 안에 숨어 있을 땐 조용히 좀 하지 우리가 지나가다가 들어버렸잖아?”
그는 왼 손에 든 메이스(Mace)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좋은 말 할 때 무기랑 골드랑 다 내놔. 우리 피 보지 말자? 응?”
하지만 성우는 일말의 위협감도 느끼지 못했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너희들이 듣기만 했지 보진 못한 모양이구나?”
그러자 양아치들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응? 뭐라고? 뭘 보라고?”
“아저씨 뭐가 그렇게 여유 있어? 우리 몇 명인지 분간 안 가는 거 아니지?”
어젯밤, 성우는 혹시 모르는 어그로를 방지하기 위해 스켈레톤 무리를 3층 계단에 숨겨뒀었다. 그렇기에 양아치들은 스켈레톤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덜그럭― 덜그럭―
이내 계단에서 무언가 우르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어? 도, 도망 가!”
“빨리 밟아! 당장!”
아직 스켈레톤이 나오지도 않았거늘, 양아치들은 대체 뭘 본 건지 기겁하며 바이크를 돌리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말 그대로 꽁지 빠지게, 전속력으로 도주해버렸고 매캐한 배기가스만 빈자리를 가득 채웠다. 일행은 그 모습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응?”
“무슨······ 일이죠?”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으르르······
좌측의 주차장, 버려진 차들 사이로······.
“······.”
황소만한, 아니, 트럭만한 늑대 떼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