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8화 (18/244)

# 18

6) 아파트의 도적 떼 - 1

푸욱!

도끼가 젤리를 내리찍었다. 물컹한 탄성이 도끼를 밀어내는 듯싶었으나, 이내 푹―하고 찢어지며 도끼날을 삼키고 말았다.

치이이―

도끼날이 끓어오르며 약한 기포를 머금었다. 부식은 쇠에 치명적이나, 당장은 아니었다. 오크 스켈레톤이 그대로 도끼를 뽑아내며 슬라임을 분해시켜버렸다.

철퍽!

성우를 비롯한 세 사람은 카운터에 서서, 다소 느긋한 모습으로 사냥을 지켜봤다. 굳이 냄새 나고 위험한 슬라임 사이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오크 스켈레톤들이 알아서 청소해나가는 중이었다.

- 소형 슬라임을 사냥하여 1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소형 슬라임을 사냥하여 1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 보상을 성우만 취하는 게 좀 아쉬울 수도 있었으나, 자처해서 사냥하고 싶은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사냥이 이어지는 듯 싶었는데······.

- 당신의 권속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 당신의 권속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연달아 죽자 상황이 변했다.

“뭔가 변수가 생겼다.”

“네?”

“안으로 가자.”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방패를 들고 노래방 복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해체된 젤리들이 벽과 바닥에 찐득하게 붙어 있었다.

변수의 원흉은 복도 끝의 방, 특실에 있었다.

- 보스 몬스터 ‘엘더 슬라임’이 출현했습니다.

“윽, 보스는 기본적으로 무식하게 크네요.”

“냄새도 더 나고요.”

큼직한 특실 한쪽에 갈색 액체 덩어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 너비만 해도 3미터는 될 법 했는데, 놈의 양옆으로 뼈 무더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놈은 몸 속 한 가득 오크 스켈레톤 한 마리를 품어서 마구 으스러뜨리다가 좌우로 뼈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툭― 투둑―

뼈 무더기가 한 층 더 높아졌다.

“먹진 못해도 씹어서 박살낸다 이거냐?”

성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 거대한 슬라임의 존재만으로도 이 공간이 악취로 가득했다. 마치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젤리 장난감이 오물 위에 한 바탕 구른 것 마냥,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전부 후진.”

성우는 오크 스켈레톤들을 뒤로 물렸다. 저렇게 부피가 큰 녀석의 몸뚱이를 도끼로 조각내기란 쉽지 않다. 점성이 너무 강해서 베어내는 즉시 원상 복구 될 테니 말이다.

‘쓸 만한 뼈가 없다.’

더군다나 오크 스켈레톤의 빈자리를 다시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주변에 온갖 뼈가 널려있었지만, 죄다 박살난 상태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럼 이건 어떨까?”

성우는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엘더 슬라임의 양측에 쌓인 뼈 무더기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뼈 무더기에서 뾰족한 것들이 튀어나오며 엘더 슬라임 몸 곳곳에 처박혔다.

푹! 푹! 푹! 푹! 푹!

그건 <뼈 무기 제조(기초)> 스킬로 만들어낸 창이었다. 망가진 뼈로 스켈레톤을 만들지 못할지언정, 무기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했다.

꾹! 꾸르르―

엘더 슬라임은 제 몸 곳곳을 파고 들어오는 창끝에 소스라치며 꿈틀거렸다. 온몸을 뒤틀어대며 어떻게든 이물질을 털어내려고 했지만, 놈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뼈로 만들어진 창대 수십 개가 양쪽에서 파고 들어서 마치 지지대나 핀처럼, 놈의 몸을 움직일 수 없게 고정시켜 버린 것이다.

“자, 이제 분해시켜.”

덜그럭― 덜그럭―

성우의 명령에 오크 스켈레톤들이 움직였다. 녀석들은 석탄을 캐는 광부처럼, 벽에 고정된 슬라임의 몸을 도끼로 쳐서 야금야금 분해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하지만 놈은 포기하지 않고 몸을 사납게 흔들어댔다. 그러더니 몸을 길게 늘어뜨려, 근처에 있던 스켈레톤 한 마리를 한 입에 삼켜버리는 게 아닌가?

콰득! 콰득!

그러고는 몸속에서 굴리며 잘게 분쇄하기 시작했다. 단단한 오크의 뼈가 나무젓가락처럼 손쉽게 꺾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소름이 끼쳤다.

- 당신의 권속이 영원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근데 그거 실수다.”

그 장면에 성우는 씩 웃으며,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푹!

그러자 엘더 슬라임의 몸속에 있던 뼈들이 조합되며, 창 두 개가 만들어졌다. 뾰족한 창이 슬라임의 몸 안쪽을 거칠게 헤집어댔다.

꾸륵! 꾸륵! 꾸륵!

놈은 여전히 몸부림쳐댔지만, 그럴수록 몸에 난 구멍이 커져만 갔고, 스켈레톤의 도끼는 그 연약해진 틈을 파고 들어 젤리 같은 살점을 뭉텅뭉텅 뜯어냈다.

그렇게 그 거대한 놈을 잘게 쪼개어 수백 토막으로 만드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오른이가 놈의 중심부를 향해 일본도를 찔러 넣었다.

- 보스 몬스터 ‘엘더 슬라임’을 사냥하여 2,255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끝났다.

사냥인지 채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일방적인 전투였다. 또한 오른이는 이번에도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여 경험치를 얻은 듯 했다.

“좋아. 놈의 점액질을 빈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담아.”

딱딱―

성우의 명령에 스켈레톤들이 가방을 열고 빈 페트병을 꺼냈다. 언제 쓸모가 있을지 모르기에 뭐든 닥치는 대로 모아두고 있었다. 어차피 짐꾼은 많으니 말이다.

때마침 음료를 담는 유리병이나 페트병은 산성에 강한 물질이었고, 꽤나 많은 양의 산성 액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역시도 언제 쓸 일이 생길지 모른다.’

세상이 멀쩡할 때는 필요한 물품을 바로 바로 구할 수 있지만 이제는 무조건 모아둬야만 한다.

그렇게 엘더 슬라임의 잔해를 치워내자 그 가운데에 동그란 물체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엘더 슬라임의 코어

- 등급 : 희귀

- 분류 : 조합 재료

- 설명 : 엘더 슬라임의 코어이다. 두꺼운 껍질로 덮여 있지만 내부에는 무엇이든 녹이는 강산성이 응축되어 있다. 단단한 물체를 녹이거나 조합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조합 재료라?”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조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시도해볼만 한 여지가 생긴 것이었다.

엘더 슬라임의 코어는 제일 중요한 물건을 넣어두는 가방에 넣었다. 진짜 게임처럼 인벤토리 같은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그나마 스켈레톤이 있으니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딱딱.

이 해골 녀석들이 아직까지는 만능에 가까운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

어느덧 게임이 시작되고 두 번째 밤이었다. 일행은 어느 단독주택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빈 집이었는데, 급하게 짐을 싸고 피난 간 흔적이 역력했다.

“가스는 끊겼네요. 전기랑 수도는 아직 나오고요. 먼저 씻으실래요?”

지수가 트레이닝 상의를 벗으며 물었다. 빨간색이라 티가 안날뿐이지, 옷 전체가 피범벅이었다.

“급하신 것 같은데 먼저 씻으시죠.”

그녀는 벌써부터 수건을 꺼내들고 있었다.

“네. 미칠 것 같아요. 이 난리 나기 직전에 운동장 다섯 바퀴 뛰었거든요. 저한테 땀 냄새 났죠?”

“걱정 마요. 피 냄새가 더 진했어요.”

“윽. 진짜로 몸에 피 비린내가 밸 것 같아요.”

지수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만, 어그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조명을 켜지 않았다. 어두침침한 화장실 안에서 샤워기 소리만이 들려왔다.

성우와 한호는 거실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며 ‘플레이어 가이드북’ 어플리케이션을 확인했다.

“커뮤니티에는 아직도 새로 올라온 글이 없네요. 아까 그 글 하나만 그대로에요.”

“나라도 글 쓸 골드 아껴서 아이템 뽑겠다. 그나저나 빨리 상점 찾아서 골드 좀 써야 될 텐데.”

어느덧 11,982 골드나 쌓인 상태였다. 자금이 불어나는 건 좋다만, 아이템으로 바꿔서 생존력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 넘을 수 없는 벽이 나타날지 모른다. 슬라임? 슬라임은 전적으로 운이 좋았다. 스켈레톤이 놈들의 천적이었으니 말이다.

“선배, 이거 댓글 좀 보세요. 뭔가 이상한데? 왜 다 삭제되어 있는 걸까요?”

한호의 말대로, 화성 H아파트에 안전 구역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시물에는 총 18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였는데, 그중에서 무려 10개가 삭제되어 있었다.

─ kor-781 : 가고 있는데 거기 무슨 일 없는 거죠? 왜 댓글이 다 삭제되어 있죠?

˪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kor-4884(작성자) : 세상이 미처 돌아가니까 사람도 미처 날뜁니다. 별 또라이 같은 것들 다 있으니까 지워진 댓글은 신경 쓰지 마시고 조심히 오세요.

─ kor-433 : 아까 간다고 하는 분들 도착 안하셨어요? 불안한데 후기 좀요!

˪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kor-4884(작성자) : 그분 아직 안 오셨습니다. 아마 중간에 안 좋은 일을 겪으신 게 아닐까 합니다. 더 이상 댓글에 골드 안 쓰겠습니다. 근처 오신 분만 댓글 남기세요.

“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성우 역시 댓글의 맥락을 꼼꼼히 살폈다.

‘1,000골드를 사용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하려는 집단······ 그런데 누군가는 그와 맞먹는 골드를 사용해서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있다? 왜?’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만, 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지속적으로 댓글을 달아대는 쪽이었다. 대체 무슨 이득이 있어서? 정말로 미친 사람인가?

“······.”

성우는 잠시 동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서 한호를 쳐다봤다.

“야, 한호야.”

“네? 왜요?”

성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한호는 순간, 성우가 무섭게 느껴졌다.

“너······ 사람 죽일 수 있겠어?”

***

사람을 죽여도 골드가 들어온다.

심지어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쉽고, 훨씬 많이 들어온다. 일반인은 500골드이며 플레이어는 레벨 당 1,000골드를 준다. 한 마디로 5레벨짜리 플레이어를 죽이면 무려 5,000골드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걸 처음 안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사람을 죽여볼 일이라는 게, 사실 전무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걸 해본 이들은 좀처럼 그 짜릿한 맛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불이 꺼진 아파트 지하주차장, 승합차 한 대가 지상으로 나가는 입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차량의 범퍼는 사람의 피로 흥건했다.

“저······ 형님, 대체 그 보스라는 사람은 누구십니까?”

운전대를 쥐고 있는 덩치가 조수석의 스킨헤드에게 물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조직의 ‘보스’라고 하면 오로지 이 스킨헤드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통칭 ‘박 사장’으로 불리는 스킨헤드는 이 동네 건달 출신으로, 동생들을 모아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박 조직의 보스가 되어, 나름 검은 상권에서 입지를 굳혀 나가는 중으로, 어디 가서 깡 하나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그였다.

“······크으, 시발.”

그런데 지금,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보스’라는 단 한 마디 때문이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박 사장은 연신 마른세수를 하며 벌벌 떨어댔다. 마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이었다.

“시, 시발······.”

기억이 떠올랐다.

이 게임이 시작될 때, 박 사장의 조직은 총회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숙소에 모여 있었다. 박 사장을 포함한 조직원 5명이 플레이어가 되었기에, 어렵지 않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박 사장이 객기를 부렸다. 세상이 망할 때를 대비해 아파트 앞의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몽땅 긁어오겠다고, 심복 데리고 나간 것이다.

“하아, 하아······.”

바로 그때, 그 ‘보스’라는 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피 범벅이 된 채, 혼자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영철아.”

“예, 형님!”

“너 붉은 교수라고 아냐?”

영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붉은 교수?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이내 기억 해내는데 성공했다.

“그, 서울이랑 경기도랑 왔다 갔다 하는 연쇄살인범 새끼 아닙니까?”

강남 일대와 경기 남부에서 무려 16번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희생자의 팔 다리를 자르고 목을 매단 뒤, 그 시체에 온갖 현학적인 말을 써놓아서 붙은 별명이 바로 ‘붉은 교수’였다.

그 놈은 첫 범행으로부터 3년이 넘도록 잡히지 않았고 정체 역시 밝혀진 바 없었다.

“그 미친 새끼가······ 우리 보스다.”

“예?”

박 사장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면서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피, 피가 부족해.”

“예? 형님 방금 뭐라······.”

“아무 것도 아니야, 아니야! 이 시발 새끼야!”

아닌 게 아니었다. 박 사장의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왼쪽 목에서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편의점이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목덜미를 물고 있었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았을까?

- 당신은 ‘뱀파이어 로드’의 권속(眷屬)이 되었습니다.

- 당신의 직업이 ‘하급 흡혈귀’로 바뀝니다.

“어때, 짜릿하지? 너도 물어봐. 행복해질 거야.”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편의점에 데려갔던 심복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박 사장은 마치 한 마리 짐승이 된 것처럼 들끓는 갈증과 식욕을 느끼며, 심복에게 다가갔다.

“······혀, 형님? 왜, 왜 이러세요! 사, 살려주세요! 혀, 형님! 형님! 으아악!”

얼굴에 피가 튀었고,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잘하네. 그래 내 새끼, 앞으로 내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쑥쑥 크고 있어야 돼?”

“으윽! 으으으······ 혀, 형님 제발······.”

남자의 목소리가, 피 비린내가······

너무 달콤했다.

“······형님!”

누군가의 고함에 박 사장은 머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다시금 현실을 마주했다.

“······.”

“형님?”

조직의 막내가 조수석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어, 말해.”

“사냥감 도착 확인했어요. 157, 이 새끼요. 댓글에 단 것처럼 세 명이고요. 지금 공원에 서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 kor-157 : 저희 H아파트로 가고 있습니다. 총 3명이고요 10분 이내로 도착합니다!

˪ kor-157 : 저희 도착했습니다. 지금 공원에 서 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 kor-4884(작성자) : 예 지금 바로 갑니다.

“좋아······ 밟아!”

박 사장이 마른 침을 삼키며 외치자 영철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우우웅!

이런 식으로 유인해서 차로 치어 버려 빈사 상태를 만든 뒤, 살해하고, 피를 빨아 먹은 게 벌써 16명이었다.

아파트는 개방된 장소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유인하기 쉬웠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감히 막아설 사람 없이, 피에 젖은 승합차가 질주했다.

우우웅!

역시나 중앙 공원 입구에 세 명의 희생양이 서 있었다.

우우웅!

이번에는 꽤나 덩치가 커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검은색 후드를 푹 눌러 쓴 채 도끼를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피, 피다! 신선한 피!’

제 아무리 체격이 좋다고 한들, 차로 들이 받으면 어차피 먹기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쾅! 콰―광!

승합차는 옹기종기 모여 있던 세 사람을 그대로 치어버렸다. 그들은 움찔거리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들의 몸이 분해되더니, 그 파편이 창문 위로 와르르 쏟아졌다.

“해, 해골?”

분명 새하얀 뼈였다. 다음 순간, 박살난 뼈들이 튕겨져 오르며 일정한 형태로 조합되기 시작했다.

그건 창, 검, 도끼 등 날카로운 무기였다.

팍! 꽉! 깡!

창문이 깨지고 보닛이 꿰뚫렸다. 그 현상은 차 아래에 깔린 뼈 조각에서도 이루어졌고, 날카롭게 조합된 뼈들은 차체의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끼이이―

타이어에 구멍이 뚫리고 엔진 기관까지 관통되면서, 차는 결국 저절로 멈춰서고 말았다. 보닛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치이익―

“뭐, 뭐야?”

박 사장은 멍한 정신을 붙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 순간, 방패가 날아들어 조수석의 유리창을 깨버렸다.

“윽!”

박 사장이 손을 들어 얼굴을 방어하는 사이, 누군가 잠긴 차문을 열어젖혔다. 박 사장은 그대로 멱살을 붙잡힌 채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박 사장은 콘크리트 바닥 위로 질질 끌려 나오며, 고개를 들어 자신을 공격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누, 누구······”

“야, 4884······.”

젊은 남자가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으로 장검을 뽑아들었다.

“4884, 너지? 이 씹 새끼야.”

그의 뒤로 하얀색 해골들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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