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4화 (14/244)

# 14

4) 체육관의 오크 추장 - 3

성우가 멀쩡한 걸 넘어서 자신감 넘치게 걸어오자 보스의 얼굴에 균열이 일어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인가 봐?”

그으으?

“아, 지 부하들 죄다 희생시키면서까지 시간을 끌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야? 독가스 작전?”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술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제물, 꽤나 긴 캐스팅 시간, 그간 의아했던 것들이 딱딱 들어맞았다. 놈은 강력한 한 방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룬 것이다.

하지만 헛발 크게 짚었다.

아무래도 성우가 뽑은 별 다섯 개짜리 네크로맨서 카드는 조커인 모양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한 방을 계속해서 선사해주니 말이다.

한호와 지수가 성우의 양옆으로 섰다.

“이거, 옥상 때가 재현되는 것 같은데요? 윽, 속 쓰려······. 술 진탕 마시고 숙취해소 음료 마신 것 같네.”

“저도 싸울 준비 됐어요.”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옥상 때랑 좀 다를 거야.”

그 순간, 성우의 눈이 붉게 빛났다. 일시적이지만 1차 각성이라더니 무언가 확연히 달라진 걸 증명하는 듯 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성우의 눈앞에, 해당 메시지가 끝도 없이 출력되었다.

그리고 무대 위, 보스 몬스터의 주변에 쓰러져 있던 오크들의 사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오크들이었다.

덜그럭―

역시나 모든 피부가 날아가고 하얀 뼈 위에 붉은 눈동자가 점등했다.

“저, 저게 뭐야······.”

그 모습은 지수와 한호조차도 기겁하게 만들었다. 스무 마리의 오크 스켈레톤이 일제히 일어서는 모습이라니······.

그르르―

오크 추장 역시 긴장이 완연한 상태로 주변을 경계했다. 모든 방향에 스켈레톤이 서 있었다. 심지어 공중에 목매달린 고블린 사체들까지 부활하여 몸을 흔들어댔다.

오크 추장이 만들어낸 ‘심연의 호흡’을 마신 뒤로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여, 현재 성우가 다룰 수 있는 최대 권속 수는 59마리였다.

그렇게 이 근처에 있는 모든 사체를 일으킨 결과 33마리의 스켈레톤이 활성화 된 상태였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어, 뭐가 이렇게 많아?”

물량 공세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우는 눈앞에 떠오르는 텍스트 압박에 순간 멀미가 날 뻔 했다.

[시너지 목록]

1) 무사(1단계)

* 상세 내용 생략

2) 외팔의 무사(完)

* 상세 내용 생략

3) 야만 전사(3단계)

- 구분 : 무기 시너지

- 조건 : 도끼 30개 이상 장착

- 효과 : 전투 시작 20초 간 공격력 상승(15%), 공격속도 상승(+15%) * 대기 시간 10분

4) 오크 사냥꾼(2단계)

- 구분 : 종족 시너지

- 조건 : 오크 종족 30마리 이상

- 효과 : 주변의 적을 감지할 확률 증가(+20%), 난전 시 공격력 상승(+10%)

5) 되살아난 자들(3단계)

- 구분 : 속성 시너지

- 조건 : 언데드 속성 30마리 이상

- 효과 : 랜덤으로 확정 부활(5마리), 살아 있는 존재 추격 시 이동속도 상승(+20%)

6) 분대 편제(히든)

- 구분 : 인원 시너지

- 조건 : 지휘관(1단계) 속성 + 정상적인 구성원 11명 이상

- 효과 : 공격력 상승(+5%), 방어력 상승(+5%)

미친······ 시너지 목록이 6개나 발동되었다. 그리고 그 시너지 목록은 한 팀인 지수와 한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 선배? 사기 치지 마시죠?”

“이, 이게 대체 뭐예요?”

“이거······ 나도 신기하다.”

물론 검을 들고 있는 이에게는 도끼 버프는 들어가지 않는 등, 모두에게 동일하게 중첩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6개는 어마어마한 건 확실했다.

이로써 멍청한 인간 60명 보다 말 잘 듣는 스켈레톤 30마리가 훨씬 이롭다는 걸 또 한 번 증명했다.

“그나저나 분대 편제라?”

눈 여겨 볼 건 <분대 편제(히든)> 시너지였다. 이건 오른이가 고블린 족장을 처단하면서 얻은 ‘지휘관(1단계)’ 속성 덕분에 활성화될 수 있는 시너지였다.

즉, 단순히 무기 몇 개, 언데드 몇 마리, 이런 식으로 발동하는 시너지도 있지만, 숨겨진 조건을 만족해야만 발동하는 특별한 시너지도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대박이군.”

그르르―

오크 추장은 감히 먼저 나서지 못했다. 일개 몬스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보스였지만, 주변을 둘러싼 스켈레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놈 역시 느끼고 있었다. 일반적인 일개 몬스터와 다름을, 그 체내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운을, 바로 시너지의 효과를 말이다.

“그럼 우리가 먼저 간다.”

덜그럭! 덜그럭!

오크 스켈레톤들이 포위망을 좁혔다. 그 순간, 오크 추장의 허벅지와 팔뚝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놈은 시계방향으로 철퇴를 휘둘렀다.

콰드득!

역시 힘 자체가 달랐다. 오크 스켈레톤 두 마리의 머리가 박살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붉은 기운을 풍기더니 허공에서 재조립 되는 게 아닌가?

- 오크 스켈레톤이 ‘확정 부활’합니다.

<되살아난 자들(3단계)>의 시너지 효과였는데 앞으로 4마리가 더 부활할 수 있었다.

그으?

추장은 당황한 듯 자세를 낮추며, 날아드는 도끼 몇 자루를 이리저리 피했다. 그리고 철퇴를 휘둘러 두개골 하나를 박살내고, 그 공간을 파고들며 좌우로 철퇴를 휘둘렀다. 퇴로를 만들어내려는 수작이었다.

‘어디를.’

하지만 성우는 그 움직임마저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장에 목매달려 있던 고블린 스켈레톤이 밧줄을 뜯어내고, 보스의 머리 바로 위로 낙하했다.

덜그럭―

비록 무기도 없는 작은 녀석이었으나, 난전 중에 돌발적으로 발생한 기습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그아아!

오크 추장은 기겁하며 몸을 틀어대고, 왼팔로 머리 위를 휘저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급박한 전투 중에서 불필요한 행동은 큰 틈을 내주기 마련이다.

퍽!

추장의 등에 도끼날이 박혔다. 추장이 급히 자세를 바로 잡으며 반격에 나섰지만, 이내 또 다른 도끼가 왼쪽 어깨를 짓이겼고, 다른 도끼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아악!

고통에 찬 포효, 바닥에 쏟아지는 피, 추장은 정신없이 움직이며 철퇴를 휘둘러 접근을 견제했다.

부웅! 부웅!

철퇴라는 무기가 위력적인 건, 지속적으로 회전하며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공격이 날아들 수도 있다는 심리적인 위협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딴 걸 신경 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돌파한다면? 철퇴는 무겁고 느린 무기일 뿐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상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견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스켈레톤이다. 그런 놈들이, 철퇴 사거리 안으로 성큼 성큼 걸어 들어간다.

퍽! 퍽! 퍽! 퍽!

피할 공간도 없이 도끼질이 연달아 이어지고, 오크 추장의 몸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몸 곳곳에 긴 자상이 생기고 피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윽!

놈은 숨을 헐떡거리며, 더 이상 철퇴를 휘두를 힘도 없는지 상체를 푹 숙였다. 그리고 결국 철퇴를 놓치고 말았다.

텅―

그런데, 마지막이 분명한 그 순간, 오크 스켈레톤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더니 양 옆으로 비켜서는 게 아닌가?

그르르―

추장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무언가 걸어오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건 고블린 스켈레톤, 오른이였다.

“베어버려.”

성우의 명령과 함께 오른이가 일본도를 빼들었다. 그리고 기력이 다한 추장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르르······.

추장은 고작 이런 작은 고블린에게 제 목을 내줄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었다.

촤악!

추장의 목이 단숨에 떨어졌다.

- 강화된 보스 몬스터 ‘하급 흑마술사 오크 추장’을 사냥하여 1,055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성우가 기대하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고블린 스켈레톤(엘리트)’이 ‘오크 추장’의 마력을 흡수하여 격이 상승됩니다.

*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지휘관’ 특성이 상향됩니다.

“역시, 권속들은 보스를 잡아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군.”

일반적으로는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권속들은 좀처럼 레벨 업이란 걸 하지 않았는데, 딱 한 번, 오른이가 보스 몬스터를 베었을 때가 유일했다.

성우는 그 정보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권속 목록”

[권속 목록(33/59)]

1) 고블린 스켈레톤 베테랑(LV. 3)

* 무기 : 일본도

* 종족 : 고블린

* 속성 : 언데드 + 지휘관(2단계)

역시나 레벨이 3으로 오르면서 수식어가 ‘엘리트’에서 ‘베테랑’으로 바뀌었다.

또한 지휘관 속성이 ‘2단계’가 되었는데 이에 따라 편제 시너지도 ‘분대’에서 ‘소대’로 상승 조정이 되었다.

“그럼 네가 소대장이냐?”

딱딱―

일개 고블린에서 오크 30마리를 부리는 소대장이라, 죽고 나서야 팔자 핀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근데 선배, 저기 보스 놈 입에서 뭔가 나오는데요?”

한호의 말대로 보스의 잘린 머리, 정확히는 그 입에서 무언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동그란 물체였다. 언뜻 봐서는 검은 진주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사방으로 흑색 연기를 스멀스멀 뿜어내고 있는 게, 선뜻 손을 뻗기가 영 꺼림칙했다.

‘그래도 분명 아이템이다.’

성우는 슬며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경고 메시지 눈앞을 막아섰다.

- 주의! 이 아이템은 소유자에게 ‘악마’ 속성을 부여합니다. 이후 해당 속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을 치러야할 것입니다.

‘악마라니? 흑마술사가 악마의 힘을 빌렸다던가, 그런 전개인 건가?’

살벌한 경고 메시지 앞에 성우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연의 호흡’이 엄청난 버프가 되었던 걸 토대로, 어떤 저주나 희생이 성우 자신에게만은 다르게 작용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쩌면, 엄청난 기회가 아닐까?

“악마라······.”

악마, 분명 좋은 어감은 아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와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성우는 검은 진주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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