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2화 (12/244)

# 12

4) 체육관의 오크 추장 - 1

성우는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중이었다.

이 미친 상황에 대해서,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전투에 대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경험의 결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5)

방금 전 전투로 5레벨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 한 줄······.

- 중형 몬스터를 권속(眷屬)으로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말인 즉, 마침내 오크까지 손아귀에 넣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힘 싸움이 두려워서, 먼 거리에서 투척 단검을 깔짝거릴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우는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레벨 업 카드 선택을 두고 고민했다.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최대 권속 수 1만큼 상승 (확정)

역시나 4개의 랜덤 항목과 1개의 확정 항목으로 구성되어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꾸준하게 ‘스킬’을 선택해왔었다. 부릴 수 있는 권속을 최대한 늘리기 위함이었다. 한편으로는 능력치, 아이템, 기타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편식만 하는 게 옳은 지도 의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직접 싸우지 않으려면 무조건이지.”

결국 성우의 선택은 2번이었다.

- 최대 권속 수가 (+2)만큼 증가합니다.

“좋아. 이제 아홉 마리.”

제일 무난하면서 효율적인 게 나왔다. 물론 <뼈 무기 제조(기초)> 스킬 같은 게 나름 더 귀한 결과물일 수는 있어도 당장은 머리수를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어서 성우는, 대성에게 보호비로 명목으로 뜯어낸 사슬 갑옷을 외팔의 스켈레톤에게 입혀봤다.

딱딱―

“흠, 너무 긴가?”

이 녀석은 여러모로 제일 믿음직한 스켈레톤이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심지어 이름까지 붙여줬다.

‘외팔이’는 너무 감성이 부족한 이름 같아서 오른 팔 밖에 없으니 ‘오른’이라고 붙였다.

덜―그―럭―

오른 녀석은 갑옷을 입은 채 뒤뚱거리며 걸었는데, 사슬의 끝자락이 거의 발목까지 오니 원활하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상태라면 고블린의 최대 장점인 유연함과 기동력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안 되겠다. 벗어.”

딱······.

결국 성우 본인이 입기로 했다. 이런 사슬 갑옷이 오크의 전투 도끼를 막아낼 수 있는 지는 의문이었다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선배! 저기, 저기 생존자요!”

한호가 호들갑을 떨며 버스의 창문 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만신창이가 된 생존자들이 고블린 세 마리에게 맞서고 있었다.

성우는 이젠, 고블린 따위에게는 긴장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

버스는 교내 도로를 천천히 순행 중이었다. 혹시나 있을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함이었는데, 실제로 스무 명 가량의 학생을 구할 수 있었다.

“선배, 버스가 한 대 더 필요하겠는데요?”

그렇게 모인 숫자는 총 육십여 명 정도였고 그중에서 서른 명 정도가 번듯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아니, 어차피 계속 움직일 것도 아니야.”

그럼에도 생존자의 수는 한 없이 적게 느껴졌다. 공강이 많은 금요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로 대부분 죽은 것일까, 캠퍼스는 소름끼칠 정도로 적적했다.

“자, 어쨌든, 이렇게 생존자를 모아서 오크에 맞설 겁니다. 도망치는 게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성우는 버스의 맨 앞에 서서 말했다.

오크 사냥꾼의 습격에 나름 준수하게 대응했기 때문일까? 조금 전부터 퀘스트 내용이 바뀌었는데, 이제는 소규모 습격에 맞서라는 게 아니었다.

- 오크 추장이 ‘전면전’을 결정했습니다. 오크들은 박멸을 목표로 생존자들을 추적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난이도가 상승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보스를 잡아야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왕을 죽이려면 왕국의 군대와 맞서야 하는 법이었다.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놈들의 우두머리를 죽여야지만 이 학교에서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내 절망적인 소식이 찾아왔다.

“저, 저기요······. 제가 그, 체육관에 있다가 놈들을 봤는데요. 그, 숫자가 좀 꽤 많았어요.”

그 증언에 따르면 오크의 숫자가 약 백 마리가 정도 되어보였다고 했다. 물론 수십 마리의 사냥꾼들을 역으로 사냥했으니 어느 정도 줄어들었을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전면전을 벌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비슷한 숫자의 생존자를 모은다고 한들, 일상을 살아가던 학생들이 싸움을 즐기는 오크들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 불완전한 팀플레이로 인해 ‘패널티 역효과’가 발동됩니다.

[패널티 목록]

1) 어설픈 구성원

- 구분 : 속성 패널티

- 조건 : 5레벨 미만 10명 이상

- 역효과 : 이동 속도 감소(-30%), 공격력 감소(-5%)

2) 무기력한 신참

- 구분 : 속성 패널티

- 조건 : 몬스터 ‘0킬’ 10명 이상

- 역효과 : 공격력 감소(-10%), 골드 획득 감소(-10%)

3) 절망적인 사기(2단계)

- 구분 : 속성 패널티

- 조건 : 싸울 의지가 없는 절대 다수

- 역효과 : ‘혼란 상태’에 빠질 확률 증가(+10%)

오합지졸이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뭉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무기만 든다고 다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경 쓸 게 많아질 뿐이다.’

조금 더 냉정해져야 된다. 누군가를 구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는 이와 힘을 합쳐야 된다.

만약 그런 사람이 거의 없다면······.

“저 혼자 싸우겠습니다.”

차라리 혼자가 낫다.

“네? 성우 씨?”

“선배? 미쳤어요? 뭔 소리에요.”

성우는 그 의문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했다.

“저 혼자 오크에 맞설 겁니다.”

측근의 반응은 물론이거니와 버스에 타 있는 생존자들 사이에서도 비관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무리 저 사람이라도 좀 아닌데······.”

“저 사람도 미친 거 아니야? 그, 있잖아, 너무 영웅처럼 떠받히면 주체 못하고 막 나대는 거.”

“아, 씨, 진짜 믿을 사람 없네.”

한편, 대성과 진석을 비롯한 총학생회 무리 내에서 조소가 퍼져나갔다.

“그럼 그렇지 미친 새끼. 나대다가 지 무덤 파려고 할 줄 알았다.”

“진석아, 네 후배 새끼 운만 좋은 놈이었네. 진짜로 확 뒈졌으면 속 시원할 것 같다.”

“예 형님, 맞습니다. 한심한 자식이죠. 아마 곧 명줄 다할 모양입니다.”

하지만 성우는 제 의견을 꺾지 않았다.

“여러분은 안전한 곳에 피신해 계세요. 제가 오크들을 처리하고 밖으로 나가는 길을 열겠습니다.”

듣다 못한 지수가 일어서서 성우의 팔을 붙들었다.

“성우 씨,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한두 마리가 아니잖아요?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싸워도 모자를 판에······.”

“지수 씨, 지수 씨가 보스 잡으러 옥상 갈 때, 1층 카페에서 하셨던 말이요.”

“······네?”

“우르르 몰려간다고 될 것 같지 않다고, 해골만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셨잖아요.”

“아. 그게······.”

“정확히 보셨네요. 아 물론, 지수 씨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좀 위험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나름 계산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계산이라.

지수가 보기에 성우는 확실히, 철저한 계산 하에서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낭비나 손해 없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길 수 있는 판을 짜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

그녀마저도 이번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열 마리도 안 되는 스켈레톤이 백여 마리의 오크를 이길 수 있다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아니,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성우는 결국, 제 고집을 감행했다.

***

생존자들은 근처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서 성우가 오크의 군대를 기다리고 있는 곳,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진짜 하려는 걸까?”

“뭔가 비장의 수가 있는 거 아니야?”

이미 운동장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오크, 고블린, 사람······ 그들의 몸 근처에서 빛나는 붉은 색깔들이 직전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을 증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집중했다. 그 무대의 한 가운데, 말도 안 되는 기행을 벌이는 주인공, 성우가 서 있었으니 말이다.

우우웅―

운동장 근처로 셔틀 버스 한 대가 다가왔다. 그 안에는 지수와 한호 그리고 경수가 타고 있었다.

“선배가 진짜로 미쳤구나······.”

“잘못 된다 싶으면 바로 달려가서 태우면 될 거예요.”

“후, 저도 바로 액셀 밟을 준비 됐습니다.”

그들마저 성우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싸우면서 남다른 활약을 보여주긴 했으나, 이건 너무 무리수였다.

성우 역시 떨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심장이 벌컥거리고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그는 숨을 고르며 체육관 방향을 바라보았다.

“후, 계산대로 될 거야.”

어느새 체육관 입구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오크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놈들이 본대(本隊)군.’

전면전을 위해 출정한 부대, 그 무리에는 대열이나 질서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 같이 묵직한 전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왔다. 말 그대로 ‘야만전사’다.

그아아아!

선두에 선 붉은 머리 오크가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 백여 마리의 오크가 일제히 포효했다. 학교가 떠 나갈 것 같은 굉음이었다.

“윽, 시끄러워. 저 붉은 놈이 추장인가?”

하지만 보스 등장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중간 보스 정도로 추정되었다.

이내 놈이 성우가 서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도끼를 들어올려, 성우를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오크들의 시선이 성우에게 모아졌다.

“······.”

오크들이 움직였다.

지금은 천천히 여유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 떼처럼 밀고 들어올 거란 걸 알았다.

“자, 우리도 가자.”

성우는 장소를 이동했다. 그는 계단을 통해 관중석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여기서 버틴다.”

계단 양측에는 꽤나 높은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마치 작은 협곡 같은 지형인 셈이었다.

‘좁은 곳에서 맞서는 게 유리하다. 아니, 덜 불리하다.’

적의 숫자가 몇 배는 많다. 개방된 지형에서 맞서는 건 자살 행위이며, 좁은 곳으로 유인해서 혼란을 유도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성우는 운동장 한 복판에 서 있다가, 뒤늦게 이곳으로 올라오며 적들이 이곳으로 오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 것이었다.

성우는 근처에 널브러진 고블린 사체에서 스켈레톤 두 마리를 추가로 일으켰다.

덜그럭―

그렇게 총 9마리의 고블린을 정면에 내새웠다. 오크들은 성우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그들의 행동에는 아무런 의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 얘들아, 그 동안 즐거웠다. 가루가 되어서도 나 잊지 말고.”

딱딱―

어느새 오크들이 운동장으로 진입했다. 얼핏 살펴보니 그 숫자가 30~40마리 정도 되어보였다. 울퉁불퉁한 덩치의 괴물들이 큼직한 도끼를 들고 몰려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자면······.

“좆같네······.”

그렇다.

척― 척― 척― 척― 척―

하지만 성우가 자신 있게 선택한 길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계단이 좁아서 한 번에 올라올 수 있는 숫자는 세 마리 정도다.’

마침내, 오크들이 첫 번째 계단을 밟았을 때, 성우는 손을 들어 올려 손목의 팔찌 ‘야생의 정기’에 시동을 걸었다.

우우웅―

- 야생의 광기가 발동합니다!

* 10분 간 ‘고블린 계열’ 용병을 대상으로 공격력 상승(+10%), 공격 속도 상승(+20%) 효과가 부여됩니다.

딱딱! 딱딱!

스켈레톤 아홉 마리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일제히 번뜩거렸다.

그아아아!

그러자 오크들 역시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주먹만 한 고블린 뼈다귀 무리를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 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웃은 채로 죽고 말았다. 목덜미에 단검이 처박혔으니 말이다.

쉬익! 쉬익! 쉬익! 쉬익!

고지대에 위치한 고블린들이 양 손으로, 엄청난 속도로 단검을 내던졌다. 초당 18개의 단검이 날아들자, 제 아무리 강인한 오크라고 할지라도 버텨낼 수 없었다.

끅, 끄으으!

선두로 올라오던 오크 세 마리가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그 후열에 있던 놈들은 도끼의 면을 들어 올려 단검을 쳐내기 시작했다.

챙! 챙! 채―앵!

결국, 기습적인 단검 공격의 위력은 그 정도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후속 공격이 남아 있었다.

“뛰어!”

성우의 명령과 동시에, 고블린 여덟 마리가 ‘오크 대퇴골 해머’를 들고 점프했다. 그리고 오크 무리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며 그대로 해머를 내리쳤다.

뻑! 뻑! 퍽! 콰직! 콰득!

사실상 자살 공격, 달리 말하면 언데드(Undead)다운 공격이기도 했다.

물론, 그 효율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점에서 뛰어들어 단숨에 머리를 내리치는 건 분명 위력적이었으나, 이후 반격에 완전히 노출되며 순식간에 정리되기 시작했다.

딱딱―

“넌 기다려.”

이제 고블린 스켈레톤은 단 한 마리, 오른이만 남았다. 이 녀석은 일부러 아껴뒀다.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제 값을 해주는 녀석이니 말이다.

오크들은 온몸에 떨어진 뼛가루를 털어내며, 다시금 관중석의 계단을 한 칸 한 칸 등반하기 시작했다.

흐흐흐―

놈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상황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럴 것이, 이제 눈앞에 남은 적은 둘 뿐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

퍽!

선두의 머리통이 절반으로 쪼개지며, 핏물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그어?

난데없이 날아든 공격에 오크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들 틈 사이에서, 피부가 벗겨지며 일어서고 있는 거대한 두개골을 목격했다.

텅 빈 안와(眼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 그게 그들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머리가 통째로 잘려서 공중으로 튀어 올랐으니 말이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오크 무리의 사이에서, ‘오크 스켈레톤’ 여덟 마리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족의 머리통을 향해, 전투 도끼를 무자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물며 녀석들의 도끼질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1) 야만 전사(1단계)

- 구분 : 무기 시너지

- 조건 : 도끼 5개 이상 장착

- 효과 : 전투 시작 10초 간 공격력 상승(15%), 공격속도 상승(+15%) * 대기 시간 10분

오크들은 등 뒤도 아니고 무리의 한 가운데서 일어난, 그것도 동족 시체의 공격에 당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오크가 쓰러졌다. 계단이 너무나 좁은 탓에 대응조차 쉽지 않았다.

그아아! 그아아아!

곧 몇 놈이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서자, 그야 말로 힘 대 힘 대결의 혈투가 펼쳐졌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었으니······. 서로 주고받는 도끼질에 오크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스켈레톤은 뼈가 부러지거나 두개골에 균열이 가는 정도에 그쳤다.

그렇다. 몸의 토대가 단숨에 무너질 정도로 강력한 한 방에는 취약할지라도, 그 이하의 공격에는 오히려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였다.

오크의 뼈는 언뜻 봐도 고블린의 뼈와 차원이 달랐다. 마치 잘 지어진 건물의 뼈대를 연상케 했는데, 흔히 말하는 용가리 통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즉, 도끼 한 방 쯤이야 우습게 견딜 수 있었다.

콱! 콱! 콱!

하물며, 한 놈을 어찌어찌 조각낸다고 한들, 근처에 있던 동료의 사체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스켈레톤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도끼를 들어올렸다.

말 그대로 언데드(Undead)다.

“그래 이거지.”

생각해보면

네크로맨서란, 원래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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