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1화 (11/244)

# 11

3) 생존자를 사냥하는 오크 부대 – 4

룰렛이 멈췄다.

“와······. 잘 모르겠지만, 1등이면 대박 아닙니까? 그것도 골드 룰렛인데?”

한호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부터 1성 직업을 고르고 온갖 평범한 아이템과 스킬만을 받아온 그에게는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한편, 성우는 공중에서 떨어진 작은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그 안에 있는 물방울 모양의 파란색 보석을 집어 들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바다 정령의 눈물

- 등급 : 전설

- 분류 : 오브

- 효과 : 마나 상승(+300), 마나 회복(+200%)

“맞아. 대박이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바로 이런 게 필요했다. 스켈레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가 부족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기존 마나의 6배를 늘려주고 마나 회복 속도까지 2배나 상승했다.

아이템 등급부터 ‘전설’이라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선배, 이 기세 그대로 실버 룰렛 돌려보시죠?”

“왜 네가 더 기대하냐?”

“도박도 대리로 보니까 재밌네요. 이래서 사람들이 막 랜덤 아이템 상자 까는 인터넷 방송 보고 그러나 봐요.”

성우는 한호의 말대로 1,000골드를 투자해서 ‘실버’ 등급의 룰렛을 돌렸다.

띠디디―띠띠―띠리리―

역시나 경쾌한 음악과 함께 룰렛이 돌아가고, 버튼을 다시 한 번 누르자 룰렛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네.”

“오, 2등! 선배 완전 신들렸는데?”

이번에는 2등 상품에 걸렸다. 성우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물건으로 받으려다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묵직한 게 바닥에 떨어졌다. 그건, 1미터 정도 크기의 큼직한 타워 실드(Tower Shield)였다. 흔히 사각 방패라고 불린다.

“와, 씨, 방심하다가 아이템에 맞아 죽겠네······.”

[아이템 정보]

- 이름 : 선봉장의 방패

- 등급 : 희귀

- 분류 : 방패

- 효과 : 전투 개시 10분 간 추가 방어력 부여(+20%)

들어보니 밸런스가 좋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무게가 나가지는 않았다. 재질도 뭔지 알 수 없었다. 이 역시도 상식적인 기준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어서 한호와 지수도 룰렛을 돌렸다. 그 결과 한호는 ‘C급 물약 꾸러미’ 지수는 2등 상품인 희귀 등급의 무기인 ‘토벌대의 장도’를 받았다.

“나, 나만 없어······. 나만······.”

한호는 의기소침해진 채 운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한호가 얻은 아이템은 꽤나 쓸모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실용적으로 보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소형 체력 회복 물약

- 등급 : C급

- 분류 : 물약

- 효과 : 상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이런 게 2개, 마나 회복 물약이 2개, 해독제가 2개였다.

“한호야, 방금 뽑은 게 네 수명을 늘려줄지 어떻게 알아?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냥 방패 뽑아서 애초에 안 맞을래요.”

“애처럼 굴지 마라.”

뽑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성우는 남은 포인트를 아끼기로 했다.

한호는 정류장에 있던 학생들 중 한 명에게 가방을 얻어 그 안에 물약을 담았고, 지수는 보스를 잡고 얻었던 ‘발화 숫돌’로 검 한 자루를 갈았다.

“두 자루를 쓰려고요. 불을 다룰 땐 신중해야 되니까요.”

그리고는 등 뒤에 검 두 자루를 매었다. 빨간 트레이닝 복에 두 자루의 검을 맨 여 검사라, 흡사 <킬 빌>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한편, 경수 일행은 그런 성우 일행의 모습을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이런 미친 상황 속에서 제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신기한데, 마치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경수가 물어왔다.

“여, 여러분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세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죠?”

이에 지수가 대답했다.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

“그게 아니면 달리 도리가 없는 걸요.”

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성우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성우가 했던 말을 재생한 셈이었다.

성우의 생각처럼, 이해하려고 하는 건 회피이자 도태일 뿐이었다. 현실은 적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수 역시 그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 받았다.

“그나저나 운동장은 아직도 난리네요······.”

지수가 그렇게 말하며 문 밖을 내다보았다.

여기서 약 200미터 떨어진 곳, 둔덕 너머의 운동장에서는 여전히 함성과 비명이 울리고 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싸움이 계속 되는 중이었다.

“총학생회가······ 이길까요? 우리가 이번에도 가야되지 않아요?”

“음.”

총학생회의 기고만장함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죽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저 사람들을 구해주는 게 아니라, 손쉬운 사냥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방심하고 있는 오크의 뒤를 노리는 게 꽤나 짭짤한 이득을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번에도 신중하게 갑시다.”

성우는 정류장 근처에 널브러진 오크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살과 내장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뼈만 남았다.

“어? 방금 뭐야?

경수 일행은 그런 모습마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놀라면 안 됐다.

이내 뼈 조각들이 재조립 되며 무기가 탄생하니, 경수 일행은 입을 쩍 벌리고 성우를 바라보았다.

“싸, 싸울 생각을 할 만 하네요······ 초능력자 같은 건가요?”

“그건 아니고, 저도 경수 씨랑 비슷합니다.”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성우는 대답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했다. 마나 통도 커졌겠다, 뼈 무기 제조 스킬을 이용하여 수십 개의 무기를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건 전부 단검이었다. 정확히는 투척 용도의 단검이었다.

“한호야, 자,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라.”

“와. 저는 잡동사니 복만 넘치네요. 세상이 요지경이 되지 않았더라면, 고물상 운영할 운명이었나 봅니다.”

“너 그거, 고물상 비하 발언이니?”

“앵? 그러면 취소하겠습니다.”

한호와 스켈레톤들이 뼈 단검을 쓸어 담았다. 단검 투척이 치명적인 한 방은 아닐지라도, 결정적인 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선배, 이번에도 문명의 이기 출발합니까?

한호가 트럭을 가리켰다.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그럼 좀 더 큰 걸로 가자.”

그는 돌아서서 정류장 한 편에 주차된 셔틀버스를 바라보았다.

***

텅!

축구 골대를 가격한 건 아쉽게 빗나간 축구공이 아니었다. 다행히 빗나간 투척용 도끼였다.

“으아아!”

도끼를 피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렸다. 그 뒤로 거대한 오크가 쫓아오고 있었다.

우어어―

녹색 운동장 곳곳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멀리서 보면 축제가 벌어진 것인가 싶겠지만, 그건 살육의 현장이었다. 도망치는 인간과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괴물······ 마침내 따라 잡혀서 뒤통수에 내리박히는 도끼날······.

수십 명의 생존자와 수십 마리의 오크가 뒤엉켜서 눈 뜨고 보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혀, 형님! 으악!”

그 한 가운데에서 진석은 기겁하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직후, 방패의 한 가운데를 무언가 타격했다.

텅!

“억!”

그는 신음을 내지르며 엉거주춤 물러섰다. 팔이 얼얼했다. 오크가 직접 내리 찍은 것도 아니며, 투척 도끼 한 자루를 쳐내었을 뿐인데 이 정도라니?

“미, 미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끝장이다, 다 죽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으아아!”

레벨 3이라고 밝힌 총학생회장, 대성이 오크 한 마리의 가슴팍에 대검을 꽂아 넣었다. 그는 나름 선전을 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얘들아 뭉쳐! 우리라도 도망갈 길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던 그였건만,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제 살길부터 도모했다.

“오빠! 저기 관중석에 사람들이 고립 됐어요!”

“무시해! 그딴 거 신경 쓸 때야? 당장 운동장 밖으로 나갈 길부터 뚫어야 돼! 진석아! 형민아! 방패 가지고 있는 애들이 앞장 서!”

그들은 이 상황을 감내할 힘이, 도저히 없었다. 제 한 목숨 살리는 것도 벅찼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빠―앙!

경적소리와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운동장으로 진입했다.

“······셔틀버스?”

그건 학교의 셔틀버스였다. 큼직한 바퀴가 인조잔디를 죄다 갈아버리며 질주해오고 있었다.

쿵!

그리고 오크 한 마리를 통째로 깔아뭉갰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버스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치 광분한 아프리카 코끼리의 돌격처럼, 오크를 추격해 밟아버렸다.

“어, 어어?”

그 진행 방향에 서 있던 총학생회 일행은 기겁하며 옆으로 비켜섰고, 스쳐지나가는 셔틀버스의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았다.

“응? 저건······.”

그리고 그 순간, 그 녀석들이 주변의 오크를 향해, 무언가를 일제히 집어던졌다.

쉬익― 푹! 푹! 푹!

그건 단검이었다. 버스가 지나치는 순간, 주변의 오크를 향해 단검이 마구잡이로 쏟아졌다. 오크들 역시 투척 도끼로 반격했지만, 버스의 차체에 막힐 뿐이었다.

와장창!

“으악! 시벌! 방금 이마에 도끼 꽂힐 뻔 했어요!”

물론 간혹 창문을 뚫고 들어오기도 했다.

“야, 이 개새끼야! 너도 어디 먹어봐라! ······어? 진짜로 먹네? 먹고 바로 눕지 마, 이 바보야.”

한호의 단검 던지기 실력은 날로 향상되고 있었다.

한편, 운전은 경수가 하고 있었다. 마침 그의 군 시절 보직이 대형차량 운전병이었다.

끼이익!

창을 들고 있을 때는 허공만 휘저어대던 그가, 운전대를 잡으니 유연한 드리프트로 오크만 쏙쏙 골라서 짓뭉개기 시작했다.

“와! 골드가 막 들어오네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눈앞에 골드 획득이 떠올랐다.

“이쯤에서 세워요. 지수 씨 갑시다.”

“네. 준비 끝났어요.”

버스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멈춰 섰다. 동시에 앞문이 열렸고, 성우와 지수가 내렸다.

덜그럭― 덜그럭―

이어서 스켈레톤들이 양측 창문으로 동시에 뛰어내리더니, 넓게 흩어지며 오크를 향해 투척 단검을 겨누기 시작했다. 흡사 잘 훈련된 특공대원 같은 모습이었다.

“모두 버스에 탑승하세요! 어서요!”

성우가 소리쳤다. 그는 타워 실드를 쥔 채 버스 입구를 지키고 섰다. 그러자 버스 등장 시점부터 이쪽을 주목하고 있던 생존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 저, 저 사람은?”

“역시 저 사람을 따라 갔어야 해······.”

인문사회과학관에서부터 성우의 활약을 지켜봤던 이들은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성우를 향해 뛰어왔다.

그 뒤를 오크들이 추격했지만, 날아드는 단검 세례에 쓰러지거나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어딜 지나가려고?”

그리고 한층 강해진 성우와 지수도 있었다. 특히 지수는 레벨 업 카드로 ‘근력 상승’을 선택할 만큼, 오크와 한 바탕 해볼 생각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체육계에서 승부욕 하나로 버텨왔던 그녀였다.

그르르―

그녀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오크를 마주보고, 오히려 그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이번엔 쉽게 안 진다.”

그녀는 발화 숫돌로 갈아놓은 환도를 꺼냈다. 그녀가 자세를 바로 잡는 순간, 오크가 달려들었다. 3미터 높이에서부터 내리꽂히는 일격이었다.

캉!

이전과 비슷한 굉음이 울렸다. 지수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끔찍한 충격이 팔목을 타고 팔꿈치, 어깨, 등, 척추, 허벅지를 차례차례 강타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꽉 다물고 꼿꼿하게 버텼다.

화륵!

그리고 두 금속이 맞부딪치는 순간, 지수의 칼날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오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움찔거리며 눈을 감고 말았다.

‘지금이다.’

그 찰나의 순간, 지수가 앞발을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맞붙은 칼날을 미끄러뜨리고, 놈의 목덜미를 정확하게 베었다.

촤악!

컥! 끄륵―끄르르······.

놈이 도끼를 놓치고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성공이다!’

오크의 목을 쳐내는 순간, 그녀는 한 단계의 벽을 넘어선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성우가 싸우는 모습을 봤을 때, 지수는 자신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지난 몇 번의 전투를 통해서 오크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 듯 보였다.

일곱 마리의 스켈레톤은 결코 오크 근처로 다가가지 않았다. 근접전을 펼치면 필연적으로 스켈레톤을 소모해야만 했고 그로인해 전력의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유리했다.

‘성우 씨의 전술은 효율 그 자체다.’

스켈레톤 무리는 근처로 다가온 오크 한 마리를 넓게 둘러싼 채, 한 시도 쉬지 않고 정신없이 움직이며,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단검을 투척해댔다.

챙! 챙! 푹! 퍽! 푹! 푹!

오크가 가까이 다가온다 싶으면, 표적이 된 스켈레톤이 전력으로 물러서는 동시에 다른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견제해대니 놈은 반격할 여력조차 없었다.

끄윽!

그렇게 한 마리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20초 남짓이었다.

직후, 일부가 잽싸게 움직여서 단검을 회수하고, 일부는 다시 다른 한 놈을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댔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은 뒤에 선 지휘관, 성우의 계산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수는 성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또 다른 의미의 박탈감을 느꼈다.

‘모든 걸 계산하고 있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니라, 철저히 설계하잖아?’

새삼 오크와 힘 대결에서 밀린 이후 근력에 투자한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강함이란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상대의 빈틈에 적용시키는 과정이라는 걸, 오늘 처음 본 남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류 체육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피지컬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저 사람은 대체 뭘 하던 사람이지?’

지수가 감탄하는 사이,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버스에 탑승했고 성우는 스켈레톤들을 데리고 인근의 오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7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7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8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일대의 오크 정리가 마무리 되자, 성우의 앞으로 총학생회 무리가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그들의 표정을 훑어보니 역시나 똥을 한 움큼 집어 먹은 표정이었다.

“어라? 무슨 일이십니까? 끔찍한 괴물들이랑 같이 있기 싫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딱딱―

성우의 능청에 대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런 상황에서 뒤끝을 부린다고요? 매정한 거 아닙니까?”

“이런 상황 아니면 못하잖아요.”

“······.”

성우가 해맑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버스에 타려면 그 끔찍한 대검을 놓고 가셔야 될 것 같아요. 좁은 버스 안에서 누가 찔리면 어떡하려고요?”

어디선가 들어 본 레파토리였다.

“뭐, 뭐라고요? 당신 말대로 저도 제 목숨 지킬 무기는 있어야 되잖아요?”

“음? 제가 지켜드리면 될 것 같은데? 그런 어설프고 무식한 대검보단, 우리 귀여운 딱딱이들이 안전할 겁니다.”

성우는 재수 없는 놈들에게는 재수 없게 되갚아주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일명 역지사지, ‘역’으로 ‘지’랄해야 ‘사’람은 ‘지’가 잘못한 걸 안다고 했다.

대성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당장이라도 대검을 들어 올려 스켈레톤을 쳐부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우어어!

그때, 저 멀리 체육관 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효가 울렸다. 그 굉음을 들은 사람들은 포식자의 울음을 들은 토끼처럼, 본능적으로 오금이 저리는 걸 느꼈다.

- 사냥 실패에 오크 추장이 분노합니다.

이건 또 뭐야? 성우 역시 다리가 벌벌 떨려왔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안 탈겁니까? 그럼 버스 출발합니다.”

텅―

결국 대성이 대검을 내려놓았다. 성우가 씩 웃었다.

“아, 그 사슬 갑옷도 벗으세요.”

“뭐? 갑옷은 위험하지 않을 텐데?”

대성이 이를 갈았다.

“보호 해드리는 값은 치르셔야지. 우리는 누구처럼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기관은 아니라서?”

악랄하다고 할 수 도 있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적응해나가는 과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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