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3) 생존자를 사냥하는 오크 부대 – 3
오크 다섯 마리가 정문을 향해 왔다. 그들은 이 장소에서 사냥감의 냄새를 맡았다.
킁― 킁킁―
그렇게 파악한 사냥감은 기껏 해야 서넛? 자신들보다 적은 숫자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심 방심했다. 오크라는 종족이 원체 치열한 싸움을 즐기는 성향이었고 이런 소규모 추격에는 흥미가 덜했다.
오크들은 코를 벌렁거리며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자동차 사이로 접어들었다. 길이 복잡해지고 시야가 좁아지자 본능적으로 도끼를 들어올렸다.
덜그럭―
그때, 선두의 발에 무언가 걸렸다.
그르?
그건 웬 뼈다귀였다. 고블린 사체로 보였는데, 움직임이 멎어 있었다. 어쩌다가 뼈 밖에 남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선두는 이내 다시 전진했다. 자동차의 천장에도 고블린 뼈다귀가 쓰러져 있었다. 이런 낯선 광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긴 했으나 역시나 그딴 거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다! 이 성질 급한 큰 돼지새끼들아!”
사냥감이 나타나서 도발했으니 말이다.
“여, 여기라고······ 으으, 서, 선배?”
“아직 기다려.”
앞으로 튀어나간 한호의 양옆, 버려진 차량의 운전석과 뒷좌석에 성우와 지수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아아아!
오크들은 한 바탕 포효를 하더니 한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녀석은 웃음을 짓기도 했는데, 막다른 골목의 사냥감의 숨통을 천천히 조이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기다려······.”
성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눈을 감고 스켈레톤의 위치를 느꼈다.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은 좁은 차량 틈 사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스윽―
그리고 오크가 지나간 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마치 줄에 묶인 인형처럼 기이하고 생동감 없었다.
“한호야, 계속 도발해.”
오크는 멀리 떨어진 인간의 냄새를 맡고 추격해올 만큼 후각이 좋았다. 그렇다는 건 전반적으로 감각이 비상하다는 뜻이었고, 등 뒤에서 벌어지는 스켈레톤의 작은 움직임을 눈치 챌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시선을 완전히 잡아두어야만 한다.
텅! 텅! 텅!
“와, 와, 와라! 이, 이, 이······.”
한호는 벌벌 떨면서도 일본도로 SUV의 문짝을 두들겨댔다. 그 소음에 오크들의 귀가 민감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 놈들의 발걸음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놈들은 차량 사이를 달려서, 한호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치켜들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혔고, 도끼를 쥔 손에 핏줄이 솟아났다.
“서, 서, 선배!”
덜컹!
그 순간, 차 안에 숨어 있던 성우와 지수가 동시에 문을 열어젖혔다.
그어?
기가 막히는 타이밍이었다. 달려들던 오크의 눈앞에 난데없이 철제 바리케이드가 튀어 나온 것이었다.
쾅!
놈들은 문짝을 들이받고 주춤거렸다. 돌격이 막힌 건 물론이거니와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냥꾼의 등을 노리고 달려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덜그럭― 덜그럭―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이 자동차 위를 내달리며 오크의 뒤통수를 향해 직진했다. 녀석들은 점프하는 동시에 오크 대퇴골 해머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 해머를 내리쳤다.
뻑! 뻑! 뻑! 뻑! 뻑!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오크의 몸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즉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 발로 버티고 설 수 없는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몽둥이는 약이다(1단계)> 시너지 효과가 발동되었다. 고작 5퍼센트의 확률로 상대로 ‘기절’ 시킬 수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두 마리가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지금이야!”
그리고 그 순간, 성우와 지수 그리고 한호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오크들을 말 그대로 도살했다.
“후우······.”
“왜 한민족의 역사 속 수많은 대첩들이 위대한 지 알겠네요.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구나······.”
한호의 말처럼, 역사 속에서 열세를 극복하고 극적인 승리를 쟁취한 대첩들과 비슷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대첩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4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24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5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7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사냥꾼을 사냥하여 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이제야 명확해진 사실인데, 팀플레이를 통한 몬스터 사냥 시, 기여도를 감안하여 차등 지급되는 모양이었다.
- 1차 습격 방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골드)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4)
곧 눈앞에 카드 선택창이 떴고, 성우는 이번에도 ‘스킬’ 항목을 골랐다.
- 최대 권속 수가 (+2)만큼 증가합니다.
“오, 뭐야?”
그런데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한 번에 2마리가 뜬 것이다. 랜덤이라더니, 운이 좋다면 한 번에 폭발적인 증가가 가능한 걸까?
“이러면 총 일곱 마리······. 근데 마나가 문제네.”
마나는 여전히 ‘50’ 그대로였다. 스켈레톤은 쉽게 박살나기에 전투 중에 새로 일으키는 게 주요한 만큼, 앞으로 마나를 늘릴 방법을 알아봐야 했다.
“어, 저 이번에는 스킬 얻었어요.”
한호도 레벨 업 한 모양이었다
“뭔데?”
“고속······ 베기? 단검만 가능하다는데요?”
“오.”
“······별로 오 아니잖아요. 아, 회귀하고 싶다.”
지수 역시 허공에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그녀는 확정 능력치를 선택해서 근력이 2포인트 상승했다고 말했다. 뒷산 산책로에서 오크의 도끼를 맞받아치다가 주저앉은 게, 꽤나 분했기 때문이었다.
“몸이 뜨거워지는 게, 뭔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이리저리 칼을 휘둘러봤다.
“확실히 더 힘이 들어가는 느낌은 있네요.”
이후, 성우는 근처에서 고블린 사체를 발견해서 스켈레톤으로 일으켰고 총 7마리를 이끌게 되었다.
“한호야, 칼 다시 줄래?”
“······여기요.”
“넌 그 뭐야, 새로 얻은 스킬 쓰려면 단검 계속 써야지.”
“······.”
그렇게 일반 스켈레톤 5마리에게 뼈 해머를 들게 하고 외팔의 스켈레톤에게 일본도를 줌으로써 최적의 시너지를 형성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바, 시너지라는 게 전투의 핵심이자 변수였기에 그야말로 다다익선이었다.
일행은 정비 후, 학교 외곽의 나무와 수풀에 은폐한 채 근처 동태를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인근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목격했다. 정문에서 조금 올라가면 있는 셔틀버스 정류장이었다.
“오크가 일곱 마리, 그럼 저쪽도 소수네요.”
지수가 수풀에 엎드린 채 말했다. 성우 역시 나무 뒤에 웅크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러다가 다 죽겠는데, 기껏해야 저기 한 사람이 창문으로 창 휘두르는 게 전부잖아······.”
성우의 말에 지수가 몸을 일으켰다.
“도와주죠.”
“······음.”
지수는 단호하게 결정했지만 성우는 고심했다. 현재로써는 안전을 포기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도 없었다.
“기습해서 저쪽과 같이 앞뒤로 공격하면 일곱 마리라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손 쉬운 먹잇감 아닐까요?”
양동작전이라? 하지만 성우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저쪽에서 나와서 싸워줄까요? 잘못하면 우리만 박 터지게 싸우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같은 사람이라고 한들 믿을게 못 되죠. 특히나 저렇게 겁에 질린 사람들은 더더욱.”
“······.”
지수는 성우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함은 가장 큰 위협이다.
다른 방법,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우는 이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럼 대신, 문명의 이기를 보여주죠. 저기 트럭 중에 열쇠가 꽂혀 있는 게 있더라고요.”
“네?”
“지수 씨, 혹시 범퍼카 좋아하세요? 아니면 즐기셨던가?”
성우의 말에 지수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어, 선배, 제가 바로 GTA5 고수입니다.”
“그럼 네가 운전해.”
“······네?”
예상하지 못한 말에 한호는 눈을 끔뻑거렸다.
······잠시 후.
셔틀버스 정류장에서는 여전히 오크의 습격이 진행 중이었다. 정류장 안에 고립된 인원은 총 다섯 명, 하지만 그중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건 두 명에 불과했다.
“으아아! 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우, 울지 좀 마! 운다고 뭐가 달라져!”
“으아아! 몰라 시발!”
그리고 그들은 모두 패닉 상태였다.
쿵! 퍽! 퍽! 쾅!
일곱 마리의 오크가 도끼를 들고 문과 벽을 마구잡이로 찍어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좀 맞춰봐! 길쭉한 창 들고 뭐하는 거야!”
“저 새끼들이 창문 가까이로 안 오는데 어떻게 해! 그럼 넌 검이랑 방패니까 나가서 싸워보던가!”
“시발! 됐어! 그냥 이대로 다 죽던가!”
“으아앙! 주, 죽고 싶지 않아!”
무기를 들고 있는 두 남자 역시 제대로 싸워볼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어? 저, 저게 뭐야?”
자세히 보니 파란색 용달 트럭 한 대가 이쪽으로 질주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우우웅!
심지어 거꾸로, 후진으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물며 그 화물칸에 웬 허연 게 잔뜩 실려 있었는데, 차가 움직일 때마다 까딱까딱 흔들려 댔다.
끼이이― 끼이이―
이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 허연 물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해골?”
미친, 해골바가지 일곱 개가 트럭에 실린 채 들썩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저, 저게 뭐야!”
트럭은 거침없이 달려들더니, 정류장 벽을 두드려대던 오크들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쾅! 쾅! 쿵!
살벌한 소리가 벽 너머에서 울렸다. 오크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이어서 무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을 든 남자가 창문 너머를 조심스레 살폈다. 그때, 해골바가지들이 트럭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차에 치여 날아간 오크들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뭐, 뭐야? 경수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모, 몰라 더 무서운 새끼들이 나타났어······.”
경수라고 불린 남자의 눈에는 스켈레톤 역시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더 끔찍한 몬스터······.
“이, 시발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
경수는 기겁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해골의 습격이라니, 차라리 오크가 도끼질 하던 시절이 낫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밖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사그라지고 낯선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묵직하게 들려왔다. 보이지 않는 정적이 더 무섭다는 걸, 정류장의 학생들을 깨달았다.
“가, 갔나?”
그런데 그 순간······.
쿵쿵쿵!
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학생들은 기겁하며 문에서 멀어졌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으아아! 저, 저리 꺼져!”
“쉬, 쉿! 조용히 좀 해!”
“······얘들아? 그런데 방금, 말소리 들리지 않았어?”
이런 상황에 말소리라니?
쿵쿵쿵!
“······사람이에요! 문 열어주세요!”
정말로, 문 밖에서 사람의 육성이 들려왔다. 그들은 고개를 슬쩍 들어올렸다.
“해, 해골이 사람 목소리까지 내냐?”
“저건 악마다······. 우릴 홀리는 거야.”
그때, 박살난 창문으로 머리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문 좀 열어주세요! 좀!”
판초 우의 같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였다.
***
“그러니까 경수 씨 말 대로면······. 저게 아이템을 뱉어낸다고요?”
쾅!
성우는 그렇게 질문하다가, 난데없이 들려온 소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한호가 오크 대퇴골 해머로 음료수 자판기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야 뭐하냐?”
“아, 선배, 현금이 없어서요. 콜라 한 잔 뽑아드릴까요? 하하하······.”
“비켜요. 제가 있어요. 어? 뭐야, 방금 한호 씨가 치는 바람에 고장 났잖아요!”
성우는 고개를 돌려 다시금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성우의 등 뒤, 끔찍한 해골바가지로 향해있었다. 그 작은 악마들이 들고 있는 뼈 무기에는 오크의 피가 잔뜩 눌어붙은 상태였다.
“아, 얘들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알고 보면 귀엽······ 아니, 그럼 하던 말 계속해주시죠. 저거요.”
성우는 손가락을 들어 정류장 건물이 구석에 있는 오래된 아날로그 TV를 가리켰다.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CRT 형식의 모델이었다.
그리고 성우가 알기론 그건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네. 맞아요. 저게 아이템을 줘요. 저, 저희도 해보긴 했는데, 골드가 얼마 없어서 한 번 밖에······.”
언뜻 봐도 이 다섯 명의 학생들은 몬스터와 제대로 싸워 본 경험이 없는 듯 했다. 성우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모니터로 다가갔다.
“상점이네요.”
한호가 옆으로 다가오며 콜라를 내밀었다. 성우는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날로그TV 위에 홀로그램이 하나 띄어져 있었다. 녹색 동전 모양의 아이콘이었다.
치지직―
- E등급 상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레트로 게임기 같은 화면이었다. 원색의 인터페이스에는 화려한 인트로 화면과 함께 ‘진행하려면 아무 키나 누르시오.’라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성우는 손가락을 뻗어서 채널(▲)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 행운의 룰렛을 선택하세요!
1) 브론즈 (100)
2) 실버 (1,000)
3) 골드 (10,000)
* E등급 상점은 ‘골드’까지만 판매합니다.
골드를 소비해서 랜덤 룰렛을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선배, 설마 여기서 진짜로 아이템이 나올까요?”
“허공에서 칼이 떨어지는데, 불가능할 것도 없죠.”
한호의 의문에 지수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성우 역시 이제는 상식을 기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 심신에 이롭다.
“직접 해보면 되지.”
“저는 360골드 있네요. 여기서도 브론즈가 딱이네······.”
“저는 584골드요.”
지수와 한호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선배는요?”
한호의 물음에 성우는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프로필]
- 이름 : 유성우
- 레벨 : 4
- 직업 : 네크로맨서
- 능력 : 근력(5), 민첩성(5), 체력(5),
- 보유 골드 : 1,552
“어, 난 1,552골드······.”
“헐, 그럼 실버 룰렛도 돌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잊고 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성우의 눈이 한 쪽 구석을 향했다.
- 룰렛 티켓을 1장 보유 중 (무제한 등급)
“어라?”
룰렛 티켓, 1층 로비에서 고블린을 잡으며 ‘사냥 업적’을 달성하고 얻은 혜택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기억만 해뒀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사용할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성우는 음량 버튼일 이용해서 ‘골드’ 등급의 룰렛을 선택했다.
“어, 선배? 그건 만 골드짜린데요?”
띠디디―띠띠―띠리리―
그러나 한호의 우려와 달리 경쾌한 16비트 음악과 함께 형형색색의 룰렛이 정상적으로 나타났다. 역시 무제한 티켓은 모든 등급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룰렛에는 1등, 2등, 3등의 비율이 아주 조그맣게 표시 되어 있었고, 큼직한 부분에는 노말 아이템, 물약 꾸러미, 서바이벌 패키지 등이 쓰여 있었다.
‘역시 랜덤이냐?’
성우는 버튼을 눌러서 룰렛을 돌렸다. 그리고 16비트 음악이 클라이맥스를 달하는 순간, 성우는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음악이 느려지고 룰렛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띠디디―디!
음악이 멈추고 룰렛이 멈췄다.
“오! 대박!”
성우는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생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