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2) 인문사회과학관의 보스 몬스터 - 1
덜그럭― 덜그럭―
뼈 부딪치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울렸다. 카페에 갇힌 사람들은 통 유리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얼어붙고 말았다.
네 마리의 해골바가지가, 여덟 마리의 고블린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대, 대체 시······ 뭐, 뭐야 대체?”
방패를 든 진석 마저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덜덜 떨었다. 저것들이 나타나는 순간, 진짜로 죽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혼자 도망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지같은 창 한 자루를 쥐고 있던 후배 녀석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악마 같은 해골들의 경호를 받으며 고블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도망 못 가게 계단을 막아!”
성우가 외치자, 외팔의 스켈레톤이 빙 돌아서 첫 번째 계단에 올라섰다.
“잘했어! 계속 막아!”
사실 굳이 입으로 명령 내리며 소리칠 필요는 없었지만, 이 모든 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스켈레톤들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며, 자신의 휘하에 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각인시키는 중이었다.
‘그래야지 보스 공략을 설득할 수 있다.’
성우는 제한 시간 내에 보스를 잡고 이 건물에서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게 이 게임의 룰에 따르는 것이며,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푹! 푹! 퍽! 퍽!
치명타가 터지며 고블린 한 마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작 10퍼센트 확률 증가였지만, 공격 속도 보너스가 대폭 부여된 상태이기에 그 빈도가 잦아 보였다.
[현재 적용 중인 특수 효과]
1) 시너지 : 단검 도적 떼
- 치명타 확률(+10%), 골드 획득(+10%)
2) 아이템 : 야생의 정기
- 고블린 계열 상대 시 공격 속도(+20%)
‘여기에 팔찌의 버프 스킬까지 사용하면 고블린은 몇 마리가 나오던 위협이 되지 않겠군.’
성우는 어느새 적응하고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블린만 나오지는 않을 거다. 앞으로 더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겠지.’
그런 몬스터가 왜 나오는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민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장 성우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그 몬스터들에게 맞서서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한편,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성우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 지금 저 사람이 저 해골들한테 명령하는 거 맞지?”
“그런 것 같은데?”
그들이 보기에 절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눈앞에서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었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다행이다. 정말······.”
“근데 저 사람 누구야? 어디 학과야?”
“어, 우리 학과 선배 같은데······.”
“그래요? 어디 학과하신데요?”
“아, 저요? 아, 문예창작학과요. 저분을 아까 수업 때 보긴 봤는데, 잘 몰라서요.”
이내 사람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넘어서, 저 남자가 구해주었다는 사실까지 직시했다. 그건 일종의 생존본능이었다. 왜냐하면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을 현재진행형이었으며,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길라잡이로 두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즉 성우가 의도한 대로,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각인시킨 것이다.
끼이이······.
성우는 마지막 한 마리 남은 고블린을 향해, 창을 역수로 쥐고, 어깨를 잡아당겼다가,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푹!
투창이 고블린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후. 좋아.”
막강한 스켈레톤들이 버텨서고 있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스스로의 전투 감각을 깨어 놓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고블린을 살해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와!”
“저 사람 진짜 거, 거침없다. 문예창작학과에서 글 쓰던 사람 맞아?”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저런 사람이 여기에 있어서.”
전투를 마친 성우는 고블린 시체를 곁눈질로 살폈다. 하지만 아이템으로 보이는, 황금 빛깔의 번쩍임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반 몬스터를 잡으면 안 나오는 건가?’
물론 조잡한 단검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녔지만, 이전의 ‘고블린 십장(什長)’ 같은, 어느 정도 등급이 있는 몬스터를 사냥할 시에만 좋은 아이템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다만, 다른 무언가를 얻긴 얻었는지 눈앞에 알 수 없는 메시지 한 줄이 표시되었다.
- 몬스터 20킬 업적 달성으로 ‘룰렛 티켓’이 지급됩니다.
* 역대 34번째로 업적을 달성하여 ‘무제한’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지급 됩니다. (100인 한정)
“······룰렛 티켓?”
당장은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흔히 게임에서 나오는 ‘인벤토리’ 같은 것도 없으니 그게 어디로 지급된 건지 확인할 방도도 없었다.
성우는 일단 ‘룰렛 티켓’이란 아이템을 기억해두기로 하고, 눈앞의 일에 관심을 돌렸다.
“수고했다.”
성우는 피범벅이 된 스켈레톤들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녀석들에게 인격이 있는 것 같진 않았고 그저 형식적으로 건넨 말이었다.
딱딱―
외팔의 스켈레톤이 또 다시 이빨을 부딪쳤다.
“야, 그거 하지 말라니까?”
따―
그러자 이제는 다른 녀석까지 따라서 이빨을 부딪치다가 성우의 명령에 멈칫했다.
“······이 새끼들이?”
성우는 고개를 돌려서 진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딘가 얼이 나가 있었다. 성우가 진석을 향해 다가가자, 그 뒤로 피범벅이 된 스켈레톤 네 마리가 우르르 따라왔다.
“어, 어어······.”
그러자 진석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고, 민수 녀석은 이미 카페 끝으로 도망가 있었다.
“어때요, 선배, 제가 도움이 되긴 됐죠?”
종전에 성우가 들고 있는 조잡한 창만을 보고 성우를 무시했던 진석이었다. 이제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들 중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한호, 진석, 민수를 포함해서 총 일곱 명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우는 숨을 고르는 한편, 의도적으로 잠깐의 침묵을 지켰다.
“······.”
군 시절, 베테랑 상사였던 행정보급관이 주로 쓰던 방법이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병사들을 집합시켜 놓고 잠깐의 침묵을 지키면 그 고요 속에서 긴장이 확장된다. 그리고 그 직후 내뱉은 대사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된다.
성우 역시 분대장이 된 이후에 자주 써 먹던 방법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건 ‘권위’를 필요로 하는데, 성우가 방금 보여준 ‘활약’이 권위를 대신했다.
“······.”
아니나 다를까,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에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끝까지 성우에게 향해 있었다. 마치 성우가 입을 열기를 잠자코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마침내 성우가 입을 열었다.
“모두 정문의 메시지를 보셨겠지만, 저 문은 이상한 현상 때문에 열리지도, 부서지지도 않습니다.”
“그, 그럼 어떡하죠?”
“방법이 있나요?”
사람들의 태도는 이전에 진석을 대하던 것과 사뭇 달랐다. 불만을 제기하고 불안에 떨기보다 전문가를 대하듯 답을 구하고 있었다.
즉 성우를 믿을 만한 사람, 의지할 만한 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성우는 검지로 정문을 가리켰다.
“방법 역시 정문의 메시지에 나와 있습니다. 이 건물 어딘가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겁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성우의 검지가 천장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은 고작 두 시간 정도입니다. 그 안에 이곳 어딘가에 있는 보스를 잡아야 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침묵했다.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저도 모르지만 보통 일은 아니겠죠. 몬스터가 강화된다는 걸 보면 아마 더 끔찍한 것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저, 저, 제가 봤어요.”
“네?”
“그, 보스 몬스터요······ 옥상에서 담배 피다가······. 엄청 큰 괴물이 나타나는 걸 봤어요. 저희 교수님도 그 놈한테 돌아가셔서······.”
목적지는 옥상으로 정해졌다.
***
“정말 더 없습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성우가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한들, 대체 누가 괴물을 잡으러 가는 길에 따라나서길 자처 하겠는가?
물론 분위기를 잡은 덕분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집할 수 있는 것이긴 했다만, 직업 카드를 고른 이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등 뒤로 슬쩍 숨겼다.
“선배, 저도 좀, 여기 있으면······.”
“넌 안 돼.”
성우는 카페 안으로 기어들어가려는 한호의 팔을 억지로 잡아 끌었다.
“넌 내 옆에서 해골이들 버프 줘야지.”
한호까지 합해서 5개의 단검이 있어야지 <단검 도적떼(5)> 시너지가 발휘된다.
“그럼 제 단검 드릴게요.”
“필요 없어.”
성우의 단호함에 한호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차피 우르르 몰려간다고 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유일한 자원자, 빨간색 트레이닝 복을 입은 여자, 윤지수가 말했다.
그녀는 긴장한 것 같으면서도 어렴풋한 당돌함을 풍기고 있었는데, 그녀는 어떻게든 성우의 눈을 피하고 있는 이들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오히려 좁은 복도에서 짜증나게 뒤엉킬 수도 있어요. 저 해골들까지 있잖아요? 해골만도 못한 사람들 데려가서 뭐합니까?”
성우가 생각하기에, 지수의 당돌함은 보스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모함에 불과했다.
하지만 싫다는 이들을 억지로 데려가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며, 데려간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알겠습니다.”
성우는 그렇게 말하고 진석을 돌아보았다.
“선배는요?”
그 말에 진석의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뻘뻘 거리며 이곳저곳을 헤매기 시작했다.
“아, 나는, 그, 여기를 지켜야 될 것 같아.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게 총학······.”
“알았어요.”
“그래······.”
“그럼 정신 차리고 지키세요.”
“······.”
그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진석은 반문하지 않았다.
“그럼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바로 올라가죠. 아, 계단으로 갑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한 번에 갈 수 있었지만, 감수해야 될 위험 요소가 많았다. 문이 열린 직후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을뿐더러,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성우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그의 주변을 스켈레톤 네 마리가 경호했다. 그 뒤로 한호가 종종 걸음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맨 뒤에서 환도(環刀)를 찬 지수가 따라왔다. 그녀는 게임이 시작 된 직후, 고블린 두 마리를 죽여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젠장, 선배 한 명 잘못 뒀다가 골로 가게 생겼네.”
“한호야······.”
“뭐요.”
“그래도 군대는 안 가겠다? 통일 코인은 아니지만?”
“아, 차라리 지금 눈을 뜨면 훈련소 1일차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제가 아침에 이상한 글자 봤다고 했죠? 거봐, 맞잖아요!”
“그래서 뭐, 달라질 거라도 있냐?”
한호가 아침에 봤다는 하늘의 메시지가 이 사태의 전조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바꿀 수 있는 건 있다.”
“뭔데요?”
“네가 뒈지는 날짜.”
“시벌······.”
“멍청하게 도망만 다니면 먼저 죽는다. 충무공께서 옳았다. 살고자 하면······.”
하지만 더 이상 농담할 틈이 없었다.
끼이! 끼이이!
당장 2층 계단에서부터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두 사람은 뒤를 맡아주세요!”
성우가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보자 스켈레톤들이 거침없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등 뒤, 2층 강의실에서부터 고블린 두 마리가 튀어 나왔다.
“으으! 선배! 이, 이쪽에 해골이 한 마리만 보내주세요!”
한호가 단검을 움켜쥐고 그렇게 쩔쩔매고 있을 때, 지수가 환도를 발도했다. 약 55센티미터의 칼날이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뜩거렸다.
끼이이!
고블린 두 마리를 베어봤다는 게 거짓이 아닌지, 그녀는 과감하게 앞발을 뻗으며 환도를 내리쳤다.
촤악!
그 일격에 고블린의 왼쪽 눈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칼날이 헤집고 지나갔다.
켁!
한 방이었다. 그녀는 눈앞에 떠오르는 ‘10골드 획득’ 메시지를 무시하고 자세를 바로잡은 뒤, 왼 쪽에서 달려드는 다른 놈을 찔렀다.
푹!
고블린은 책상으로도 찍어 죽일 수 있는 최약체의 몬스터인 만큼, 정신만 차리면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걸 한 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호는 감탄을 숨기지 못했고, 입을 쩍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얀 얼굴에 붉은 피가 잔뜩 튄 상태였고 그녀는 빨간 트레이닝 복 소매로 얼굴을 쓱쓱 문질러 닦았다.
“와, 선배, 이분 대박······.”
한호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는데, 고블린 여섯 마리의 시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
이쪽은 더 완벽한 도살이었다. 성우는 그 사이에서 고블린 시체의 가슴팍에 박힌 창을 빼고 있었다.
“응?”
한호는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충무공이 옳았네요.”
죽고자 하면 살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살고자 하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대였다. 왜냐? 레벨 업을 해야 강해지고 그래야지 살아남을 여지가 늘어난다.
일행은 2층을 돌파하여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장 4층으로 가려던 찰나, 한호가 무언가 발견했다.
“서, 선배 저기 저분 김 교수님 아니에요?”
3층 복도 한쪽에 누군가 쓰러져 있었다.
“아, 교수님? 교수님!”
성우의 오전 강의를 진행하던 학과 전임 교수였다. 성우가 급히 달려가 살펴보니, 그의 셔츠 절반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쿨럭! 서, 성우니?”
“네, 맞아요. 괜찮으세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오른 팔은 믹서에 갈린 것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는데, 엉덩이 아래로 피 웅덩이가 고여 있을 정도였다.
“교수님 어쩌다가······.”
“서, 성우야······ 우리 과 아이들이 나, 나 때문에 거의 다 죽었다. 저, 전부 나 때문에······. 으아아! 아아아!”
교수는 발작하듯 절규하기 시작했다. 성우는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진정시켰다.
“지, 진정하세요!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네 덕분에 아이들과 연구실로 도망갔다가, 쿨럭! 계속 있을 수가 없어서 옥상으로 갔다. 교직원 대상으로 하는 비상 대피 매뉴얼대로, 내, 내가 가자고 했지.”
아, 하필이면······.
“그곳에 더 끔찍한 괴물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믿고 따라온 아이들이······.”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보스 몬스터에게 살육 당했을 것이었다.
“서, 성우야 오, 옥상은 절대, 절대로 가지 말아라······. 너라도 살아야······.”
그게 교수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성우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전용 퀘스트]
- 제목 : 망자의 원한을 위하여
- 유형 : 망자 ‘구원’ 혹은 ‘방치’
- 목표 : 건물 내 보스 몬스터 처치
- 보상 : 전용 스킬
당신의 눈앞에서 식어가는 망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거운 죄의식에 빠져 있었다. 당신은 죽음의 고삐를 쥐고 흔드는 자로서, 적의 죽음을 통해 망자의 원한을 달래어줄 수도, 평범한 약자의 죽음으로 방치할 수도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건물 내 정해진 공략 시간에 따릅니다.
*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운명? 이거, 분기점 같은 건가?’
성우가 구원과 방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능력이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교수님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스를 더욱 죽이고 싶어졌다. 그다지 정든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우리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되지?’
눈앞의 상황에 적응하고 생존만을 추구했던 성우가 처음으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선배, 우리 정말로 올라가도 될까요?”
성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스켈레톤들이 계단을 올랐다. 이내 마지막 층, 옥상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성우가 옥상 문을 열어젖혔다.
- 보스 방에 입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