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4화 (4/244)

# 4

1) 지옥으로 변한 캠퍼스 – 3

고블린들이 저주에 걸리고 성우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순간, 스켈레톤들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덜그럭― 덜그럭―

녀석들은 계단의 내리막을 거침없이 밀고 내려가, 그대로 고블린 무리를 덮쳤다.

끽! 끼익!

‘죽음의 냄새’를 맡은 고블린들은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반응 속도가 느려진 상태였다.

이내 스켈레톤의 단검에 몸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고, 한 마리는 그 충격에 밀려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까지 했다.

“와! 자, 잘한다!”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 같았던 한호 역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 사태가 벌어진 이후 한호는 괴물들을 피해서 요리조리 도망치기만 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게 당연한 방법이었으며, 이렇게 정면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적의 시체를 이용해서 싸울 줄이야······.

그런데 그때, 덩치 큰 고블린이 왼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끄으으!

그러자 팔뚝의 팔찌가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언뜻 봐도 영 불안한 전조였다.

- 고블린 십장(十將)이 ‘야생의 광기’를 발동합니다.

* 휘하 몬스터(고블린)가 강화됩니다.

그와 동시에 겁에 질려 있던 고블린 무리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

끼에에!

그러자 ‘죽음의 냄새’ 저주가 풀렸는지, 놈들의 움직임이 다시 유연해졌고 오히려 스켈레톤들이 계단 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 서, 선배? 지금이라도 도망갈까요?”

불안함을 느낀 한호가 중얼거렸다.

“······잠깐만.”

스켈레톤이 당하면 끝이다. 성우와 한호가 함께 싸우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성우는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싸우기로 마음먹은 건 어디까지나 스켈레톤을 앞장 세워서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잘 봐야 된다. 이 해골들은 내 의지에 따라서 움직인다. 자,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성우의 눈에 고블린 십장의 왼쪽 팔이 눈에 들어왔다. 놈은 왼 팔을 천장을 향해 들어 올린 채 빙글빙글 돌려대고 있었는데, 그 팔목의 붉은 팔찌가 영 수상했다.

‘바로 저거다.’

그 순간, 첫 번째로 탄생한 스켈레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녀석은 한 쪽 팔이 박살나서 없음에도, 동료의 등을 밟고 공중으로 번쩍 뛰어 올랐다.

덜그럭!

‘어? 여기서 뛴다고?’

성우의 판단을 기초로, 스켈레톤은 훨씬 과감한 행동을 취했다. 그건 성우마저도 예측하지 못했다.

녀석은 그대로 낙하하며 하나 남은 팔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촤악!

작은 단검이 십장의 왼쪽 팔목을 단칼에 절단했다. 그러자 팔찌의 붉은 기운이 증발해버리고, 고블린 무리의 눈에 공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칵! 카아아!

십장은 기겁하며 스켈레톤을 걷어찼다. 녀석은 그대로 튕겨나가 1층 아래로 데굴데굴 떨어졌다. 하지만 그 한 번으로 인해 이미 승기가 넘어왔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1)골드를 얻었습니다.

놈들에게는 되살아난 좀비처럼 보일 법한 스켈레톤들이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단검을 마구잡이로 쑤셔댔다.

푹! 퍽! 푹! 푹! 퍽!

종종 조금 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노란색 불꽃이 번쩍이며 튀는 효과가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단검 도적 떼(5)> 시너지로 인해서 치명타가 터지는 모양이었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1)골드를 얻었습니다.

끼에에······.

적들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층계에 핏물이 가득 찼고, 계단 아래로 뚝뚝 흐르기까지 했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1)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1)골드를 얻었습니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1)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졸개 6마리가 모두 쓰러지고 결국 십장 한 마리만이 남았다.

콰직!

십장이 창을 휘둘러 스켈레톤 한 마리를 작살냈지만, 그게 끝이었다.

푹! 푹! 푹! 퍽! 푹!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십장의 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배때기를 마구잡이로 쑤셔댔으니, 놈이 버틸 리 만무했다.

끄으으······.

놈은 결국 핏물 위로 철퍼덕 엎어졌다.

- 고블린 십장을 사냥하여 50(+5)골드를 얻었습니다.

“와, 와······. 허, 허허······.”

한호는 기가 막히는지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성우는 핏물이 고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고블린 십장의 시체부터 확인했다.

“아? 선배, 혹시 아이템 같은 거······.”

“그래.”

성우의 생각도 한호와 같았다. 몬스터를 잡으면 으레 아이템이 떨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 추측은 맞았다. 고블린 십장이 사용하던 창 한 자루와 잘려나간 왼손 팔뚝에서 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언뜻 봐도 ‘나 아이템이요, 나 여기 있소’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조잡한 창

- 등급 : 일반

- 분류 : 한손 창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허술한 창이었지만, 지금까지 빈손으로 다니던 성우에게는 감지덕지였다.

중요한 건 두 번째 아이템이었다. 성우는 잘려나간 팔뚝에서 붉은 색 팔찌를 빼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야생의 정기

- 등급 : 희귀

- 분류 : 팔찌

- 효과 : ‘소형 체격’ 아군의 공격 속도 상승 (+20%)

성우는 그 팔찌를 왼쪽 팔목에 꼈다. 그러자 아이템 효과가 바로 적용되었다.

- ‘고블린 스켈레톤’의 공격 속도가 상승합니다. (+20%)

‘소형 체격’은 고블린 정도에 해당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하나 더 나타났다.

- 조건이 만족되어 ‘버프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활성화 조건 : 고블린 계열의 용병 소유 시

[스킬 정보]

- 이름 : 야생의 광기

- 등급 : D등급

- 분류 : 버프

- 효과 : 사용 시 10분 간 ‘고블린 계열’ 용병을 대상으로 공격력 상승(+10%), 공격 속도 상승(+20%) 효과를 부여합니다. 이후 1시간의 대기시간을 갖습니다.

아무래도 꽤나 괜찮은 무기를 하나 얻은 것 같았다. 십장이 그걸 사용하는 순간, 고블린 무리의 전력이 한층 더 강화되는 걸 두 눈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음, 뭔가 많이 얻은 것 같은데.”

위험천만 전투였던 만큼 그 보상이 짭짤하게 느껴졌다.

덜그럭.

그때, 외팔의 스켈레톤이 뒤뚱거리며 계단을 올라왔다. 첫 번째로 탄생한 존재이자, 고블린 십장의 팔목을 절단해버린 녀석이었다.

그 직후, 십장에게 걷어차여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갈비뼈 두 대가 박살나버린 상태였다. 갈수록 만신창이가 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노련해지는 것 같았다. 성우는 기특한 마음에 녀석의 해골에 손바닥을 얹었다.

“잘했어.”

하지만 급히 땠다. 역시 아직 찝찝하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뿌듯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빨을 부딪쳐 소리를 냈다.

딱딱―

“윽, 방금 뭐야? 그딴 거 하지 마.”

그러자 녀석이 턱을 쩍 벌린 채로 행동을 멈췄다. 역시 생긴 건 끔찍하단 말이지······.

“형님,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일단 여기서 나가고 생각하자.”

성우와 한호는 1층으로 내려가 로비로 향했다. 그리고 건물 정문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확인했다.

“너희 해골들은 저기, 복사실에 들어가 있어. 사람들이 보면 기겁하고 때려죽이려고 할지도 몰라.”

“인정합니다. 미안하지만, 저도 순간적으로 얘 머리통에 땜빵 만들어버렸잖아요. 아마 사람들이 난리칠 거예요.”

한호도 스켈레톤을 몬스터로 오해하고 단검부터 휘둘렀었다. 한호야 성우와 친했으니 다행이지, 다른 사람들, 특히 겁에 질린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성우가 복사실 문을 열자 해골들이 일렬로 차례차례 들어갔다. 누군가 실수로 이 문을 열었다가는 기절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이런 판국에 누가 복사를 하러 오겠는가?

로비에는 약 서른 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들 중에서 기껏해야 다섯 명 정도만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정체불명의 카드가 나타났을 때 쉽사리 손을 뻗은 사람은 극소수인 모양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괴상한 현상에 손을 가져다대는 게 비정상일 수도 있었다.

“······자자, 모두 진정하세요! 경찰에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고, 총학생회 측에서도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총학생회 점퍼를 입은 남자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오른 손에는 검, 왼 손에 방패를 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대체 뭘 한다고 그래요! 문이나 좀 부숴봐요!”

한 여학생이 울상이 되어 소리쳤다. 그러자 총학생회 임원이 고개를 저었다.

“다 해봤습니다. 아무리 내리쳐도 절대 안 부서집니다.”

“뭐라고요? 저게 안 부서진다고요?”

정문은 평범한 유리문이었다. 하지만 총학생회 임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일단 모두 침착하고 괴물들이 접근하지 않게 목소리 좀 낮춰주세요! 통제를 따라 주세요!”

성우는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섞였다.

“······너 성우니?”

그런데 총학생회 임원이 성우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성우 역시 그를 알아봤다. 두 학번 위의 학과 선배인 이진석이었다.

신입생 때, 엠티 같은 조에 속했던 선배였는데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었다. 위계를 따지는 꼰대에 여자 동기들에게 찝쩍대는 걸로 유명했다. 그때부터 감투 욕심이 있더니만, 결국 총학생회에 들어간 것 같았다.

“아, 안녕하세요.”

성우가 형식적인 인사를 하며 조심스럽게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왜 문을 열 수 없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진석의 얼굴에 짜증이 확 일어났다.

“야! 문으로 다가가지 마! 위험하단 말이야! 시발!”

그는 호들갑을 떨며 손짓을 했고, 성우는 떨떠름하게 물러섰다. 그러자 진석이 한 숨을 푹 내쉬더니, 갑자기 성인군자와 같은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후, 미안하다. 내가 지금 신경 쓸 게 많아서 조금 민감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재학생들 보호해야 돼서.”

이거, 느낌이 온다. 사명감 과잉이다. 완장에 대한 과한 뿌듯함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랄까? 성우는 골치 아파질 것 같다는 걸 느꼈다.

“성우 너도 카드 고른 거야?”

“네 맞아요. 저희 둘 다요. 아, 한호 아시죠?”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아, 그래. 행사 때 본 적은 있어. 내가 바빠서 수업은 잘 못 들어가는 편이라······.”

그럼 학교를 왜 다니십니까? 혹시 그 총학생회 점퍼 입으려고 다니십니까? 성우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아무튼, 지금 상황이 심각한 거 알지? 너희도 무기가 있으면 같이 일반 학우들 보호하는데 도와줘야겠다.”

“아, 뭐, 네.”

“근데 넌 직업이 뭐야? 창병 같은 거야? 음, 너, 도움이 될 수 있긴 한 거지?”

진석은 성우가 들고 있는 조잡한 창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눈가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

성우 자신이 보기에도 십장을 잡고 얻은 이 창은, 다른 직업군이 들고 있는 무기에 비하면 한없이 보잘 것 없어 보이긴 했다만, 그의 진짜 무기는 저기, 복사실 한쪽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성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녹색 괴물을 잡아봤다. 고블린이라는 건데, 무기가 있어도 생각보다 상대하기 어려워.”

진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방패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꽤나 좋은 카드를 뽑았거든, 2성짜리 방패 전사야. 혹시 무슨 일 일어나면 내 뒤로 숨어.”

“예.”

성우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고작 2성가지고 허세 부리는 꼴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깟 별 몇 개 더 높다고 생색내며 옹졸해지긴 싫었다.

그때, 진석의 뒤로 누군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선배님! 계단 위에서 고블린 소리가 조금 들려옵니다.”

그는 다름 아닌, 강의실에서 얼 타던 동기, 민수였다. 그나저나 어느새 진석 아래에서 척후병 똘마니 노릇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조금 들려옵니다’는 대체 무슨 보고란 말인가? 성우는 콧방귀가 나오는 걸 참았다.

아무튼 그 보고에 진석이 민수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공적을 치하하더니, 사람들의 중심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데, 그의 뒤통수에서 비장함이 풀풀 풍겨올 정도였다.

“자자, 모두 쉿, 조용히 하세요. 바로 위에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모두 천천히 카페 안쪽으로 몸을 숨기세요. 저희가 입구를 지키겠습니다.”

괴물이 있다는 말 한마디는 강력했다. 사람들은 입을 꾹 닫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한호야, 이리 와봐.”

그 사이에, 성우와 한호는 진석의 눈길을 피해 정문으로 다가갔다.

대체 무슨 이유로 유리문을 깰 수 없다고 하며, 접근 하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는단 말인가?

“선배도 저기 저거 보이죠?”

“응.”

한호의 말대로 정문 손잡이쯤에 홀로그램 마크가 하나 떠 있었는데, 보라색 쇠사슬 아이콘이었다.

- 강력한 마력으로 봉인된 상태입니다. 건물 ‘보스 몬스터’를 공략해야 문이 개방됩니다.

* 시간 내에 공략에 실패할 시, 건물 내 몬스터가 강화됩니다. (02:11:19)

‘보스? 2시간 11분······.’

문을 잡아당겼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선배, 설마 이거 타임어택 같은 걸까요? 저 시간 안에 안 잡으면 막, 다 죽는 거 아니에요?”

“몬스터가 강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나갈 수 있다는 거네. 누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돼.”

지금 상황에서 경찰 출동 같은 상식적인 대처를 바랄 수는 없었다. 멍청하게 넋 놓고 있다가는 가장 먼저 죽는다.

성우와 한호는 다시 진석에게 다가갔다. 진석은 민수와 성우를 번갈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은 아는 사이지? 15학번 동기잖아?”

“알긴 알죠.”

민수 녀석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강의실에서 성우가 일갈했던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잘 됐다. 우리 학과 후배들이 내 밑에 이렇게 있으니 더 안심 된다. 우리 함께 정신 차려서 버텨보자.”

진석은 마치 배수의 진을 친 장군인 냥 그렇게 말하며 세 남자의 어깨를 차례대로 툭툭 두들겼다. 하지만 성우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버틴다고요? 여기서요?”

“응? 뭐 문제 있냐?”

성우가 반문하자, 진석은 이유를 불문하고 곧장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아랫사람이라고 여기는 놈이 자기 말에 태클 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저기 문에 있는 메시지 보셨죠?”

“내가 안 봤겠어? 나갈 수 없으니까 기다려야지. 구조대가 올 때까지 말이야.”

“구조대요? 경찰이 지금 올 수 있을까요? 만약 이게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여기를 신경 쓸 틈은······.”

“너, 군대 갔다 왔지?”

“그럼요.”

“그런 놈이 왜 그렇게 몰라? 군대가 움직일 거야. 그럼 다 해결 될 거라고.”

아니, 그건 막연한 믿음이다. 군대가 전국 모든 장소를 커버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군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치더라도 2시간 안에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2시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건 안일한 행동이다. 성우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 상황을 직시하고 적응해야 된다. 이렇게 안일하게 수동적으로 행동하다간 위험에 빠진다.’

성우는 대답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진석의 목덜미가 시뻘겋게 변했다.

“한숨을 쉬어? 하, 시발, 넌 안 되겠다. 넌 그냥 빠져. 살고 싶으면 카페에 들어가서 잠자코 앉아 있어.”

그때였다.

“서, 선배! 고, 고, 고, 고블린!”

민수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끼이! 끼이이!

중앙 계단에서 약 여덟 마리의 고블린이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어, 어어?”

“어! 저, 저기!”

카페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당황하며 죄다 일어섰다. 카페의 입구는 하나였고, 도망갈 곳은 없었다. 진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방패를 들어올렸다.

“무, 무기든 사람들 이리 와요! 카페 입구, 마, 막아야 돼요!”

하지만 그 순간, 민수가 다시 한 번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악! 서, 선배! 저기! 복도에서도 또 와요!”

민수의 손가락 끝에서 네 마리의 고블린이 더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들은 보다 끔찍한 생김새였다.

“시발, 저게 뭐야!”

그 모습에 진석도 얼어붙고 말았다. 뼈 밖에 남지 않은, 해골 형태의 고블린이었다.

그때, 성우의 음성이 나직하게 울렸다.

“쟤들은 아니에요.”

“······뭐?”

성우가 카페 입구에 섰다.

“선배, 선배의 그 책임감은 알겠어요. 근데 정신 좀 차리고 사리분별 좀 합시다. 멍청한 사람이 완장 차고 나대면 다른 사람까지 죽이는 겁니다.”

“······뭐? 너, 직업이 대체 뭐야?”

“좋은 거요.”

성우가 그렇게 말한 뒤, 카페 밖으로 나가자 여덟 마리의 고블린이 맹수라도 마주친 듯 그대로 얼어붙는 게 아닌가? 심지어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치기까지 했다.

끼이이······. 끼이······.

네크로맨서 특성의 ‘죽음의 냄새’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석과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치, 성우의 등장에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이내 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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