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1) 지옥으로 변한 캠퍼스 - 1
통학은 지옥이다.
편도 2시간 거리에 환승 3번을 거쳐서 대학교에 도착하면 유성우는 녹초가 되곤 했다.
그렇기에 9시 30분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필 전공 필수 과목이 1교시에 잡힌 것이다.
“으으! 아니! 나 1학년 땐 학교 어떻게 다녔지? 진짜 자취하든 자퇴하든 둘 중에 하나는 해야겠다.”
성우는 셔틀버스에서 내리면서 푸념했다. 온몸이 찌뿌둥해서 없던 피로까지 생길 판이었다.
“선배, 특급전사 출신 제1분대장 육군 예비역 병장께서 약한 소리 하셔요?”
성우의 한 학년 후배인 이한호가 뒤따라 내리며 실실거렸다. 며칠 전에 술자리에서 군 시설 무용담 좀 풀었더니 그 이후로 툭 하면 이렇게 비꼬는 중이었다.
“혹시 특급전사 그거 다 구라 아닙니까? 완전 군장에 10킬로미터 고속행군을 하셨다는 우리 선배님께서! 2시간을 앉아서 못 오시다뇨!”
하지만 성우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한호야, 군대나 가고 말해라. 언제까지 버티려고 해?”
“선배, 딱 한 말씀 드릴게요. 통일 코인은 승리합니다.”
한호의 당찬 포부에 성우는 혀를 찼다.
“지랄? 뉴스도 안 보는 새끼가 무슨 통일 타령을 하냐? 야, 너 미영이 때문에 군대 미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붕 뜬 거 다 알아. 너랑 미영이도 갈라선 판에 설마 통일이 이뤄지겠냐?”
그 말에 실실거리던 한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거,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걔 얘기는 꺼내지 맙시다.”
“한호야, 3년 전에 신입생 환영회 때 형이 말했지 CC는 절대 하지 말라고.”
“······.”
단언컨대, 미필에다가 CC경험자는 그 누구와 언쟁을 벌여도 이길 수 없다.
한호의 침묵이 이어짐에도 성우는 수업이 있는 건물로 향하는 내내 그녀의 이름을 호명했고, 한호는 갑자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야, 너 우는 거냐?”
“아니, 선배, 하늘······.”
“하늘이 왜?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는······.”
“하늘에 방금 글자 못 보셨어요?”
성우는 한호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너······ 많이 그립구나?”
“아, 아니! 방금 전까지 분명! 그, 모, 몬스터 다운로드 중이라고, 99퍼센트였는데 100퍼센트가 되니까 글씨가 사라졌다니까요? 저기 도서관 건물 위쪽에요!”
성우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새 몇 마리만 휘적휘적 날고 있을 뿐이었다.
“······몬스터? 너 이 새끼, 어제 무슨 게임하고 잤어? 이제 현실하고 구분도 못하지?”
“아, 진짠데······.”
“헛것 본 거야. 요즘 술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아, 그런가?”
한호는 쉽게 납득했다. 근래 심적으로 불안한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영 찜찜한 지 하늘을 몇 번이고 쳐다보았다.
성우는 혀를 끌끌 차며 걸음을 옮겼고 한호는 제 뺨을 두어 대 때리더니 그 뒤를 잽싸게 따라 왔다.
“선배, 선배, 커피 한 잔 좀 뽑아주시고 가시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게 카페인 도핑이 시급합니다.”
“시간 없어. 김 교수님 칼 같이 들어오신단 말이야. 그리고 저기 줄 좀 봐라. 카페인이랑 학점이랑 바꿀래?”
1교시 시작 직전임에도 건물 1층의 카페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다가 또 조시려고? 특급전사 정신력······.”
괜히 말 잘못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질 거라는 걸 알게 되었기에, 한호는 입방정을 떨다가 중도 포기했다.
“그럼 점심 때 뵐게요. 저 오늘 수업은 일찍 끝날 수도 있어요. 아, 근데 아까 진짜 글씨 봤거든요?”
“헛소리 말고, 나 먼저 올라간다. 연락해라.”
성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교수가 칼 같이 들어오더니 수업이 시작되었다.
“······으, 졸려.”
정말로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복학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머리가 굳었기 때문일까, 수업 내용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
“······.”
교수의 음성이 희미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어깨가 뻐근한 게, 아무래도 지옥 같은 통학 탓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허공에 떠 있는 이상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요? 지금 바로 선택하십시오.
“어, 뭐?”
졸다가 웬 괴상한 환각을 본 건가 싶었다. 성우는 눈을 끔뻑이다가 눈을 벅벅 비비기까지 했다. 하지만 눈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틱― 틱― 틱―
그때, 수업 자료가 출력되던 모니터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형광등이 일제히 꺼졌다.
우웅―
“어, 어? 정전이야?”
“뭐, 뭐야! 아무 것도 안 보여!”
단순한 정전이 아니었다. 마치 태양까지 꺼져버린 듯, 혹은 우주에 던져진 것처럼 세상 전체가 짙은 어둠에 물들었다.
성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급변한 상황에 대한 방어 본능이었다.
“핸드폰도 안 켜져! 대체 뭐야!”
“근데 지금 이거 뭐야? 나만 보여?”
“나, 나도 보여······.”
그러나 한 가지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성우가 환각이라고 착각했던 홀로그램 메시지였다. 아무래도 이 강의실의 모든 이들이 같은 걸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 15초 남았습니다!
“이게 뭐야······.”
“뭐가 15초야!”
그리고 눈앞이 밝아지더니, 그곳에서 10장의 카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건 마치 돌림판처럼 혹은 회전초밥처럼 손에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가 시계 방향으로 멀어져갔다.
카드에는 각양각색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배경 색깔도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너, 너희도 이거 보여? 카드?”
“얘들아 하, 함부로 만지지 마!”
“맞아! 만지지 마! 위험해!”
왜 위험하다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본능적으로 꺼려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성우는 또 다른 의심을 품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위험한 거 아니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15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 10초 남았습니다!
‘카드를 고르란 건가?’
어떤 건 칼과 방패를 든 전사, 어떤 건 지팡이를 든 마법사, 어떤 건 활을 든 궁수······. 위 세 가지는 모두 흰색 바탕에 별 한 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 옆으로 녹색 바탕에는 별 두 개가 그려져 있었는데 성우가 보기에는 성직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멀찍이 있는, 별 세 개짜리의 보라색 카드는 성기사인가?
성우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내려고 노력했다. 남은 시간은 7초, 이 카운트다운은 대체 뭘 종용하는 거란 말인가?
‘아니 대체 뭔데? 포커랑 비슷한 걸까? 저 시간 안에 내가 뭘 결정해야 되는 건데!’
그때, 저 멀리에 있는 전사 카드 한 장이 ‘팟’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더니······.
쿵!
“어, 어 이게 뭐야!”
앞자리에 앉아 있던 동기의 책상 위로 검 한 자루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설마, 방금 사라진 전사 카드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눈앞에 떠 있는 카운트다운은 ‘5초’로 줄어들어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좋은 걸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었나?’
성우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에서도 별의 개수가 가장 많은 걸 집었다. 그 결정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이왕 고를 거라면 높은 걸 고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른 건 언뜻 봐도 뭔가 남달라 보이는 카드였다. 검은색 바탕에 검은색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데, 회색 로브를 입은 사람이 긴 낫을 들고 있었다.
- 직업 카드를 선택하셨습니다.
* 네크로맨서(★★★★★)
“······네,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Necromancer)라 함은 판타지 세계에서 스켈레톤이나 시체를 조종하는 마법사가 아니던가?
- 1차 직업 선택이 종료됩니다.
* 선택에 실패한 분들은 다음 기회에!
그런 메시지와 함께 카드 선택이 종료되었고 모든 메시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세상이 밝아지더니 전기가 들어왔다.
치지지―
그 순간, 앞자리의 동기가 책상 위에 떨어진 검을 슬며시 뽑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날 선 칼날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게 아닌가?
“······.”
강의실은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그 검에 집중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황당함이 어려 있었다.
저게 대체 어디에서 떨어진 거란 말인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방금?”
“뭐에 홀린 거 같아. 그리고······ 저 칼은 또 뭐야?
“그거 진짜 칼이야? 헐, 무서워······.”
잠깐의 고요가 지나가자 강의실은 순식간에 소란스럽게 변했다. 교수마저도 미스터리한 현상 앞에, 얼이 나간 것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성우는 역시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다만 성우는 ‘멸망한 세계에 살아남기 좋은’이라는 문장이 계속 거슬렸다. 그 문장 전반에서 불길함이 풀풀 풍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전사 카드를 고르니까······ 이, 이게 떨어졌어.”
앞자리의 동기가 검을 들어 올리며 설명했다. 성우는 그 말을 듣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그럼 나는 진짜로 네크로맨서야? 근데 내 앞에는 왜 아무 것도 안 나타나는 거지?’
그때였다.
쾅!
강의실 뒷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리더니 무언가 튕겨 들어왔다.
······그건, 피투성이가 된 남자였다.
“으아악! 으아아! 떼, 떼어줘!”
그의 목덜미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며 하얀 티셔츠 위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남자의 등에 무언가 매달려 있었는데······.
끼에에!
녹색 피부의 작은 짐승 한 마리가 왼 손으로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오른 손에 든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었다.
푹! 푹! 푹! 푹!
남자의 등과 목덜미에 작은 칼날이 무차별적으로 내리꽂혔다. 그가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듯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어, 어어어?”
“······저, 저게 뭐야!”
“으아아!”
강의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모든 학생들이 기겁하며 강의실 앞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책상이 이리저리 밀리면서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었다.
끽! 끼이익!
혼란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컥, 윽······.”
피투성이의 남자는 결국 철퍼덕 쓰러지고 말았다.
성우는 그의 동공이 풀리는 걸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엉덩이를 의자에서 천천히 떼었다.
“아, 씨······.”
하필이면 맨 뒷자리, 그것도 뒷문 바로 앞의 자리에 앉아 있던 탓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괴물의 주의를 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끼에에!
녹색의 괴물이 시체 위에서 포효했다. 그리고 고개를 획 돌려서 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다음 사냥감을 물색하는 것이다.
“으아아! 카, 칼! 오빠! 민수 오빠! 칼이요!”
“민수야 저것 좀, 네가 어떻게! 좀!”
그런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유일하게 검을 들고 있는 사람, 민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성우 역시 조심스럽게 일어서며, 애타는 시선으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성우는 지금, 녹색 괴물과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내, 내가 뭘 어떻게······.”
“칼이 있잖아요!”
하지만 민수는 절대 나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녀석은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있었는데, 그 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저기, 미, 민수야? 나 기억하지?”
성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민수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동기 사이이니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시발! 나보고 뭘 어쩌라고!”
“아······.”
성우는 그쯤 되자 좆 됐다는 걸 깨달았다.
끼이―
결국 놈의 눈동자가 지근거리에 있는 성우에게 향했고, 성우는 놈과 마주치고 말았다.
케케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잽싸게 튈 걸, 성우는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녹색 괴물이 입 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악!”
성우는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뒤돌아 도망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길 선택했다. 괴물을 등 뒤에 매단 채 칼침 세례를 받던 남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등을 보이면 오히려 끝장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유효했다.
뻑!
고작 15킬로그램 정도 나갈 법한 작은 짐승은 성우의 앞차기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끽! 끼이!
한 방 맞은 놈이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하지만 성우 역시 다음 행동을 취했다.
“꺼져 개새끼야!”
그는 그렇게 외치며 의자를 들어 올리려는데······.
“윽?”
하필이면 대학생의 공공의 적이자 최악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불편함의 대명사 ‘일체형 책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꽤나, 아니, 훨씬 무겁다.
의자 등받이 부분을 잡고 있던 성우는 단 번에 들어 올리는 걸 실패하고 말았다.
“아?”
켁! 케케케!
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자세를 낮추고 칼을 쥔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채였다. 허술한 발차기 따위에 당하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시발!”
성우는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책상 하단 부분을 움켜쥐고 마치 역도 선수처럼 단숨에 번쩍 들어올렸다. 평소였으면 불가능할, 죽음의 목전에서 발휘된 초인적인 힘이었다.
그리고 집어 던지는 게 아니라, 놈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쳐버렸다.
콱!
놈이 성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칼을 디밀었지만,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육중한 책상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끽!
놈은 육중한 책상에 내리 찍혀, 머리가 꺾인 채 혀를 쭉 내밀었다. 언뜻 봐도 즉사였다.
- 고블린을 사냥하여 10골드를 얻었습니다.
“하아······.”
성우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뒷걸음질 쳤다. 등 뒤를 돌아보니 겁에 질린 학생들이 성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블린? 10골드? 설마?”
녹색의 작은 짐승은 판타지에 흔히 나오는 하급 몬스터 ‘고블린’이 맞았다. 그리고 골드를 얻었다니?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세상이 판타지 게임처럼 미처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성우의 눈앞에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 당신의 권능 아래 망자가 권속(眷屬)됩니다.
[권속 목록(1/3)]
1) 고블린 스켈레톤(LV.1)
* 무기 : 단검
* 종족 : 고블린
* 속성 : 언데드
“······응? 권속?”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런데 교실 앞 편에 몰린 사람들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꺄아악!”
“아, 어? 저기 뒤에! 뒤에 봐요!”
성우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덜그럭―
고블린이 책상을 밀어내고 일어서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피부와 내장이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린, 뼈만 남은 스켈레톤이 몸을 일으켰다.
덜그럭―
그리고 성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아?”
난감한 상황이었다. 성우는 떨떠름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해서 상기했다.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는 언데드를 부린다. 그리고 그가 죽음에서 일으킨 족속들은 그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그건 흔한 판타지 장르에 나오는 개념이었다.
‘설마?’
끼이이!
그때, 뒷문으로 고블린 두 마리가 더 나타났다.
“또, 또 왔다!”
“이번에는 두 마리잖아!”
강의실이 다시 한 번 혼미백산해지는 가운데, 성우는 무릎 꿇은 스켈레톤과 고블린 두 마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자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당신의 권속이 명령을 기다립니다.
싸워라, 성우가 생각한 명령이었고, 입이 떨어지기도 전전에 스켈레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놈들에게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끼이이?
고블린은 스켈레톤에게 동족의 채취를 느꼈는지 머뭇거리는데······.
켁!
스켈레톤이 그 목덜미에 칼날을 처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