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2
332화
자신들의 공격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마루가 허탈한 투로 말을 꺼냈다.
-……주인보다 더 괴물이 나타났다낭. 저놈 이길 수는 있는 거낭?
녀석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어비스 드래곤을 포함한 다른 소환수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엄청난 기운을 흩뿌리고 있는 상대에게서 승산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공격을 펼치지 않고 대치가 이어지던 그때, 마몬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소리쳤다.
“오지 않겠다면 내가 가 주지!”
파아아앗!
순간 커다란 파공성이 터져 나오며, 마몬이 레온에게로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양손에서 검은 기운의 파장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파크가 다급한 목소리로 레온에게 말했다.
-주인! 피해야 한다!
하지만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레온은 평상시처럼 날쌔게 반응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코앞까지 당도한 마몬이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레온은 뒤늦게나마 양팔을 십자로 만들며 방어를 했지만.
퍼어억!
“크윽!”
밀려드는 압도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성을 흘리고 말았다.
두 팔이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리고 있었다.
맨살을 쇠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은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레온이 마신의 프리스트의 버프 스킬과 샤먼의 버프 스킬을 최대한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하지만 얼마나 갈지 지켜보겠다!”
그렇게 향상된 방어력으로 힘겹게나마 버텨 내고 있자, 마몬이 크게 소리쳤다.
파바바박!
퍼버버벅!
연이어 계속되는 마몬의 공격에 레온의 방어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아!
주인의 위험을 포착한 레온의 소환수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거리가 멀었다.
‘으윽, 안 돼!’
이윽고 레온의 방어가 완전히 뚫려 버리기 직전의 순간.
촤아아아!
파아아앗!
예상하지 못한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기운이 마몬에게 쏟아지며, 위기에 처한 레온을 구해 주었다.
간발의 차로 위기를 모면한 레온이 가쁜 숨을 골랐다.
마몬이 차갑게 식은 얼굴로 레온을 구해 준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러곤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파크에게 말을 꺼냈다.
“영령왕이여, 네가 감히 날 막겠다는 건가?”
놀랍게도 언제나 전 주인을 부르짖던 파크가 레온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등 뒤로 레온을 숨기며 말을 꺼냈다.
-……이제 내 주인은 당신이 아닙니다.
파크는 완전히 레온의 편으로 돌아선 듯했다.
잠시나마 마몬에게 마음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신에게 이름을 주고 여태까지 여행을 함께한 것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몬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파바바밧!
뒤에 ‘네놈도 죽어라.’라는 말을 덧붙이며, 다시금 마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누님! 제가 돕겠다낭!
-캬오오오!
뒤늦게 합류한 레온의 소환수들도 파크를 도와 스킬들을 쏟아 내었다.
콰가가강-!
콰아아아앙-!
양쪽의 공격들이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이 연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레온 님을 도와라!”
“모두 쏟아부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슬란 연합의 간부들과 모든 병사들 또한 마신에게 총공격을 시작했다.
우아아아아!
레온 님을 지켜라!
투신을 지켜라!
병사들은 레온과 투신의 이름을 외치며,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속으로 지금껏 레온이 자신들을 지켜 주었으니, 이번에는 자신들의 차례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그들의 각오도 전개되는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였다.
“크하하하! 오늘 이곳을 네놈들의 피로 물들이리라!”
아슬란 연합 측이 압도적인 병력의 우위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마몬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었다.
“크아아악!”
“끄억!”
마몬이 권각을 휘두르며 파괴적인 기운들을 뿜어낼 때마다, 아군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은 일반 병사들뿐 아니라,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병사들을 위해 방벽을 세워 주던 브룩도 마몬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였고.
세토와 힘을 합쳐 연계 카드 마법을 사용하던 유희 또한 거대한 폭발에 휩쓸렸다.
구름처럼 많았던 아슬란 연합의 병력이 정말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귓전에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레온이 풀어졌던 자신의 두 동공에 힘껏 힘을 불어넣었다.
‘멍청하게 지금 뭐 하는 거냐, 나!’
그러곤 이를 악물며 제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어차피 마신이 강할 건 알고 있었잖아. 지금 필요한 건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야.’
이 상황에서 마몬을 이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자. 생각하자!
레온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눈앞의 적을 이겨야만 했다.
마몬을 이기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터였다.
‘아!’
그러던 그때, 레온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이전에 에픽 직업을 획득할 때에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 한 줄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보상으로 인장의 신규 특성 ‘각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름 아닌 새로운 인장의 특성인 각성이었다.
레온의 표정이 여태껏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변화하여 있었다.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이것밖에는 없어.’
한데 그는 필사의 각오를 품었음에도 섣불리 각성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새롭게 얻은 각성이라는 특성이 너무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만큼 최고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효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성]
현재 직업을 포함한 클래스 트리에 저장된 모든 직업을 희생하여, 인장 경험치가 최종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클래스 진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실패 시, 모든 클래스가 무(無)로 되돌아가며 레벨 또한 1로 하락합니다.
-레벨이 1로 되돌아가도 추가 경험치 보상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각성 특성은 사용 시, 자동으로 잠금 상태로 변경됩니다.
그랜드 건블레이드 마스터를 비롯한 클래스 트리에 기록된 모든 클래스가 사라짐은 물론, 레벨이 1로 하락하는 최악의 페널티였다.
각성이 실패하는 순간, 레온은 이 전장에서 지푸라기보다 못한 신세가 될 터였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었음에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를 않고 있었다.
시동어를 내뱉어야 하는데, 두 입술이 강력 접착제로 바른 것처럼 딱 달라붙어 있었다.
휘이이이이!
쿠우우웅!
“읏!”
한데 그때,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레온의 곁에 허공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추락을 하였다.
그 의문의 물체가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한 레온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마루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루였다.
마루의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잔뜩 나 있었다.
-……끄으으, 주인, 아. 너무 아, 프다낭.
레온이 품에 마루를 안으며 회복 마법을 걸어 주기 시작했다.
-치료 마법의 발동이 실패하였습니다.
-마신의 기운이 담긴 상처가 치료를 불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동이 자꾸만 취소되고 있었다.
마몬의 공격이 치료를 불가하게 만드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마루를 바라보던 레온이 이를 빠득, 소리가 나게 악물었다.
깊은 곳에서 마몬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또한 자신도 모르게 마몬에게 겁을 먹어 버린 본인에 대한 분노도 발생했다.
‘그래, 어차피 여기서 진다면 모든 걸 잃는 거나 마찬가지야.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어!’
마몬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시도했으나 단 한 번의 초월 직업도 얻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레온이 제 입을 달싹였다.
“인장 티어 상승.”
우우우우웅!
지이이잉!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인장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용할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그에 레온이 이제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인장의 특성을 발휘하였다.
“각성.”
촤아아아아아!
파아아아앗!
레온의 말이 끝난 순간, 온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빛줄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클래스 각성을 시작합니다.
-보유한 모든 클래스의 힘을 분해합니다.
-클래스 트리에서 ‘허수아비 검사’가 소멸하였습니다.
-클래스 트리에서 ‘암살자’가 소멸하였습니다.
-(……중략……)
-인장의 힘을 재구축을 합니다.
‘크윽!’
마치 몸속에서도 전쟁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인장의 기운이 미친 듯이 날뛰며 레온을 엉망진창으로 흔들어 놓고 있었다.
‘제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았지만, 레온은 끈질긴 정신력으로 악착같이 버텨 내었다.
콰아아아앙!
파바바바밧!
“그대로 내버려 둘 것 같으냐!”
그런데 그때, 인장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한 마몬이 커다랗게 포효를 내뿜었다.
그러곤 자신에게 달려들던 적들을 충격파로 날려 버린 후, 단숨에 레온에게 질주하였다.
‘아, 안 돼!’
‘……이제 정말 끝인가.’
‘크윽!’
그 순간, 병사들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바로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그때, 레온은 양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속으로 애원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와 동시에 마몬이 지닌 최강의 절기가 레온의 머리 위로 낙하하였다.
“신마파황권!”
그리고 이어진 다음 순간.
투콰아아아아아!
콰가가가가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거대한 폭발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마몬의 손을 떠난 투사체가 레온을 강타한 순간 칠흑의 빛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공간을 뒤덮은 이펙트는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절망의 표정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오시하며 마몬이 커다랗게 소리쳤다.
“크하하하!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대륙의 모든 피조물들이 나에게 무릎을 꿇으리라!”
모두가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힘이 빠진 나머지, 들고 있던 칼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광소를 터뜨린 마몬의 웃음소리 말고는 전장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우우웅.
그런데 그때였다.
‘어라?’
어디선가 낯선 진동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그와아아아아아아!
점점 소리가 거세지고 있었다.
‘아아!’
곧이어 의문의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본 병사들이 얼굴에 울컥한 감정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마몬도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저건!”
마몬이 놀란 반응을 만들었다.
그의 검은 빛기둥이 새롭게 나타난 찬란한 광채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그 기현상을 바라보며 마몬이 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아냐, 말도 안 돼.’
이 자리에 오직 마몬만이 저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애써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였다.
그때 광채 속에서 무언가의 실루엣이 비추어졌다.
아슬란 연합군 병사들의 눈에 점차 절망이 사라지고,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척.
처처척.
마침내 광채 속에서 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우아아아아아!
그 존재를 확인한 병사들이 떠나가라 커다랗게 환호성을 질러 대기 시작하였다.
마몬의 공격에 죽을 줄만 알았던 레온이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있던 것이다.
그와아아아앙!
슈아아아아아!
게다가 전신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마몬과 비견되는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욱 뛰어나 보이는 놀라운 힘이었다.
마몬이 그런 레온을 바라보며 빼액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그가 그렇게 난리를 치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레온이 그가 평생토록 이루고자 했지만, 도달하지 못했던 ‘초월’의 영역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는 레온의 눈앞에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라 있었다.
-인장 티어가 ‘8’로 상승하였습니다.
-‘초월’ 클래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인장 티어 상승에 성공하였습니다.
-‘총검신황 / 그랜드 건블레이드 마스터’가 클래스 트리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직업의 스킬은 초기화 전까지 사용가능합니다.
-새로운 직업 ‘듀얼 마스터 / 갓 오브 건블레이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직업 ‘듀얼 마스터 / 갓 오브 서머너’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조건, ‘초월 직업을 창조하라’를 만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히든 칭호 ‘모든 것을 초월한 자’를 손에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칭호 ‘한계를 돌파한 자’의 레벨이 최대 수치에 도달하였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
각성을 통해 레온은 동시에 두 가지의 초월 직업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그 순간, 레온이 영롱한 청록빛으로 빛나는 두 눈으로 마몬을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이제 나도 신이다, 이 새끼야.”
투아아아아!
파아아앗!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레온의 걸음에 마치 닿는 공간이 접히는 듯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레온의 속도가 새롭게 얻은 직업들로 인해 격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갓 오브 건블레이드’의 직업 효과로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공격력이 추가로 550%만큼 증가합니다.
-‘갓 오브 서머너’의 직업 효과로 보유한 현재 소환된 모든 소환수들이 지닌 능력치의 총합의 80%가 본신 스텟에 한시적으로 추가됩니다.
레온은 유성과 같은 속도로 마몬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헉!”
눈 깜짝할 새에 레온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자, 마몬이 놀라 허둥대었다.
“갓 슬레이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레온이 아크 데몬즈 플레어를 휘둘렀다.
어둠과 빛이 뒤섞인 회색으로 빛나는 칼날이 마몬을 베어 갔다.
마몬이 뒤늦게나마 기운을 끌어 올리며 그 공격을 방어했다.
파아아아앗!
촤아아아악!
스거거거걱!
“끄아아악!”
하지만 곧이어 소름 끼치는 효과음과 함께 마몬의 팔에 깊은 자상이 생겨났다.
최초로 마몬의 방어력을 뚫어 낸 것이었다.
쐐애애액!
파아앗!
“신마암천보!”
그대로 레온이 두 번째 공격을 쑤셔 넣으려 하자, 마몬이 보법을 사용하여 얼른 뒤로 물러났다.
일격에 엄청난 대미지를 입었는지 그의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마몬이 죽일 듯이 레온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크윽, 말도 안 돼. 그 경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너 따위가 초월자의 힘을?”
횡설수설하는 그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레온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승에 가서 알아봐라, 이 새끼야!”
파바바밧!
거리가 벌어지자 레온은 갓 오브 서머너의 비기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초회복!”
레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던 레온의 모든 소환수들의 전신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체력이 100%를 향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어라? 다 낫다낭!
초회복은 한 번에 한하여 모든 소환수들의 체력을 완전 회복시키는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레온의 스킬 연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머너즈 링크!”
레온과 연결된 소환수들이 모두 레온과 동일한 청록빛의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레온의 스텟이 한시적으로 소환수들에게 추가로 적용되고 있었다.
-그와아아앙!
-크와아아아!
-힘이 넘친다낭!
어비스 드래곤과 마루를 포함해 모든 소환수들이 전신에서 솟구치는 엄청난 힘에 미쳐 날뛰기 시작하였다.
“자, 전부 돌격!”
그 순간, 레온이 당황에 찬 마몬을 손으로 가리키며 공격을 명령하였다.
파아아앗!
쐐애애액!
순식간에 풀피가 된 소환수들이 마몬에게 전광석화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초월 등급을 얻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진 레온의 스텟이 부여된 소환수들은 이전과 달리 마몬에게 충분한 대미지를 선사해 주고 있었다.
“끄으으! 크윽! 이, 이건 말도 안 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소환수들의 공격에 마몬이 걸레짝이 되고 있었다.
앞에서 소환수들이 시간을 벌어 주자, 레온이 이어 지원사격을 발사하였다.
“인피니티 메테오 캐논!”
투콰아아아아!
콰아아아앙!
가히 거대한 유성과 같은 파괴구가 마몬에게 적중되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악!”
마몬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체력이 눈에 띠게 줄고 있었다.
‘이때다!’
파바바밧!
“아스트랄 아바타!”
그 순간, 레온은 자체 버프 스킬이었던 아스트랄 시리즈의 최종 진화본을 사용하며, 앞으로 미친 듯이 돌격해 들어갔다.
최후의 일격을 꽂아 넣기 위함이었다.
슈아아아아아!
촤아아아아아!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검날에서 태양의 그것과 같은 열기를 담은 거대한 풀 오러 블레이드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파바바밧!
“뒈져라!”
번쩍 도약한 레온이 적에게 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검날을 떠난 풀 오러 블레이드가 마몬의 전신을 휘감으며 적을 불태우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
퍼어어어어엉!
“끄아아아아!”
마몬이 발을 딛고 있던 대지가 폭발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앞서의 마몬의 검은 빛기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으윽!”
“콜록, 콜록.”
몇 남지 않은 아슬란 연합의 병사들이 모든 것을 녹일 것만 같은 열기에 눈을 가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난 후.
그들은 두 눈을 끔뻑이며 레온을 찾았다.
곧이어 병사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였다.
레온은 승리를 말해 주기 위해 자신의 한 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레온은 마신조차 쓰러뜨리고 만 것이었다.
빠바바밤-!
빠바밤!
레온의 등 뒤로 악기들로 축복하는 큐피트들을 대동한 여신이 등장하고 있었다.
“내 승리다!”
그 순간, 전장에 레온의 커다란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마신 정벌로부터 꽤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무척이나 화려하게 꾸며진 아파트의 내부에 걸린 거대한 텔레비전에서 게임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상기된 표정의 리포터가 침을 꼴깍 삼키며 한 남자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판테라 최초로 게임 내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신 레온 님을 모셔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레온 님.
-네, 안녕하세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계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별생각 없습니다.
-아, 네. 그, 그럼 게임 내에 레온 님을 신으로 모시는 신흥 종교가 생겼다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흠, 뭐 별 관심 없습니다.
그 후로도 한참을 리포터의 질문에 모두 무뚝뚝한 반응으로 일관한 레온은 ‘급하게 할 일이 있어서요.’라는 마지막 말로 인터뷰를 끝마쳤다.
만일 이렇게 인터뷰를 한 이가 다른 이었다면 사람들은 욕을 한 바가지 내뱉었을 테지만, 사람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신 정벌자 레온은 판테라 계의 살아 있는 스타이자, 신이기 때문이었다.
‘허허, 그놈 참 잘생겼네.’
그러던 그때, 자신의 모습을 티비로 보던 유호가 만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긴장해서 꽁꽁 얼어 있었는데 티 나지 않게 잘 마무리한 것 같았다.
그때, 유호가 TV를 끄며 찌뿌둥한 몸을 풀며 혼잣말을 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다시 돌아가 볼까!”
그렇게나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테라를 즐길 생각에 아직도 미소가 지어졌다.
삐빅.
잠시 후, 너무나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유호가 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