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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무한전직-328화 (32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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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화

“오오, 레온 님이 적장과 싸우기 시작했다!”

“클라리우 님만 믿겠습니다!”

아슬란 연합과 암흑성국 병사들의 시선이 레온과 클라리우 두 사람의 싸움에게로 쏠렸다.

‘젠장.’

바닥을 뒹굴며 먼지투성이가 된 자신의 꼴을 병사들에게 보여 주게 되자, 클라리우가 이를 갈았다.

처척.

그러면서 레온이 튕겨 낸 자신의 마창을 다시금 움켜쥐었다.

우우우웅!

슈아아아아!

그러자 창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손끝에 거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클라리우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마창이 지금껏 이런 모습을 보일 때는 하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클라리우가 레온의 아크 데몬즈 플레어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처음 보는 형태의 괴상한 물건이 사도의 무기라고?’

물론 그는 몰랐지만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웨폰 퓨전의 재료가 된 흑염룡의 거태도 때문에 마창이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꾸이이이이!

-꿰에엑!

-크아아아!

그러던 그때, 뒤편에서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이 내는 시끄러운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윽, 벌써 시작됐나.’

레온의 방해로 놓쳐 버린 마루가 스피릿츄얼 키메라들에게 분풀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어찌한다.’

병사들을 생각하면 레온을 무시하고 저 소환수를 처치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레온을 그대로 두기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렇게 클라리우가 공격 태세만 갖추고 섣불리 공격을 전개하지 않자, 레온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쏘아 내며 말을 꺼냈다.

“뭐야, 그렇게 지켜만 보고 있을 거야? 벌써 겁먹은 거면 실망인데.”

레온의 말에 클라리우의 눈빛에 살의와 분노가 동시에 떠올랐다.

“겁을 먹어? 이 버러지 같은 놈이. 뚫린 입이라고 잘 지껄여 대는구나!”

클라리우가 자신의 도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를 한 번 더 자극했다.

“뭐 아니라면 와 보시든가.”

거기서 클라리우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였다.

그는 속으로 ‘근접 전투 실력이 딸린다고 해도 키메라들에게는 최상급의 정령들이 붙어 있어. 저놈을 빠르게 처치하고 합류하면 될 거다.’라고 애써 생각하며 레온을 향해 일갈을 토해 냈다.

“오냐, 네놈의 목을 창끝에 걸어 주마!”

파바밧!

촤아아!

클라리우가 거세게 진각을 박차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끼에에에에!

슈아아아아!

꼬나 쥐고 있는 마창에서 음험하기 짝이 없는 마신의 기운이 폭사되고 있었다.

마창의 주변 공간이 마치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아슬란 연합 측의 병사들은 클라리우가 마왕의 현신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레온은 얼굴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스르르릉!

위이이이잉!

‘지옥을 보여 주지!’

그는 아크 데몬즈 플레어의 칼날을 더욱 길고 선명하게 뽑아내며 속에서 들끓는 투쟁심을 고취시킬 뿐이었다.

파아앗!

그러던 그때, 레온도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아스트랄 코팅을 발휘하면 나타나는 칠흑의 기운이 내뿜어지고 있었다.

흐릿한 수많은 잔상들이 레온의 뒤에 따라붙었다.

‘……!’

순간 클라리우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보다 한참을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레온이 훨씬 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속도는 뒤처지는가!’

클라리우가 이를 악물며 속으로 뼈아프게 생각하던 그때.

“기가 오러 브레이크, 충뢰(衝雷)!”

촤아아아악!

치지지지지직!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당도한 레온의 검날이 어느새 미친 듯이 스파크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마치 번개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쐐애애액!

레온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검을 클라리우의 정수리에 내리꽂고 있었다.

이동속도뿐 아니라, 공격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크윽!’

피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클라리우가 마신의 기운을 가득 담은 창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콰가가가가강!

그그그그그극!

두 개의 마신기(魔神器)가 서로 격돌하자 일순간 지축이 흔들리는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귀가 고통스러워지는 격한 소음 또한 울려 퍼졌다.

두 개의 무기가 서로 맞물린 채로 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무기에 담긴 두 사람의 힘이 호각이어서 쉽사리 승패가 나지 않았던 탓이었다.

파아앗!

처처척!

결국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큰 걸음으로 뛰며 거리를 두고 물러섰다.

단 일 합을 겨루었을 뿐이건만, 주변의 병사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만큼 두 사람은 격이 다른 힘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제법이야, 늙은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레온은 여유가 넘치는 반면.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다고?’

클라리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클라리우는 금세 자신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관리했다.

지휘관의 당황한 모습이 병사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레온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한마디 말을 꺼냈다.

“……역시 그 검. 마신기가 맞군. 마신의 사도가 여신을 섬기고 있다니. 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그의 눈빛에 숨어 있는 의아함과 당혹감을 눈치챈 레온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쯔쯔, 이거 실망인데요. 여태껏 그렇게 써먹어 놓고 아직도 내가 누군지 파악을 못 하고 있다니요, 단장님?”

‘써먹었다고?’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레온의 말에 클라리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순간, 레온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디바인즈 오러! 하이네스 다크 힐!”

슈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스킬을 영창하는 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레온에게 연이어 보조 마법이 깃들고 있었다.

이어 평범하게 생긴 중년의 한 신관이 레온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온 님! 위험하시게 혼자서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찮은 종이 겁이 나서 달려왔나이다.”

전투에 개입한 존재를 확인한 레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말을 꺼냈다.

“아, 남아서 병사들이나 도우라니까 넌 또 왜 왔어.”

그러자 중년 신관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온에게 대답했다.

“저는 오로지 레온 님만을 섬기는 몸. 제가 어찌 주인이 싸우는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레온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힘은! 설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클라리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중년 신관이 사용한 힘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레온의 몸에 깃든 보조 마법은 초고위의 신성 마법으로, 암흑성국에서 단 한 명만이 사용이 가능했던 힘이었다.

순간 클라리루의 입에서 그 남자의 이름이 내뱉어졌다.

“……라스푸틴.”

그러자 중년 신관이 레온을 바라보던 때와는 천지차이인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클라리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로구나, 반도야.”

그랬다. 중년 신관은 얼굴을 변화시킨 마몬교의 교황 라스푸틴이었던 것이다.

펜던트에 담긴 세뇌의 효과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강력해져, 지금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였다.

지금은 마신보다도 레온을 진심으로 더욱 섬기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오, 이놈은 뭔 전투마다 다 따라다니려고 해!’

그것이 부담스러웠던 레온은 어떻게든 그를 떼어 내 놓으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최상급의 공간 이동 신성 마법을 지니고 있는 라스푸틴을 떼어 놓기란 결코 쉽지 않아있었다.

그때, 라스푸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상하구나. 죽이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네놈에게 약간은 고마운 기분도 동시에 들고 있다니. 아마도 네 덕에 진정한 주인을 만나게 된 탓이겠지.”

‘내 덕에 만나게 됐다고? ……설마!’

그 말을 듣자 클라리우는 그제야 레온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신전의 키메라 연구소에서 초월급의 키메라 실험체를 훔치는 동시에 황실의 보물 창고에 있던 물건들을 깡그리 털어 간 성국 역사상 최악, 최흉(最凶)의 사기꾼이자 도둑놈!

“……네놈, 리온이구나!”

클라리우가 핏발이 선 눈으로 레온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레온이 이제야 알았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정답입니다!”

그 순간 클라리우의 얼굴이 악귀의 그것처럼 구겨졌다.

포커페이스는 온데간데없었다.

깊은 곳에서 솟구친 분노가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리라.

그때, 띠링하는 효과음과 함께 레온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클라리우의 호감도가 급격히 갑소합니다.

-클라리우와의 관계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극에 이른 분노로 인해 흑암기사단장, ‘클라리우’의 공격력이 15% 상승합니다.

-극에 이른 분노로 인해 흑암기사단장, ‘클라리우’의 방어력이 25% 저하됩니다.

NPC와 쌓을 수 있는 최상의 경지에 도달하여 있던 호감도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특이 상황이 발생하여 있었다.

공격력이 15%나 상승하여 있었지만, 레온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좋아, 방어력이 이렇게 떨어지면 이득이지!’

방어력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클라리우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신님을 저버리고 그깟 쓰레기 같은 녀석을 섬기고 있는 꼴이라니. 우습기 그지없구나. 잘됐다! 이 기회에 한꺼번에 두 놈 다 해치워 주마!”

위이이이잉!

슈아아아아!

그의 마창과 마갑이 동시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마기가 클라리우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끄으으!”

고통이 차오르는지 클라리우가 신음성을 토해 내었다.

몸에 두른 마신의 기운이 그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파스슥.

파슥.

그의 피부가 마치 불에 그슬린 듯이 타들어 가며,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끄아아아! 모조리 죽이리라!”

투콰아앙!

파바바밧!

그때, 클라리우가 짐승처럼 크게 포효하며 레온에게 덤벼들기 시작하였다.

‘어쭈, 저놈 보소?’

레온이 클라리우의 속도를 보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 자신의 속도에 한참 뒤쳐졌던 것과 달리, 모든 힘을 한계까지 드러낸 그는 동등한 속도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온 님!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곁에 서있던 라스푸틴이 자신의 성서를 꺼내며 말했다.

한없이 진지한 그의 표정을 슬쩍 본 레온이 피식 웃으며 말을 대답했다.

“……글쎄, 네 차례가 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다시 괴성을 내며 달려들고 있는 클라리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척.

레온은 아크 데몬즈 플레어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자신의 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자그맣게 입을 달싹였다.

“소환, 영령왕 파크.”

휴아아아아!

파아아앗!

그의 말이 끝난 그 순간, 어둠의 광채가 폭발적으로 내뿜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줄기 속에서 성숙하기 그지없는 몸매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미모를 지니고 있는 반투명한 여인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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